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0화 마을사람A는 대리인이 된다
    2022년 06월 22일 20시 19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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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42094174

     

     

     

     술렁거리는 댄스홀 안에서, 내빈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 혹은 눈썹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무슨 이야기를 수군대는 사람도 있는 등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에 반해, 학생들과 선생들은 아연실색한 느낌으로 갑작스러운 파혼과 결투의 신청을 지켜보고 있다.

     

     "아, 아렌?"
     "너는......그 평민인가?"

     

     그 와중에, 아나스타샤와 왕태자가 반응했다.

     

     "이것 참, 그래도 일단은 전하랑 같은 반입니다만. 그런 일보다 아나스타샤 님. 빨리 대리인으로 인정해주시죠."
     "뭐? 그, 그래. 인정한다."

     아나스타샤가 놀라고 있는 틈에 인정시키게 만든 나는 재빨리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그래서? 결투에서는 서로 무얼 요구하는 겁니까? 아나스타샤 님은?"

     "그, 그야 뻔하지. 람즐렛 가문에 대한 모독을 취소하고, 사과해."
     "예. 그럼 에이미 님은?"
     "네? 으음~ 이제 저희들에게 다가오지 마세요."

     

     아, 이건 게임의 대사와 똑같다.

     

     "예. 그럼 아나스타샤 님이 이기면 에이미 님 일행은 람즐렛 가문에 대한 조금 전의 발언을 모독이라 인정하고, 정식으로 사과한다. 에이미 님이 이긴다면 아나스타샤 님은 에이미 님한테 다가가지 않는다면 되지요?"
     "다르다. 에이미와 우리들 다섯 명한테 다가가지 않는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일단 조건 확인은 사무적으로 끝내버리자.

     

     "결투의 방식은 어떻게 합니까?"
     "그쪽은 1명이다. 4명을 더 대리인을 세워라. 못하겠다면 매일 1대1로 해서 네가 5연승을 해도 상관없다만?"

     "아~ 그런 건 귀찮으니까,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되는데요? 1대5로, 죽이는 거 이외에는 뭐든 가능한 거면 어떻습니까?"

     그 말에 클로드가 반응한다.

     

     "어이어이, 우리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검술도 마법도 평범한 네가?"

     "어라? 클로드 전하, 혹시 제가 두렵습니까?"
     "뭐라고?"

     클로드의 어조가 눈에 띄게 강해졌다. 아마, 만화나 애니였다면 분노의 표시가 이마에 떠올랐겠지.

     

     "자, 진정하십시오. 하지만 클로드 왕자의 말은 맞는 말입니다만?"

     

     클로드를 달래면서 마르크스가 내게 논하기 시작했다.

     

     "마법으로는 저나 전하보다 못하고, 검술로도 레오, 전하, 그리고 클로드 왕자한테 못 미칩니다. 더욱이 이쪽에는 활의 명수인 오스카까지 있지요. 그런 당신에게 승산은 없습니다. 결투에 나선 그 용기는 인정하지만, 이제 충분하겠죠. 나쁘게 말하지 않을 테니 물러나십시오."

     

     뭐, 이쪽의 일을 제대로 모르면 그런 결론이 나올 테고, 언뜻 올바른 말로도 보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꽤나 심한 말투다.

     

     하지만 내가 화내는 건 좋지 않다. 지금은 상대의 냉정함을 없앨 필요가 있다.

     

     쓸데없는 개입이 들어와서 흐지부지되는 걸 피하고 싶다. 그전에 재빨리 결투를 끝내주는 거다.

     

     그래서 나는 마르크스한테 원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도발하기로 했다.

     

     "어라? 평민인 제게 공부로 계속 지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도 설득력 제로가 아닐까요~? 마르크스 님?"

     "뭐!? 이쪽이 모처럼 걱정해줬는데도!"

     

     놀려주자 우습다는 듯이 도발에 응해왔다.

     

     "이런 건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 역시 평민은 아무래도 야만스러운 법일까?"
     "과연. 귀족이라면 얼굴만 좋아지는 겁니까? 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귀족 분들도 많으니 오스카 님만 그런 걸까요? 그리고 한 여자를 둘러싸면서 약혼녀를 어떻게 하려는 쪽이 훨씬 야만스럽다고 생각합니다만? 분명 꿀벌이 그런 느낌 아니었나?"

     "뭣."

     

     오스크가 그 단정한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러자 레오나르도가 내게 시비를 걸었다.

     

     "그런 저열한 말투는 들어줄 수 없다. 정정해라."
     "그렇게 말씀하셔도, 시비를 건 쪽은 그쪽이라구요? 그리고 전에도 여자를 둘러싸고서 억지로 죄를 인정시키려 했잖습니까. 기사단장의 자식인 주제에 어느 쪽이 저열할까요? 레오나르도 님?"
     "뭐라고!?"

     

     그의 분노의 스위치가 켜진다.

     

     이건 이거대로 재밌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에 재미를 느끼면 성격이 나빠질 듯한 느낌도 들고, 나중에 자기혐오에 빠질 듯한 느낌도 드니 이상한 문을 열기 전에 이야기를 끝내도록 하자.

     

     "자, 칼하인츠 왕태자 전하. 설마 1대5라는 유리한 조건인데도 도망치지는 않겠지요?"

     "뭐라고!? 저, 큭, 알겠다. 좋아. 잘못해서 죽어도 후회하지나 마라."

     "어라? 살인 금지의 규칙을 지금부터 깨트리겠다는 선언입니까?"
     "......너야말로 도망치지 마라. 지금부터 훈련장으로 와. 어이, 누가 결투의 입회를!"

     "그럼 제가."

     

     왕태자가 그리 말하자 내빈석에서 한 중년 남자가 일어섰다. 조금 전 왕태자에 맞추어 아나스타샤를 비웃었던 남자 중 하나다.

     

     불공정 심판이라도 할 셈인가?

     

     뭐 좋아. 그때는 이 녀석들이 재기불능이 될 뿐이니까.

     

     "그럼, 우리들은 먼저 훈련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도망치지 마라!"

     

     그런 말을 남기고 에이미와 왕태자 일행, 그리고 중년 남자는 재빨리 걸어갔다.

     

     "그럼 아나스타샤 님. 저는 일단 기숙사로 돌아가서 무기를 가져올 테니, 먼저 훈련장으로 가주십시오."

     나는 놀라고 있는 아나스타샤한테 그렇게 전했다.

     

     "무,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한 건가.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어. 대리인을 사퇴해라. 이 상황이라면 누구도 탓하지 않아. 그리고 결투에서 네 몸에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단순한 사고로 처리될 거다. 너 정도로 재능 넘치는 남자를 이런 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다!"

     "어라? 혹시 걱정해주시는 겁니까? 괜찮다구요. 저는 안 죽습니다. 그보다, 저 정도의 상대라면 몇 명이 와도 여유롭게 이긴다구요." 

     "뭐!? 아렌......?"

     "들어본 적이 없습니까? 이 왕도에는 최연소 C랭크의 기록을 가진 모험가가 있다는 말을."
     "뭐? 그, 그래.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거, 저예요. 최연소 C랭크 모험가로서 고블린 미궁의 답파,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와 오크 슬레이어가 저의 실적입니다. 그리고 블리자드피닉스의 단독 정벌도 성공했구요."

     "뭐?"

     

     오늘 두 번째로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분명 이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자 섭섭함이 치솟는다. 하지만, 이걸 위해서 준비해 온 것이다. 모든 것을 꺼내서, 이 싸움에서 이겨 보이겠어.

     

     "그러니 이겼다 생각하시고 편히 계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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