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4 마리 누나와 여름 밤의 이면
    2022년 07월 04일 11시 21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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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115/

     

     

     이번 화는 사와 시점입니다.


     

    마리 님과 가족 분들을 옥상으로 안내한 뒤 일터인 연구개발 층으로 돌아가려다가, 어둠 속에서 뻗어온 무수한 팔에 붙잡혀 저항할 틈도 없이 납치되었다.

     

     범죄에 휘말리나 싶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범인은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냈으며, 거기다 모두가 같이 일하는 동료였다.

     

     돌이켜보면, 그것에 안심한 것이 나의 첫 실패였을지도 모른다.

     

     끌려간 곳은 카두케우스 본사 빌딩에서 중요도가 높은 중앙관리실.

     

     그곳은 빌딩의 사내 인프라와 물리적인 보안시설을 관리하는 방인데, 이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원은 극히 드물다고 이전 유우키 씨한테서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런 방에 내가 들어가도 되나 의문으로 생각했지만, 곧장 그럴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방 안이 사람으로 빽빽했던 것이다.

     

     모두 사원인 모양인데, 언뜻 보아도 수십 명, 어쩌면 백 명에 달할지도 모른다.

     

     원래 실내에 있던 탁자와 의자는 가장자리로 치웠으며, 여기가 중앙관리실이라고 드러내는 물건은, 빌딩의 각종 센서의 데이터를 표시하는 3D 디스플레이 정도다.

     

     그 디스플레이의 중앙에는 어른 한 명 정도의 공간이 뻥 뚫려있다.

     

     묘한 예감이 들었는데, 생각한 대로 나는 그곳에 앉혀졌다. 무릎 꿇고서.

     

     이래서는 정말 죄인 같다고 마음속으로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눈에는 험악했다.

     

     짐작되는 것은 과거 마리 님한테 폭언을 내뱉은 일이었지만, 그것은 오늘의 사과로 사내에서도 용서받을 것이다.

     

     내가 당황하고 있자,

     

     "...........길티."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길티.""

     

     """길티!!!"""

     

     연이어 나오는 '길티' 에, 당혹감을 넘어 두려움조차 느낀다.

     

     어떻게든 탈출할 방법이 없나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함께 연구하고 있는 체격 좋은 선임이 나와서 주위를 진정시켰다.

     

     외모 그대로의 체육계여서 특히나 엄히 가르치던 사람이었는데, 역시 여차할 때는 믿음직한......

     

     "기다려라 제군. 죄는 자각한 다음에 내리는 게 의미가 있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믿음직스럽지 않았다......그보다 죄라니 뭐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인데. 사와, 그것이야말로 네 죄다."

     "무, 무슨 일입니까? 마리 님께 진심으로 사과해서 받아들이면 용서해 주신다고 선임들이......"

     

     내 말을 가로막은 선배가, 칫칫 하고 혀를 차면서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든다.

     

     정말 짜증나지만 여기서는 참자.

     

     이제 마리 님과 만나기 전의 나와는 다르니까.

     

     "네가 마리 씨한테 했던 일은, 확실히 용서받았다. 하지만 너는 마리 씨와 직접 만나 뵈었으면서도 그것 자체에 아무런 생각도 안 하는 모양이군. 알고 있나? 마리 씨를 안내한 자가 유우키 씨인 것은, 사내에서 안내역을 둘러싼 쟁탈전을 보다 못한 사장님께서 직접 지명한 결과라는 것을."

     

     "예?"

     진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사람...... 아니, 이 사람들.

     

     "마리 씨를 만나 뵈는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 그것만으로도 명예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 명예를 이해 못 하고 용서받는 일에만 안도하다니. 이런 소행,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눈앞에 탁자가 있다면 주먹을 내리칠 기세로, 선임이 말했다.

     

     말하는 바는 지당한 느낌도 들지만, 이상하다는 느낌도...... 어라, 어느 쪽이 맞는 거야?

     

     "만나 뵌다는 영예의 이유를, 네게도 알기 쉽게 가르쳐주마. 마리 씨를 메인으로 찍은 프로모션 영상 말인데, 유명 영상 사이트의 조회수가 올해의 톱3에 들어갈 게 확실해지고 있다. 국내가 아니라고, 전 세계에서다. 그것은 곧 회사의 선전이 되며, 주가는 영상을 공개하기 전의 두 배가 되었다."

     "두 배입니까.......예? 두 배!?"

     

     "회사의 일부 사람들은, 그래서 주식의 일부를 팔아 빚을 갚고 양육비에 쓰는 자도 있다. 하지만 본심은 팔고 싶지 않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마리 씨가 가져온 은총이 상당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겠지. 거기다, 제휴의 요청도 산더미처럼 쇄도하고 있다. 그리고 제2차의 경쟁률은, 회사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 현 상황이다."

     "..........."

     

     주가가 두 배가 되었다는 것을 듣고, 이야기의 규모가 너무 커져버려서 나로서는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마리 씨의 본질적인 가치를 생각한다면 사소한 일이다. 그 가치란......"

