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18――
    2022년 05월 14일 07시 42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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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222/

     

     

     

     전승식이 끝나고 귀가했더니 바로 리리가 와서는 어머니가 부른다고 전했다. 으윽, 아직 한 건이 남았다.

     

     "베르너입니다."
     "들어오려무나."

     응접실에서 보자는 것은 오히려 공적인 이야기라는 뜻인가. 뭐지.

     

     "먼저 어제의 일은 수고했구나. 전공에 관해서도 들었단다. 솔직히 기쁘게는 생각한다."
     "고맙습니다."

     "다만, 이건 말해둬야만 하겠구나. 넌 기사가 될 생각이냐."
     "예?"
     

     아니, 애초부터 기사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요.

     

     "피곤했던 것은 이해한다. 다쳤던 때문도 있겠지. 하지만 그대로 아무에게도 전하지 않고 잠들어버려서, 우리 기사단 사람들은 밤새 네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신경 써야만 했단다."

     

     으윽. 그러고 보니 무사하다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 말대로인게, 나도 누군가가 부상 입었다고 한다면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다. 누가 대신해준다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기사라면 섬길 상대, 지킬 주민, 그리고 정면의 적만을 보면 될 것이야. 하지만 한 부대를 이끄는 입장이 된다면, 네 지시로 전장을 달리고 너와 함께 사선을 헤쳐 나온 자들한테 너 자신의 무사함을 전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예."
     "아무리 피곤해도 집사한테 자기는 무사하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해두면 되었다. 귀족되는 자, 전장에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잠에 들면 아니 되느니라."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이후로는 신경쓰겠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조심하거라. 하지만......"

     

     약간 얼어붙었다. 설마 이 나이에 어머니한테 안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한 명의 어머니로서, 네가 무사해서 정말로 기쁘단다..... 잘 돌아왔구나."

     "......감사합니다."

     그 후, 조금 있다가 리리를 부르도록 말을 듣고는 풀려났다. 리리한테도 뭔가 귀족으로서 전할 말이 있는 거겠지. 귀족의 의무는 의무라는 것인가.

     그건 그렇고,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저런 목소리는 형의 사후 처음으로 들은 기분이 든다. 왠지 매우 반성.

     

     

     

     

     다음날의 왕궁에서는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작업 보조. 평소에는 그리 바쁘지 않지만, 마물폭주 이후 최대급의 변화다. 공적을 올린 귀족, 사망한 귀족에 대한 대응과 종말사상단체에 협력했던 귀족의 처벌 등으로 아주 혼잡하다.

     살기등등하다는 표현이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있자, 나보다 연상이지만 젊은 편인 관리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체아펠트 자작님."
     "뭔가."
     "저기, 앞서 대신님께서 조사를 지시하셨던 자료를 들고 갔습니다만, 꾸중을 듣고 말아서요."
     "어떤 자료인데?"
     "이겁니다."

     내민 두꺼운 책을 보고 납득. 그야 화내겠지.

     

     "그 바쁘신 대신님이 이런 두꺼운 책을 읽을 틈이 있을 리가 없잖아. 자료는 많다고 좋은 게 아냐. 제출할 것은 마피지 한 장으로 추려내."

     "하, 한 장 말입니까."

     놀란 표정을 짓길래 이번에 만든 자료를 보여준다.

     

     "이렇게 관계도로 한눈에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면 돼. 제출한 1장을 보고 나서 질문이 있을 때 스스로 대답할 수 있게 해 두면 되고."
     "아, 예."
     "알았으면 바로 자료를 간추려. 늦으면 그 책을 찾는 다른 사람이 곤란해질 거라고."

     

     떠난 관리를 대신해 다른 업무 쪽 사람이 다가왔다.

     

     "자작님, 죄송합니다만."
     "왜 그런가."

     "저기, 조사를 할 수 없어서 상사와 상담을 했습니다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며 혼나버려서......"

     

     아, 있지 있어. 질문 내용을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는 녀석. 그래서 질문 내용을 못 알아먹었구나.

     

     "질문의 종류는?"
     "조, 종류 말입니까."

     "조사할 수가 없다고 말하면 몰라. 조사했지만 몰라서 멈췄는지, 조사할 방법을 모르는 건지, 조사한 결과가 올바른지 확인하고 싶었는지. 그래서 어느 쪽이야. 질문의 내용은 그다음이고."
     "으, 으음, 자료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그쪽인가."

     

     자세히 들어보니 그것은 방금 전의 관리가 갖고 왔던 책에 쓰인 계보가 있지 않은가. 일단 방금 전의 관리가 있는 자리를 가리키면서, 그 부분만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분위기가 살기등등하다고는 해도, 혼내기만 한 그 상사도 문제가 있어.

     

     "자작님."
     "이번엔 또 뭐야."
     "저기, 정문의 문지기한테서 전령이 왔는데요, 자신은 베셔 자작의 내연 관계고 자기 자식한테도 계승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소란을 피운답니다."
     "뭐어?"

