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81――
    2022년 05월 05일 02시 49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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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84/

     

     

     

     어젯밤 사이 맥스 네들이 움직여줘서 몇몇 준비를 해준 다음 맞이한 이른 아침. 이른 아침에 빌린 마차를 타고서 나와 리리는 왕성으로 출근이다. 갑작스러운 출근에도 불구하고 저택 안에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백작가라고나 할까 아버지의 역량이겠지.

     클라라는 손님으로서 안에 머물고 있지만, 어디에선가 지켜보고 있다 해도 문제는 없다. 단지 바깥에서 저택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대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베르너 님, 정말로 조심하세요."
     "그래, 고마워."

     

     내 단독행동이 신경쓰이는지 리리가 그런 말을 해왔다. 오늘은 기사나 귀족의 복장이 아닌,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있다. 오랜만인 것이 슬프다.

     참고로 그 이외의 옷은 금화와 함께 마법 가방 속에 쑤셔 넣었다. 슬슬 변장 도구 세트라도 마련하는 편이 좋을까.

     

     "그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조사를 부탁하고 싶은데."
     "네, 뭔가요?"

     "일단 조개의 산지와 왕도에서의 유통상황을 조사해주면 고맙겠어."

     

     그렇게 부탁했더니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 왕도에서 조개는 드물다고나 할까, 수산물 자체가 거의 없다. 근처에 바다도 큰 강도 없는 탓이다.

     

     이 세계에는 바다와 강에 고유한 마물이 출몰하기 때문에, 전생의 어업과 비교하면 위험성이 높다.

     그 때문에 내륙의 도시에서는 해산물류는 고기보다 고급품으로 취급되는 일도 많다. 그건 그렇고 조개를 조사하는 건 사치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니 맡겨도 괜찮을 거다.

     

     "그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노이라트와 슌첼한테서 떨어지지 말도록 해."
     "네. 조심하세요."

     인기척이 없을 즈음에 재빨리 마차에서 내려와 골목으로 들어선다. 기사들이 호위하는 마차가 왕성 쪽을 향해 달려간 뒤에도, 잠시 그 자리에 남아 마차를 따라가는 사람이 없나를 확인. 적어도 그런 녀석은 없는 모양이다.

     다음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마차에서 뛰어내린 날 쫓아올 경우라서, 발을 재빨리 움직여 이동. 오른쪽으로 3연속으로 돌아가도 같은 녀석이 뒤에 있다면 미행당한다는 뜻이다.

     뒷쪽을 조심하면서 라페드의 가게의 뒷문을 통해 들어간다. 평소대로 라페드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거이거 베르너 님, 이런 이른 아침부터 방문하실 줄이야."
     "때때로 생각하지만, 너는 내게 감시라도 붙인 거냐."

     

     전혀 놀라지 않는 라페드한테 무심코 빈정댔다. 그러자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도망치기 전에는 꼭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도망칠 때는 나와의 연관성은 지워두라고, 정말이지."

     "오히려 베르너 님이 스쳐 지나간 여자한테 아이라도 낳게 했다는 증거를 날조해둬서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라페드라면 정말 그럴 것 같아서 무섭다. 불리해질 것 같아서 설전을 중단하고 그 독을 꺼내 들었다.

     

     "이게 뭔지 알겠어?"

     "한번 보도록 하죠."

     

     냄새를 맡거나 손가락으로 찍어서 확인한 뒤, 마지막에는 조금 핥기까지 한다. 괜찮은가 생각했지만 "이 독이라면 핥는 정도로는 위험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정류에 효과가 있는 해독제도 지참하고 있으니." 라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클라라의 몽타주를 한 장 건네고는 사정을 설명. 독의 내용을 확인하고서 그 해독에 쓰는 포션을 몇 개 구입. 이것은 만일을 위해서다. 라페드의 가게에서 신발만 바꿔 신고, 온몸을 누더기 망토로 가린 뒤 가게를 나섰다.

     

     

     

     계속하여 등 뒤의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벨트 할배가 있는 곳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건 뭔가를 의뢰하기 위함이 아닌, 여러 정보를 받은 몫의 사례를 위해서.

     

     "감사도 대금도 필요 없다."
     "내 쪽이 진정되지 않는다니까. 필요 없으면 그쪽에서 적당히 먹고 마시는데 써줘."

     

     이상한 빚을 만들면 두려운 것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의리와 인정을 중요시한다. 얼굴을 익혀두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들을 돈으로 사려는 생각은 없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건 알고 있다고. 그러니 이건 나 개인의 고집에 불과해."
     "귀찮은 성격이구만."
     "그 말 자주 들어."

     

     어떤 사람이든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어떤 명군의 통치하에서도 세상의 비탄을 받는 사람과 범죄자는 나오는 법이다. 그것들은 억누르는 것도 컨트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을 그들 나름의 조직이라고 인정하고, 국가 내부의 외국인 것처럼 대한다. 안전을 위협한다면 무력으로 쳐부수겠지만, 한도를 넘지 않는다면 오히려 좋게 평가한다. 그런 세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일을 맡길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면 고맙겠어."

     "생각해두지."

     

     흥, 하고 코웃음 치고 말았다.

     돌아갈 때 할배의 호위들한테도 술값을 건네고 아지트를 나온다. 열심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느껴지는 것은 여전하다. 후우.

