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03(●)――2022년 05월 10일 03시 55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207/
본래라면 왕도로 향하는 물이 흐를 지하를, 10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어두운 지하수로 속에서 그 집단만이 여러 마도 램프로 주위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기묘하게 눈에 띈다.
"하지만, 신전 지하에서 수도로 빠져나가는 길이 이어졌을 줄은."
"원래는 귀족님의 저택 부지였으니까요. 귀공의 저택도 그렇지 않습니까, 크누트 경."대신관의 복장을 입은 채 수도를 걸어가는 레페의 반응은 사실을 담담히 말하고 있을 뿐이어서,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질문을 받은 크누트 크라우스 콜트레치스는 무언과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자신은 저택의 그 통로로 도망쳐 신전에 몸을 의탁한 입장이어서, 반론의 여지가 없음은 부정하 수 없을 것이다. 그 크누트가 화제를 바꾸려는 듯 입을 연다.
"꽤나 수고를 들였군."
"기회는 이 한번밖에 없었으니까요. 왕도 왕태자도 우수. 한 번이라도 틈을 보이면 이쪽이 당하겠지요."
"그건 그렇고 큰맘 먹었구만. 이렇게까지 다른 동료를 쓰고 버린데 더해, 자기 방에도 덫을 설치했을 줄은."
"제 방에 제가 상자를 나르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베르너가 방이 정돈되었다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베르너 일행을 안내했던 방은 레페 대신관의 방이었던 것이다.
자기 방에 독을 분무하는 덫 상자를 두고서, 일부러 그곳에서 베르너를 빼내어 다른 사람들만 방 안을 조사하게 두는 형태로 덫을 설치한 것이다.
"그 남자도 휘말리게 했으면 좋았는데."
"체아펠트 자작은 방심할 수 없는 분이라서요."만일 실내에 있었다면 창문이나 문을 부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떨어트리는 편이 확실하다고 레페는 판단한 것이다. 아니면 그를 그 이상으로 좋게 봤던 걸지도 모른다.
"사그 녀석들도 쓰고 버린 거냐."
"그건 어차피 쓰고 버리는 집단. 하지만 도움은 되었지요. 그것들이 소동을 일으킨 덕분에 왕도에는 인력이 많이 분할되었을 테니까요."담담한 어조로 대신관이 말하면서, 그대로 돌벽의 약간 낮은 위치에 작은 흠집을 내었다.
"뭐하는 거냐?"
"쫓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녀도 머리는 나쁘지 않으니, 손이 자유롭다면 이 정도는 하겠지요."
이미 미로같은 왕도의 지하는 빠져나왔지만, 정말로 이쪽이 맞나 의심해서 돌아가버려도 곤란하다. 그래서 일부러 추적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긴 것이다. 베르너가 있다면 이 흠집도 눈치챌 거라 판단하는 레페였다.
"정말이지, 내 주변에는 빈틈없는 사람이 많아서 곤란하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신전의 위사 2명에 의해 연행되는 소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시선을 느낀 리리가 약간 고개를 들었다. 아직 마비독이 남아있기 때문인지, 얼굴을 드는 것만으로도 힘든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애써 입을 연다.
"어째, 서."
"저는 약간 당신을 동정하고 있답니다. 당신이 용사이 여동생이 아니었다면, 두려움도 고통도 최소한으로 받은 채 죽을 수 있었을 텐데.""......"
담담하게 말한 대사에 실소에 가까운 표정이 일어난 것은 크누트 쪽이다.
"라우라 전하의 대신이라니, 평민으로서는 분에 넘치는 일이겠지. 오히려 감격의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도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며칠 동안은 살육의 자리가 될 왕도에서 벗어나는 건 행운이겠죠."
"흥."
크누트는 코웃음 치고서 그대로 당분간 말없이 걸어갔다.
자유로지 않은 몸으로 가끔씩 저항의 의사를 보이는 리리의 앞머리를 크누트가 잡아 올리더니, 얼굴을 들여다보며 맹렬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도망칠 수도 없으니까 조용히 해. 그럼 조금은 오래 살 수 있다고."
"너무 거칠게 다루지 말아줬으면 하군요. 그릇으로서는 빈약하오니."
레페가 끼어들자, 크누트가 다시 한번 코웃음치고는 난폭하게 머리카락을 놓았을 때,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기다려!"
"이것은......"
숨을 헐떡이면서 뒤에서 달려오는 베르너를 보고, 레페가 약간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베르너가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자, 주변의 위사들한테 손으로 지시를 내리면서 말을 걸었다.
"혼자입니까."
"뭐 그래. 어차피 신전 안에도 네 동료가 있을 테니까."
"정답입니다."숨을 헐떡이면서도 창을 들고 다가온 베르너한테, 레페는 탄식하면서 대답했다.