     "어이, 사당에서 나왔다고!"

     

     "뭣이!?"

     

     술렁거림과 함께 주위의 시선이 디스플레이로 모였다.

     

     나한테 오던 찌르는 듯한 시선에서 해방되어, 살았다고 생각한 것도 잠깐.

     

     """오오."""

     

     한숨과도 비슷한 감탄의 목소리가 일제히 나왔다.

     

     디스플레이의 가장 전면에는, 어느 사이엔가 옥상의 상황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중앙에, 사당에서 나온 유카타 차림의 마리 님이 나타났다.

     

     유카타에 그려진 것은 창포 한 송이여서, 화려하지는 않다.

     

     내게는 그것이 소복처럼 보였는데, 앳된 외모도 있어서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느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선임들의 반응은 어떨까 엿보자......

     

     "고귀해......"

     

     "신은, 있다......"

     

     "교조님......"

     

     "마리 누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도 눈 깜빡이지도 않고.

     

     감동하는 건 알겠지만, 후반의 말의 내용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나 뿐일까?

     

     딱히 누구도 신경 쓰는 기색은 없지만.......아니, 정말로 저래도 되는 거냐 이 회사는!?

     

     한숨을 내쉰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서, 신경 쓰였던 점을 입에 담았다.

     

     "그런데 이렇게 보고 있다는 말은, 이른바 엿보기 아닙니까?"

     "엿보기가 아니다."

     

     즉시 선임이 대답했다.

     

     "엿보기가 아니다. 우리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옥상에 새롭게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영상을 확인하는 것뿐이며, 지금은 때마침 옥상이 비치고 있음에 불과하다. 그러니 엿보기가 아니다."

     

     세 번이나 '엿보기가 아니다' 라고 반복하는 걸로 보면 매우 수상쩍지만, 주위 사람들이 격하게 동의하는 것을 보고는 이 이상 따지는 걸 그만두었다.

     

     "그건 그렇고, 아키즈키 일가의 교류는 정말 흐뭇하군......이것이 가족. 가족이란, 저렇게나 좋은 것이었던가......"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는 깊은 실감이 담겨있었다.

     

     확실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보와 인터넷 상의 커뮤니티가 넘쳐나는 요즘, 가족과의 교류는 희박해지기만 한다.

     

     눈앞의 광경은,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다.

     

     "마리 씨의 모습과 이 광경을 볼 수 있었으니, 휴일에 출근해서 힘낸 보람이 있는 듯한...... 나, 다음에 연휴에는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러 가야겠어."

     """나도!!!!"""

     

     떠들썩한 선임들.

     

     그때,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고 있나요, 당신들."

     그 목소리에,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쭈뼛거리며 소리 나온 쪽을 돌아보자, 그곳에는 냉랭한 눈길의 유우키 씨의 모습이 있었다.

     

     "대응이 끝나도 퇴사하는 사원이 적다고 들어서 와봤더니...... 그럼, 누가 제가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줄 건가요?"

     

     유우키 씨가 그렇게 말하자, 나의 죄를 논했던 체격 좋은 선임이 한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죄송했습니다!"

     

     도게자했다.

     

     참고로 그 순간, 찰나의 호흡으로 주위 사람들이 물러나서 도게자할만큼의 공간을 만든 것은 이제 예술로만 보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엿보기가 아니다' 라고 설명을 되풀이했으면서, 상대가 바뀌자 이렇게나 태도를 바꾸다니.....

     

     어이없어하는 나를 제쳐두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고개를 숙였다.

     

     앗, 역시 나쁜 짓을 한다는 의식은 있었구나......

     

     "정말이지...... 마리 씨 덕분에 프로젝트가 비약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그걸 자기 손으로 훼손하는 짓거리를 해서 어쩌자는 건가요."

     풀이 죽은 선임들한테 동정의 여지도 보이지 않은 채 해산을 명한 유우키 씨였지만, 떠나가는 사람들의 등에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당신들, 유급휴가가 많이 남았던데요. 그러니 오늘의 대체휴가를 얻는다면, 한꺼번에 얻도록 하세요. 어디 보자, 조금 먼 곳으로 나가서 편히 쉴 정도의 기간으로. 스케줄의 조정은 제가 할 테니, 유의미한 휴가를 보내지 않으면 용서치 않겠어요."

     조금 전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가족과 소중한 사람을 만나러 가라는 뜻인가?

     

     유우키 씨, 사실은 언제부터 듣고 있던 걸까......

     

     모두가 감동해서 유우키 씨를 칭송하는 와중에, 나는 보았다.

     

     유우키 씨가 은근슬쩍, 감시카메라의 영상 녹화본을 회수하는 모습을.

     

     이 사람, 사실은 그게 목적으로 여기에 온 것이......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쪽을 보는 유우키 씨의 시선을 깨달은 나는 아무것도 못 본 걸로 했다.

     

     그래, 난 아무것도 못 봤어.......보지 않았지만, 마음에 새겨두려고 생각한다.

     

     유우키 씨만큼은, 반드시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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