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장 1 성녀와 악역영애와
    2022년 07월 05일 19시 54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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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9470gm/1/

     

     작가: 軽井広@クールな女神様2022/8/1発売予定!

     

     번역공방: https://viorate.tistory.com/

     

     개요 : https://blog.naver.com/kirsyeva/222313021560

     

     ※ 익애의 뜻 :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


     

     "클레어 로스 리얼리스...... 지금 이 순간을 기해, 당신과의 약혼을 파기한다!"

     

     아름다운 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는 칼로리스타 왕국의 왕립학교의 강당이다.

     심홍색의 양탄자가 깔려있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은 왕태자 알폰소 엘 아스투리아스 전하였다.

     

     알폰소 전하는 금발벽안의 미남이며, 누구나 보고 반할, 기품 있는 이목구비를 하고 있다.

     17세인데도 벌써 왕족다운 위엄까지 겸비하고 있다. 왕태자라는 것을 뜻하는 심홍색 복장을 멋들어지게 입고 있다.

     

     근처에는 수많은 근시 소년들이 있다. 모두 용모가 빼어나지만, 그 안에는 단 한 명의 자그마한 미소녀가 있다.

     그녀는 성녀 시아.

     은색의 윤기 있는 머리카락과 새빨간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간소한 흰 원피스 차림인데,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조차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야말로 왕태자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불안하다는 듯, 성녀 시아는 왕태자 알폰소의 옷자락을 붙들고 있다.

     한편, 왕태자의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자자, 왜 그렇게 화내고 계세요?" 라고 물어보겠지.

     

     하지만, 왕태자가 분노를 향하고 있는 자는, 파혼을 선고받은 상대이며 전 약혼녀인 클레어 로스 리얼리스 공작영애.

     ......다시 말해, 나였다.

     

     나는 왕태자의 종자들한테 붙들려서 쇠사슬로 구속당한 채, 바닥에 깔려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왕태자 일행 외에도, 소란을 들은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누가 한 명 정도는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 터...... 아니, 없어 보인다.

     

     왕태자가 화내는 이유에 대해서는 상상이 간다. 그리고 그것은 자업자득의 결과이기도 하다.

     

     "클레어, 당신이 시아한테 했던 짓들, 전부 드러났다. 너무나도 음습한 그 괴롭힘들은, 듣는 것만 해도 역겹더군."

     

     나는 항변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었다.

     

     

     나와 왕태자, 그리고 시아는 왕립학교의 동급생이다.

     그런데, 나와 내 측근들은 시아를 괴롭혔다. 그것도 철저하게.

     

     ......괴롭힘이라니, 나도 이런 일은 경멸하고 있다.

     나는 '품행방정' 한 공작영애이며, 누구한테서도 손찌검을 당할 일을 해온 적도 없었다.

     왕태자의 약혼녀로서, 미래의 왕비로서, 나는 어린 시절부터 노력하여 그에 걸맞은 여성이 되려고 결심했었다.

     

     그래서, 나는 괴롭힘이라는 비겁한 짓을 쓰지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시아를 괴롭혔고, 죽이려고도 했다.

     

     나는 처음부터 시아의 적인 것은 아니었다.

     

     2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라진 것이다.

     

     

     시아는 학생들 중 단 한 명의 평민 출신이었다.

     그 외에는 국내외의 귀족 자녀들 뿐이었기 때문에, '비천한 태생인' 시아한테 적대감을 가진 학생은 많이 있었다.

     애초에 귀족의 예의를 몰랐던 시아는, 그것만으로도 인간관계를 만들기에 불리해서 항상 고립되어 있었다.

     

     그녀가 괴롭힘 당한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던 와중에도 단 한 사람, 시아의 편을 든 사람은......나였다.

     

     시아는 상냥한 소녀였으며, 무엇보다도 정말 우수했다. 확실히 평민으로 유일하게 입학할 정도는 된다.

     천재라고 말해도 좋다.

     

     나는 그런 시아를 눈에 담았다. 장래 내가 왕비가 되었을 때, 그녀의 재능은 유용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계산에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평민 출신의 시아는, 막상 대화해보니 꽤 재밌는 아이이기도 했다. 귀족 사회의 일밖에 모르고 귀족 친구밖에 없었던 내게 있어, 시아는 신선한 존재였다.

