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4・first half -0×0=실/반 opening
    2022년 05월 01일 04시 31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06/

     

     

     

     몸에 배어든 루틴. 같은 시간이 일어나 같은 운동을 하고, 항상 하듯이 의족을 끼우고 항상 하듯이 몸단장을 하고서, 업무의 확인. 오늘의 츠나기의 일은...... 오늘 이후, 결정하도록 그가 말했다.

     그 사람ㅡㅡ시죠 레키는 냉철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평소처럼 지낸다.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깨닫지 못하게끔, 기계와도 같이. 그냥 기계적으로 일을 진행시키는 능력만으로 말하자면, 나 역시 그 시죠 레키에 못지않다.

     

     '라는 말을 하면, 츠구미 씨ㅡㅡ당신은 뭐라고 할까요.'

     

     그날 밤, 덧없는 꿈만 같았던 한때. 꿈인지 생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진실이었다고 믿고 싶어지는 그 말.

     

     

     

     『죄의식에 사로잡힐 틈이 있다면, 한걸음이라도 많이 나아가서, 노력해서, 저 세상에서 나한테 '저는 이만큼이나 꿈을 이뤘습니다' 라고 자랑거리 하나라도 만들어 보란 말야!』

     

     

     

     그래. 멈춰 설 수는 없다. 아직 하나도 이루어내지 않은 것이다. 당신한테 할 자랑거리가 없지 않은가.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서, 차에 타고 이동한다. 그의 집은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친 곳에 있다. 원래는 촬영 스튜디오였다고 하지만, 그가 사들여서 지내고 있다던가. 주변에 편의점이나 공원 등이 없어서 인적이 드물다. 아이가 있는 가정도 대부분 차로 오갈 수 있는 부유층이기 때문에, 제멋대로 하기에는 이만한 조건도 없을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주차하고서 인터폰을 울린다. 평소라면 말없이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ㅡㅡ일상. 아니면 루틴. 이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말은, 변화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럼, 변화의 이유는?

     

     '정신 차려야겠군요.'

     

     검지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고서, 의식을 굳게 다잡는다. 스피커에서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장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네. 오늘은 평소의 방으로 오기 전에 스튜디오를 좀 들렸으면 하는데, 장소는 알겠나?』

     "예. 업무에 관한 일이라면."
     『크크, 물론이고 말고. 그대의 매니저 업무에 필요한 일이지』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기대해도 좋을 거다. 나의 선물이다ㅡㅡ츠지구치 사토루』

     

     

     인터폰에서 소리가 그치더니, 도어록이 풀린다. 두꺼운 철문을 밀어서 열고는 신발을 신은 채 들어서고는, 오른쪽으로 꺾는다. 생활공간은 왼쪽에 있고, 스튜디오와 녹음실 등은 오른쪽에 있다. 이곳에 츠나기가 평소 방송할 때 쓰는 장비도 갖춰져 있다.

     

     '그 츠나기라고 하면.'

     

     어제 갑자기 방송된 츠나기 채널. 라이브가 아닌 녹화 영상이었는데, 츠나기 본인에 의한 활동 휴식의 선언. 이유는 최근 TV의 노출이 늘어난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아역배우로서 활동하기 위함.

     그것 자체는 상관없다. 어차피 언젠가 올 날을 위해 시죠가 미리 찍어놓았겠지. 하지만 요튜브 방송은 당분간 해나갈 예정이었는데, 어째서 목적이 바뀌었을까. 방침을 바꿨다? ㅡㅡ아니, 너무 급한가.

     

     '어찌 되었든, 해야 할 일은 변함없다.'

     

     스튜디오의 앞에 서서 노크를 3번. 이미 통지는 갔을 것이다. 대답을 확인하지 않고 곧장 문을 연다. 나뭇결 바닥, 높은 천장에서 내리쬐는 하얀 형광등. 넓은 바닥의 앞, 형광등의 반사광을 불쾌하게 생각하면서 츠나기의 모습을 찾는다.

