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장 4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
    2022년 07월 12일 22시 21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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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4/

     

     

     

     놀랍게도, 부모님은 필을 내게 맡겼다. "저택의 안내를 해주거라. 나이가 비슷한 편이 좋아 보이니까."라고 말했지만, 그 부모님인 만큼 귀찮아서 그랬음이 틀림없다.

     

     움질거리는 기색으로, 필이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

     지난번 12살이었던 나는, 필의 그런 겁먹은 태도에 초조해했다. 이런 겁많은 아이가 내 대신에 당주가 되겠다니 치사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현재 17살인 나는 다르다.

     필은 이제 10살이라서, 7살 연하의 남자애한테 대항심을 가지지 않는다.

     

     필의 귀여운 외모와 함께, 그 오들거리는 태도는 정말 귀엽게 보인다.

     

     "저, 저기......클레어 님."

     "왜?"

     

     "그...... 안내하게 만들어서...... 미안."

     

     "괜찮아. 난 네 누나인걸."

     일단, 내가 필의 누나라는 것을 강조해본다.

     

     "거리낌 없이, 나한테 부탁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내 뒤를 따라온다.

     

     그러던 필이 갑자기 재채기를 하더니 부르르 떨었다.

     

     "혹시......춥니?"

     

     "저기......응."

     나는 어깨를 들썩이고는 스톨을 건네줬다.

     급한 대로 추위가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써도......돼?"
     

     "물론이지."

     "하지만.......클레어 님도 추울 텐데......"

     

     "난 괜찮아."

     

     미소 지었다.

     

     추위에는 꽤 익숙하고, 드레스 안에 제대로 방한복을 입고 있다.

     메이드인 아리스의 배려 덕분이다.

     

     필이 춥게 하지 않는 것도, 그의 메이드와 종자의 일이다.

     그런데 왕가 사람들은 필을 데려다주고서 바로 돌아가고 말았다.

     

     왕족인데도 종자 한 명도 없이 이 저택에 왔다는 뜻이다.

     이전의 어린 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좀 이상하다.

     

     난 멈춰 서서는 고개를 돌려 그 부분을 물어봤다.

     그러자, 필은 눈을 깔면서 고개 숙였다.

     왠지, 정말 쓸쓸해 보인다.

     

     "무, 물론,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난 서둘러 덧붙여 말했지만, 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기, 난...... 필요 없는 아이였으니까."

     

     "필요 없는 아이?"

     

     "아버님도, 어머님도 나 따윈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어. 메이드들도 나를 [필요 없는 아이] 라며......"

     

     그 말에, 나는 놀랐다.

     그야 내 부모님도 나를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래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

     하인들도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나를 받들어주고 있다.

     

     나는 필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필은 얼굴을 붉히면서, 검은 눈동자로 날 바라보고 있다.

     

     난 슬쩍 필의 볼을 만져보았다.

     붉어진 그 뺨은, 부드럽고 매끈매끈했다.

     

     "넌 필요 없는 아이가 아냐."

     "정말?"

     

     "그래. 이 저택에서, 너는 다음 공작님이 될 사람. 모두가 널 필요로 하고 있어."

     

     "클레어 님도......내가, 필요해?"

     

     나는 피식 웃었다.

     

     "물론이지! 그야, 넌 내 동생이 되는 거니까. 난 너 같은 동생이 있었으면 했는걸."

     그렇게 말한 나는 웃으면서 필의 머리카락을 마구 쓰다듬었다.

     그러자 필은 부끄러운 듯 미소 지었다.

     

     필의 웃는 얼굴은 천진난만해서, 정말 귀여워.

     역시, 천사야.

     무심코 안아주고 싶었지만, 참아야지.

     

     사실 필과 만나기 전에는 '동생 따윈 필요 없어!'라고 생각했었다. 왜냐면, 필은 나를 죽였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필처럼 귀여운 동생이라면, 대환영이다.

     

     필이 나를 올려다보며, 부끄러운 듯 귓불까지 얼굴을 붉히고 있다.

     

     "나도...... 클레어 님 같은 누나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었어."

     난 깜짝 놀랐고, 다음 순간에는 필을 끌어안고 있었다.

     

     "필이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기뻐!"

     

     "크......클레어 님!?"

     

     버둥거리는 필이 조금 가엾지만, 참을 수 없었다.

     내게 안기고 있는 필은, 눈알을 빙빙 돌리고 있다.

     

     그는 주춤거리며 양손을 내 몸에 둘러주었다.

     자그마한 몸은 정말 따스해서.

     내가 웃어버리자, 필도 부끄러운 듯하지만 누구나가 행복해질 만한 멋진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전의 나는 역시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귀여운 동생이 옆에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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