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Interval2 요정=클라이맥스≠버라이어티 opening/Second half
    2022년 05월 14일 15시 08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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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41/

     

     

     

     현장에 지시를 내리면서, 이동시간도 고려하여 재빨리 준비를 진행해간다.

     

     '이건 대단해, 대단한 장면이 찍히겠어.....!'

     

     이 열기가 식지 않은 사이 장면을 전환해서, 최고의 연기를 해줬으면 한다. 울어도 웃어도 오늘이 끝이다. 이 역사에 남을 배우들한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지 못한다면, 나도 메가폰을 놓을 수밖에 없다.

     감독이라는 인간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기 혼자서는 1인분의 범위밖에 못 만든다. 하지만 배우가 있다면 몇 배건 몇십 배건 가능하다.

     

     

     

     

     옛날, 그 호라기 감독이 키리오 츠구미라서 이 정도의 작품을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던 것처럼.

     옛날, 그 호라기 감독이 일생을 걸고 스스로 써낸ㅡㅡ키리오 츠구미 이외에는 연기할 수 없을 각본을 봉인시켰던 것처럼.

     

     

     

     

     멘탈 상황과 분장을 확인하면서, 철수반을 현장에 남기고 버스로 이동한다. 그 사이 대본을 체크해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병원은, 가까운 곳에서 마련해놓았다. 주차장에서 들어가 미리 준비해놓은 병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츠구미를 눕혔다.

     

     "상태는 어때? 츠구미."
     "언제든 괜찮아요! 히라가 감독님!"

     "하하, 좋은 대답이다."

     팔에는 링거 바늘. 몸에는 이불이 덮고 눈을 감은 츠구미는 평온하다. 모두 제자리에 섰음을 확인한 나는, 주위에 지시를 내려서 모니터를 체크했다.

     준비는 완벽하다. 이다음, 미즈키와 쿠로세키의 라스트 신만 찍으면 촬영 종료. 하지만 아이들의 장면은 이걸로 끝이다. 여기서, 그녀들과 만난 뒤로 쌓아 올린 드라마의 집대성을 자아낸다.

     

     그것은, 정말.

     

     "삼."

     카운트다운.

     동시에, 츠구미의 안색이 바뀐다. 역할에 몰입한 것일까. 온화했던 표정은, 마치 죽은 자와도 같은 무색의 표정으로 변화했다.

     

     "이."

     공기가 변화한다. 여름 햇살을 받아 따스했을 터인 세계가, 점점 열기를 잃어가는 것처럼.

     

     "일."

     표정.

     호흡.

     자세.

     

     그런 것으로, 너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가.

     CG로는 못하는, 표현의 진수. 그 일면을 보이는 것처럼.

     

     "ㅡㅡ액션!"

     

     클래퍼 보드를 치자, 촬영이 시작된다. 히이라기 리리의 부모는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서, 오늘도 해외 출장중이다. 사전에 '해외에서 리리가 쓰러졌다는 알림을 듣고 서둘러 귀국한다'는 모습을 찍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도착하지 못해서, 병실에 가장 먼저 뛰어든 자는 아이들이었다.

     어른들은 의사와 함께 병실 바깥에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다행히 리리한테 목숨의 지장은 없다. 어른한테 위협받아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먼저 친구와 만나게 해서 안심시키자는 판단이었다.

     

     

     "리리! 왜, 왜 그런 짓을."

     

     먼저 리리한테 달라붙은 아이는, 카에데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리리의 손을 쥐었다.

     

     

     "그래. 우리들은 이 녀석한테 따끔히 말해줘야 해. ㅡㅡ모두한테 사과한 뒤에, 이번에야말로 친구가 되자."
     "아카리쨩, 자신, 없어?"
     "미나호...... 이젠 말 잘하게 되었네."

     

     리리한테 달라붙은 카에데의 뒤에서, 아카리와 미나호가 대화했다.