     스윽하고 늘어나는 그림자, 스튜디오의 가장자리, 환기용 창문이 열리자 바람이 불어온다. 창문의 바로 앞에 놓인 사무용 접이식 테이블.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은, 싸구려 티백을 넣은 홍차일까. 접이식 의자에 걸터앉아서 대본을 한 손에 들고는 검은 머리를 옆으로 나부끼는.

     

     

     "츠구미, 씨......?"

     

     

     탁, 하는 소리가 난다. 내가 가방을 발치에 떨어트린 소리다. 그 소리에 정신을 되찾는다. 여태까지와는 다르다. 츠구미 씨의 연기를 하던 어린애라는 느낌은 안 든다. 저것이, 시죠의 목적. 저것이, 시죠가 지향하는 '일부'라는 것이라면.

     

     

     "음? 아아, 사토루 군."

     

     

     아무리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어도, 나를 눈치채면 반드시 책에서 눈을 떼고서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해준다. 몇 번이나 시선을 교환했던, 사무소의 구석자리.

     심장이 재빠르게 뛴다. 메마른 목을 침으로 달래고서, 한걸음 내디뎠다가, 발치에 가방이 놓인 채라는 것을 깨닫고 반걸음 되돌아갔다.

     

     "...... 무슨, 대본을?"

     

     목소리가 떨리고 있지는 않을까. 움켜쥔 손이 아프다.

     

     "이거? 이건 [사야]"

     

     음색.

     

     "난 기억하고 있으니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아직 익숙지 않을 거라면서 보라더라."

     

     검은 머리를 귀에 거는 동작.

     한숨을 쉴 때 쓴웃음을 짓고 마는, 사람됨이 배어 나오고 마는 습성.

     

     "익숙합니까."
     "어라? 레키한테서 듣지 못했어? 다시 태어난다는 거야. 나도 반신반의했지만. 기억이 돌아온 건 요 최근이지만...... 설마 남자애로 다시 태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손을 쥐락펴락하는 동작을 확인한다. 츠구미 씨는 일을 끝낼 때면, 버릇처럼 저렇게 자기 몸의 점검을 했었다. 배역을 위해서라면 유도 자격증을 딴다고 했다가, 구속 시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단념했던 일도 있었다.

     짓고 있는 미소는 신나는 느낌이다. 츠구미 씨는 그렇게 몸의 점검을 할 때는 항상 신나 했었다. 왜냐면 그 앞에는 '미래의 도전'이 있으니까. 도전을 좋아하는 분이다. 즐거워질 만도 하지.

     

     "무리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츠구미 씨."

     "아하하, 사토루 군 딱딱해~ 좋아. 괜찮아. 왠지 전생 전보다 상태가 좋을지도."

     

     그렇군, 그런 일이었나. 아아, 시죠 레키. 당신이 왜, 먼저 그녀를 만나게 했는지 나도 이제 알겠다. 그는 나 정도의 매니저 업무를 할 수 없다. 날 놓칠 수는 없다. 그럼, 지금의 키리오 씨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효과적일 것이다.

     

     

     

     정말 싫어질 정도로.

     

     

     

     "ㅡㅡ그럼, 업무 일야기를 해볼까요. 먼저 이후의 방침부터."
     "그래, 알았어. 하지만 전과 다르지 않아. 설령 극악무도한 대역죄인이든 길거리의 조약돌이든 전부 연기해 보일 테니까."

     접이식 의자를 펼쳐서 츠구미 씨의 맞은편에 걸터앉는다. 그녀는 당당하고 대담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사람이다. 언제든 연기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 공포로 사람들을 이어주겠다면서.

     

     "키리오 츠구미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재활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입니까."
     "음~ 그렇게 되려나."
     "그러는 편이 좋겠지요. 사죠한테도 확인은 해보겠습니다만."
     "그래. 아 하지만."

     

     볼을 괴더니, 미소를 짓는다. 새어드는 빛이, 부드럽게 미소 짓는 그녀의 볼을 비춘다.

