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0 음색÷(우애+증오)=SEA/SONG opening
    2022년 04월 13일 06시 52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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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68/

     

     

     

     마감만 해놓은 콘크리트.

     비닐 시트가 붙어있는 유리창.

     옷장과 너덜너덜한 소파.

     몸을 눕히면 삐걱거리는, 딱딱한 침대.

     

     "하아......아파."

     

     사유물의 하나도 허락되지 않은 방에서, 츠나기는 침대에 몸을 눕히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난번에는, 실수했어. 조금 더 상태가 좋을 때ㅡㅡ아니, 간격을 두는 편이 좋아."

     

     방송할 때처럼 유창한 어조가 아니다. 혀 짧은 듯한, 어린이다운 음색으로 츠나기는 중얼거렸다. 이렇게 자기 방에 있을 때만, 츠나기는 단순한 츠나기가 된다.

     

     "그리고 밤은 안 돼. 밤은, 그 사람을 화나게 해. 으으으, 아파."

     

     명치를 누르며 신음한다. 치대에서 일어나 형식적으로 놓여있는 거울 앞에 서서 옷을 벗자, 갈빗대가 떠오르며 커다란 멍이 보였다. 촬영에 지장이 나온다고 연기를 더해서 호소한다면, 약 정도는 줄까? 그렇게 생각하고서, 츠나기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대화를 하고 싶어도, 과도하게 연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필요경비라는 명목으로 메일을 보내는 편이 좋을 것이다. 무기질하게, 무감정하게ㅡㅡ마음을 깨닫지 못하도록.

     

     "아버지.......어머니."

     

     이제는 기억도 흐릿하지만, 츠나기의 뇌리에는 하나의 광경이 계속 남아있다.

     

     흰 셔츠.

     약품 냄새.

     팔에 꽂힌 연결관.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웃는다.

     

     

     

     

     『그 사람은, 서투르니까. 사실은, 상냥한 사람이란다. 아아, 하지만, 만일ㅡㅡ』

     

     

     

     

     그 다음이, 아무리 해도 생각이 안 난다. 그렇기 때문에 츠나기는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 항상 어머니의 침대가에 놓여있던 한 권의 일기장. 그 일기장이 있다면, 어머니가 뭐라고 말했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두 번 다시, 어머니와 만날 수는 없으니까.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이 기억이 옅어지기 전에.

     빨리, 이 온기를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누구보다도 빨리, 성취해야만 한다.

     

     

     "빨리, 키리오 츠구미가, 되지 않으면."

     

     

     "그래도" 라면서, 츠나기는 거울 앞에 주저앉았다. 아버지의 방, 어머니의 침대에 눕혀진 그 기분 나쁜 키리오 츠구미의 인형을 떠올릴 때마다, 츠나기의 눈동자에는 거무스름한 증오가 깃드는 것이다.

     만일, 그래, 만일 아버지와 키리오 츠구미의 만남이 없었다면, 츠나기가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키리오 츠구미 따윈, 싫어. 진짜 싫어."

     

     

     

     "그래도" 라면서 츠나기는 웅크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증오로 불타는 눈이, 광기에 채색된 아버지의 것과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채는 일 없이.

     

     

     

     "키리오 츠구미만, 없었다면."

     

     

     

     어둠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키리오 츠구미의 연기가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눈치채는 일 없이.

     

     

     

     "하, 하하핫, 하하하하하하ㅡㅡ정말, 우스워."

     

     

     

     단지, 츠나기는 그렇게 자조한다.

     운명을 원망하는 것처럼, 그냥, 차디찬 바닥에 드러누웠다.

     

     

     

     

     

     

     

     

     

     

     

     

     

     

     

     

    ――/――

     

     

     

     

     하얗고 고급진 벽.

     아름다운 나뭇결 탁자와 붉은 소파.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와인 글라스에, 피처럼 붉은 와인을 따른다.

     칙칙한 머리색의 남자는, 품위 있는 정장을 입고는 문에서 들어온 남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어떤가."

     "사양하겠습니다. 술은 싫어해서."

     "크큭, 그런가. 아니, 미안하군. 자, 앉게."

     

     남성은 지팡이를 재주 좋게 다뤄서, 잘 움직이지 않는 오른다리를 옮긴다. 그리고 남자의 앞에 걸터앉았다.

     

     "자네가 승낙해서 다행이네."
     "삼고초려겠지요."

     "언젠가 수어지교가 될 걸세."

     "일곱 번 놓아줘도 따르지 않을 겁니다만."

     "큭, 자네는 그래야지."

     

     남자는, 눈앞의 남성을 보며 흐뭇한 듯 웃었다. 그 눈동자의 안에는 숨길 수 없는 광기가 있었지만ㅡㅡ남성은 그걸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그럼, 비지니스의 이야기를 하자. 전에 말했던 대로, 자네한테는 매니저를 부탁하고 싶네."
     "좋습니다. 당신의 목적의 종착지에는, 저도 조금 흥미가 있습니다."
     "아아, 자네도 마음에 들어 할 걸세. 그때는 원하는 말을 해도 되네."

     "생각해두겠습니다.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만."

     

     글라스를 기울여서, 안경을 고친 남성을 와인 너머로 바라본다. 스트레스로 새하얗게 된 머리카락이 붉은 와인에 잘 비친다.

     

     "어쨌든, 종류는 불문이네. 어떻게 다뤄도 상관없고. 아아, 하지만, 망가뜨리지는 말라고? 대체품이 없어서 말일세."

     "알고 있다구요. 저는 단지, 여태까지처럼 일을 할 뿐입니다."

     

     남자는 글라스를 기울여서, 한 번에 와인을 들이켰다. 건배의 대신이라고 말하고 싶은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취해있는지. 빈 글라스를 탁자에 놓은 남자는, 눈앞의 남성에게 손을 뻗었다.

     

     

     

     "짧은 만남이지만, 깊은 만남이 되겠지. 이제부터 잘 부탁하네ㅡㅡ츠지구치 씨."

     "......"

     

     

     

     뻗어온 손은 잡지 않고, 남성ㅡㅡ츠지구치 사토루는, 말없이 옆구리에 품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 동작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짓고는, 그에게 맞춰주는 것처럼 사인의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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