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3 Lane+우정≒사랑+Line scene8
    2022년 04월 28일 18시 07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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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04/

     

     

     

     옥상정원. 벤치에 앉은 에마 씨와 카키누마 씨. 카키누마 씨는 입으로는 "무리는 하지 마." 라고 해줬지만, 우리한테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게 되면, 에마 씨가 감독이고 카키누마 씨가 관객인가. 과연, 불타오른다. 관객이 있냐 없냐는 역시 다르다. 평소에는 카메라 역의 린 덕분에 언젠가는 관객한테 도달할 '평소의 연기'를 했었지만, 오늘은 관객에게 다이렉트로 닿는다. 흥미로워. 미미와 쥬리아처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연기와도 다르다.

     

     "그럼, 씬ㅡㅡ"

     

     코우 군이 내 오른쪽에서 고개숙인 채 무릎 꿇는다.

     레오가 내 왼쪽에서 고개 숙인 채 무릎 꿇는다.

     

     나는 혼자서, 무대의 중앙. 선인의 레오한테도, 악인의 코우한테도 사랑받고 싶어서, 한쪽에 기울지 못한 채 왔다 갔다 하는 박쥐.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어느 쪽을 선택하다니, 내게는 그럴 수 없는걸.

     

     "ㅡㅡ액션!"

     

     그러니, 부탁해. 날 사랑해 줘.

     

     

     "츠구미."

     

     짧게 나를 부르는 레오. 선인인 레오의 행동은, 착하고 내버려 둘 수 없는 인간성을 연기한다.

     

     

     "레오. 왜 그래?"
     "이 근처, 요즘 사건이 많이 일어나. 너무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 좋아."
     "걱정해주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를 짓는다.

     

     

     "그래. 츠구미가 걱정돼."

     "아하하, 호들갑이야. ......하지만, 자."

     

     양손을 크게 벌리고 돌아보자, 레오도 나를 따라 함께 주변을 둘러본다. 내가 발견했다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손으로 가리키자, 레오도 무심코 그쪽을 바라보았다.

     

     

     "저쪽은 짐을 든 할머니, 저쪽은 나무에 풍선이 걸린 여자애."

     

     어지럽게 변하는 레오의 시선. 내가 노파를 가리키면, 레오는 도와주러 가려고 한걸음 앞에. 이어서 어린이를 가리키자, 어디로 가야 좋을지 모르게 되어 앞으로 고꾸라졌다.

     내디뎌서, 넘어지려 하는 그를 끌어안는다. 신사적인 사람일수록 개인 공간을 의식한다. 그럼 반대로, 쉽게 그 공간에 파고든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일반인이라면, 좋아하나 생각할 거다.

     악인이라면, 꿍꿍이가 있나 의심할 거다.

     선인이라면, 특히 그 같은 타입이라면ㅡㅡ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할 거다.

     

     

     "걱정돼."
     "레오?"

     

     

     나는 빨간 모자다. 숲에서 헤매고 있는, 불쌍한 여자아이. 그러니 사냥꾼 씨, 부디 날 나쁜 늑대한테서 지켜줘야 해?

     

     

     "그런 너라서, 걱정돼."
     "레오, 갑자기 왜 그래? ......이상한 레오."

     

     

     마치 깨지기 쉬운 것을 다루는 것처럼, 정면으로 날 안아주는 레오. 그 어깨에서 보이는 내 얼굴은, 후후후, 그한테는 보여줄 수 없다. 이런, 아아, 쾌락에 젖어든 표정 따위!

     

     

     "레오, 할머니가 길을 건너고 있어."

     "......그래. 같이 도와주자. 그다음은 함께 반성회. 도망치면 안 된다ㅡㅡ츠구미."
     "도망치다니 왜? 정말, 믿어주질 않네. 괜찮다구. 왜냐면 레오가 지켜줄 거잖아?"