     

     "사토루 군한테 맡길게."
     "괜찮으, 신지?"

     "그래. 당신의 일을 믿고 있으니까."

     "ㅡㅡ알겠습니다. 별일 없을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스튜디오를 나온다. 그전에 슬쩍 돌아보니, 그곳에는 평소의 그녀가 있었다. 몇 번을 말해도, 돈을 많이 벌게 되어도, 싸구려 홍차로 때웠었다.

     이번에야말로 떨쳐내고는 스튜디오를 나온다. 어차피 그것은 평소의 방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우아하게 미소 짓고 있겠지.

     

     '그것은ㅡㅡ아니, 지금 생각할 사안은 아니다.'

     

     복도를 똑바로 나아가서 응접실의 문을 노크ㅡㅡ하려다가, 멈춘다. 사고의 영향으로 시력은 많이 내려갔지만, 그만큼 다른 감각이 발달했다. 그 청각이, 안의 목소리를 포착한다.

     

     

     

     『쿨럭, 쿨럭, 컥, 크, 휴우, 하아, 하아, 하아......쳇』

     

     

     

     기침 쇨. 물기가 섞인 숨결.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다가, 이윽고 사그라든다. 만일, 만일 그런 일이라면. 아아, 아니, 지레짐작은 안 된다. 나중에 로로한테도 확인을 구하고서, 그래, 조사가 필요하다.

     조금 기다렸다가 신발 소리를 내고는, 이번에야말로 노크를 3번. 몇 초 간격을 두고서 『열려있네』라고 울리는 목소리. 호흡을 정돈했나? 시죠 레키.

     

     "여어. 내 선물은 어땠나? 츠지구치 사토루."
     "글쎄요. 연기를 보지 않았으니, 아직 뭐라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하하하. 여전하군. 하지만 진리이기도 하지. 연기를 통해서야 진정한 의미로 '완성'되는 거니까."

     

     빛바랜 금발. 탁한 벽안. 야위었어도 아직 쇠하지 않은 단정한 이목구비.

     

     "그럼, 업무 이야기를."
     "아아, 그랬었지. 에마라는 인물은 알고 있나?"

     "조감독을 하고 있는?"

     "크크, 역시."

     츠구미 씨의 친구였던 우르우 씨. 그녀의 밑에서 수행을 쌓았다고 하는, 경력 불명의 인물. 남장여자라는 점 이외에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물론 50을 넘겼음에도 아직 20대로만 보이는 동양의 마녀, 우르우 씨가 시선을 너무 끌어모은 탓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녀와 거래를 해서 말이야. 츠구미를 오디션에 내보내게 되었다."

     "거래?"

     "그래. 그런 부류는 돈으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성가셔. ㅡㅡ누군가한테 뭔가를 시킬 거라면, 자신도 무대에 나오라는 게 교환조건이었다네."

     

     숨을 삼킨다. 활동 휴식을 선언한 뒤로 3년. 시죠 레키가 무대에 나선다면ㅡㅡ업계가 크게 요동칠 것이다.

     

     "그럼, 토도로키로 복귀를?"

     "아니. 사무소를 세웠다. 츠구미도 그곳에 소속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그녀한테는 시운전만 시킵니까?"

     "그렇게 되겠지. 뭐, 보통 사람은 눈치 못 챌 테니, 일단은 츠나기로서의 활동을 시켜.'

     

     그렇겠지. 갑작스러운 전환은 세간이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서둘러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 치고는, 일의 진행을 견실하게 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치, 그 에마의 오디션이 최종 목적이라는 것처럼. 인생은 길다. 설마, 츠나기라는 인물을 실제로 살해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수 있는 인물이니 경계는 하겠지만.

     

     그럼ㅡㅡ시죠 레키의 목표지점은, 어디에 있을까?

     

     "오디션의 날짜는 언제지요? 그날에 영향이 없도록 해야겠군요."
     "8월 15일이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1주일이라니, 급하군요."

