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장 2 다시 시작
    2022년 07월 05일 21시 19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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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2/

     

     

     

     "......아가씨......클레어 아가씨!"

     

     내 이름을 부르는 건 누구람?

     

     친구인 성녀를 죽이려고 하다가, 왕태자와 파혼하게 되고 동생한테 살해당했다.

     그런 내가 갈 곳이래봐야......분명 지옥이다.

     

     하지만 눈을 떠 보니, 나는 침대 위에 있었다.

     벽난로에는 따스한 불이 지펴져 있고, 창밖은 조용히 눈이 내리고 있다.

     

     그리고 나의 눈을 이상하다는 듯 들여다보는 자는, 메이드 소녀였다.

     

     머리카락은 짙은 회색이며, 여러번 물려줘서 헐렁헐렁하고 새카만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라 해도 그녀는 좀 귀여워서.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메이드인 앨리스다.

     하지만 그녀가 내 앞에 있을 리가 없다.

     

     왜냐면, 앨리스는...... 5년 전에 사고로 죽었으니까.

     앨리스는 키득거리며 웃는다.

     

     "아가씨께서 늦잠을 주무시다니 별일이네요~ 내일은 눈이라도 내릴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지금도 내리고 있잖아!"

     

     무심코 창밖을 가리키면서 딴지를 거는 나였다.

     하지만 나는 내 목소리의 날카로움에 놀랐다.

     

     왠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서 내 손을 보니, 이상하게 작다.

     

     나는 서둘러 일어나서는 전신거울을 찾았다.

     방구석에, 호화롭고 거대한 금 테두리의 거울이 있다.

     

     여기는......공작가의 저택이며......내 방이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모습을 말똥말똥 바라보았다.

     

     짙은 갈색의 조금 곱슬기가 있는 롱 헤어.

     약간 눈매가 사납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이목구비.

     뭐, 일단은 미소녀라고 할 수 있지만, 화사함은 전혀 없다.

     화사한 몸에는 분홍색 네글리제를 착용하고 있다.

     머리카라과 같은 짙은 갈색의 눈동자는, 천진난만하게 날 바라보고 있다.

     

     이거...... 어린 시절의 나?

     

     앨리스가 대체 무슨 일이냐는 듯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저기, 앨리스. 오늘은 교회력 몇 년이야?"

     "......? 으음, 1689년인데요?"

     

     "넌 몇 살?"

     

     "저는 14살인데요."

     "결국......나는 12살, 인가."

     "아가씨, 정말 왜 그러세요? 왠지 오늘의 아가씨, 정말 이상해요."

     

     "됐어. 신경쓰지 마. 내 나이를 확인하고 싶어질 때도, 가끔은 있는 법 아니겠어?"

     

     "저는 없는데요."

     앨리스의 말에 신경쓰지 않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은 교회력 1689년. 내가 동생한테 살해당하는 것은 교회력 1694년이다.

     

     여기는 5년 전의 세계. 믿을 수 없지만...... 나는 12살의 나로 돌아간 모양이다.

     

     나는 살아있다.

     

     안심함과 동시에, 17세였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가슴에 찔린 단검의 감촉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아리스가 서둘러 내게 달려온다.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내 눈에서는 눈물이 나왔고, 목소리는 오열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운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나는 친구를 배신하고 죄를 범하고 살해당했다. 그것은 무섭고도 슬픈 기억이었다.

     

     앨리스는 분명 영문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날 꼭 안아줬다.

     

     "가여운 아가씨. 분명...... 정말 무서운 꿈을 꾸었던 거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앨리스한테 달라붙은 채 계속 울었다.

     나보다 두 살 연상에 불과하지만, 앨리스의 팔은 따스해서 정말 안심이 되었다.

     

     "앨리스는...... 상냥하네."

     "전 항상 아가씨 편이에요. 설령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렇게 말한 앨리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17살의 나와는 다르게, 지금의 내게는 기댈 곳이 있다.

     

     그러니, 분명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이번에는 죽지 않아. 분명......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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