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92――
    2022년 05월 06일 12시 12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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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96/

     

     

     

     어쨌든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이퍼트 장작의 발언을 기다리고 있자, 장작은 수중의 마피지를 향해 시선을 떨구면서 입을 열었다.

     

     "먼저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익과 금전 문제로 경한테 원한을 가진 자들이 있다네."

     "그렇습니까."

     

     어라, 내가 뭐라도 했었나.

     

     "경이 상업길드를 경유해서 납품하도록 한 무구는 우수했지. 그래서 지금까지 왕도에서 팔렸던 것들이 팔리지 않게 되자,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네."

     "대장장이 길드한테는 다른 것을 부탁한 기억이 있는데요."

     "대장장이 길드가 아니라, 납품하던 상인의 불만이라네. 기사단에 납품할 때의 수수료만 해도 막대하니까."

     "아......"

     

     상업길드 내부도 순탄치는 않으니까. 상업길드에서 장비류 어용상인으로서 지금까지 단즙을 빨아오던 녀석들이 보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음은 라우라 전하의 약혼자 후보 문제인데."
     "그 오해, 이제 좀 어떻게 안 됩니까."

     "경은 그륀딩 공작도 어여삐 봐주고 있으니 말일세. 그리고 전하와 동년배 중에서는 경의 공적이 걸출하긴 하지."

     공적을 올리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요.

     

     "그리고 용사의 여동생이라는 점도 있고."

     "리리가 뭔가 문제라도."
     "아름다운 서민의 딸까지 가지면 양손에 꽃 아닌가."
     "좀 봐주십쇼."

     

     망상을 전제로 날 질투하는 건 그만했으면 한다.

     

     "농담은 그만두고, 라우라 전하의 마음을 얻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가 많네. 리리 양을 부인으로 삼겠다는 경이 오히려 예외에 속하겠구먼."

     "이해는 합니다만, 저로서는 리리 쪽이 소중합니다. 그리고 전하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고요."

     "경의 공적으로도 그런 태도를 취하면, 전하의 남편으로 요구되는 수준이 더욱 올라가겠지만."

     

     그렇게 말해버리면 할 말이 없습니다.

     

     "애초에 폐하와 왕태자 전하는 라우라 전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귀족으로서 어떻게 다룰지를 항상 고려하고 있다네. 최악의 형태가 된다 해도."

     "최악, 인가요."
     "경은 마젤 군이 마왕을 이긴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모양이지만,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자들도 있네."

     섬뜩해졌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렇다.

     

     "지금 단계에서는 각국마다 사정이 있어서 마왕 정벌을 마젤 군에게 맡긴 꼴이 되었지만, 설령 마젤 군이 쓰러진 경우도 고려해놓았을 걸세. 용사와 성녀의 복수전으로서 각국의 기사단으로 총력전을 감행하는 형태가 되겠지만."

     "그런 일까지 생각한 겁니까."

     "외교적으로는 각국의 기사단이 움직일 때의 조건 등도 물밑에서 의논하고 있네."

     내가 마젤을 믿고 있기는 해도, 국가가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이해해줄 수밖에 없다.

     

     "그걸 위해 리리는 계속 왕도에 머물러야 하는 겁니까."
     "가령 용사와 성녀를 잃었을 경우, 연합군을 규합하기 위한 복수의 상징이 필수 불가결하니까. 그렇게 대놓고 불쾌한 표정 짓지 말게나."

     "불쾌해지지 않는 편이 무리입니다."

     세이퍼트 장작이 할팅 일가의 담당 책임자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마젤이 국외로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 아닌, 용사가 실패했을 때 나라가 일어서기 위한 기치의 후보가 리리이기 때문에 준 왕족급의 고위 귀족이 뒷배가 된 것인가.

     그 결투재판에서 리리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도, 마젤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용사의 여동생이라는 존재를 미리 세간에 알리는 의도도 있었던 것이다.

     

     "경의 분노는 합당하네. 그리고 나로서도 마젤 군이 마왕을 쓰러트려 줄 것을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고."

     "국가의 생각으로서는 이해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열 받습니다."

     "경은 그거면 됐네. 우리는 입장이 있어서 마젤 군도 리리 양도 정치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네. 그래서 경처럼 인간으로서 대해주는 존재가 필요한 게야."

     

     크게 한숨을 지었다.

     

     "......그 건은 일단 알겠습니다. 대답해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그래. 주제를 되돌릴까. 경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예?"

     또 묘한 질문을 해왔다.

     

     "솔직히, 내버려 뒀던 것이 예상 밖으로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현재는 경계심을 높이는 중이라네."
     "예에."

     "[사그]라고 하는 집단인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세상의 끝이 다가왔다고 주장하는 집단이라네."

     뭐야 그 종말사상은.

