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69화 마을사람 A는 악역영애를 어떻게든 구하고 싶어
    2022년 06월 26일 10시 38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60671240

     

     

     

     내가 숨어서 복도를 걷고 있자, 체격 좋은 두 남자가 정면에서 대화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의 상태는 어때?"
     "조금만 더 하면 되겠는데요. 보통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자아가 붕괴될 텐데 말입니다."

     "역시 람즐렛 공작가의 딸이라는 말인가."

     나는 무심코 총을 들이대며 추궁하고 싶어졌지만, 그러기 직전에 그 충동을 억눌렀다.

     

     어디에서 무엇을 당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또 격정에 휩싸여 실패할 수는 없다.

     

     "그렇군요, 전하. 하지만 적당히 약해졌기 때문에, 어젯밤 빙절의 마검을 들게 해놓았습니다. 이제는 시간문제겠죠."

     전하? 그리고 저 나이라면 혹시 이 녀석이 에스트 제국의 황태자?

     

     그리고 마검이라니? 그럼 아나는!

     

     게임의 타락한 악역영애가 얼어붙은 표정으로 왕도를 유린하는 장면이 내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공작가의 딸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이외였습니다."
     "약혼반지를 끼고 있었으니, 약혼남이라도 있는 거겠지. 목욕할 때도 반지하고 머리장식만은 떼지 않았다고 들었다만?"

     "그 바보 같은 왕태자한테 버림받았다고 합니다만...... 보나 마나 하인하고 바람이라도 난 거겠죠. 전쟁에서 죽었다고 말한까 재밌을 정도로 동요하더만요."
     "그렇군. 그 남자도 붙잡을 수 있을까?"
     "마음을 부수고 뜻대로 조종한다면 끌어내는 것도 가능하겠죠."

     

     이 쓰레기가! 아나는 물건이 아니라고!

     

     "그럼 그 남자의 눈앞에서 그 여자한테 다리를 벌리게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군."

     "그 정도로 조정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먼저 마검의 절망으로 마음을 지배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저것은 [빙마법]과 [기사]라는 두 가호를 가진 유일무이한 소체입니다. 빙절의 마검을 위해 존재하는 거나 마찬가지니, 이번만은 실패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녀석들......사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칫. 뭐 좋아. 그러고 보니, 센트라렌의 겁쟁이들은 생각한 대로 아무 준비도 안 한 모양이던데. 슬슬 블루제니 전토의 공략도 끝낼 즈음이겠지."

     그렇게 황태자와 남자의 대화는 전쟁으로 넘어갔다. 아무래도 센트라렌이 지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안 됐구만. 블루제니 전역을 잃은 쪽은 너희들 제국이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다만, 설마 그런 바보 같은 거래에 응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왕태자는 진정한 바보니까. 그 여자가 있어서 어떻게든 체면치레를 해온 것뿐이고 알맹이는 텅 비었어. 그리고 그 여자와 교환하면 블루제니가 돌아온다고 생각해서는 공작을 통하지 않고 옥새를 도용했다던데?"

     "정말, 어리석은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아니! 그런 거래가 말이 된다고 생각했던 거냐!?

     

     그 바보 녀석은!

     

     "지금쯤 자우스 녀석들도 람즐렛 공작령에 쳐들어오고 있겠지. 아무리 굳건한 람즐렛 공작군이라 해도 국가와 분단시켜 놓으면 그냥은 안 끝날 터."
     "이제는 북쪽의 노르사느가 움직여줄지 어떨지 여부겠네요."

     "움직인다. 웨스타델 하고 말도 끝내 놓았으니까. 그 바보 왕태자가 왕이 된다면 다루기 쉬운 바보의 나라가 생겨난다. 그리고 곡창지대인 라즐렛 공작령이 분리되면 녀석들은 백성을 부양할 수 없어. 그렇게 되면 다음은 알아서 자멸해주겠지."

     으음, 그렇구나. 웨스타델은 정말로 에스트와 몰래 이어져 있던 건가.

     

     "아, 도착했습니다."

     

     왕태자가 아닌 쪽의 남자가 벽에다 뭔가의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벽이 갑자기 사라지고는 계단이 나타났다.

     

     둘은 램프에 불을 붙이고 그대로 계단을 내려갔기 때문에 나도 바로 뒤를 쫓았다.

     

     그리고 기다란 나선형의 계단을 내려가자, 왕태자 일행은 철문 앞에서 서 있었다. 외부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서, 그것은 분명 사람을 가두기 위한 것이라고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철문의 작은 창을 열고는 안을 들여다본다.

     

     "아아, 적당히 완성되었네요. 조금 자극을 줘보지요."

     그렇게 말한 두 사람은 자물쇠를 풀고 철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그걸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두 사람이 든 램프에 비친 곳에는 변해버린 아나의 모습이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당한 걸까?

     

     선정적인 복장을 입고 있지만, 그 얼굴에 표정은 없다. 눈은 흐릿하며,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엉망진창이다. 그리고 칠칠치 못하게 침도 흘리고 있으며, 오물의 냄새도 풍긴다.

     

     "아~ 이건 꽤나 저항했나 본데요. 이렇게 되면 원래 배웠던 마법을 쓸 수 없게 되니 재교육이 필요하겠습니다."
     "뭐라고? 쳇. 원래대로 돌릴 수 없는가?"

     "무리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늦었습니다. 하지만, 실전 투입이 몇 년 늦춰질 뿐입니다."

     

     아나를 마치 가축, 아니 기계처럼 말하고 있다.

     

     아나는 우리들 쪽으로 얼굴을 돌렸지만, 그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음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아~, 아~"

     

     아나가 마치 지성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작게 소리 내었다.

     

     그 모습에는 아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 팔 속에서 마치 천사처럼 아름답게, 편안하게 잠들었던 그 아나도.

     

     귀엽지만 기특한 목소리를 내주던 그 아나도.

     

     처음으로 하늘을 날자 놀라서는 어린애처럼 신나 하던 그 아나도. 

     

     내 프로포즈를 받고 울면서 기뻐해 준 그 아나도.

     

     익숙지 않은 포옹을 하며 미리를 떨어트리지는 않을까 싶어 긴장하며 붙잡고 있던 그 아나도.

     

     내가 공주님 안기를 해주면 부끄러워서 귀까지 새빨개지던 그 아나도.

     

     나와 셰릴라루라 씨의 관계를 의심하고 질투하던 그 아나도.

     

     나를 천재와 머시기는 종이 하나 차이라면서 어이없어하던 그 아나도.

     

     시험 성적이 나를 따라잡았다고 말하며 기뻐하던 그 아나도.

     

     열심히 좋은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던 그 아나도.

     

     결투의 대리인이 필요한데도 대리인을 신청한 나를 걱정해서 화를 내 준 그 아나도.

     

     그리고 그 후 재회했을 때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화내던 그 아나도.

     

     의무를 다하기 위해, 불합리한 일이라 해도 얼어붙은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견뎌내던 아나조차도.

     

     어느 것이나 나한테는 소중해서.

     

     하지만, 어느 때나 매력적이었던 아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어서.

     

     어쩌면 이 남자의 말대로, 이미 늦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렇다 해도!

     

     나는! 아나를! 어떻게든 구하고 싶어!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