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Interval1 바다×친구→BirthDay←Horror scene5
    2022년 05월 12일 11시 45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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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38/

     

     

     

     양탄자가 깔린 방의 낮은 테이블에, 커다란 지도가 펼쳐진다. 이 무인도의 지도에, 대디는 X자를 써놓았다.

     

     "여기에 원주민들이 남겼다는 사당이 있다. 길은 포장해놓았지만 가로등은 없어.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금 전 부하한테 작은 반사판을 설치하게 했으니 위험하진 않겠지만, 분위기는 그럴듯할 거야."

     

     거의 섬 반대편에 해당하는 위치에 그 사당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미니카메라로 촬영해서 대기소의 모니터에 비춘다고 한다. 쥬리아, 미미, 레오와 어른들은 견학. 린의 희망으로, 나와 코우와 린 세 명만 참가하게 되었다.

     ......오우카 씨와 사츠키 씨의 모습이 안 보인다. 어쩌면 귀신 역할일지도.

     

     "갑자기 담력시험을 한다 해도, 츠구미는 그다지 무섭지 않을 거야. 그래서 이 마미가 정말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게."

     라면서, 마미는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검지를 척 세웠다.

     

     "마미, 무서운 이야기 알고 있어?"
     "그럼. 츠구미도 기대하렴."
     "응!"

     

     옆을 보니 쥬리아는 눈을 빛내고 있지만...... 미미는 아주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코하루 씨가 방의 조명을 끄자, 마미는 초에 불을 켰다. 뿌옇게 흔들리는 불의 앞에서, 마미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ㅡㅡ이 부근은, 옛날 어부들의 휴식처로 쓰고 있었다고 해. 근처의 섬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이 섬에 들러 사당에서 안전을 기원하고 돌아갔다고 해요."

     이 섬의 주변에는 사람이 살만한 장소가 없다. 제일 가까운 섬은 오가사와라 제도인데, 그곳에서 출항해서 여기서 쉰 다음 돌아간다는 뜻일까?

     

     "시간을 거슬러 쇼와 초기의 일이라고 해요. 근처의 섬에서 고기를 잡던 쇼타라는 젊은이가 평소처럼 이 섬에 다가가자, 한 척의 피난선이 있었다고 해요. 쇼타는 '이거 큰일 났다, 살아있는 사람은 있을까'라며 바로 조사하러 갔대요."

     

     가라앉는 목소리.

     

     "저녁 무렵의 백사장에서, 쇼타는 피난선에 올라탔답니다. 『어이, 누구 없어? 있으면 대답해』라고 말하자, 나무배 안쪽에서 『으으』라는 신음소리가 들려온 것이었어요. 쇼타가 소리 난 쪽으로 다가가자, 점점 소리는 커졌어요. 벽은 부서지고 핏자국이 바닥에 자욱한 걸 보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명백했어요. 쇼타는 점점 무서워졌지만 어떻게든 나아갔답니다. 그러자 드디어, 제일 안쪽 방에서 나는 신음소리의 정체를 찾았습니다."

     참혹한 현장이다. 하지만 사람의 생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서 거기까지 상상하지는 않았다. 우리들을 배려해준 거겠지.

     

     " 『으으, 부디 도와주세요』......목소리의 정체는 여성이었습니다. 여성은 나무 선반의 밑에 깔려서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웠지만, 쇼타가 도와준다면 분명 일어설 수 있겠죠. 쇼타는 여자한테 『지금 도와주겠다』라고 말하며 여성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쇼타는 눈치채고 말았습니다. 아마 여성의 소지품이겠죠. 근처의 바구니에는 많은 금덩이가 들어있었습니다. 쇼타는 요즘 도박에 빠져서 많은 빚이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일해서 벌어야 하는데, 쇼타의 벌이로는 전혀 돈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아아,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는 막대한 재산이 있는 겁니다. 쇼타는 망설였습니다. 망설였지만, 빚을 갚은 뒤에도 도박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황금의 앞에서ㅡㅡ그의 마음은, 악으로 기울었답니다."

     속삭이듯이 자아내는 말들.

     조용히 스며드는 듯한 목소리.

     

     "『이 여자가 살아있으면 이 돈은 돌려줘야만 한다. 하지만 만일』......침을 삼킨 쇼타는 여자를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 혼자서는 들고 갈 수 없으니, 동료를 불러올게』라고. 그리고 쇼타는 신음을 낼 수밖에 없게 된 여성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소리 내지 않게 바구니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동료가 없었던 쇼타는, 그대로 배를 타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소심하며 악랄.

     대담하면서도 겁쟁이.

     분명 그런 인물이었겠지.

