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89(●)――
    2022년 05월 06일 03시 10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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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94/

     

     ※ 외전격이라 넘겨도 됨


     

     베르너가 표면상의 업무에 임하는 날이면, 리리는 자잘한 서류 작업을 돕는 일도 있지만 체아펠트 백작저택에서 귀족으로서의 여러 공부를 받는 일도 많다.

     

     교습을 하다 생긴 짧은 휴식시간, 크게 한숨을 쉬는 리리의 앞에 노르베르트가 홍차를 두었다.

     

     "고, 고맙습니다."
     "아뇨. 리리는 잘 해주고 있습니다."

     

     노르베르트는 예의상이 아니라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는 리리를 좋게 보고 있다. '베르너 님의 어린 시절보다 잘 배우는군요.'라는 것은 농담인지 본심인지 잘 모르겠지만.

     홍차를 마시면 휴식을 취하던 리리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노르베르트한테 시선을 향했다.

     

     "저기."
     "뭐지요?"

     "저기, 클라우디아 님에 대해 여러가지로 가르쳐주셨으면 하는데요."

     흥미삼아 무심코 질문이었지만, 노르베르트의 대답은 약간 긍정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리리는 모르겠군요. 백작님과 안주인님은, 그렇지요. 세간에서는 약탈혼으로 맺어졌다는 쪽이 가까울지도 모르겠군요."
     ".............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잠시 침묵하던 리리는, 갸우뚱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단어의 의미는 알겠지만, 리리가 아는 백작 부부와 약탈혼이라는 의미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기혼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약혼자의 상대를 빼앗는 일은 귀족 사이에서 가끔 있는 일이기는 합니다."
     "저, 저기, 어느 쪽이."
     "백작님이 그랬지요."
     "....... 예?"

     

     리리가 본 잉고는 말수가 적지만 침착하고 사려 깊은 문관계 귀족의 전례대신으로서, 이른바 인간으로서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상대다. 역시 아무리 해도 상상이 안 된다.

     귀족으로서의 매너를 배웠을 때보다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노르베르트한테 시선을 향했다.

     

     그런 리리를 보면서 노르베르트가 설명을 시작했다. 원래 클라우디아는 자작가의 장녀다. 자작가라고 해도 꽤 몰락해서 영지가 마을 하나밖에 없어서, 부유한 남작가보다 못한 가문이었고 상당한 빚도 있었다.

     자작가에는 동생이 있기도 해서, 클라우디아는 여기사로서 출세하려고 왕도를 방문. 그리고 수습 여기사로서 학교의 경비 임무 보조의 수업 중 백작가의 영식이었던 잉고와 서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백작님께선 한눈에 반하셨다고 합니다."

     "네에."

     

     하지만 처음에는 클라우디아한테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어서, 잉고가 찾아갈 때마다 '나는 여기사로서 출세할 거야' '귀족으로서 어울리지 않아' '댄스도 못하고, 매너도 예절도 잘 몰라' 등을 말하며 거절하는 일이 이어졌다고 한다.

     

     체아펠트 백작가 쪽도 처음에는 영식의 불장난이겠거니 하며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게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자 잉고의 아버지도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당시의 체아펠트는 기반이 튼튼하지 않아서, 같은 백작가 중에서는 비주류 세력이었다. 그 때문에 가능하다면 중앙에 가깝고 보다 좋은 가문의 여성과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만큼, 아들의 태도에는 곤란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클라우디아의 친가도 무관 쪽 가문과의 관계를 원했다. 클라우디아 본인이 결혼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문관계 백작가의 불장난에 어울리는 일은 사절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백작가와 자작가에서 상담하여, 안주인님의 상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상대는 무관 쪽 백작가의 삼남이며, 일단 기사로서 출세한 사람이었다.

     클라우디아 본인은 저항했었지만, 상대측 백작가도 자작가의 빚을 들이밀며 이 약혼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들은 잉고 쪽은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 먼저 자작가에 뛰어들어서, 클라우디아의 아버지인 선대 자작한테 딸과의 결혼을 허락시키기 위한 결투를 신청한 것이었다.

     

     "저기, 백작님이, 말인가요?"

     

     노르베르트는 리리의 질문에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랬지요. 자신의 아버지인 선대님과도 싸워서 납득시키고, 최종적으로는 당시의 자작가 당주 및 상대의 약혼자, 그리고 안주인님과도 기사로서의 실력을 증명하는 결투를 해서, 결국 결혼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에 클라우디아는 '저는 일부러 져준 것이에요. 남편의 끈기에 졌을 뿐이랍니다.' 라고 말했다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클라우디아 본인만 알 것이다.

     리리는 이제 말문도 나오지 않아서, 눈만 꿈뻑이고 있다.

     

     "당시에는 체아펠트도 크지 않았고 지방 귀족의 결혼이라서 그리 화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믿기지가 않네요."

     "정말 그렇습니다. 이 일은 베르너 님도 모르시겠지만, 아마 믿지 않겠죠."

     그 후, 아버지와 상대 자작가를 납득시키기 위해 잉고는 백작가로서의 일에 열심히 일하여, 내정면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왕도의 외무차관으로 부임했다.

     그곳에서의 강직한 모습과 무관 측 귀족의 참견에도 의연히 대처하는 모습에 왕도 탄복하여, 현재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주인님도 결코 귀족부인으로서의 예절에 해박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나중에 배운 결과입니다."

     아마도 베르너가 리리를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잉고는 예전의 자신을, 클라우디아는 당시의 잉고의 표정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게 매듭지은 노르베르트를 보며 망연자실해하던 리리의 귀에 클라우디아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노르베르트, 이런 곳에 있었나요."
     "무슨 일이십니까."
     "훗날이 되겠지만, 전의 사례를 겸해 슈람 후작부인을 초대할 테니 준비를 맡아주셨으면 하는데요."
     "알겠습니다."

     노르베르트가 공손이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클라우디아의 시선이 리리를 향한다.

     

     "리리, 당신도 동석하세요."

     "꺄아, 네엣."

     리리의 반응에 잠시 묘한 시선을 던졌지만, 일단 수긍하고는 금세 방을 나갔다. 노르베르트가 웃음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여기사여서 그런지, 저런 용건이 있을 때는 스스로 발걸음을 하신다는 게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 네."

     

     그렇게 말하면서 방을 나간 노르베르트를 보고 조금이지만 제정신을 되찾은 리리는 서둘러 뒤를 쫓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리리도 베르너한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클라우디아의 동생인 자작가 당주의 편지에만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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