     "하아, 정말. 좋아, 츠구미는 내가 지킨다. 반드시, 지켜낼게."

     

     뛰어서 무대 가장자리로 이동하는 레오. 레오는 곧장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 숙였다. 암묵적인 양해에 의해 이루어진 전환의 신호. 혼자가 된 나는 무대 중앙으로. 코우 군이 나타날 때까지 잠시 동안, 인터벌을 표현하자. 내가 혼자서 양손을 벌리자, 일어서서 다가온 코우 군이 그걸 깨닫고는 움직임을 멈춰줬다.

     

     

     "레오는 마을에서 알게 된 남자아이. 착하고 멋지며 날 배려해 줘. 그래서 나는 그를 원했어. 상냥한 그가 날 원해주는 게 기뻤어. 지금, 그는 내 소원대로 날 원해주고 있어."

     

     

     독무대라는 단어가 있다. 지금, 여기는 나한테만 스포트 라이트가 비치고 있는, 나만의 독무대. 가슴을 끌어안으며 감격에 젖어드는 것처럼 둘러보자, 마찬가지로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관객의 모습이.

     

     

     "이 욕망의 이름을, 비호욕이라고 부른다."

     

     

     선인이라 해도 상관없어. 부디 날 원해줘.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자, 이제야 코우 군이 움직인다. 설정의 조각은, 레오가 끼워줬다. 코우 군과 이어 주기 위한 키워드ㅡㅡ'사건'.

     

     

     "어이."

     

     예리한 목소리를 내는 코우 군. 너는 날 알아? 아니면, 몰라? 눈을 보면 안 다. 그는 내게 '분노'를 품고 있다.

     

     

     "어제의 그거, 누구야."
     "......"

     

     

     

     레오와 만난 걸 본 걸까? 아하, 그렇다면 이렇게 행동하자.

     

     

     

     "누구든 상관없잖아?"

     

     

     

     짓고 있는 미소는 거짓이었다.

     일상은 전부 거짓과 상처로 되어있다.

     그것을, 악인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스꽝스럽다며 웃어? 속이기 쉬운 사람이라며 기뻐해?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 조각은 또 하나, 둘.

     

     

     "쳇...... 어이, 잘 들어. 내 구역에서 제멋대로 행동했으면, 그만한 책임은 지셔야지."
     "후후, 어떤 책임? ㅡㅡ농담이야, 미안해."

     

     

     소리 없이 다가가서, 양손을 볼에 갖다 댄다. 미소는 심술 맞고, 어딘가 비뚤어진 그와 비슷한 몸짓.

     첫 번째 조각. 동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악인은 언제나 고독하다. 누구도 믿지 않고,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면, 선택지는 둘. 호의를 품던가, 거절하던가. 두 선택지를 호의로 기울게 하기 위해, 조각을 하나 더.

     

     

     "뻥치시네. 진짜 니는 어딨는 거냐? 아아, 그래. 요즘 사건은 알아? 저쪽 빵집 아저씨가 다친 거. 니도ㅡㅡ글케 되고 싶냐?"

     

     

     어떻게 다쳤는지 누구도 모른다. 아는 듯한 말투인 것은, 그가 범인임이 때문일 것이다. 악랄하게 웃는 그에게, 나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무심코 끌어안은 코우 군을 올려다보면서, 치켜든 입가를 덧그리듯이 손을 갖다 댄다.

     

     

     "그 아저씨는 코우 군을 무시해서 그렇게 된 것. 그 남자도, 그 남자도, 아아, 그때도 그래. 누구나 너보다 악랄하지 않은 주제에, 어중간한 악에 물들었거든. 그래, 난 알아. 왜냐면 나도ㅡㅡ용서할 수 없는걸."

     

     처음으로 코우 군한테서 느낀 것은 '분노'였다. 악인을 분노케 하는 이유는, 대개 자존심에 상처 입는다는 독선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해자라면?

