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장 15 왕태자의 꿈2022년 07월 16일 11시 24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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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자의 손끝이 건반에 닿을 때마다 어여쁜 음색을 연주한다.
벅차오르는 듯한, 멋진,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그리고 노래는 정점에 다다른 후 점점 조용해지더니. 꺼져 들어가는 것처럼, 하지만 온화하게 끝났다.
왕태자는 당분간 가만히 있었지만, 이윽고 천천히 우리들 쪽을 바라보았다.
나도 필도 시아도, 자연스레 진심어린 박수를 쳤다.
"어, 어땠어?"
왕태자가 조심스레 묻는다.
날 구금했을 때의 자신만만한 표정과는 전혀 다르다.
나는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훌륭했어요!"
"정말?"
"네."
나는 제대로 수긍했다. 필과 시아도 같은 감상이었던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훌륭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자신의 어휘력이 분하다. 어쨌든 왕태자의 연주는 전문가 수준이었고, 내 마음을 휘어잡은 것은 사실이다.
"대단했어요. 궁정악단의 음악가 같았어요!"
내 말에, 왕태자는 부끄러운지 금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클레어가 그리 말해주니 기뻐. ......이 악기를 주고 사용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궁정악장이야. 난 그를 존경하고 있고 그처럼 되고 싶다 생각했었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전 음악을 잘 모르지만, 그런 대단한 연주를 할 수 있으니까요."
왕태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프로 음악가인 것도 아니고, 음악에 쓸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어. 그런 내가 궁정악단의 단원처럼 될 수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왕태자 전하의 말씀을 들어보면, 사실은 진짜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식으로 들리는데요."
나의 지적에, 왕태자는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확실히 나도 더 어린 시절에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생각했었지. 하지만 나는 왕족이며....."
그의 눈이 흔들린다.
나로서는 의외였다.
왕태자한테 음악가의 꿈이 있었다니, 지난 인생에서는 전혀 몰랐었다.
그런 왕태자한테 이전의 나는 "국왕이 될 테니 음악 따윈 필요 없어요." "악기가 부서진 정도야 별일 아니잖아요." 라고 말했는데, 너무 무신경했다.
"되면 되잖아요."
"뭐?"
"음악가가 되어도 좋잖아요. 왕태자를 관두고. 전하께서 그리 원하신다면...... 그건 이루어질 거라 생각해요."
내 말에, 왕태자는 허를 찔린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그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웃어제꼈다.
"그거, 무리야."
"어째서요?"
"나는...... 왕태자로 있는 것이 존재가치의 전부인 인간이다. 나는 모두를 위해 왕태자로 있어야만 해. 그를 위해서는 그대가 필요해."
"그렇지 않아요. 전하는 어떤 일도 할 수 있으시고, 그리고 그렇게나 훌륭한 연주를 하셨으니 설령 왕태자가 아니어도....."
"우리들은 자유롭게 될 수 없다고, 클레어."
왕태자는 조용히 말하더니, 내 손을 거머쥐었다. 그의 손은 정말 서늘했다.
"내 동생인 자그레스가 차기 국왕이 되면, 이 나라는 끝장이야. 나도 내 측근들도, 그리고 내 어마마마도 그런 사태는 막아야만 해. 그 열쇠가 되는 것이 그대다."
"저요?"
"그래."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가 힘이 되어드릴 일이 있다면......"
하며 기특한 태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물어봐도, 왕태자는 한결같이 고개를 젓기만 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하지만 곧장 전부 알게 될 거야."
왕태자는 내게 작별을 고하고는 방에서 나가고 말았다.
남겨진 우리들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필과 시아가 뭔가 말하려는 듯하다.
"......저기, 누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데."
"응?"
필이 뭔가 중요한 점을 눈치챘을지도.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왕태자 전하랑, 손 잡았지?"
"? 마, 맞아...... 그랬는데?"
필이 지긋이 날 바라본다.
그리고는 그 작고 하얀 손으로 내 손을 붙잡았다. 따스하고 부드럽고 정말 기분 좋은 손이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러니?"
"......나도 누나랑 손잡고 싶어서."
"뭐?"
"왕태자 전하만 치사하게...... 내 누나인데, 멋대로 손을 잡다니....."
"고마워. 필."
난 비어있는 손으로 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고, 필은 기쁜지 미소 지었다.
시아는 "좋겠다~ 클레어 님이랑 손 잡아서......" 라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갑자기 표정을 바꿨다.
"어, 어쨌든, 클레어 님은 왕태자 전하의 것이 아니에요. 빨리 여기서 나가죠."
"시아도 고마워. 날 구해주려 했잖니."
"당연하죠. 왜냐면, 저는......"
라며 시아가 뭔가 중얼거렸다.
왜 저러지?
뭐 어쨌든, 시아가 말한 대로다.
빨리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자!
필과 시아와 앨리스와,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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