     

     나는 시아를 친구로 인식했다. 나는 국내 유수의 명문 공작가의 영애이며, 왕태자 전하의 약혼녀였다.

     그래서 내가 시아의 편을 들면, 대놓고 그녀를 괴롭히는 자도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아를 약혼남인 왕태자 알폰소 일행한테도 소개했다.

     

     여기서부터는 전부 순조롭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어리석고 오만했다.

     시아한테 눈독을 들였고, 친구로서 대했고, 괴롭힘을 그만두게 했다.

     

     이 모든 것은 윗사람의 시선이었다.

     그래.

     

     나와 시아의 역학관계는, 항상 내 쪽이 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왕태자 알폰소는 순식간에 시아의 포로가 되었다. 나라는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는 한다.

     

     내가 시아보다 뛰어난 것은 신분 뿐이었다.

     

     영리함도, 매력적인 화술도, 보호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태도도 내게는 없었다.

     나는 자신의 아름다움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시아는 그걸 상회했다. 시아가 가진 카리스마적인 화사함도, 가련함도 내게는 없었다.

     

     나는 왕태자를 좋아했다. 왕태자는 멋지고 뭐든 잘하며, 신사적이고 날 이상적인 약혼녀라 말해줬었다.

     왕태자는 날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떠나갔음을 알게 되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친구인 시아한테 약혼남을 빼앗기다니.

     

     하지만, 정식 약혼녀는 나였다. 시아도 왕태자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시아의 친구로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시아가 교회의 성녀로 선택되었다. 기적을 일으키는 신성한 존재. 그것은 웬만한 공작영애보다도 훨씬 신분이 높았다.

     

     학생도 교사도, 손바닥 뒤집은 것처럼 시아한테 아첨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나한테 아양을 떨던 여학생들도, 내게 치근덕대던 남자들도 모두 시아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소녀들은 시아의 재능과 외모를 칭송했고, 소년들은 시아한테 매료되었다. 학생 뿐만이 아니라. 내 종자까지도 시아한테 치근덕거렸다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나한테서는 사람이 떠나갔다. 왕태자가 나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성녀 시아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흘렀기 때문이다.

     

     나는 내몰리고 있었다. 이래서야, 내가 마치 시아의 들러리 역할이잖아.

     그렇게 깨달았을 때, 시아에 대한 우정은 증오로 반전되었다.

     

     어느 날, 학생 기숙사에 있는 내 방에, 시아가 찾아왔다.

     그녀는 잠옷 차림의 귀여운 모습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질투와 증오에 휩싸일 것 같았지만, 시아는 친구라면서 흔쾌히 방에 들여보냈다.

     

     시아는 상담이 있다고 했다. 곤란하다는 듯, 시아는 볼을 붉히고 있었다.

     그녀는 내 동생인 필한테서 고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한테는 전혀 살갑게 굴지 않던 그 동생이, 시아를 좋아해?

     믿기지 않았다.

     

     "저...... 필 님의 마음을 받아들이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알폰소 전하도 당신을 좋아하잖아? 고백도 받았지?"

     

     "그건......일단은 거절했어요.'

     

     "하지만, 전하는 지금이라도 나와 파혼하고 널 약혼녀로 삼으려고 생각하고 있어. 전하보다 필 쪽이 좋다는 뜻이야?"

     

     "......전하는 클레어 님의 약혼남이니까요. 저어...... 제가 필 님의 애인이 되면, 저를 포기해주실 거라 생각해요. 전하도 클레어 님과 파혼하자고 말할 수 없게 될 거예요."

     

     아아, 다시 말해.

     시아는 날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왕태자의 마음을 받을 수 없다라.

     

     아니, 분명...... 날 딱하게 여기고 있어.

     

     그래서 내 동생의 애인이 되려는 거야. 비참한 나를 왕태자의 약혼녀로 놔두기 위해서.

     

     나는..... 순순히 감사했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시아는 친구로서 날 걱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시아의 뺨을 쳤다.

     시아는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고, 나도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들의 우정은 끝나버렸다.

     나는 시아와 함께 있는 걸 견딜 수 없어.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시아한테 동정받으며 학교생활을 보내다니, 그렇겐 못해. 시아에 대한 미움을 억누를 수도 없어.