     

     

     "저기, 내게 보복하려고? 그래도 좋아. 마음대로 해도 돼. 다만ㅡㅡ후후, 그렇게 하면, 반드시 네 목덜미를 물어뜯어서, 같이 죽어줄 테니까."
     "크, 크큭..... 그거 무섭구만. 아아, 하지만 좋아. 넌 그거면 됐고, 그렇게 하면 돼. 하지만, 나한테서 도망치려 한다면ㅡㅡ그때는, 내가 널 물어뜯어주마."

     

     이를 드러내 보이며 분노와 질투의 틈새에서 웃는 코우 군. 응, 그거면 됐어. 그렇게 해주는 게 좋아. 목덜미에 코우 군의 얼굴이 닿도록 끌어안는다. 분명, 나는 지금 정말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거야.

     왜냐면, 그는 원해줬다. 사랑하고, 미치도록 원해줬다. 이렇게나 기쁜 일은 없다. 코우 군이 무대 가장자리에서 무릎 꿇자, 다시 내 독백이 시작된다. 그런 다음. 세 사람의 장면으로 피날레다.

     

     

     "코우는, 악인. 제멋대로고 난폭하지만, 언제나 자기 동료를 찾고 있지. 난 그렇게 자기가 제일이었던 그의 '제일'이 되고 싶었어. 그렇게 한다면, 그의 안에서는 내가 보석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 될 거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소중한 것을 끌안는 것처럼, 손을 펼쳤다 끌어안는 동작을 취한다.

     

     

     "그 욕망의 이름을, 독점욕이라고 부른다."

     

     

     욕망의 수집. 그것은 얼마나 기분 좋을 일일까. 멍하니 볼을 붉히면서, 좋아하는 과자라도 먹은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둘러보자, 자연스레 관객의 상태가 보인다. 숨을 삼키며 바라보는 관객과, 어라?

     관객과, 감독. 에마 씨의 표정은 정말 만족스러워 보인다. 그것은, 기대하던 것을 찾았다는 만족감. 합격점이라고 말하는 눈.

     

     

     

     내 연기가 예상의 범주에 불과했다는, 증거.

     

     

     

     나와 연기로도, 마음을 움직이는 곳까지 닿지 않았다? 감동을 줄 정도가 아니었다?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되었다?

     

     

     

     

     ――의식을 매몰시킨다.

     ――몸의 안쪽으로 잠겨 든다.

     ――영혼의 심연과 맞닿는다.

     ――뚜껑을 열고 틈을 엿본다.

     

     

     

     

     살짝 눈을 떠보니, 새하얀 세계에 서 있었다. 눈앞에는 수면과도 같은 벽. 그 맞은편에는, 계속 이어지는 어둠. 그 어둠 속에서 오도카니 떠있는 것처럼 서 있는 여성의 모습에, 가슴이 죄어드는 듯한 그리움을 느낀다.

     내가 수면에 다가가자, 그녀도 또한 다가온다. 거울 너머의 행동. 직감적으로 이해한다ㅡㅡ그녀는, 나의 반신이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도록, 보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왔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만진다면, 분명 다가갈 수 있을 거다.

     

     '분명, 우리들은 무대 위에서만 더욱 깊게 통할 수 있어.'

     

     아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두렵다. 나를 받아들여준, 나의 수호자. 나의 소중한 당신을, 이런 별것 아닌 욕망에 어울리게 해도 될까.

     그렇게 수면을 만지자, 벽 너머로 손가락이 닿아서 파문이 일어났다. 그 저편에서, 그녀는, 키리오 츠구미는ㅡㅡ

     

     

     

     

     

     『다시 보게 해? 흥ㅡㅡ좋아』

     

     

     

     

     

     ㅡㅡ맹렬하게, 웃었다.

     

     

     

     

     

     

     

     

     

     

     

     

     

    ――/――

     

     

     

     오늘은 관객석. 감독도 아닌, 단순한 한 명의 관객으로서 그녀들의 연기를 본다. 인터벌에 한 그녀의 독백이 끝나자, 잠시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우리들도 약간 숨을 내뱉었다.