     

     "마왕은 신의 신탁에 의해 선택된 용사에 의해 쓰러졌을 터. 그 마왕의 부활은 신이 인간을 내버렸기 때문이다..... 뭐 그런 논리라네.'

     

     아~ 신이 실존하는 세계인만큼, 신이 내버렸다는 생각을 하는 녀석도 나오는 건가.

     

     "그런 이상한 사람이 있음은 알겠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우리도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었네만, 그 생각이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네."
     "왜 갑자기."

     "마왕 부활이라는 상황인데도 귀족들은 권력투쟁만 일삼고 주민의 통치를 멀리하고 있네. 신이 실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가."

     

     으음.

     

     "정치가 나빴다고 비난받는 건 일상다반사라네. 설령 99개의 문제를 해결했어도 남은 하나의 문제를 실패한다면 그 실패만 기억하는 자들이 있는 건 피할 수 없지."

     "저 왠지 정치를 멀리하고 싶어졌습니다."
     "그건 무리다. 포기하거라."

     

     저기, 그런 일도양단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데요.

     

     "법을 경시하고 맹세를 깨트리기를 주저하지 않고, 술과 약물에 취하며, 살인은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게 되어 범죄율이 증가. 언젠가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신한테 완전히 버림받은 세계는 멸망한다고 주장하고 있네. 아아, 일에 가치를 못 찾게 되는 것도 있었나."

     흠, 하나하나의 예시를 보면 어느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전부 모아놓고 보면 왠지 묘하다. 그리고 일이 어쩌고는 패스하겠습니다.

     

     "마치 가르침이 사실이라고 퍼트리기 위해서 그런 상황을 만든 것처럼 생각되는데요."
     "폐하도 그렇게 보고 계신다네. 그래서 적발에 나섰지만, 어느 틈에 귀족한테도 퍼졌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말일세."

     

     전세에서도 신비주의 같은 것이 귀족 사이에 퍼졌었으니까.

     

     "성가신 것은, 누가 그걸 믿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지."

     "막 생각났는데, 예링 백작은 믿지 않겠죠?"

     "의도적으로 권력투쟁을 일으키려 하는 모습은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모른다고만 말해야 되는 게 힘든 부분이라네."

     

     과연 이거 정말 성가시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싸움이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믿은 사람이 마군과 내통한다는 생각도 가능할까요."
     "적극적으로 세계의 끝을 앞당기려는 자가 마족과 내통할 가능성은 있네."

     "그럼 이것들은 마군 측의 모략이 아닐까요."

     "나도 그리 생각하네. 알이 먼저냐 빅 버드가 먼저냐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끝이 다가온 것처럼 보여주고 싶겠지."
     "그리고 종말론을 퍼트리자는 거군요."
     "종말론과는 약간 다르지."

     아, 그런가. 이 세계에는 그런 표현이 없구나. 본론이 아니니 그건 상관없지만.

     

     "경한테는 뭔가 좋은 방법이 없는가?"

     "이것만은 생각이 안 나네요."

     "알겠네. 이 건은 국가에서 대응할 수 없겠지만, 경도 충분히 주의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곳저곳에 전부 손댈 수도 없다. 나라에서 이 건을 잘 대응하길 바랄 뿐이다. 믿고 떠넘기면서 주위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일단 그 점은 알겠습니다. 그리고 왕도 방위책 말인데요."
     "음, 내 쪽에서도 전해 두고 싶은 일이 있네."

     

     이쪽도 이쪽대로 중요하다. 할 일이 많구나~

     

     

     

     결국 그날도 늦게 귀가. 리리한테 외투를 맡기자 노르베르트가 다가왔다.

     

     "어서오십시오, 베르너 님."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예. 초대장이 왔습니다."

     초대장이라니 무엇의? 라고 생각하면서 봉인을 뜯고 훑어본다. 그러고는 조금 놀랐다.

     

     "노이라트와 슌첼을 다시 불러와 줘. 나도 나간다."
     "알겠습니다."
     "베르너 님, 저녁은."
     "아마 가볍게 먹게 될 거라 생각해. 그리고 리리도 올래?"

     

     초대장을 보낸 사람을 보여주자 리리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의 이름은 없는 모양이니까요."
     "그래? 미안."
     "아뇨, 그럼 갔다 오세요. 귀환을 기다리겠습니다."

     노이라트 일행과 합류한 다음 이동. 중후한 외관이며 왕도에서도 톱클래스의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서서는, 초대장을 보였다. 이 정도 가게의 점원임에도 잠깐 내 얼굴을 확인한 것은 호기심 때문이겠지.

     일단 아무 문제없이 전세 낸 방까지 나아갔다.

     

     "미안, 기다리게 했어."
     "신경 쓰지 마. 갑자기 불러서 미안."

     순서가 반대지만 먼저 인사. 일단 모두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다.

     마젤의 용사 파티와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거라고는 1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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