     

     "쇼타는 갖고 온 금으로 빚을 갚고서, 남은 돈으로 도박을 했습니다. 많이 쓰고 많이 놀아서, 금을 많이 썼습니다. 그러자 다시 재산이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쇼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배에는 아직 금이 있을지도 몰라』라고. 쇼타는 바로 행동했습니다. 손도끼를 한 손에 들고는 오랜만에 배를 움직여서 섬에 도착해서, 그 피난선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스러졌는지, 배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찾는 동안 밤이 찾아와서, 어쩔 수 없이 쇼타는 섬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답니다ㅡㅡ그날 밤의 일입니다."

     목소리의 음정이 낮아진다. 밤, 무인도, 내버린 사람, 돈이 눈이 먼 자신.

     과연 어떤 밤을 지냈을까.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무게가 더해간다.

     

     "쇼타는 짤랑거리며 금속이 굴러다니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타고 온 배에서 몸을 일으켜서, 소리가 난 쪽으로 모래톱을 걸어갔습니다. 그러자 이게 웬일인가요, 저편에 봤던 적이 있는 피난선이 있던 것이었습니다. 『운도 좋지. 눈이 뜨인 것도 부처님의 인도하심이 틀림없다』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중얼거린 쇼타는, 난파선에 다가갔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리 지나도 난파선에 도달할 수 없었습니다. 사각사각. 촤아아. 모래 소리와 파도 소리가 허무하게 울릴 뿐이었습니다. 쇼타는 생각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이렇게 멀지 않았을 텐데』라고."

     근처에서 "히이이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미미가 내 옷자락을 꾹 붙잡으며 떨고 있다.

     

     "쇼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가서, 내일 아침에 다시 조사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되돌렸습니다. 하지만 눈앞에는 아직도 피난선이 있었고, 여전히 다가갈 수 없었답니다. 그때 되어서야 쇼타는, 자기가 뭔가에 휘말렸음 눈치챘습니다. 쇼타는 그곳에서 도망치려고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어디로도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럼 헤엄쳐서 도망치자』 혼란에 빠진 쇼타는 그렇게 말하며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ㅡㅡ쇼타는 밤의 거뭇거뭇한 바다가 사실 바다가 아닌...... 여성의 머리카락으로 되어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흡, 하고 숨을 멈추는 소리. 미미의 반대편에서 나를 붙잡은 린이 얼어붙어 있었다.

     

     " 『돌려내』라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돌려내, 돌려내, 돌려내』라고 울리는 목소리에, 쇼타는 갖고 있던 금을 던졌습니다.  『히이이이, 이걸로, 이걸로 용서해줘!』 그렇게 외쳤지만, 소리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목소리는 점점 다가오더니, 머리카락의 바다에서 쑤욱 튀어나온 여자가 선반 때문에 뭉개진 하반신을 질질 끌면서 쇼타를 붙잡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ㅡㅡ 『내 다리 돌려내』"

    전기가 들어온다. 방에 조명에 휩싸이자, 린은 이제야 한숨을 쉬었다.

     

     "그 후부터, 이 섬에서는 정기적으로 여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섬에 있는 사당에 공물을 바치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세 명이서 공물을 바치고 예를 드린 다음 돌아왔으면 하는데...... 할 수 있겠니?"
     "아아아아아아아아알겠습니다. 저랑 츠구미랑 오빠라면, 할 수 있고 말고요!"

     

     ....... 분명, 방금 전의 이야기는 이 섬과 관계없을 거야. 왜냐면 대디랑 마미가 그런 사연 있는 섬에 내 이름을 불이려 할 리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모처럼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만들었으니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어.

     

     

     

     

     

     

     

     

     

     

     

     

     

     

     시작 지점은 해변가의 텐트다. 대략 편도 10분 정도면 사당에 도착한다고 한다.

     

     "하아, 왜 나까지."
     "오빠, 무서워?"
     "무서워하는 건 너희들......"

     코우 군은 거기서 잠시 말을 끊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날 보았다. 그런 다음 고개를 저었다.

     

     "...... 너뿐이라고, 린."
     "그렇지 않은걸. 츠구미, 무섭지? 무섭겠지? 츠구미는 내가 지킬 테니까!"

     "응, 고마워 린쨩."

     코우 군은 린한테 대답하는 나를 수상쩍게 바라보았다. 머리를 긁더니 크게 한숨을 짓는다. 그거 좀 실례 아냐?

     시작 지점에서 우리를 배웅하는 사람은, 쥬리아와 미미와 레오다. 코우 군의 전언은, 방금 몰래 레오한테 전해줬다. 그래서 그런가, 레오가 코우 군을 바라보는 눈은 조금 부드럽다.

     

     "츠구미! 힘내!"
     "리, 린쨩도 조심해."
     "코우. 츠구미랑 린의 에스코트는 부탁한다."

     손을 흔드는 셋에게 잠깐의 이별을 고한다. 텐트 안에서는 어른들이 부드럽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뿐, 분명 바로 옆에는 마요이 씨도 있겠지.