     

     그리고 나는, 줄어든 측근들과 공작가의 이름을 이용해서 시아한테 여러 괴롭힘을 하였다.

     

     시아의 소중한 시계를 훔치거나, 방을 어지럽히거나, 헛간에 가두거나...... 그래도 시아는 전혀 움츠러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범인이라고 알았음에도, 왕태자한테 고자질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있는 동안 시아의 명성은 더욱더 올라갔고, 반면 나는 점점 비참하게 되었다.

     

     그 애만 없었다면. 성녀 시아만 없었다면.

     나는 행복했을 터였다. 왕태자의 약혼녀로서, 완벽한 공작영애로 있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럴 위한 노력도 해왔다.

     그런데도......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수단을 썼다.

     

     시아의 음료에 신경독을 섞고, 남자들을 보낸 것이다.

     잘만 되면, 시아는 남자들의 공격을 받아 살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잘 안 되었다. 시아는 성녀의 힘으로 신경독을 정화했다. 남자들은 시아한테 손을 대려고 했지만, 달려온 왕태자 일행에 의해 전부 붙잡혔다.

     

     그리고 남자들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와서, 현재는 죄인으로서 강당에 끌려 나와 붙잡힌 상태다.

     

     

     모두가 나를 마치 오물인 것처럼 업신여기는 눈으로 보고 있다.

     

     오로지 시아만이, 나를 슬프다는 듯, 딱하다는 듯 어여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입을 열려고 하자, 누군가가 내게 컵의 물을 뿌렸다.

     흠뻑 젖어버린 내 머리카락을, 누군가가 움켜쥔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볼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배를 차이고, 얻어맞고.....

     

     나는 소리 낼 수도 없었다.

     

     시아만이 "그만해 주세요!" 라고 외쳤지만,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왕태자의 명령이겠지.

     

     이제 나는 끝장이다.

     성녀를 죽이려 했다. 왕태자의 노여움을 샀다. 죄는 무겁고, 용서받을 여지는 없다.

     

     이윽고, 한 소년이 내 앞에 섰다.

     흑발흑안의 호리호리한 남자아이다.

     

     창백한 피부에 속눈썹은 길어서, 여자아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귀여운 외모다.

     하지만......그 눈동자에는 증오가 깃들어 있었다.

     

     "필......"

     

     나는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필은 날 내려다보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누님은 어리석네요. 구제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의 시아를......죽이려 하다니."

     필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있다.

     설마......날 죽일 셈?

     

     왕태자는 아무 말 없이 필한테 고개를 끄덕였다.

     ......죽고 싶지 않아.

     전부 내가 나빴어. 알고 있어.

     

     그래도......!

     나는 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빌었다.

     

     "도, 도와줘...... 나, 네 누나잖아? 가, 가족이잖아?"

     

     "누님을...... 당신을 누나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다음 순간, 가슴에 불타는 듯한 아픔이 달렸다.

     필의 단검이 내 가슴을 찌른 것이었다.

     

     격통과 함께 흐르는 선혈을 보고, 나는 죽음을 각오했다.

     점점 의식이 흐려진다. 필의 냉랭한 눈동자가 날 바라보고 있다.

     

     누구도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왕태자의 약혼녀가 아니게 되었을뿐만 아니라 가문에 먹칠까지 한 나는, 부모한테도 버림받게 될 존재일 것이다.

     측근인 소녀들도 누구도 내게 손을 뻗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들도 나를 친구하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에는 좋아했던 왕태자는, 나를 모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때, 내 앞으로 달려온 여자아이가 단 한 명 있었다.

     시아였다.

     

     시아는 아름다운 은색의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리면서, 울먹이는 표정으로 내 손을 쥐었다.

     

     "클레어 님......지금 도와드릴게요."

     "어째서...... 나는 네게.......심한 짓을 했는데."

     "클레어 님은 제 소중한 친구예요. 설령 클레어 님이 절 미워한다 해도. ......죄송해요, 클레어 님."

     나는 미소지었다.

     아아......

     

     시아는 역시 상냥한 아이다. 성녀에 불리기에 합당해.

     나는 시아의 손을 움켜쥐었다.

     

     "시아......마지막으로 부탁해. 나를......용서해 줄래?"

     

     시아는 진홍색 눈동자에서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목숨을 잃었다. ......그럴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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