     역시 이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지만, 그녀는 에튜드에 강하다. 즉흥적으로 짜낸 무대의 구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거라면 에마 군도 만족할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올려다보니, 역시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조금 전의 가열찬 미소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침착한 감독이었다.

     이제는 츠구미가 마무리를 하고서 끝낸다는 수순인가. 파멸이라는 순서였다. 이렇게까지 강렬한 이면성을 보인 이상, 다음은 두 사람한테 발견되어 파멸하도록 이야기를 끌고 나갈 것인가. 그렇게 되면, 그녀 자신이 스스로 부과한 테마는, '절망'이라는 것일까.

     무릎을 꿇고 있던 두 사람이 일어서더니, 츠구미를 사이로 좌우에 선다. 처음에는 레오 군 쪽으로 츠구미가 달려갔지만, 뒤에서 코우 군이 손을 뻗었다.

     

     

     "어이, 츠구미. ㅡㅡ저건 누구냐."
     "코우...... 왜, 여기에?"

     "그런 건 상관없다고. 저 녀석은 누구냐고 묻고 있잖아."

     

     

     ...... 역시, 잘한다. 키리타니 오우카의 재래라는 소리까지 듣는 아역배우. 어떤 장면도 연기해내는 천재의 일면. 이 한 마디 속에, 질투와 믿기지 않는다는 그 나잇대의 희망까지 배어들어 있다. 하얗게 될 정도로 움켜쥔 주먹은, 불안감의 표출일까.

     

     

     "그녀는 내 친구ㅡㅡ아니, 소중한 사람이다. 너는 분명...... 이 부근에서 노는 양아치지? 그녀 같은 선인한테, 너처럼 못된 악당은 안 어울려."

     

     츠구미가 데려온 금발 소년. 무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또한 잘한다.

     

     

     "흥, 저 애가 선인? 어이 츠구미, 말해보라고. 속여왔다고 말야."
     "네게 동정했을 뿐이겠지. 자, 츠구미. 말하지 않아도 돼. 내 뒤에 숨어있어."

     

     

     

     원하고 있다. 두 명 모두, 입밖에 내던가 내지 않는가는 상관없다. 다만, 츠구미한테 선택되기를 원하고 있다. 어느 쪽을 고르면 그걸로 끝나는 일이다. 아아, 하지만, 저렇게나 원했던 그녀가, 그런 식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대답은 이미 보인다.

     

     

     "나, 나는, 다, 달라, 레오."

     

     말로 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레오한테 그렇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윽."

     

     행동으로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았던 레오를 다시 보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 하하, 속고 있던 것은, 나였나."
     "아냐, 레오!"

     "가까이 오지 마. 이젠, 내버려 둬."

     

     그렇게 말하고서, 레오는 무대 가장자리로 사라진 뒤 한쪽 무릎을 꿇었다.

     

     

     "쳇...... 결국은 너도, 다른 녀석들이랑 똑같았던 거냐고."
     "잠깐, 코우!"

     "다가오지 마! 이젠 다 상관없어. 평생 혼자서 변명이나 해."
     "윽."

     

     

     츠구미의 손을 쳐내고는 무대 가장자리에서 무릎 꿇는 코우 군.

     혼자 남겨진 츠구미는, 무대 중앙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양손을 바라보다가 한탄하는 것처럼 얼굴에 대더니, 절망하는 표정으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음. 테마에 어울리는 멋진 연기였다. 에마 양도 충분히 만족했겠지. 손을 들고, 종료의 신호를 내려고 입을 열ㅡㅡ

     

     

     "흐, 흐, 흐흐흐, 아하."

     

     ㅡㅡ손을, 멈췄다.

     

     '뭐지? 분위기가ㅡㅡ변했다.'

