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6 승부=정열×광기-? ending
    2022년 03월 30일 03시 55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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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42/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뇌리에 울리는 듯 되새겨지는 목소리. 코우 군이 방에서 나갈 때 고개를 돌렸는데, 문 틈새로 보였던 눈은 부끄러움 탓에 충혈되어 있었다. 재빨리 고했던 대사를 떠올리자, 무심코 목에서 키득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왠지 모를 어색함에서 해방된 덕분에, 참혹한 복수신이 많이 있는 '악과의 연'감상회는 유야무야로 끝나버렸다. 솔직히 요행이기는 했지만, 그런 일이 되어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오늘은 정말 즐거운 일이 있었나보죠?"

     "코하루 씨...... 응, 그랬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황적색 하늘은 서쪽으로 떨어지고, 하늘은 동쪽부터 점점 남색으로 물들어간다. 떠올리고는 입가를 막으며 웃는 나에게, 코하루 씨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왠지 코하루 씨도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라, 기쁘다.

     

     "ㅡ랬었나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 코하루한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응, 괜찮아, 저기ㅡㅡ"

     

     아, 그래도, 어떻게 말해야 한담. 후후, 조금 장난기가 고개를 든다.

     

     "ㅡㅡ처음으로, 남자아이한테 고백받았어."

     "그랬나요. 그거 잘됐, 네......요."

     "코하루 씨?"

     

     대뜸 놀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해서 코하루 씨를 보자, 그녀는 조각상처럼 굳어있었다.

     

     "코, 코코코코, 코코코코코코코코코코, 코코코코코코코코."

     "아앗~! 연기! 연기하는 중에요!!!!"

     "푸핫ㅡㅡ츠구미 님이 남편의 손에 넘겨지는 악몽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그렇구나, 아, 아하하하......하아."

     

     코하루 씨한테는 이런 화제를 던지지 않는 편이 좋겠어.

     

     "하지만, 연기 중이라고는 해도 츠구미 님께 고백할 수 있다니, 그분도 행복하겠네요."

     "후후, 그럴까? 행복했던 것은, 내 쪽이었을지도."

     "그건, 무슨, 환청......?"

     "후후후후, 글쎄?"

     

     코우 군은 영리하고 연기가 뛰어난, 단정한 이목구비의 소년이다. 이미 여자애들한테 인기 있을 것이다. 그런 소년한테 연기상이라고는 해도 고백받는 것은, 근질거리는 기분도 든다.

     13살의 소년이다. 전생에서 봐도 현생에서 봐도 차이가 크다. 현생에선 겨우 8살 차이라고 말한다면 그렇긴 하지만. 음, 내가 15살이 되었을 때, 코우 군은 23살인가. 함께 고교생이 되는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자, 마음 안쪽이, 조금 싸늘해졌다.

     

     "코하루 씨의 첫사랑은 언제였나요?"

     "...... 세 살 무렵이네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공원에서 울고 있을 때 사탕을 줬던, 정말 멋진 분이셨답니다."

     "그랬구나. 멋지네요."

     "예. 하지만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지만요."

     "언젠가, 만나면 좋겠네요."

     "예....... 그렇네요, 언젠가."

     

     차창에서 보이는 하늘은, 슬슬 검정으로 뒤덮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코우 군의 머리도 눈도 정말 선명한 검정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가로등과 네온에 비치는 이 야경보다도 훨씬 짙은 검정이다.

     그러고 보니, 란도 검정이었고 우르우도 검정이었다. 전생을 돌이켜보면 검정색이 아닌 사람은, 밤하늘의 별과 같았던 레이키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검정색이 부드럽고 온화한 색인 것처럼 생각된다.

     

     '그건 그렇고, 이상하네~'

     

     생각하는 것은,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아줬던, 한 쌍의 검정.

     

     '연기로 하는 말이었을 텐데.'

     

     강하게, 끌어안겨진 어깨.

     

     

     

     

     

     

     『있는 그대로의 츠구미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

     『무리하게 어른이 되지 않아도 돼. 우리들은 아직 어린애라고? 어른이 될 대까지 앞으로 5년이나 있어』

     『서두르지 않아도 돼. 분명, 세상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냥할 테니까』

     

     

     

     

     

     고하는 대사의 상냥함에, 가슴 안이 뭉클해진다.

     즉흥극은 내면도 드러나기 쉽다. 당초에는 광기 어린 종착지로 만들 셈이었는데, 너무나도 코우 군의 말이 진지하고 굳세었고, 실감 났기 때문에, 어느 사이엔가 이끌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나의 패배야, 코우 군.'

