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75――2022년 04월 30일 02시 26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https://ncode.syosetu.com/n1219gv/177/
"피곤하신데 죄송합니다."
"상관없다."
귀가 후의 아버지한테 면회를 요청했다. 오늘은 집무실이 아니라서 어머니와 노르베르트도 있다.
일단 리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보아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흐음?"
"이것입니다. 언젠가 영지의 특산물로 삼았으면 해서, 리리가 만들어줬습니다."
먼저 평범한 흰 종이를 보인다. 리리라는 대사가 통했는지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흥미를 갖고 만져봤는데, 아버지가 이윽고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용도는?'
"10년 뒤 정도에는 기록용지로서 쓸 수 있다고 보입니다."
"언젠가는, 말인가. 지금은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이구나."
역시 날카롭다.
"그 사이에는 어쩌려고."
"예, 이런 식으로 쓰려고요."그 질문은 이미 생각해 놓았기 때문에 마련해뒀던 것을 내밀었다. 그걸 본 아버지는 그제야 호오, 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문양을 그린 건가. 이걸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씁니다."
대략적이기는 하지만 몇장의 종이에 그림을 그리게 하고, 1장은 펼친 채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또 1장은 일단 수중에 있던 펜을 감싸서 갖고 온 것이다. 리리가 그 상태 그대로 아버지한테 건네 뒀다.
"이런 식으로 선물을 포장할 때 쓰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해서요."
"그렇군."
단적으로 말하자면 포장지지만, 이 세계에는 포장지라는 개념이 엇어서 그런 단어도 없다. 애초에 비싼 선물을 할 때는 고급 천에 감싸던가 자루에 넣고, 보석이라면 보석상자 채로 선물한다."문양과 종이를 그려놓은 이거라면, 보석상자를 감싸서 선물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것입니다."
함께 메시지 카드의 샘플도 내민다. 이것에도 가볍게 문양을 그려놓아서 화려한 느낌이 들게 했다.
"감사와 사랑의 말을 한마디 적고서 선물과 함께 상대한테 보내는 것입니다. 편지 정도로 길게 쓸 필요는 없으니 남녀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 정도 크기로 만든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뭔가 향기가 나는구나."
카드를 보면서, 이번에는 어머니가 입을 열었길래 먼저 그에 대답한다.
"마피지와 양피지하고는 다르게 향기를 넣기 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래는 향수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감귤류의 껍질을 써서 향을 냈습니다."
"혹시 리리한테 향수 하나도 사주지 않은 거니."
으윽, 벌집을 건드린 모양이다. 확실히 바빴다는 이유는 내 사정일 뿐이고, 여태껏 아무것도 안 해준 것은 내가 나빴다. 이전의 그것은 향수가 아니었고.
옆에서 리리가 옹호해줬지만 내 탓이니 정말 미안하다.
"글자를 쓸 수 있는 건가."
여기서 설교를 시작해도 곤란한지, 아버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의도는 알았다. 다음은 생산량과 재료비에 달렸군."
"예. 생산하기 위한 인재 외에도, 백작령에서 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지, 타령에서 사들일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그쪽의 계획은 되어있느냐.""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부터인데, 특히 장인을 육성하는데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먼저 이 물건 자체가 아버지의 마음에 들지 아닐지 평가를 여쭙고 싶었습니다."
내 시선 끝에서, 아버지는 잠시 종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질을 올릴 필요는 있겠지만, 대략적으로는 괜찮군. 이것의 이름은 뭐라고 하나."
"음, 식물로 만들었으니 식물지는 어떨까요.""이건 기회를 보아 폐하께도 보여드리도록 하마."
"왕실에 제출할 때까지는 조금 더 좋은 걸 만들어놓고 싶습니다.""노르베르트, 필요한 재료에 관한 정보를 모으도록."
"알겠습니다."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자 노르베르트가 고개를 숙였다.
리리는 내 옆에서 놀라고 있다. 일이 커졌다고 생각하고 있나 보다. 하지만 영지의 새로운 특산물을 왕실에 헌상하는 것은 귀족의 규칙이기도 하며, 동시에 실력을 드러내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제대로 통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다른 귀족보다 뛰어납니다, 우리를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등을 어필하는 것이다. 이 세계는 귀족도 귀족으로서의 실력을 길러야만 한다.
너무 지나치면 질투받으니 적당히 해야겠지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네가 이런 일을 들고 올 줄이야."묘한 반응을 해주길래 잠깐 리리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정면으로 다시 돌리자 아버지의 시선이 잠시 리리 쪽을 바라본다. 아아, 그런 일인가.
"고마워, 리리."
"네? 아, 네. 변변치 않았습니다."리리가 당황하며 반응한다. 그녀가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으면 될 일이다.
나는 왕도 습격의 일이 최우선이라서, 그 후에도 기껏해야 마젤의 마왕정벌까지의 일만 신경 썼다. 하지만 국내의 제반 문제나 방금 말했던 영지의 새로운 특산물 등, 마왕 정벌 이후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지금까지라면 적당히 미루었을 문제.
마왕 정벌 후의 행정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리리가 이제부터 계속 옆에 있기 때문일까. 부모님도 그걸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은 나의 성장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누군가가 문을 황급히 노크했다. 아버지가 허가를 내리자 프렌센 대신으로 집사보가 된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의 표정만 보고 아버지가 먼저 말을 꺼낸다.
"수고했다. 베르너도 리리도 물러가라. 크라우디아도."
"네."
"실례했습니다."내가 인사하자 리리도 옆에서 고개를 숙인다. 이런 상황에서 동요하지 않는 걸 보면 조금 익숙해진 모양이다.
그리고 노르베르트 이외의 모두가 일단 퇴실했지만, 곧장 노르베르트가 나와서 날 부르길래 다시 돌아갔다. 뭔가 문제라도 일어났나.
"베르너입니다."
"들어와라."목소리에 응해서 아버지의 방으로 다시 들어가자, 출근하려는 듯 옷을 갈아입고 있다. 다급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 시간에 이 복장이라는 것은 무슨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나는 이제부터 맥스를 데리고 왕궁으로 간다. 귀가할 때까지 저택의 경비를 맡기마."
"알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조금 전, 왕궁에서 사자가 왔다. 가무리히 백작이 병사했다고 한다."엥? 어, 결투는 어제였잖아. 그보다 그 병사를 강조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정확한 상황은 이제부터 왕궁에서 확인하겠지만, 지금부터 가무리히 백작의 처자식을 포함해 가족 모두가 병중인 걸로 취급한다. 그렇게 알고 있어라."
백작만이 아니라 일가족 전부가 사망이라는 건가. 거기다 이런 상황에서 저택을 경비하라는 것은, 상황이 매우 수상쩍다는 뜻이다. 집단자살인지 타살인지.
"오겐은 저택에서 머물게 하겠습니다. 바르케이는 만일을 위해 저택 외부에서 대기시키게 하고요."
"그래."
만일의 일이 벌어지면, 바르케이는 저택 바깥에서 지내는 기사들을 이끌고 원군으로 오게 된다. 오늘은 둘 다 철야가 될 것 같다.
"리리가 초대받은 내일 다과회도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생각해."
"알겠습니다."아무래도 당분간은 알고도 모른 체 해야 하는 모양이다. 내 쪽에서도 대책을 생각해둬야겠는데.
728x90'판타지 > 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77―― (0) 2022.04.30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76―― (0) 2022.04.30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74―― (0) 2022.04.30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73―― (0) 2022.04.29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72―― (0) 2022.04.29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