"그다지 놀라지 않은 모습이군요."
"마음에 걸리던 것의 해답을 찾아서 말이야. 꽤나 이전부터 마군 측과 내통하던 모양인데?"
"내통이라는 표현에는 불만이 있지만, 뭐 상관없지요."레페도 부정은 하지 않았다. 한번 수긍하고서 말을 이어나간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또 하나의 일도 눈치채셨는지."
"맨골트의 부하의 일 말인가."
"그 말씀대로입니다. 맨골트 경이 베리사 요새 탈환을 위해 모은 사람들에 손을 댄 자가 저입니다."레페가 태연히 대답했다. 의식을 몽롱하게 하는 약을 와인에 타서 마시게 하고는, 맨골트한테 이끌게 시킨 것이다.
"당신이라면 반드시 이길 테니, 미리 전승을 축하한다면서 권했더니 제일 먼저 마신 자가 맨골트 경이었습니다. 귀족이 주저 않고 마시자 다른 자들도 의심치 않고 마셔준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그 녀석, 어딜 가든 도움이 안 돼......"
"아버지는 훌륭했지만 아들 쪽은 베르너 경의 발끝에도 못 미쳤지요."
"칭찬받는 기분이 안 드는데."묘하게 납득한 표정으로 레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측근 분들과 함께 쫓아오셨다면, 지금쯤 자작이 일부 측근만 데리고 도망쳤다는 소문에 신빙성이 더해졌을 텐데 말입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
호위들이 죽지 않은 점에서 오히려 유도당한다고 판단했던 베르너는, 이 상황을 왕궁에 전하도록 호위들에게 지시했던 것이다. 이것은 신전 안에 남아있는 누가 적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점도 컸다.
그 때문에, 베르너는 만일 신전 주변에 있는 예링 백작이 적이 되었을 경우, 책임은 자신이 질 테니 백작의 기사단을 물리쳐서라도 왕궁에 달려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럴 거면 그들의 목숨도 끊어놓을 걸 그랬군요."
"피 냄새로 다른 파벌한테 알려지는 걸 피했을 뿐이면서."
"그건 그렇고, 꽤나 빨리 쫓아오셨군요. 쫓아올 거라고 예상한 것 중에도 최악의 타이밍입니다만."
"나로서는 좋은 타이밍이었다는 뜻이네?""탈출구를 바로 찾아낼 것도 예상외였습니다. 수상히 여기도록 마차를 신전 바깥에 세워두기도 했습니다만."
"신전장실에 불을 질렀으니까."
"....... 뭐라고요!"베르너의 말에 레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방에 불씨가 될만한 것은 없었을 텐데요."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 방 안에 장식된 수정구. 그리고 메마른 종이만 있으면 불 정도야 지필 수 있지."베르너는 오래된 서류에 불을 지핀 후, 일부러 불길이 퍼지기를 기다린 뒤에 마법 가방 속에 있던 창을 꺼내 들고는 창문을 깨부수면 그곳을 통해 뛰어내린 것이다.
그리고 신전장실에 불이 났다, 레페 대신관은 어디에 있냐면 큰 소리로 지르자, 마차로 나갔다고 베르너에게 거짓 정보를 말하려 했던 레페의 부하까지도 시체영안소로 향했다고 그만 누설해버린 것이었다.
사정을 자세히 듣지 못했던 그들로서는 신전장실의 불이 보다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레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도 거기까지 생각했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초조했음을 부정하지는 않아. 그곳에서는 뭐가 목적인가, 왜 지금인가의 이유까지는 몰랐으니까."
"리리 양의 분실물은 눈치채지 못했던 겁니까."
"뒷문에 떨어져 있던 도와달라는 메모? 안됐지만 리리의 글자는 익숙해서 말이야."거짓은 아니지만 완전한 사실도 아니다. 종이가 아닌 마피지에 글을 쓴 것부터가 의심스러워서, 그녀의 것이 아니라고 단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을 솔직히 말할 필요도 없다.
"어찌 되었든 내가 여기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가만히 있으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방패와 사람의 장벽 뒤에 붙잡혀있는 리리한테 잠깐 시선을 향한다.
"그건 그러호 설마 이 타이밍에 리리만을 노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이유를 말해줄 수 있을까."
"글쎄, 어떻게 할까요."레페가 그리 말하자, 베르너의 앞을 막아선 3명이 방패를 들고, 그 뒤의 2명은 검을 뽑았다. 지하수도라 해도 세 명이 옆으로 늘어서기엔 충분한 폭이 있어서, 베르너는 신중히 창을 거머쥐었다.
"인질이 있으니 항복시키면 되잖아."
"그에게 그런 틈을 보이는 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리리한테 시선을 보내는 크누트의 발언에 레페가 냉랭히 대답했다.
"그리고."
