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장 16 왕비
    2022년 07월 16일 11시 49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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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40/

     

     

     

     꿈결 속.

     꿈은 거의 꾸지 않았고, 필과 함께 있는 행복한 꿈을 조금 꿨을뿐.

     

     이튿날, 난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때때로 필을 만지거나 머리카락을 쓰다듬거나 끌어안은 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갑자기 소리가 나서, 난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눈앞에는 앨리스와...... 왕태자가 이었다.

     앨리스는 곤란하다는 미소로, 왕태자는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나와 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갑작스러운 손님을 보고 서둘러 일어났다.

     

     "저, 전하! 어째서......"

     "아, 깨워서 미안. 그리고...... 이런 타이밍에 와버려서 미안해. 그...... 아무리 약혼한 사이라 해도..... 여성이 자는 모습을 보다니......"

     

     "아, 아뇨......"

     앨리스도 두 손바닥을 붙이며 "죄송합니다, 클레어 아가씨." 라고 내게 사과했다.

     

     깜짝 놀란 것은 확실하지만, 그보다도...... 내가 필과 함께 자고 있던 쪽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왕태자는 필을 메이드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왕태자는 푸른 눈동자로 날 바라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동생......인가......"

     "도, 동생? 무슨 말씀인가요?"

     

     "그 아이는 그대의 동생인 필이지?"

     

     왕태자한테 정체를 들켰다. 어쩌면...... 내가 잠꼬대로 필이라는 이름을 불렀을지도.....

     

     "역시, 나보다 동생 쪽이 소중한 거로군."

     "죄송해요. 저기...... 거짓말을 해버려서..... 하지만, 필과 함께 있고 싶었어요."

     

     난 진심을 말하기로 했다.

     이제 와서 얼버무릴 수는 없어.

     

     "전하께서 남자를 만나기를 금지한다고 말씀하셔서, 필을 여장시켜서......"

     

     "알고 있어. 애초에 내가 그대의 자유를 빼앗은 게 문제였으니까."

     

     대뜸 필을 내쫓아서 나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하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말이 잘 통하길래 난 맥이 빠졌다.

     

     왕태자는 싱긋 미소 지었다.

     

     "왕궁에서 나가게 할 수는 없지만, 왕궁 내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해도 괜찮은 걸로 하지."

     "......정말인가요?"

     

     "그래, 동생도 자유롭게 만나도 돼. 다만, 동생과 같은 방에서 지내는 건 그만뒀으면 하는데."

     아아, 역시......

     필과의 공동생활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그렇게 말한다면, 더욱더...... 이 구금생활에서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전하...... 제게 닥쳐오는 위험이란 뭔가요? 그것만 해결된다면...... 저는 자유롭게 되는 건가요?"

     

     "그래...... 그대를 여기 가둬둔 이유는 사라지지."

     "그럼 그 위험을 가르쳐주실 수 없나요. 저는...... 전하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아니, 난......"

     "저도 전하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될지도 몰라요. 저는...... 이렇게 전하의 보호만 받는 게 아닌, 자기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왕태자는 크게 눈을 부릅뜨더니, 압도당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내가 가르쳐줘도 좋지만....... 하지만......"

     

     전하는 주저 했다.

     가르쳐줄 수 없다는 뜻일까.

     그것도, 왕태자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생각해보면 12살의 왕태자가 혼자서 날 구금할 리가 없다.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중진이나, 아니면......

     

     "아나스타샤 님의 말씀인가요?"

     

     "어떻게 알고 있지?"

     왕태자는 반사적으로 대답하고는, 아차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끼를 던져보았는데, 걸려든 모양이다.

     

     왕태자의 어머니, 왕비 아나스타샤. 예쁘고 냉철한 여성이다.

     지난번 인생에서도, 왕태자에 대한 그녀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누나?"

     

     필이 걱정되는지 날 바라본다.

     아마, 내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러겠지.

     

     지난번 인생에서의 왕비 아나스타샤는, 왕태자와 성녀 시아의 약혼을 열심히 지지했었다.

     그랬던 이유는...... 왕비 아나스타샤가 날 정말 싫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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