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85(●)――
    2022년 05월 05일 14시 22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89/

     

     

     

     창고 거리의 노동자들 전용의 숙박시설 중 하나. 벽에 스며든 것뿐만이 아닌 술냄새가 감도는 방 안에서, 남자가 보고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너 녀석만으로 만족해야하나. 평민 쪽은 다른 기회에 처리할 수 있겠지."
     "맞슴다."

     

     안에서 그렇게 중얼거린 남자는, 귀족의 옷을 입고 있지만 잔인함과 폭력성 쪽이 배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서, 도자기 안의 술을 들이켰다. 난폭하게 입을 닦으며 옆에 있던 다른 남자한테 물어본다.

     

     "그러고 보니 클라라인가 하는 여자는 살아있나?"

     "두목의 지시대로 붙잡았을 겁니다."
     "그래, 어떻게 할까. 죽이는 편이 후환은 없는데."

     "아줌마보다는 그쪽의 계집이 비싸게 팔리지 않습니까? 귀족을 죽인 범인이라고 본인도 말할 수 없을 테고."
     "그것도 그러네?"
     "그보다 남자 꼬마는 팔릴까요."
     "그런 걸 좋아하는 녀석도 있다고."

     

     이 세계에서는 남창도 장사가 된다.

     

     "뭐, 시장에 팔다 남으면 슬럼에 버려두면 돼."
     "뭐 그렇죠."
     "그딴 일보다, 준비 쪽이다. 이리되었으니 왕도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고."

     

     남자들이 베르너의 목을 거리에 내놓고 상품들을 회수한 다음 왕도를 탈출한 수순과 그때 갖고 갈 물품 등을 의논하고 있자, 갑자기 다른 남자가 그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두, 두목!"

     "뭐야, 소란스럽게."
     "가, 갑옷 소리가. 포위되었습니다!"

     

     잠깐 얼굴을 마주 본 후, 남자들이 소리 내어 일어섰다. 그대로 나무 창틀로 달려가자, 미세하지만 금속 갑옷을 입은 자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여러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1명이 창가의 틈새에 눈을 가까이했다.

     밤의 어둠 속에서 갑옷이 달빛을 반사하고, 여러 사람들이 건물 주변을 점점 포위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뒤에도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기색이 있고, 그것이 더욱 늘어나는 느낌조차 나는 것이다. 인원은 현재만으로도 20명을 넘을 것이다.

     모두가 절규하고 있었지만, 두목이라 불린 남자는 클라라가 돌아왔음을 보고한 남자를 노려보았다.

     

     "어이, 너, 꼬리 잡히지는 않았겠지."

     "예? 아, 아뇨,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이 쓸모없는 놈!"

     

     호통을 쳤지만 그걸로 상황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어, 어쩌죠 두목!"

     "뒤는 어떻게 되었어!"

     "아직 사람이 없슴다, 빨리 그쪽으로."
     "그 여자랑 꼬마는요."
     "알게 뭐야, 그보다 빨리 가자!"

     

     검만을 손에 든 남자들이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뒷문까지는 아직 손이 닿지 않은 모양이라서, 남자 집단을 가까스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도중에 몇 번 각도를 바꿔서 시가지와 비슷한 곳까지 도망친 남자들은 이제야 다리를 멈췄다.

     

     "크,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이제 어쩝니까 두목."
     "젠장, 일단......"

     "일단 항복해주면 서로 편하겠는데."

     

     그 말에 깜짝 놀란 남자들이 소리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주변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주위에서 여러 기사와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병사들이 마도 램프를 도로로 향한다.

     소리 낸 청년을 향해 두목이라 불린 남자가 소리 내었다.

     

     "너는, 베르너!"

     "넌 누구였더라?"

     

     창을 손에 든 베르너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그와 대조적으로 남자는 분노의 표정을 지었다.

     

     "네 녀석, 진심으로 말하는 거냐......"
     "절반 정도?"

     

     어깨에 창을 올린 채, 베르너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 후 도서관에서 발도 묶지 못하는 못난이라고 주인한테 설교당했겠구나, 하는 정도의 인식은 있지만 말야. 어때 보겔 자작 공?"

