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83――
    2022년 05월 05일 07시 53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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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87/

     

     

     

     예정대로 이틀 동안은 지하서고에서 조사. 그중에 신경 쓰였던 것은 왕도의 상하수도였다.

     리리가 상수도와 우물의 배치도와 하수도의 그림을 찾아왔길래 흥미 삼아 둘이서 들여다보았는데, 마치 문양처럼 도시 전체에 걸쳐 놓여있는 높은 완성도에 놀라는 한편, 상수도는 어디에서 물이 흘러오고 오물의 저수조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

     확실히 도시라고나 할까 벽의 외측까지 도면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쪽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할 거지. 그리고 평소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니 상하수도에도 대 마물용의 결계는 유효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어쩌면 지하도 경계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조금 더 조사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손쓸 수가 없기 때문에 이 건도 세이퍼트 장작과 상담해서 게브하르트 수도국장관한테 떠넘기자.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책임자한테는 미리 미안하다고 사과해두자.

     하지만 뭘까. 유리아네 님의 묘소, 왕도를 지키는 대형결계, 그리고 상하수도. 설비와 설계의 완성도가 이 시대에 걸맞지 않다. 그럼 이 왕도는 고대왕국의 유적 위에 건설되었다는 뜻인가. 의외로 그런 쪽에 마왕이 습격해오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의혹은 의혹으로 남기고 우선 할일으로서 조개의 조사기록과 함께 장작한테 실험을 부탁했다. 의도를 설명했더니 그 정도라면 상관없다면서 승낙해줬다.

     

     

     그런 일들을 끝내고, 빙 돌아서 체어펠트 저택으로 돌아왔다. 상의를 맡길 때 한숨을 쉬었던 것은 결코 내 탓이 아니다. 리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단순히 긴장이 풀린 것뿐이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기, 베르너 님. 집무실에 『붉은 꽃을 장식해 두었』지만, 괜찮았던 걸까요."
     "항상 고마워. 그래, 내일은 푸른색의 『손수건을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어디서 클라라가 듣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암호로 대화하는 것은 사전에 협의한 대로다. 예상대로 클라라가 일을 돕고 싶다는 말을 한 모양이다. 참고로 손수건을 준비하라는 것은 내가 심야까지 집무실에 있겠다는 의미. 그럼 내게 식후의 차를 갖고 오는 자가 클라라가 될 것이다.

     

     식사후 내 집무실에서 프렌센과 신제품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자, 예상대로 수습 메이드 같은 복장의 클라라가 차를 들고 왔다. 본인 왈, 리리가 우려 준 차를 들고 왔을 뿐이라고 한다. 호오, 리리가 차를 우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커튼을 닫을까 물어본다면 불필요하다고 대답할 예정이었지만, 거기까지 의식이 향하지 않은 모양이라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좋아, 잘 되고 있어.

     

     그 후로 클라라는 대낮에 저택 안의 누군가가 가르쳐줬을 행동을 보여주었다.

     만일을 위해 그 틈에 해독제를 먹어 두었다. 게임과는 다르게 시간차가 너무 나지만 않는다면 해독제를 먼저 먹어둬도 유효하다. 이런 면은 현실적이라고 언뜻 생각한다.

     

     프렌센 쪽을 보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붉은 표지의 책을 들고 일어서서는 등뒤의 책장으로 이동했다. 이것이 신호가 된다. 역시 차에 그걸 넣었는가.

     

     "기, 기다리셨습니다......"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돼."

     손이 떨리는 걸 보면 역시 암살의 프로는 아니구나.

     한모금 마신 시점에서 정말 참기 힘든 맛을 느꼈지만, 애써 참고는 한 모금 더 마신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했지만 무리였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클라라, 미안하지만 노르베르트를 불러줘."
     "아, 네."

     내 표정을 본 클라라가 거의 도주하듯이 방을 나갔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참고 있었지만, 드디어 참지 못하고 내뿜었다. 으아, 힘들었다. 무심코 프렌센을 향해 불평을 털어놓고 만다.

     

     "설탕이라면 몰라도, 소금을 듬뿍 넣은 홍차라니 두번 다시 마시고 싶지 않아."
     "그렇겠죠."

     

     쓴웃음을 지으면서 프렌센이 자기가 마시던 홍차를 권해줘서 고맙게 마셨다. 아아, 치유된다.

     

     "밀가루로 해놓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나도 지금 그걸 생각하던 참이야."

     

     소금으로 바꿔놓은 건 실패였다. 다음에는 그렇게 하자고 내심으로 생각하며 지시를 내린다.

     

     "자, 그럼 계획대로 다음은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베르너 경은 지금부터 급환에 걸렸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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