레페가 입을 열기 전에, 베르너의 앞에 있던 위사들이 그를 공격한다.
세 명이 제각각 기세를 실어 참격을 날렸기 때문에, 베르너도 재빨리 몸을 피해 두 자루를 피하고 남은 한 자루를 창으로 받아냈지만, 한 명의 검이 수로의 돌벽에 부딪히자 그대로 돌을 부수며 파고들었다.
"뭐야?"
"저건 한번 뽑아버리면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놀란 표정의 크누트에게, 레페가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한편 베르너는 괴력을 발휘하는 위사의 검을 가까스로 받아내며 후방으로 물러서 자세를 가다듬었다.
"파멸의 검인가, 그거."
"...... 베르너 경은 정말 방심할 수 없군요. 저주의 무기까지 알고 계시다니.""알고 싶지 않았다고. 설마 신전에서 그런 걸 보관하고 있었을 줄이야."
"위험물을 신전에서 보관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미궁에서 주운 무기를 휘두르는 모험가도 때때로 있어서, 신전에 가끔 들고 오더군요."
"민폐스러운 녀석들!"뻗어오는 검을 막아내고 쳐내고 때로는 베르너가 반격을 해서 상대를 다치게 하기도 하지만, 상대는 부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되풀이한다. 전위의 3명과 열심히 무기를 부딪히면서 베르너는 무심코 욕했다.
상대의 실력도 좋은 데다가 무기의 질이 너무 좋아서 아무리 베르너라 해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선배 모험가들의 폐기물도 주워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자들도 있습니다."
"따라 하지 말라고 교육시켜야 했어!""하지만 이런 곳에서 저걸 뽑게 두고 싶지 않았던 것도 본심이었습니다만."
"뭐 그렇겠지."못마땅한 표정으로 대답한 자는 레페의 옆에 있던 크누트였다. 베르너를 노릴 뿐만 아니라 동료를 베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아군 정도로 위험한 것은 없다. 하지만 레페는 오히려 냉철하게 단언했다.
"어쩔 수 없지요. 최고의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을 여기서 써서라도 베르너 경을 쓰러트리는 편이 확실합니다."
"경이 그렇다면 그래도 되겠지."레페의 발언에 반응한 것은 크누트가 아닌 리리였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지만 계속 발버둥을 쳐서 자신을 붙잡고 있는 위사 2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만히 보고 있어."
"......"크누트가 리리한테 그렇게 반응하는 한편, 베르너가 3명과 싸우면서 레페에게 소리쳤다.
"그건 그렇고, 이런 짓을 할 정도로 불만을 품었던 거냐?"
"불만과는 조금 다르군요."
"그럼 어째서?"
"저도 알고 말았던 겁니다, 베르너 경."
"알아? 무엇을.""라우라 전하에 대한 신탁 말입니다."
"뭐?"무심코 소리 낸 베르너의 좌우에서 위사들이 검을 휘둘렀지만, 얄궂게도 두 사람이 크게 휘둘렀기 때문에 오히려 틈이 생겼다. 오히려 앞으로 뛰어가면서 한쪽 다리를 축으로 삼아 온몸을 돌며 피하고는, 다시 후방에 있던 다른 위사에게 창을 찔러 상대의 어깨를 관통했다.
그대로 재빨리 거리를 벌려서 다른 남자가 내리친 검을 가까스로 피했다. 하지만 검은 몰라도 방패를 이용한 몸통 박치기는 피할 수 없었다. 베르너가 크게 뒤로 밀려나는 꼴이 되었지만 가까스로 자세를 고쳤다.
입 안을 베였을까,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면서 짧게 대답했다.
"그게, 어쨌다고."
"신탁은 절대적입니다. 용사의 존재, 마왕 부활. 전부 사실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전하의 자식이 고위 귀족에 오르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 성녀이신 라우라 전하의 자식이 고위직에 오르려면, 현 왕실 사람들이 방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분들도 우수하다고 생각하지만, 뭐 재능이야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게 이유였냐고......!"사실 베르너로서는 예상밖의 대답이었다. 종말 사상을 가진 사그의 동료인가 생각했더니, 실제로는 신을 절대시 하는 역방향의 광신자였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왜 리리를 노렸지!?"
"용사 공과 리리 양은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서민들은 비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법입니다."
"뭐?"레페는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며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친한 친구와 가족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 용사, 상처 입은 그 용사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성녀. 그 성녀님의 자식이 민중의 지지를 바든 것도 당연하겠죠."
"...... 농담도 적당히 해."
베르너가 사람을 상대로 이 정도까지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도 드문 일이다. 하지만 레페는 이해력이 낮은 상대에 대한 딱한 표정을 지으면서 베르너에게 말을 걸었다.
"경도 눈치챘을 겁니다. 사즈의 주장에도 일말의 사실이 있다는 것을. 인간은 이런 시기임에도 권력투쟁이나 자기 이익만을 쫓고, 서로 협력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어쨌다고."
