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20――2022년 05월 15일 08시 13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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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은 이른 저녁대에 일을 끝내고, 잠깐 왕태자가 있는 곳으로 들렀다가 호위들을 데리고 마을로 갔다. 그 도중 앞선 전투로 파괴된 현장을 방문해 복구상황과 부족한 자재, 약 등이 없나를 물어보며 다녔다. 덤으로 폐자재를 땔감 대신으로 사들였다.
그리고 일본의 큰 화재 후에도 그렇듯, 수많은 건물에 피해가 생긴 후에는 목재 가격의 인상이 일어난다. 어느 세계나 이것만은 매번 있는 패턴이다. 상인들로서는 돈을 벌 정호의 기회인 건 알겠지만, 방치할 수도 없다.
목재 쪽 길드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자, 처음에는 뭐냐 이 꼬마는, 하면서 끼어들지 말라는 어조로 나왔던 길드 관계자도 있었지만, 내가 이름을 대자 태도가 급변했다. 음, 난 이런 나이에도 귀족이니까.
왕태자 전하께서도 공사의 진척상황을 신경쓰고 계신다고 말했더니, 알기 쉽게 독점하던 물량의 공출을 약속해주었다. 이런 방식은 좋아하지 않지만, 우물쭈물하다간 피해자들이 고생하게 될 테니 어쩔 수 없다.
그 대신 마구간장으로서 오래된 건물의 보수와 재건축을 조만간 의뢰한다고 전했더니 저쪽도 납득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길드 바깥에서 상황을 엿보고 있던 복구 작업원들한테 큰 목소리로 가격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를 길드 측이 약속했다고 설명했더니, 밝은 표정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후 비아스테드 씨의 상회를 방문해서 앉아서 잠깐 휴식. 비아스테드 씨한테서 받을 것은 받고 의뢰할 것은 하면서, 덤으로 상업길드의 이야기도 물어보았다.
"역시 유통의 일부에 혼란이 있는가."
"예. 하지만 점점 고쳐지고 있습니다. 마군의 재습격을 두려워하는 자도 있어서요."조금 전까지 마을의 모습을 보고서로 쓰기 위해 빌렸던 펜을 놓아두고 무심코 생각에 잠긴다. 확실히 마군의 재습격을 우려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바이콘의 뿔은 지방 도시에도 가치가 있는가."
"그럭저럭은요."
서비스는 아니지만 어차피 가만 놔두도 못 쓸 테니, 필요한 물자를 운반해준 상인한테 바이콘의 뿔을 나눠주겠다고 제안. 그 몫이 추가된다면 와줄지도 모르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하나씩 나눠주는 게 아닌 화물의 양에 따라 뿔도 더 많이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비아스테드 씨도 상인들한테 제안해본다고 응해주었다.
"그리고, 조만간 왕국에서 병사를 내보내지 않을까 하는 소문도 있습니다만."
"흠."그렇게 말하며 이쪽을 탐색하는 저쪽의 시선. 나도 똑같은가.
"그것에 걸어보는 건가."
"사람이 움직이는 곳에 돈벌이도 있는 법입니다."상인다운 대사에 약간의 쓴웃음.
"많이 벌면 좋겠어."
"그래야겠지요."
간접적이지만 부정하지 않는 걸로 파병이 가까움을 인정했다.
"벌지 못벌지는 별개로 치고 나도 여러 가지를 부탁한 입장인데."
"이쪽은 꽤나 기묘한 주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딱히 이상할 건 없잖아."그냥 운송을 부탁한 것 뿐인데.
"덤으로 또 하나 돈벌이 준비를 해볼까나."
"무엇인지요."
"콜트레치스 후작령과 그 부근에서 여물이 될만한 풀을 사들였으면 해. 한두 상회에서만 사들이지 말고.""그렇군요."
"뭣하면 옆나라인 파루리츠에서 매입해도 상관없어."
"호오."만일 상대가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팔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것 자체가 저쪽의 전쟁준비 정보가 된다. 난 그 의도로 말하고 있고 비아스테드 씨도 이해한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그쪽의 상인 동료들한테도 말을 걸어보죠."
"부탁한다."
"자작님과의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 귀족은 많기 때문에, 바이콘의 뿔의 일을 전한다면 그분들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입니다.""유명해지고 싶은 건 아니지만."
무심코 불만을 내뱉고 말았지만, 새삼스러운가. 끝맺으면서 써둔 편지를 왕궁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한 다음 라페드의 가게로 이동. 맞이하는 태도가 여전히 과장된 몸짓이었지만, 익숙해지는 자신이 두렵다.
라페드가 차를 내왔길래 이건 감사히 받기로 하고, 으음?
"신기한 차인데."
"그렇습니다. 레스라토가의 고급 찻잎으로 우렸습니다."
그 국명을 듣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무심코 질문을 거듭하고 만다.
"아직도 연줄이 있었나."
"상인으로서 인간관계라는 것은 의외로 끊을 수 없는 법인지라. 그리고 자작의 정보는 상대도 기뻐하고 있어서요."
"외국에서도 내 이야기가 나오는가."
"레스라토가에서는 어떻게 환심을 살지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잘츠나하에서는 자작의 일로 용사님이 격노했다고 들었습니다.""또 무슨 일이길래."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자작의 전투 방식은 너무 비겁해서 귀족의 반열에도 오를 수 없다는 등의 험담을 들은 모양이라서."
"틀린 건 아니지만."적어도 정통파는 아니라는 자각은 있다.
"왜 자기가 이렇게 마왕 정벌의 여행을 할 수 있냐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무 걱정 않고 모국을 떠나 여행할 수 있다는 안심감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는 겁니까, 라면서 드물게도 목청을 높여 상대를 윽박질렀다고 합니다."
"고맙지만 닭살이 돋네."이건 라페드한테 말해도 별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녀석 남의 일에서는 끓는점이 낮다니까. 내 평판 따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하지만 진심으로 화내는 마젤한테 내몰리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수명이 단축될 듯한 기분이 든다.
"그 후에 루겐츠 공이 마군을 상대로 정통파의 전투를 보여주었으면 한다던가, 펠리 공이 자작한테는 이길 자신이 없지만 당신들이라면 이길 수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지요."
"상대를 동정하고 싶어 졌어."뭐냐 그 집중공격은.
"그 외에도 뭔가 있나."
"자작님께서 성녀님의 약혼남 후보라고 합니다. 덕분에 외국의 교회 관계자들이 자작과의 연줄을 찾아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또 그 화제냐......아, 잠깐, 그건 최근의 소문인가."
"그렇습니다."이전이라면 몰라도, 요즘 그런 소문이? 아니 그건 이상하잖아.
"바인 왕국 측은 부정하고 있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만."그 대답을 듣고 컵을 두고 무심코 그 자리에서 생각에 잠긴다. 그 모습을 본 노이라트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왜 그러십니까."
"음, 이번엔 또 뭘 생각하나 싶어서."왜냐면 그 결투재판을 그 정도까지 이용해 먹은 왕태자다. 아마 이 소문도 뒤에서 조종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부탁이 있는데."
"무엇입니까."
"보석을 조금 줬으면 하는데.""호오."
오해하는 모양이라서 용도를 설명해줬다. 뭐냐 그 아쉬워하는 표정은.
"단언해두는데 일단 나도 백작가의 인간이라고. 뇌물의 보석이라면 출입하는 상인한테 맡겼을 거다."
"그것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그쪽은 못을 박아두고, 의뢰품은 빨리 보내달라는 걸로 부탁해뒀다. 뭐 이런 것은 쓸 일이 없는 게 제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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