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7화 마을사람A는 사과를 지켜본다
    2022년 06월 23일 20시 16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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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60102860

     

     

     

     그 후, 나는 아나를 데리고 오크의 대미궁을 고속주회했다. 마지막 즈음에는 내가 돕지 않아도 혼자서 100층의 오크킹을 쓰러트릴 수 있게 되어서 적어도 레벨 20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나의 레벨이 더이상 안 오를 즈음에 오크의 대미궁을 돌기를 그만두고 왕도로 돌아갔다. 그 후로는 꽤 평온한 나날을 보냈는데, 가끔씩 엘프의 마을로 가서 벌꿀을 받거나 바람의 산의 미궁에 혼자 가서 고속주회하며 블리자드피닉스와 놀거나, 때로는 브이톨과 화기의 개량 연구를 하는 등 충실한 겨울방학을 보냈다.

     

     참고로 엘프의 마을에서는 그 변태가 여전한 태도를 보였지만, 내게는 해가 없고 엘프들도 납득한 모양이라서 내버려두기로 했다.

     

    ****

     

     그리고 2학년이 되어 첫 등교일을 맞이했는데, 내게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낀다. '전하와 결투한 평민이 뻔뻔하게도' 라며 수군대는 듯 하지만 예상대로다.

     

     나는 신경쓰지 않으며 강당으로 향하려고 반의 구성원과 순위가 적힌 벽보를 확인했는데, 여기서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먼저 이걸 봐줬으면 한다.

     

    ----

    1 아나스타샤 클라이넬 폰 람즐렛

    2 아렌

    3 마가렛 폰 알트문트

    4 에이미 폰 블레이스

    5 마르크스 폰 바인츠

    10 오스카 폰 비므렛

    18 칼하인츠 발티유 폰 센트랄렌

    19 이자벨라 폰 류인베르그

    ──── 이하, B반 ────

    20 레오나르도 폰 쥬크스

    38 그렌 와이드버그

    ----

     

     먼저 다행인 점은, 아나의 측근이며 친구인 이자벨라가 A반으로 승격한 것이다. 한편 왕태자는 그렇게나 성적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A반 그대로다. 뭐, 최우수학생으로 표창했던 왕태자를 갑자기 B반으로 떨어트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말기 시험에서 2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던 레오나르도가 드디어 B반으로 전락했다.

     

     꼴좋다!

     

     그리고 또 하나, 가장 커다란 이변이 있는데 눈치챘을까?

     

     그렇다, 옆나라에서 유학해 온 클로드 왕자의 이름이 없는 것이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클로드 왕자는 퇴학했다고 한다.

     

     나만이 아니라, 이 벽보를 보고 있는 다른 학생들도 클로드 왕자의 이름이 없음에 놀라는 기색이다.

     

     "아렌!"

     

     나를 발견한 아나가 들뜬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나스타샤 님, 안녕하십니까."
     "윽! 어, 어어. 안녕."

     아나는 잠깐 움찔하더니, 주위를 둘러보면서 내게 인사해왔다.

     

     "그보다 클로드 왕자의 일은 들었나?"

     "아뇨. 이 벽보에 이름이 없어서 놀랐습니다."

     "그런가.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웨스타델 왕국 측에서 퇴학을 신청한 모양이다."
     "그렇습니까. 여러 일이 있었으니까요."
     "그랬지......그보다도 가자."
     "예."

     그렇게 아나의 재촉으로 함께 강당으로 들어가서, 아나한테 이끌려 앞쪽 자리에 앉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1년 전에는 뒤쪽 구석자리에 앉았었는데, 나도 많이 변했다.

     

     그리고 선생들의 기나긴 이야기가 끝나고서, 아나와 왕태자와 에이미가 단상으로 불려나왔다.

     

     "아렌, 너도 와라."
     "괜찮겠습니까?"

     "그래. 너는 내 대리인을 맡았으니, 내 뒤에서 그걸 지켜볼 권리가 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들은 나는 아나를 뒤따랐고, 그리고 그걸 본 마르크스, 오스카, 레오나르도가 에이미의 뒤를 따랐다.

     

     "자, 무슨 일인지는 알고 있다 생각하지만, 결투의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할까."

     아나가 그렇게 선언하자, 에이미와 왕태자 일행은 분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작게 부들거리면서 아나한테 사과했다.

     

     "람즐렛 공작가에 대한 우리의 발언을 철회하며, 사과한다. 미안했다."
     "죄송했습니다."

     둘 다 전혀 진심이 담긴 걸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렇게 여럿의 앞에서 사과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알겠다.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이후로는 가볍게 우리 람즐렛 공작가를 모독하지 않도록 부탁하마."

     

     아나는 그렇게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왕태자와 에이미, 그리고 레오나르도가 우리를 노려보면서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한편 마르크스와 오스카는 부끄러운 듯 허둥지둥 돌아갔다.

     

     "이래서는 무얼 위해 사과한 건지 모르겠는데요."
     "상관없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네게 줄 것이 있다. 다른 학생들에 대한 선언도 겸하고 있으니 받아주면 기쁘겠지만, 어떤가?"

     "예. 물론입니다."
     "그런가."

     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숨을 들이마시고서, 커다란 목소리로 선언했다.

     

     "아렌! 나의 대리인으로서 우리 람즐렛 공작가의 명예를 지켜주었다! 람즐렛 공작가는 그 공적을 치하하고 그 충성에 보답하고자 아렌과 그의 가족을 비호하에 두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나는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내게 내밀었다.

     

     "이것은 우리 공작가의 문장을 내가 자수한 것이다. 받아줄 수 있을까?"

     "감사히 받겠습니다."

     예절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무릎을 꿇으며 공손히 받아들었다. 그러자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이 박수를 쳐줬다. 마가렛과 이자벨라다.

     

     그리고 그 두 사람에 따라가는 것처럼 모두가 박수를 쳐줬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학식은 끝나고, 작년부터 이어져 온 악역영애 단죄 이벤트에서 시작된 일련의 소동이 일단 종결되었다.

     

     "그런데 아나 님. 저는 이런 상식에는 둔하지만, 왜 거기서 그런 선언을 하셨습니까? 이미 임금님도 인정했잖아요?"

     "응? 아아. 그건 다른 학생들에 대한 견제다. 이 아렌은 이미 람즐렛 공작가 사람이니 멋대로 손대지 말라고 말이지. 손을 대면 람즐렛 공작을 적으로 돌릴 거라는 협박이었다."

     

     약간 얼굴을 붉히며 아나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게임에서는 있을 수 없었던 악역영애가 잔존하는 2년째의 학교생활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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