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01――
    2022년 05월 09일 19시 47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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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205/

     

     

     

     신전의 안에서는 약간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내가 아닌 리리도 그랬다. 방금 전 일로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예링 백작 녀석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전세의 연예인과는 다르게 귀족한테 그리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마젤이라면 손을 흔들어줄 거라 생각하면서, 태연히 안내해주는 신관을 따라간다.

     

     "노이라트, 슌첼. 두 사람도 리리의 주변을 신경 써줘."
     "예."
     "알겠습니다."

     참고로 리리는 촌뜨기처럼 여기저기 둘러보고 말아서 아네트한테 넌지시 주의받았다. 진정되면 다시 데려와주기로 생각하면서 회의실 같은 방으로 안내받았다.

     

     "베르너 판 체아펠트, 도착했습니다."
     "수고하셨소, 체아펠트 자작."

     앉아있는 귀족풍의 인물 둘과 그 동행자 같은 기사와 법무관계자 같은 사람도 포함해 거의 15명 이상의 인원. 여성도 몇 명인가 있다.

     나도 자리에 앉고서 서로에게 자기소개를 한 다음, 슈륜츠 자작과 드레제케 남작 두 사람과 조금 대화했다. 적어도 둘 다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조금 뒤에 레페 대신관이 들어와서 모두 일어나 예를 표했다. 대신관은 쓴웃음 지으면서 착석을 권했고 사양 말고 앉기로 했다.

     

     "놀라지 않도록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소란이 일어난 모양이군요."
     "정말 그렇소이다."
     "민폐가 따로 없어요."

     레페 대신관의 불평에 누구랄 것 없이 쓴웃음과 동의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저지른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본론이나 진행시킵시다."
     "맞는 말씀입니다."

     슈륜츠 자작의 발언에 따라 간단한 신전의 도면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왕도의 신전은 여러 건물로 구성되어 있구나.

     신전과 복도로 이어진 별동이 여러 곳 있는데, 특히 커다란 것은 머무르는 성직자와 직원이 거주동이다. 머무르는 신전 위사나 청소부 등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이 생활할 뿐만 아니라, 대신관이나 최고사제님이 여기 방문할 때의 침실 등도 있다.

     

     "마라보와 대신관의 침실도?"
     "그렇습니다. 대신관은 모두 이쪽이 방이 있습니다."

     "일단 조사해야 할 곳은 마라보와 대신관의 집무실과 침실, 그리고 신전 주변의 흔적이겠군요."

     라는 슈륜츠 자작의 발언. 이 사람도 마라보와 대신관이 도망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드레제케 남작이 이어서 말한다.

     

     "신전의 재무상황의 확인도 필요하겠죠."

     "침실 및 거주동은 내 쪽에서 조사하겠소. 집무실은 체아펠트 자작, 신전 주변은 드레제케 남작이 일단 확인해주시오. 신전의 재무상황은 그다음 모두 함께 조사합시다."
     "알겠습니다."
     "예."
     "그럼 자작은 이쪽으로."

     그렇게 말하며 레페 대신관이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안내 부탁드립니다."

     

     줄줄이라는 표현치고는 약간 인원이 적은가. 어쨌든 사람의 눈을 신경 쓰면서 신전 안의 집무동으로 향한다. 지나치는 신관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은 내가 아닌 신전장한테 그러는 거겠지.

     문득 생각나서 아네트한테 물어본다.

     

     "그러고 보니 아네트 씨는 서류 정리도 할 줄 아시나요."
     "남들 정도는 가능합니다."

     엘리트 여기사한테는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오히려 내 호위들을 조금 더 훈련시키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무동의 2층까지 안내받았다.

     

     "여기가 마라보와 대신관의 집무실입니다."

     레페 대신관이 문을 열자, 안에는 의외일 정도로 정돈된 방이 눈이 들어왔다.

     

     "그런데 체아펠트 자작. 실례지만 잠시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제게 말인가요."
     "나중에 다른 분께 말씀드려도 상관없지만, 먼저 자작한테만 전하고 싶은 일이."

     흠, 대신관 정도의 사람이 무슨 일이길래. 일단 수긍해둔다.

     

     "노이라트, 슌첼, 이 방의 조사를 맡기나. 대신관 공의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돌아오마."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내가 없으면 법무담당자가 책임자가 될 것이다. 맡겨두고서 레페 대신관의 뒤를 따라가서 3층으로 올라가자 위사 두 명이 문 바깥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신전장실로 들여보내 줬다.

     나 정도의 신분이라면 보통 들어갈 일이 없는 방이라서, 긴장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오오."
     "꽤 훌륭하지 않습니까."

     

     무심코 소리 내버린 내게, 대신관이 흐뭇해한다. 확실히 훌륭해서, 작은 회의용 탁자나 금은 세공물과 수정과 보석 같은 장식물까지 있다. 대신관의 집무실이 대학의 학장실이라면 이쪽은 사장실이라는 느낌이다. 창문에는 제대로 유리가 설치되어 있고, 그곳에 드리워진 커튼은 가격이 비싸 보인다.

     

     "여기가 목적이 되어버린 젊은 신관이 많은 것이 고민입니다."
     "왠지 이해가 갑니다."

     이래저래 말하지만 신전도 결국 속된 곳이니까. 자리를 권해서 주저 않고 따른다. 마실 것은 정중히 거절했다.

     

     "일부러 오게 해서 죄송하군요."
     "아뇨, 대신관님의 용건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말씀이란 무엇인가요."
     "팔켄슈타인 재상 각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래도 과거의 일을 조사한다던가."
     "예, 뭐."

     약간 신중히 대답했다. 상대가 어디까지 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의외로 무거운 이야기일까.

     

     "이 왕도의 신전이 왜 여기에 세워졌는지는 아십니까."
     "아니요."

     왜 여기에 세워졌는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이 왕도의 신전은 초대 성녀인 유리아네 님의 생가가 있던 땅에 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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