     아카리는 처음 같은 극단적인 면이 없어졌고, 미나호는 그 시절처럼 겁먹지 않는다. 카에데도 이제 거리끼는 일 없이, 단지 리리의 친구로서 가슴을 펴고 있다. 모두 성장했다. 누구나 앞을 보고 누구나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라?"

     

     리리의 눈이 뜨인다. 죽은 것처럼 잠들어있던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빙 둘러보고는.

     

     

     "리리! 다행이다. 괜찮아? 아픈 데는 없고?"

     "어이어이 카에데, 너무 재촉하지 마."
     "아냐 아카리쨩. 카에데쨩도 안심하고 싶은 거야."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말에, 리리는ㅡㅡ

     

     

     "저기......?"

     

     ㅡㅡ단지, 고개를 갸우뚱할 뿐.

     

     

     "너희들, 누구야?"

     

     

     그 표정은, 악랄했던 리리의 것이 아니다.

     그 표정은, 진지했던 리리야의 것이 아니다.

     그 표정은, 순진했던 예전의 그녀의 것도, 아니다.

     

     

     "나...... 어라? 나는, 누구?"

     

     

     허무.

     백지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리, 리? 거, 거짓말이지? 그렇게 날 놀릴 생각이지?"

     "리리? 나, 리리라고 해? 너는 누구야?"
     "카에데야! 리리의, 흐윽, 친구인! 으아, 카에데라고!"

     "친구? 나의? 친구인, 카에데는ㅡㅡ왜 울고 있어? 어디 아파? 괜찮아?"
     "으, 으으, 으아아아아아앙!!"

     

     

     울고 있는 카에데를, 불안한 손짓으로 쓰다듬는 리리.

     리리는 그때 죽음을 각오하고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그때의 부유감과 감정이, 자기가 죽었다고 착각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은, 인격의 통합을 이룬 그녀들의 '모든 것'에 평등하게 찾아왔다. 리리한테도, 리리야한테도, 순진했던 그녀한테도.

     

     그래서 지금 이 병실에 있는 자는, 어떤 그녀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히이라기 리리가 되기 전의 소녀.

     

     '그런가, 그래서 카에데를 떠밀었던 장면에서 순진한 리리를 연기한 건가.'

     

     그때 순진한 리리도 함께 몸을 던졌다고 한다면, 지금 이 자리의 연기에 깊이가 늘어난다.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고 연기한 건가?

     

     

     "카에데? 괜찮아? 저기, 음, 너희들도 내 친구?"

     "......그래, 맞아, 맞다고. 나는 아카리. 아카리다. 리리."

     

     

     입술을 깨물고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 내딛는 아카리.

     

     

     "나, 나는, 미나호."
     "미나호? 미나호도, 내 친구?"
     "나는, 아냐. 리리의 친구가 아냐."

     

     하지만 리리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애초에 친구라는 것을 잘 모른다. 단어의 나열만 기억하고 있고, 그 무게감을 잃어버렸다. 과연, 누구보다도 친구라는 존재에 선을 그었던 리리가.

     미나호는 그런 리리한테, 아카리와 마찬가지로 한걸음 내디뎠다. 고개를 숙이며 천천히 젓더니, 이윽고 리리와 처음 대치했을 때처럼 가슴을 폈다.

     

     

     "그러니, 친구가 될래?"

     

     

     친구가 되면 너를 괴롭히지 않아.

     그렇게 말했었던, 리리의 악마의 속삭임. 그것을 고한다는 것은, 미나호가 '이겨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응! 좋아! 카에데랑 아카리랑 미나호는 내 친구!"

     

     

     미나호가 내민 손을, 리리가 맞잡는다. 제1화가 떠오르는 듯한 광경이면서도, 명백하게 뭔가가 변화했다. 그 변화를 연기해낸 그녀들한테,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컷! ㅡㅡ훌륭해. 모두들, 정말 고맙다!"

     

     

     다만 지금은, 그녀들의 노력을 치하하자.

     한 사람의 프로페셔널로서, 칭찬하자.

     그것이 이 드라마에 몸담을 수 있었던 우리들의 최대한의 성의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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