     

     

     

     

     도중에 신발을 갈아 신고서, 교복 차림으로 몇 군데 돌아간 뒤에 고아원으로 향한다. 마을의 미화활동의 상황과 교육의 진척을 확인. 아무래도 아버지는 좋은 교사를 붙여준 모양이다. 그 99단이 이런 곳에서 나왔길래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그 후, 안에서 기사복으로 갈아입었다. 기부금을 놓아두면서, 계산 수업을 늘려달라고 부탁했다. 장부의 필요성을 가르쳐야겠어.

     

     모험가길드 쪽은 맥스에게 맡겨놓았지만, 그럼에도 왕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더니 오후라고나 할까 저녁 무렵이 되고 말았다. 조사를 못했음을 한탄하면서, 어차피 늦었으니 장을 본 뒤에 왕성으로 향했다.

     집무실로 들어서자 노이라트와 슌첼을 포함해 리리가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일어나서 맞이해주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오늘은 또 1명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남자도 가볍게 목례.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팔켄슈타인 각하께는 나중에 방문하겠다는 뜻, 잘 전달해줬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어젯밤에 사자를 보내서 재상에게 부탁해 둔 기사한테 감사를 표하고서 물러나도록 했다. 늦어버린 것은 미안하게 되었다. 세이퍼트 장작한테도 부탁이 있으니 다음에 동석을 부탁하고 싶다.

     한숨 쉬고서 다른 자들에게 시선을 향한다.

     

     "수고했어. 별일 있었고?"

     "손님이 조금 찾아왔지만, 재상 각하의 직속 기사가 동석한 것을 확인하자 대부분 인사 정도만 하고 나갔습니다."

     "리리한테 선물을 준 사람도 몇 분 계셨지만, 백작님을 통해 보내면서 돌려보냈습니다."

     "노골적이기는."

     

     오늘 내가 출근하지 않았음을 듣고 예정을 바꾼 녀석도 있었겠지. 국가에서 공공연히 용사를 감싸게 되자 리리한테 잘 보이려는 녀석이 늘어난 것은 이해한다. 귀족 중에는 한가한 녀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 

     내 나잇대에서 바쁜 것은 확실히 드문 케이스라는 기분도 들지만. 중세 귀족은 정치와 무예훈련에 바빴을 텐데 기묘하게도 그 점에서는 중세보다 근대에 가깝다. 역시 뭔가 땜질해놓은 느낌이다.

     ...... 땜질. 땜질?

     

     "베르너 님, 왜 그러신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냐. 조개 쪽은 조사했어?"

     "이쪽에 간추려 놓았답니다."

     

     불러서 사고를 되돌린다. 받아 들고서 휘리릭 넘기며 조금만 확인. 좋아, 이거라면 백작저에 들고 가도 괜찮겠어. 이쪽은 돌아간 뒤에 읽기로 하고, 갖고 갈 수 없는 일을 끝내 놓자.

     

     "쓸만할 것 같아. 고마워. 나중에 확인할게. 하지만 먼저 여기서 내 작업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다줘."

     "네. 여기 있는데요, 저, 베르너 님......죄송해요."
     "음? 무슨 일 있었어?"

     

     10매 정도의 서류 다발을 들고 온 리리가 정말 신경 쓰인다고 얼굴에 쓴 듯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인지.

     

     "저기, 다음에 재상님과 만나신다면서요. 하지만 기사복에 주름이."
     "아아....."

     

     마법 가방에 쑤셔둔 탓인가. 그러고 보니 거기까지 생각해두지 않았다. 큰일이라고 생각했더니 리리가 싱긋 웃으면서 손을 뻗어왔다.

     

     "마도 다리미를 빌려왔으니, 상의를 벗어주세요. 바로 주름을 펴드릴게요. 재상님의 방으로 가기 전에 머리 정돈과 신발의 청소도 해두세요."

     엥, 준비한 거냐고.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 부탁할게."
     "네. 그럼 그 사이에 이쪽 서류를 확인해주세요."

     브러시로 먼지를 털어내고서 다른 탁자에서 천을 준비하고 있는 리리를 곁눈질하며 자리에 앉는다.

     전생에 있었던 분무형 다리미를 만들면 꽤 잘 팔릴 듯한 기분도 들지만, 나는 내부 구조를 잘 모른다. 만일 알았다면 만들어 팔았을지도 모른다. 아쉬워.

     

     노이라트와 슌첼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는 걸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기분을 다잡고 서류의 내용을 확인. 오늘의 업무는 전시국채에 관한 문제인가. 내가 발안한 만큼 내게 대응하라고 보낸 모양이다. 으으윽.

     일단 관계서류로 눈을 돌린다.

     

     "끝났습니다. 이쪽에 놓아둘게요."
     "고마워. 나중에 오른쪽 선반에 있는 녹색 표지의 책 좀 가져와 줘."
     "네."

     성가신 문제가 많구나. 아직 용건도 있으니 재빨리 끝내야겠어.

     그건 그렇고 이것저것 연상한 결과, 묘한 점을 깨닫고 말았다. 이건 나중에 실험해두고 싶다. 하지만 일단 클라라의 일이 우선이겠지. 먼저 그쪽을 처리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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