     

     혼란을 틈타 그런 녀석도 나오는구나.

     

     "법무 쪽으로 돌리면 되잖아."
     "확인을 할 수 없어서 전례부 쪽에서 확인해달라고 합니다."

     

     법무 놈들 떠넘겼겠다. 조만간 배로 돌려주마.

     

     "알겠다. 먼저 그 여자가 지금까지 어디 살았는지를 확인해. 그리고 베셔 자작이 왕래했는지 알아야 한다. 거주지가 전투의 피해지역이라서 목격자를 찾기 힘든 경우는 따로 조사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자작님, 죄송하지만......" 

     "무슨 일인가."

     또 질문이냐. 뭐 아버지는 대하기 어렵게 보일 테니 편히 상담하러 갈 수 없는 건 알겠지만, 나한테만 상담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결국 이 날은 이런 상태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때때로 아버지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 느낌이 들었지만, 놀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놀 틈이 없었다니까.

     

     

     

     

     그리고 그날 밤, 식사 후에 아버지가 불러서 저택의 집무실에서 대면.

     

     "오늘의 자료를 보고 어떻게 생각했느냐."
     "인사에 의도적인 부분을 느꼈습니다. 왕도에 가까워 편의성이 높은 곳에 있는 귀족과 중요 거점을 맡은 귀족과 외지에 있는 귀족으로 나눌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말대로다."

     역시 그런가. 아무래도 소란을 이용하는 건 왕실 측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상황은 이해했나."
     "대략적이지만요. 콜트레치스 후작가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거겠죠."
     "그 외에는?"
     "이번에 처벌받은 귀족가에서 일하는 기사와 문관들한테 기회를 준다는 뜻일까요."
     "그 말대로다."

     한번 모셨던 가문을 잃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취직의 기회는 버릴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례나 전임을 근거로 반발해도 그건 그거대로 문제. 음~ 결국.

     

     "이거, 저에 대한 대응이 하나의 평가기준인가요."
     "그것도 알아차렸는가."

     "애송이라고 욕하거나 아양을 떨면 그것도 평가기준이 되겠지요."

     그래서 나를 자작인 채로 놔두고 있는 거구나. 그만큼 공적을 올렸음에도 나라에서 금전만으로 보상해준 애송이라는 관점으로 보는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을 멋대로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지 말아 주세요.

     

     "폐하의 말씀도 눈치챘겠지?"
     "[체아펠트에] 영지의 증지를 하겠다는 그 표현인가요."

     드러난 의미만 보면 딱히 이상한 표현은 아니지만, '백작'이 붙지 않았음이 포인트다. 이것저것 종합해보면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청소가 끝나면 하게 된다는 뜻일까요."
     "시기에 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없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바로 소문이 날 거라 생각하는데, 까지 생각고서 떠오른 것은 왕태손의 파티다. 만일 그것과 시기가 겹친다고 한다면 시간적 여유는 그다지 없다.

     콜트레치스 후작령에 대한 출병은 내 생각보다 빨라질지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도와준다고 하는 어중간한 역할을 맡게 되는 건가. 하아.

     

     "콜트레치스 후작령의 출병 준비는 맥스한테 맡긴다. 그때까지는 계속해서 도와줘야겠다."
     "예."
     "기대하고 있으마."

     오우, 아버지의 이런 발언은 오랜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조금 지나자 수상한 그림자가 다가오길래 있는 힘껏 낙담하기로 했다.

     

     "저기, 베르너 님?"
     "무슨 일 있었습니까."

     오늘은 왕궁이 아닌 저택에서 공부를 하던 리리와, 기사단 내부의 사무자료를 간추리고 있던 프렌센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를 내준 모양이지만, 실패한 느낌이 들어서 반응에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한숨을 쉬며 리리한테 말을 건다.

     

     "미안, 리리, 홍차 좀 부탁해."
     "아, 네."

     

     리리가 나가자 다시 한번 한숨. 프렌센이 내게 시선을 향한다.

     

     "무슨 일입니까."

     "입은 재앙의 근원이다......"
     "하아?"

     응, 진짜 대실패. 아버지의 질문은 명백히 나 자신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반응을 보면 합격해버렸다는 뜻인데,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정치개혁 팀의 일원으로 내정되겠어.

     적당히 틀렸다면 학생으로 돌아가거나 영지에서 지낼 기회도 있었는데, 스스로 그 기회를 차 버린 느낌이 든다.

     

     "저질러버렸다고밖에 말 못 해."
     "이제 와서 학생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꿈도 희망도 없는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사정을 설명한 후의 프렌센의 반응에 무심코 불만을 말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차를 우려 준 리리까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편히 쉬고 싶은데.

     한입 마시고서 크게 한숨을 짓고 있자니 리리가 시선을 향해온다.

     

     "그런데 리리, 미안하지만 그려줬으면 하는 게 있어. 그리고 프렌센, 준비 좀 부탁해."
     "네."
     "예, 무엇입니까."
     

     일단 할 일은 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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