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7 마리 누나와 약속된 질 수 없는 싸움
    2022년 07월 05일 02시 46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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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118/

     

     

     

     황녹색의 둥근 눈동자, 자그마한 부리와 몸.

     

     몸은 깃털이라기보다 부드러운 털로 뒤덮여 있으며, 가느다란 두 발에서 퍼나간 네 발가락은 몸에 비해서 상당히 크다.

     

     색상이 황색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잿빛이라는 것이 특징적이지만, 역시 아무리 봐도......

     

     "병아린데?"

     "병아리네."

     "병아리야~"

     

     "형들이 생각나는 좋은 얼굴이다."

     응, 역시 병아리라는 내 인식은 틀림없어 보여.

     

     병아리를 둘러싸고 흐르는, 미묘한 침묵.

     

     어쩌지............. 아니, 여기선 이 아이를 맡은 내가 어떻게든 해야!

     

     나는 잠시 생각한 뒤, 일단 목숨을 불어넣자고 생각하여 [모이라의 가호사]를 발동했다.

     

     그러자 이 아이는 한번 몸을 떨더니,

     

     "삐약!"

     

     테이블 위에서 우리한테 인사하는 것처럼 기운차게 한번 울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나 싶더니, 날 보자마자 걸어가더니...... 넘어졌다.

     

     그것도 '미끄덩' 이라는 의성어가 들릴 듯한 느낌으로.

     

     하지만 곧장 일어서더니 휘청거리며 걸어와서는, 다시 넘어졌다.

     

     몇 번이나 다시 일어서고 다시 넘어졌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내게 다가오려 한다.

     

     그런 모습을 루레트 씨는 양손을 맞잡으며 기도하는 자세로 지켜보고, 칸나 씨는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도 도와주고 싶은 걸 애써 참고 있었다.

     

     마레우스 씨는 '눈이 피곤하다' 라는 듯 위를 보면서 눈두덩이를 누르고 있지만, 어깨가 떨리는 거 다 들켰다구요?

     

     그렇게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무수히 반복하다가, 드디어 그때가 찾아왔다.

     

     그 아이는 내가 내민 양손의 안으로 몸을 맡기고서, 다시 내 얼굴을 인식하고는 안심한 기색으로 잠에 들었다.

     

     "잘했어."

     깨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말해주면서, 그 자그마한 몸을 지켜주듯이 양손으로 감싸주었다.

     

     모두가 따스한 감동에 젖어들고 있자, 다른 의미로 감동한 사람이 하나......

     

     "역시 형들의 혼을 계승한 자! 이제부터 함께 마리아를 지켜나가자꾸나!!"

     

     저기 길스? 마음은 기쁘지만, 지금은 외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제각각 품은 마음이 진정될 무렵, 약간 코맹맹이 소리인 마레우스 씨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마리아, 이 녀석의 이름은 어쩔 건데?"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이렇게나 작고 귀여울 거라 생각하지 못해서 솔직히 곤란하네요."

     "그래도 마리아가 제일 먼저 생각해주면, 이 아이도 기뻐할 거야."

     "칸나 씨......"

     

     그래, 여기선 내가 정신 차려야 해!

     

     나는 문득 떠오른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입에 담았다.

     

     "삐약이.'

     "꽤 정상적이네. 마리아 치고는."

     "홍보 캐릭터 같아서 나쁘지 않네~ 마리아 씨 치고는."

     

     "30점. 뭐 노력한 편인데, 마리아 치고는."

     1초도 지나지 않아 감상이 되돌아왔다......

     

     다만, 일일이 '마리아 치고는' 이라고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데요?

     

     "역시나 마리아. 지고지순한 이름이로군."

     고마워, 길스밖에 없어.

     

     "마리아도 생각을 끝냈으니, 이제부터는 우리 차례야."

     칸나 씨, 맺고 끊는 게 너무 빠르지 않은가요?

     

     내가 낙담하는 사이, 세 사람의 작명 회의가 진행된다.

     

     "이 녀석한테 줬던 장비들을 생각하면, 그 마음을 기반으로 붙여주고 싶은데."

     "계속 이 아이한테 거절당했던 마리우스가 말하니 설득력 있는걸?"

     

     "큭."

     휘청거리는 마레우스 씨를, 드물게도 루레트 씨가 옹호했다.

     

     "칸나도 놀리면 안 돼~ 아무리 차이는데 익숙한 마레우스도~ 상처받을 때가 있으니까~"

     

     전혀 옹호가 안 된다.

     

     "......이 녀석의 의지는 마리아를 지키는 것. 그래서 그런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짓는 건 어때."

     "발상은 좋아. 그럼 이 아이가 지향하는 건 수호자라는 걸까?"

     

     "가디언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이 아이의 모습과는 좀 어울리지 않네~"

     

     "지킨다는 상징이 되는 물건에서 붙이는 건? 예를 들어, 이지스의 방패라던가."

     

     "그대로 쓰기에는, 원래의 이름이 너무 유명해."

     그러자 외부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는지, 루레트 씨가 허공에 시선을 보내면서 중얼거렸다.

     

     "스벨의 방패. 북구 신화에 등장하는 방패이며~ 신의 앞에서도 막아섰다고 하더라~"

     

     "어머 멋져. 그런 기백을 가진 신랑한테 지켜지고 싶네~"

     

     칸나 씨가 흘끗 성이 있는 쪽으로 눈을 돌린다.

     

     "스벨인가. 이름을 부를 때의 느낌을 생각하면, 한 글자 지워서 벨은 어때?"

     

     "벨......부르기 쉽고 좋네."

     "나도 찬성이야~"

     

     이름을 완성한 달성감에 휩싸이는, 세 사람.

     

     ......삐진 거 아니거든?

     

     모두의 자식이니, 좋은 이름이라는 건 틀림없기도 하고.

     

     "마리아의 이름도 훌륭했다."

     "길스......"

     고마워, 마지막까지 내 편을 들어줘서.

     

     하지만 난 알고 있는걸?

     

     남몰래 "벨, 벨인가." 라면서 기쁘게 중얼거리던 것을.

     

     그때의 표정이, 내가 생각한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보다 기뻐 보였다는 것을.

     

     그렇게 내게 결정권이 없는 상태로, 새로운 가족의 이름은 벨이 되었다.

     

     약속된 질 수 없는 싸움은, 이렇게 또다시 나 혼자만 남긴 채 막을 내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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