     

     

     다음에는 지지 않을 거야. 그렇게 밤하늘에 맹세하자, 검은 장막 안에서 별이 반짝였다.

     

     

     

     

     

     

     

     

     

     

     ㅡㅡ후일・히노모토 방송국 내ㅡㅡ

     

     

     

     광기로 채색된 눈동자가, 츠구미를 뒤덮고 있던 어둠이, 아주 약간이지만 날아간다. 그 모습을 또렷이 바라보고 있던 린은, 커다란 안심과 하나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방송국 내에서 이루어진 미나우치 란과의 촬영. 휴식시간이 대기실로 돌아가는 도중, 린은 매니저가 업무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벗어난 틈에 계단에 걸터앉아서 쉬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오빠의 매니저의 여동생인 그녀는 모퉁이 저편에서 그림자만 드리우고 있다.

     

     '오빠는, 대단해. 하지만, 나는.'

     

     츠구미의 힘이 되고 싶다. 자신은 아무것도 못 한다. 그 사실이, 린의 마음을 침식해간다. 철이 들기 전부터의 친구와 가족만으로 구축되어 있었던, 린의 처음으로 느끼는 무력감.

     쥬리아와 미미의 고민에도, 친구의 변화에도 어찌할 수 없었던 소녀가 느끼는 자신에 대한 짜증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오빠처럼 츠구미를 도와줄 수 있을까?'

     

     시선까지 들어 올린 손은, 연약하고 작다. 이래서는 오빠처럼 츠구미를 안아줄 수도 없다. 린은 자신의 손이 작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곧장 허무하게 흩어진다.

     

     "하아."

     "그렇게 한숨짓다니, 왜 그래?"

     "예에?"

     

     갑자기 린의 바로 옆에 누군가가 앉는다. 눈에 날아든 것은, 차분한 연회색 통바지와 녹색 가디건. 그리고 땋아서 어깨에서 늘어뜨린, 검고 선명한 머리카락.

     더욱 시선을 들자 날아든 것은, 일본의 인형처럼 분장한 '일식'의 미인. 린은 자주 보았던 그 얼굴에 무심코 입을 떡 벌렸다.

     

     "키리타니, 오우카, 씨."

     "후후, 오우카 씨라고 불러도 된단다? 너는ㅡㅡ그래, 린쨩이네."

     "에, 아, 엥, 예?"

     "[요정의 상자]에서 봤거든. 의문은 풀렸니?"

     "아, 네."

     

     불과 30세에 '희대의 대배우'에 군림한 살아있는 전설.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졸작이 명작으로 덧칠될 정도라고 일컬어지는 천상의 배우가, 린과 나란히 계단에 앉아서 미소 짓고 있었다.

     

     "왜, 여기에, 계신가요?"

     "오늘은 조카를 만나러 왔거든. 그랬는데 네가 앉아서 한숨을 푹 쉬고 있는 걸 봤지 뭐니."

     "앗, 죄, 죄송합니다."

     "후후, 신경 쓰지 마렴. 어린이의 이정표가 되는 것은 어른의 의무인걸."

     

     오우카는 입가에 손을 대고 품위 있게 미소 짓고는, 린을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고했다.

     분위기, 말투, 몸짓. 그 전부가, 세련된 새하얀 '빛'으로만 보여서, 린은 당황했다. 마치 태양의 빛에 직면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언니한테 말해볼래? 힘이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몰라."

     

     가슴 안에 부드럽게 울리는 목소리. 정말로,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생각되는 듯한 느낌.

     

     그래서.

     

     "연기, 로, 친구의 힘이 되고 싶, 어요."

     "네 연기는 정말 잘하는 걸로 보였는데. ㅡㅡ그래서는 부족하다는 뜻이네?"

     "네......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면, 어설퍼지니까, 기술을 제대로 배우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셔서, 전ㅡㅡ"

     

     린의 말을, 오우카는 응응 하고 맞장구치며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어린이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고, 얕보지 않고, 마치 대등한 사람으로서, 단순한 선배로서 말을 들어주는 것처럼.

     

     "그럼, 어떻게 서툰지 먼저 이 언니가 봐줄게. 그러고 나서 어디가 문제고 어떻게 하면 좋아지는지 조언을 해주는 걸로 어때?"

     "네! 감사,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후후. 감사는 해결된 뒤에 해도 돼. 자, 시작하자. 좋아하는 테마로 골라도 되는데......어쩔래?"