     

     찌릿하게 피부로 느껴지는 긴장감. 에마 양을 보니, 그녀 또한 숨을 삼킨 기색이 역력했다. 원인은 말할 것도 없다. 츠구미가 낸 웃음소리다. 유쾌하다는 듯, 기쁘다는 듯, 아니면 그래, 쾌락에 젖어든 것처럼.

     

     

     "레오는 멋진 사람이었어. 선인이고 착했지만, 그래서 사람을 의심할 줄 몰랐어. 하지만, 이제 끝이야. 속아버린 그는, 이제부터 계속 누군가를 의심해버리겠지. 왜냐면, 이제 상처 입고 싶지 않을 테니까!"

     

     

     보물을 가슴에 품는 것처럼, 난잡하게 부숴버리는 것처럼 심술궂은 미소를 짓는 소녀. 그의 몸을 부둥켜안는 손끝은, 쾌락을 원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이윽고 그 손은 자신의 목으로 뻗더니, 부드럽게 조여들었다.

     

     

     "코우는 꽤 좋았어. 자존심 강한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 누구한테나 공격적이었고, 그래서 일단 파고든 사람한테는 살가운, 믿음직한 사람. 아아, 그래도, 아쉬워. 그는 이제 누구도 품에 들일 수 없어. 왜냐면, 그런 배신을 당해버렸는걸!"

     

     

     아아, 그럴 것이다. 원하는 것처럼 뻗어온 손. 그 손이, 새끼손가락부터 천천히 굽혀지더니, 으깨버린다. 손바닥에 올린 것은, 그가 보였던 한 줌의 상냥함일까. 마치 한 마리의 검은 나비가 무참하게 으깨지는 듯한 모습으로 착각했다.

     

     

     "나는 들켜버리고 말았어. 내가, 두 사람이 맞부딪히도록 움직인 덕분에! 아아, 하지만 좋아. 이제부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들의 마음에는 내가 남게 되는걸."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렇게나 날 생각하던 두 사람이 나한테서 떨어졌으니, 분명 이 마을 사람들도 날 멀리할 거야. 누구나 마음에 의심을 품고서!"

     

     

     그녀의, 목적은.

     아니, 그녀의 욕망의 이름은.

     

     

     "아아, 그럼 정말ㅡㅡ"

     

     

     자기 볼에 손을 대면서, 츠구미는 미소 짓는다. 눈동자 안에 열기를 띄고서, 뜨거운 숨결을 흘리며 황홀하게 중얼거린다.

     

     

     

     "ㅡㅡ기분 좋을 거야."

     

     

     

     그래, 그렇다. 그 욕망의 이름은 분명ㅡㅡ파멸충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런, 일이."

     짧게 중얼거린 말이, 내게도 닿는다. 나와 마찬가지로, 에마 양도 경악한 것일까. 그래서 에마 양의 모습을 엿보자..... 그녀는 지금의 츠구미와 정말 비슷한 표정으로, 냉소 짓고 있었다.

     

     "아아, 아아, 아아, 훌륭해, 훌륭하다고. 크, 하하하하핫, 예상 외다. 이런 만남이 있다니, 나는ㅡㅡ나는 정말 행운아다. 크흐, 흡, 하하하하하!!"

     

     아아, 으음, 이런 타입의 인간은 이 업계에서 살아가면 가끔씩 나타난다. 자신보다도, 효율보다도, 합리성보다도, 탁월한 작품을 추구하는 '성가신' 타입의 인간.

     

     "컷! ㅡㅡ나......아니, 나는 정했어. 오늘, '운명'을 바꿔 쓰기로."

     

     연기의 분위기가 흩어지자, 평소답게 천진난만한 기색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츠구미. 그런 그녀에게, 나는 내심으로 매우 동정했다.

     

     

     

     

     "아아, 아아, 인생에는 경악이 뒤따르는 법! 크흐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

     

     

     

     

     성가신 사람한테 찍혀버렸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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