     

     "좋아, 꼬맹이들. 빨랑 가서 빨랑 돌아오자고."

     "오빠! 그런 말투 쓰면 안 된다고!"

     "알았다 알았어."

     ......린과 코우 군은 왠지 항상 떠들썩해서 즐거워 보인다. 둘과 함께 있으면, 왠지 나도 형제를 갖고 싶어 진다. 키리오 츠구미는 어느 의미로 내 언니 같은 느낌이지만.

     

     "오빠, 이 회중전등, 무거워."
     "빈약."
     "정말, 코우 군, 그럼 못 써."
     "왜 네가 보호자인 척하는 거냐고. 어쩔 수 없지. 자, 린. 넘겨."
     "앗싸."

     해안선을 나란히 걷는다. 걷다가 산길로 접어들면, 그 앞에 사당이 있다던가.

     모래톱을 걷고 있자, 산길이 시작될 듯한 장소가 나타났다. 발밑에 이어지는 봉 모양의 반사판이 반짝거리며 빛난다.

     

     "저기, 츠구미."
     "왜 그래? 린쨩."
     "너랑 만나서 아직 반년 정도지만...... 나 너랑 친구가 되어서 다행이야. 그래서, 그, 저."
     "응."

     손을 움켜쥐고서, 린의 옆을 걷는다. 코우 군은 분위기를 읽고 약간 앞에서 걸어주고 있다.

     

     "이후에도, 친구로 있어 줄래?"

     소극적으로 날 바라보는 눈동자. 검은 눈동자의 안에는, 약간의 푸른색이 감돌고 있다.

     그날 오디션에서 만난 뒤로 계속 린은 내 제일가는 친구였다. 그로부터 여러 사람과 친구가 되었지만...... 가장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냐고 묻는다면, 역시 린이다. 그래서.

     

     "린쨩이야말로. 난 린쨩의 절친의 자리를 누구한테도 양보할 셈이 없으니까."

     "츠 츠구미! 에헤헤, 응! 나두! 어른이 되어도 계속 함께야!"

     화사하게 웃는 린이 귀엽다고 생각한다. 린이 언제나 대등하게 마주해주니까, 그래서ㅡㅡ그래서.

     

     "자, 슬슬 산길이다. 발밑을 조심해."
     "응!"
     "응, 고마워 코우 군."

     산길을 걸어가자,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진다. 전등 하나도 없어서, 나무의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어둠이 무겁게 깔린다. 뿌옇게 빛나는 반사판이 더욱 기분 나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츠구미!"
     "네! 엥, 린쨩?"

     "즐거운 일, 생각하자!"

     "그, 그래."

     

     린은 떨리는 다리를 감치려는 듯 그렇게 외쳤다. 그 기세에 압도당하고 있자, 키득거리며 웃는 코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실례잖아.

     

     

     "어떻게 해야 계속 츠구미랑 함께 있을 수 있을지 생각해봤는데."
     "응."
     "츠구미가 오빠란 결혼하면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어!"

     

     대답하기가 곤란해진 나와, 내뿜는 코우.

     

     "에엑!?"
     "푸웁!? 린? 너, 무슨 말하는 거냐!"

     

     그런 우리의 모습은 신경 쓰지 않고, 린은 좋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 츠구미랑 함께면 기쁘지?"
     "누가! 이런 쪼꼬미랑!"
     "뭐? 쪼꼬미는 너무해, 코우 군."
     "멋진 표현이라고!"

     

     멋진 표현이었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음.

     

     "아, 하지만 츠구미한테도 고를 권리가 있었네."
     "왜 그쪽을 배려하는 거야!? 나로는 불만인 거냐? 앙!?"
     "코우 군, 가까워, 가깝다고."

     어째선지 내게 다가오는 코우 군한테 무심코 겁먹는다.

     

     『용서 못해』

     "용서 못한다니, 네가 꺼낸......응?"

     울리는 목소리.

     천천히 돌아보자, 그곳에는 어둠 속에서 뿌옇게 떠오른 하나의 실루엣이.

     바다에서 기어 왔는지,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검은 머리의 여성이, 한걸음 내딛다가ㅡㅡ쓰러진다. 아아, 분명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거다. 그렇게 생각되는 움직임 뒤에, 그녀는 그대로 고속으로 기어서 달려왔다.

     

     

     

     "우와아아아아아!? 다, 달려, 달리자!"
     "꺄아아아아아아!? 오빠, 츠구미, 빨리빨리!"
     "저, 저건 설마ㅡㅡ"

     

     

     

     나는 린과 함께 코우 군의 손에 이끌리며 밤의 산길을 달렸다.

     시끄럽게 달려가는 산길이 정말 무서워서ㅡㅡ키리오 츠구미를 떠올리고는 미소 짓게 되는 미소를 열심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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