"성녀님의 자식한테는 그런 저속한 인간을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마군의 손을 빌려서라도 귀족과 왕족 같은 더러운 녀석들을 제거해두는 것이 바로 세상을 위함이 아니겠습니까.""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왜곡된 설교 따위를 들어줄 생각은 없다는 태도로, 베르너는 맹렬하게 세 위사한테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연속 찌르기를 자아내어 한 명의 방패를 뚫고 팔을 찌르고, 그대로 발차기를 하며 창을 빼냄과 동시에 왼쪽에서 오던 다른 위사에게 예리한 찌르기를 선보였다. 창끝이 방패를 스치며 상대의 가슴에 빨려 들었다.
이건 중상이겠지, 하고 베르너가 생각한 순간, 레페가 회복 마법을 쓰자 갑옷 밑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베르너가 혀를 찼다.
"이래 뵈어도 대신관이라는 지위에 있는지라."
"잊을 뻔했다고."레페의 태연한 어조에 베르너가 아무렇게나 대답하고는 다시 위사들에게 뛰어들었다. 격한 공방이 이루지는 와중, 레페의 등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늦어서 상황을 보러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죄송합니다. 예상외의 사태가 벌어져서."
젊은 여성 같은 목소리와 함께 레페의 뒤에서 나타난 자는, 기묘할 정도로 새로운 여신관의 옷을 입은 존재였다.
얼굴은 천을 후드처럼 쓰고 있기 때문에 안 보이지만, 크누트와 리리가 얼굴을 경직시킨 이유는, 그 사람의 뒤에서 꿈틀대는 무수한 벌레형 마수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마수의 무리를 흘겨보지도 않고 레베가 죄송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여자가 재미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내가 손을 빌려주마."
그렇게 말한 다음 순간, 베르너의 온몸에 움직임을 묶는 빛의 고리가 휘감겼다. 그러자 달려드는 위사를 차 버리면서 베르너가 가까스로 거리를 벌렸다.
"크윽......"
"베르너 님!"베르너의 고통을 참는 목소리를 듣자 마비독이 풀린 모양인 리리가 소리쳤지만, 그 이상은 누구도 반응할 수 없었다. 여신관의 옷을 입은 자가 다시 주문을 외우자, 틈을 보인 베르너, 그를 공격하려던 위사 3명, 그리고 통로 그 자체를 휘말리게 할 정도의 폭풍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 순간, 석조의 천장이 무너졌다. 원래도 노화되어있던 곳에 대형 마법을 때려 박았기 때문에, 그만 붕괴해버린 것이다. 붕괴음 속에서 베르너의 목소리가 들린 느낌도 들었지만, 지하수로 속에서 굉음이 메아리쳤을 뿐일지도 모른다.
무너진 천장에서 햇빛이 새어 들어온 것을 잠깐 확인했지만, 다음 순간에는 흙먼지가 레페 일행을 휘감았다.
"정말 화려하게 저질러주셨군요."
"너희들이 늦은 게 문제였다."아직 흙먼지가 일어나는 와중에 사람의 머리보다도 커다란 잔해와 흙더미가 만든 언덕을 눈앞에 두고, 레페가 그렇게 말하자 여신관이 따분하다는 듯 대답했다. 토사에서 뻗어 나온 팔을 바라보면서 신음한 자는 크누트였다.
"베르너는 죽었는가."
"살아있어도 그 옆구리의 상처와 잔해 밑에 깔렸으니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신경 쓰인다면 위사들한테 조사해달라고 하면 어떤가. 그 자들도 약을 투여하지 않았나."
이쪽도 경계하는 듯 대답한 레페의 말에, 여신관은 흥미 없다는 듯 덧붙였다. 사실 위사들은 여신관의 등 뒤에 있는 무수한 벌레형 마수에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 여신관의 후드에 숨겨진 얼굴이, 망연자실해하는 리리 쪽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용사라고 불리는 자의 여동생인가."
"그렇사옵니다."
"그럼 그것은 내가 맡아두마. 앞에 있는 두 사람과 이 두 사람도 합쳐 넷이서 잔해를 옆으로 치우면 되겠지."성인 남자보다도 커다란 벌레가 위사를 대신해 리리의 몸에서 자유를 빼앗는다. 그때 되어서야 겨우 제정신을 되찾은 리리가 소리쳤다.
"베르너 님, 베르너 니임!"
"가보기로 할까."
"예. 만일을 위해 시체를 회수하기로 해두지요."
"마음대로 하거라."
"베르너 니이이이임!"리리의 비통한 목소리에 누구도 신경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레페가 위사들한테 잔해를 치우라고 지시를 내리자, 집단은 수많은 벌레에 둘러싸인 채 수로 안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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