     

     이를 가는 소리가 주위에 퍼졌다. 보탄・스벤・보겔은 시선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표정이었지만, 베르너는 서글서글한 표정이다. 그 표정 그대로 입을 연다.

     

     "뭐, 몰이꾼한테 쫓겨서 도망쳐오기에 어울리는 얼굴인 건 확실하구만."
     "몰이꾼이라고?"

     "그 창고를 에워쌌던 것은 대부분 연출이었지."

     베르너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놀란 표정의 집단을 바라보았다. 보겔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냐."

     "내 입장으로선, 가장 곤란한 경우는 집에 틀어박혔을 때였어. 어둠 속에서 갑옷 소리를 듣고 그다음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걸 보면 역시 최악의 경우로 상상해버리니까. 포위당하지 않은 뒤쪽으로 서둘러 도망쳐 줄거라 생각했던 거다."

     "그럼 그 갑옷은."
     "아마 한두 명은 너도 기억날 거라고. 참고로 보수는 1인당 와인 1병."

     결투재판 때 얼굴을 보였던 학우들한테 지금 뭐 하고 있냐고 근황을 물어본 것이 여기서 도움이 된 것이다. 그들 중에는 귀족계급의 학생도 있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가 있는 학생한테 갑옷을 입고 포위망에만 참가해달라고 부탁했고, 그에 몇 명이 응한 것이다.

     

     "참고로 오늘 밤 클라라를 추적했던 사람은 6명. 클라라가 들어간 건물과 거기서 나온 녀석을 추적할 필요도 있어서 조금 분발했지."

     이를 위해 추적과 미행의 전문가를 세이퍼트 장작한테서 빌렸다. 결국 이 건은 이미 왕국의 최상부까지 전해졌다는 말이 되지만, 베르너는 그런 사실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또한 그 창고는 현재 위병대가 내부 조사를 위해 들어가서 클라라의 어머니와 동생을 구출했지만, 그 사실은 이 시점의 베르너도 모른다.

     

     "...... 어떻게 여기서 잠복한 거냐."
     "그 독을 넣어둔 약봉지가 고급이라서 말이야. 독살범의 흑막이 여기 살고 있을 거라 추측했을 뿐이다."

     

     다만 그 외의 길에도 만일을 위해 몇 명씩 배치해서 수상한 사람이 지나가려 하면 베르너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 벌이를 하라고 지시해놓았다.

     

     "그렇다 해도, 어떻게 창고 거리에서의 길을 아는 거냐."

     "잘 아는 사람한테서 들었을 뿐이라고. 너랑 다르게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말이야."

     세이퍼트 장작이 리리한테 왕도의 지도를 그리게 한 것을 베르너가 알게 된 것은 안하임에서 돌아온 후의 일이다. 그때, 세이퍼트는 리리한테 지도의 초안을 체아펠트 저택으로 갖고 돌아가도록 권했다.

     지도를 눈앞에 두고 기밀 수준의 물건을 어떻게 보관할까 하고 베르너가 진지하게 고민했었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었으니 불만은 없다.

     

     "단기간에 준비하기엔 힘들었지만 상대가 단순해서 다행이었어."
     "......."

     "멋지게 걸려줘서 고마웠을 정도였다고. 한마디 조언해주자면, 좋은 독약을 손에 넣는 것보다 실행범에 돈 좀 쓰라는 거랄까."

     보겔의 손이 칼자루를 향해 슬금슬금 뻗는 것을 보고, 베르너가 재빨리 소리 냈다.

     

     "살려두면 노상강도가 되겠지. 두목 빼고는 다 죽여!"

     "예!"

     

     베르너의 목소리에 응한 기사단이 일제히 공격했다. 보겔 일행은 명백하게 선공을 빼앗겼다. 한번 정도는 항복 권고를 하고 실력행사는 그다음에 할 거라며 방심했던 것이다.

     남자들도 서둘러 검을 뽑았지만, 그 과정에서 1명이 맥스에게 베여 쓰러졌다.

     

     곧장 밤의 왕도의 구석에서 난전이 일어났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