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87――
    2022년 05월 05일 16시 30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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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91/

     

     

     

     이튿날부터는 다시 지하서고 작업개시. 몹시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 마젤을 그런 별 것 아닌 일로 왕도에 돌아오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만회하기 위해서 요 며칠은 지하서고의 작업의 전념하고 싶다. 뭐 예정은 미정인 상태지만.

     서류작업 쪽은 일단 재정관계의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어디까지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

     

     한편 궁전 안에서는 상당한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다. 증거수집에 그만한 시간이 걸리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지만, 드디어 대청소가 시작된 모양이다.

     지하 서고에서 그날의 조사를 끝내고 올라오면 누구누구가 체포되었다고 들으면 마치 시간여행자라도 된 기분이 든다.

     

     "베르너 님, 그럴 듯한 책은 여기에 놓아둘게요."
     "그래, 고마워."
    '

     리리가 두고 간 몇권의 책에, 번호를 쓴 목제 책갈피를 끼워둔다. 이건 어디에서 갖고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조사는 결투했던 날에 깨달았던 몇 가지 일을 고려해서 방향성을 조금 수정했다. 지도가 그려진 책을 찾는 것은 그대로지만, 신과 관련된 일이 쓰인 책도 함께 찾고 있다.

     그러는 한편, 내용를 확인하는 것은 오로지 내 작업이다. 아무리 리리가 읽고 쓸 줄 안다고 해도 세밀한 뉘앙스를 이해하기는 어렵고, 언어의 변화에 관한 문제까지 파악하는 건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는 일은 나, 찾는 일은 리리로 분업이다. 어느 정도 후보가 쌓이면 리리도 읽게 할 예정.

     

     

     

     오늘도 조사에 큰 진전이 없이 서고를 나왔다. 참고가 될만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책장이 늘어난 것은 진전이라고 말하자면 진전이겠지만, 아아 지친다.

     

     "클라라 양의 건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 일단 내 나름대로 요청을 했지만, 그 다음은 모르겠는데."

     

     그런 대화를 하며 집무실로 돌아가자, 마침 법무 관계자가 와 있어서 클라라의 건으로 내게 결정사항을 전했다. 서류를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수고했다. 직접 만날 수 있을까?"

     "가능하지만, 이걸로 괜찮겠습니까."
     "클라라 정도의 상대로 화낼 필요성도 없으니까."

     동정심도 있지만, 절반은 사실이다.

     

     "노이라트, 슌첼..... 리리도 올 테냐?"

     "네."
     "알겠다. 그럼 가자."

     신경쓰고 있는 모양이고, 그 자리에서 목을 베는 것도 아니다. 리리도 데리고 이동. 상대측이 전면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도 없이 갑자기 형벌을 전달받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법무시설의 어떤 방에 들어갔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클라라의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동생이 멋지게 도게자를 해왔다. 클라라의 어머니와 동생은 얼굴과 몸에 상처가 나 있다. 붙잡힐 때 걷어 차인 모양이다.

     

     "클라라."
     "네! 전부 제 책임입니다, 부디, 부디 어머니와 동생은 관대한......"

     

     아버지가 귀족가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내 쪽에서 말을 걸기를 계속 참았던 모양이다. 제대로 귀족의 예절을 이해하고 있다. 나는 딱히 바햄 백작한테 원한이 없기 때문에, 이런 형태가 아니라면 왕도에서 일을 맡겼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는 조금 아쉽다.

     

     "사정은 알고 있다. 귀족살해 미수범이지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한다. 클라라는 노동민으로 삼고, 왕도에서의 추방을 명한다."

     전세에서 말하는 노예행이다. 미수라고는 해도 귀족 살해범인 것 치고는 가벼운 형벌이다.

     

     "가, 감사드립니다!"

     

     클라라보다 먼저 어머니 쪽이 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숙였다.

     

     "로밀다, 그리고 카스파였지. 너희들한테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귀족살해 미수범의 가족인 이상, 무죄로 삼을 수는 없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로밀다가 고개를 숙였다. 카스파 쪽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저 나이면 어쩔 수 없나.

     

     "그럼 처분을 전하마. 너희들 모자는 왕도에서 추방한다. 3일 이내로 왕도를 떠나도록."
     "예."

     마물이 출몰하는 상황에서 왕도에서 추방된다. 거기다 갈 곳도 없다는 것은 상당한 벌이겠지만, 귀족살해 미수범의 가족으로서 불평한 입장은 아니다. 로밀다가 수긍했다.

     

     "그런데 말이다."

     위엄있는 표정은 여기까지. 쪼그려 앉아서 로밀다와 시선을 맞춘다.

     

     "난 조만간 체아펠트령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거기서 일할 생각은 없나."
     "예......?"

     

     뭐 그런 반응이 되겠지. 나도 참 물러 터졌다고 생각해.

     

     "새로운 사업이라 익숙지 않은 일도 많은 거다. 일손이 부족할 테니, 현재 일하지 않는 노동민을 부하로 둬도 된다. 일해볼 생각은 있나?"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내 시선이 막 노동민이 된 클라라 쪽을 향하자 뜻을 이해한 모양이다. 부와악 하는 의성어가 나올 듯한 기세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바, 받아들이겠사옵니다."
     "좋아, 체아펠트령까지는 호위를 붙여주마. 준비해."

     "감사, 합니다......!"

     

     클라라까지 울면서 고개를 숙이길래, 끄덕여주고 그 방을 나오기로 했다. 사실 클라라 일가는 휘말렸을 뿐이라서 울며 감사할만한 일은 아니었는데.

     집무실로 돌아가서 가볍게 어깨를 돌렸다. 정신적으로 어깨가 뻐근하다. 그런 내게 노이라트가 말을 건다.

     

     "그걸로 괜찮았습니까."
     "가벼웠다고?"

     

     가볍게 어깨는 으쓱인다. 아마 가벼웠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나올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 세 사람을 목 매달던지 저렇게 살려서 일을 시키든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법적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말이야."

     나는 용사도 뭣도 아니지만,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 자기만족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바꿀 생각도 없다.

     

     "같은 책임을 지게 된다면, 자기만족의 결과가 되는 쪽을 지고 싶어. 나는 결국 나다운 방식으로만 살 수 있으니까."

     

     권력의 무서움은 무서울 정도로 잘 알고 있고, 무력은 언제든 폭력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인 부분을 바꾸고 싶지 않아.

     

     "실망했어?"

     "아니요."
     "베르너 님은 그걸로 괜찮다고 봅니다."

     노이라트와 슌첼이 그렇게 대답하자, 리리도 수긍했다.

     

     "어디든 함께 할게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말해줘."
     "노력하겠습니다."

     

     슌첼이 그렇게 반응하고서 셋이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원.

     동료복이 있다는 점에서는 마젤과 좋은 승부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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