     "저기, 아, 그래, 짝사랑 중인 여자아이로."

     

     린은 망설임 끝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오우카는 역시 부드럽게 미소 짓더니, 린을 정면에 세웠다.

     

     "역할에 들어갈 때, 준비는 필요하니?"

     "? 아, 네."

     

     준비가 불필요한 사람도 있는 걸까? 그렇게 의문으로 생각했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친구가 그랬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바로 의문을 버렸다.

     그리고, 그래ㅡㅡ이 사람이라면 괜찮다. 그래서, 아버지가 금지했었던 기술을 해방시키기 위해, 눈을 감았다.

     

     

     "샘플로드......독점, 질투, 엇갈림, 광기, 애정, 사랑ㅡㅡ"

     

     

     눈을 뜬다.

     흘러나온 데이터를 삼키는 것처럼.

     

     

     "ㅡㅡ인풋, 스타트업."

     

     

     최후의 자기 암시가, 린의 뇌리에서 쇠사슬이 되어 린 자신에 휘감겼다.

     

     

     

     

     

     

     "어째서, 그 사람은 날 돌아봐주지 않는 거야? 내 것이 되지 않겠다면ㅡㅡ"

     

     

     

     

     

     

     

     

     

     

     

     

     

     

     

     

     

     

     ㅡㅡ찰싹,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 어라?"

     "눈이 뜨였어?"

     "아, 저기, 네."

     

     린은 그렇게, 오우카의 말에 수긍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곧장 자기가 저질러버렸다고 깨달았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말은, 피드백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린은 역시 이 사람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면서 낙담했다.

     

     "후후, 말하고 싶은 바를 알겠어. 확실히 제어할 수 없는 한은 어렵겠네."

     "그, 렇죠?"

     "하지만, 이제 괜찮아."

     "네?"

     

     오우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린은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렸다.

     

     "깊은 자기 암시에 의해 자신의 내면 전부까지 물들이는, 심층심리의 메소드. 외람되지만, 그 자기암시 도중에 수를 써뒀단다."

     

     잠깐, 오우카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 의미를 눈치채지 못한 린은, 단지 고개를 갸웃거릴 뿐.

     

     "저기, 그건 무슨?"

     "연기를 끝내는 신호를 자기 암시 단계에서 설정하면, 그에 따라 눈이 뜨일 거야. 촬영 중이라면 클래퍼 보드의 소리를 설정해두면 좋을 거고."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그 의문조차 날아가버렸다.

     

     "그런, 일이."

     "후후, 그러니, 중요한 장면에서는 써서 익숙해지렴. 그래도 불안할 테니, 몇 번인가 함께 연습할 시간을 마련해줄게. 실전에서 쓰는 건 그다음이고."

     "네!"

     "슬슬 가봐야지. 그럼 봐, 린쨩."

     "정말 고맙습니다!!"

     

     기세 좋게 고개를 숙이는 린에게 손을 흔들며 벗어나는 오우카. 교대하는 것처럼 돌아온 매니저는, 오우카의 모습에 놀라서 머리를 숙였다.

     

     "대단해, 키리타니 오우카야! 깜짝 놀랐어~ 아, 늦어서 미안해!"

     "아니, 굿 잡."

     "잉?"

     

     린은 그 뒷모습을 마음에 담고서,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댄다.

     이걸로, 츠구미와 대등하게 설 수 있을 가능성이 늘었다. 나 따위는 분명, 츠구미한테 아직 닿지 못하겠지. 하지만 노력을 이어나간다면ㅡㅡ오우카와 만난 것은, 그렇게 생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렬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자, 특훈이다~!"

     "어, 어~?"

     

     린은 주먹을 들어 올리며 달려갔다. 매니저가 황급히 그 뒤를 쫓으려고 달려갈 때까지, 그리 시간은 지나지 않았다.

     

     

     

     

     

     

     

     

     

     

     

     

     

     "아아, 여보세요, 란?"

     『ㅡㅡ』

     "후후, 미안. 아아, 그리고."

     『ㅡㅡ』

     "그래. 나도 발견했어. 그 사람의 재래가 될 그릇을."

     『ㅡㅡ』

     "그래. 그러니, 경쟁시키기로 하자. 네가 찾아낸 소녀와 내가 찾아낸 소녀ㅡㅡ"

     

     

     

     

     

     

     

     

     

     

     

     

      "ㅡㅡ어느 쪽이, 키리오 츠구미의 후계자에 어울릴지를."

     

     

     

     

     

     

     

     

     

     

     ――Let's Move on to the Next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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