     "촬영 스케줄도 꽤 촉박해. 연말까지 공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먼저 조정부터ㅡㅡ"

     

     ㅡㅡ자세한 의논을 하고, 몇 가지를 확인하면서 스케줄의 공유를 해나갔다. 그리고 사무적인 대화를 전부 끝내고, 미소를 가득 지은 그에게 등을 돌리며 방을 나갔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는데...... 약간, 내 손이 떨리고 있다. 흥분? 공포? 환희? 아니, 다르다.

     

     '여기서 연락을 취하면 위험해. 어디에 눈이 달렸는지 모르니까.'

     

     저택을 나와서 차에 올라타고서, 적당히 달린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어디든 상관없다. 주차할 수 있어 보이는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서 비상등을 점멸시킨 다음에, 이제야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하~이, 사토루. 무슨 일이야?』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 음, 위험한 느낌인가 보네?』

     "예."

     

     

     

     전화를 건 상대는, 츠나기의 스타일리스트인 로로다. 그는 총명하고 우수하다. 이쪽의 말을 바로 이해하고서 대답해줬다.

     

     

     

     "먼저 첫째. 결코 츠나기를 동요시키지 마시길. 평소의 당신이라는 것 이상의 무기는 없습니다."
     『음후후후.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야』

     "든든하군요. 그리고, 조사해주셨으면 합니다만ㅡㅡ"

     『그래, 알고 있어. 지로도 있는 힘껏 협력해준대』

     

     

     협력해주는 남성. 그가 조사를 도와준다면 든든하다. 그리고, 로로와 함께 있다면 거의 문제는 없을 거다. 이쪽에도 츠나기에 대한 비장의 수가 있다. 다만, 완전히 시죠 레키를 앞지를 수는 없는 방법이지만ㅡㅡ조바심은 금물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당신이 경계한다면 그만한 느낌이었겠지? ㅡㅡ사토루, 당신 괜찮아?』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어라라?』

     

     

     

     그렇다. 이런 때 뭐라고 말했던가. 망설이다가, 곧장 생각이 미친다.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단어도 쓰더군요."
     『단어?』

     "오역. ㅡㅡ결국, 그녀는 시죠 레키의 머릿속의 키리오 츠구미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푸흡, 뭐, 뭐야 그게, 아하하하하하! 풉, 크크크크큭, 좋아. 그래, 보여주자고, 그 야만스러운 남자한테』

     "예, 물론입니다."

     

     

     정보와 조사를 부탁하고서, 전화를 끊는다.

     시죠 레키. 당신이 이루어 낸 인격 변환은 소정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서울 정도로, 그녀의 행동이 '키리오 츠구미' 라는 사람과 들어맞습니다.

     만일, 만일에, 그 묘소에서, 그날 밤 키리오 씨의 유령과 만나지 않았더라며, 나도 그처럼 미쳐버렸을까. 거짓에 불과한, 키리오 츠구미에게.

     

     '아니, 그렇진 않다.'

     

     시죠 레키.

     결국, 그는 자기가 아는 정보의 범위의 키리오 씨만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사토루 군한테 맡길게』

     

     

     조금 전 그렇게 내게 고했던 츠구미 씨. 음성도 표정도 전부 키리오 츠구미다. 하지만.

     

     ''일단 업무 이야기가 되면, 그녀는 어떤 때든 태도를 바꾸면서 '츠지구치 씨'라고 부른단 말입니다.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업무가 몸에 배이지 않았던, 당시의 미숙한 나를 위해서.'

     

     지금은 순조로게 일이 진행되는 것에 만족하고 있으면 된다. 나도 완벽한 협력자로서 완벽히 일을 해내며, 시죠 레키한테나 키리오 츠구미한테 허점 없이 일을 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결코 잊지 마라, 시죠 레키. 너는ㅡㅡ키리오 츠구미의 파트너를, 화나게 했다.'

     

     

     이를 드러낼 그날까지, 계속 순종적으로 루틴을 소화해나간다.

     그 묘소에서 나 따위의 자랑거리를 기다리고 있을, 츠구미 씨를 위해서도.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