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6 승부=정열×광기-? scene 52022년 03월 29일 21시 28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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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나버렸네.'
린은 그렇게 카메라를 체크하면서 준비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얀 융단과 분홍색 커튼. 오빠인 코우와 함께 있는 5평 정도의 방은, 어린이 둘이 서 있는 정도라면 충분한 공간이다.
츠구미는 이전처럼 머리를 묶어 올렸고, 코우는 교복 버튼을 풀어서 호흡하기 쉽도록 조절했다.
'츠구미......'
린은 츠구미와의 만남을 잊은 적이 없다. 아버지와 오빠를 동경해서 나간 아역배우 오디션. 그중에서 단 한 명, '반짝반짝' 하며 빛나고 있던 소녀를. 손을 흔들면 주변에 꽃이 가득했고, 소리를 내면 세상이 덧칠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 어떤 숙련된 사람도, 어떤 감동적인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 해도, 린의 '눈'에는 단순한 빛으로만 보였다.
아버지는 따스한 색이다. 적과 주황, 황색의 따스한 색. 오빠는 무지개다. 선명한 광채. 하지만, 츠구미는 다르다. 마치 사람과는 다른 세계라도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연기에 배경이 깃든다. 세계가 덧칠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연기. 린의 눈으로 볼 때 그랬다고 고했을 때 아버지가 놀란 이유는, 린의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츠구미는, 사실 괴로운 걸까?'
기계를 만질 때는 항상 곤란해한다.
친구와 지낼 때는, 언제나 즐거워 보인다.
연기를 이야기하는 츠구미는, 언제나 반짝거리고 있다.
'나는, 츠구미한테 뭘 할 수 있지?'
그 그림자에서, 가끔씩 정말 쓸쓸해하는 옆얼굴을 보인다.
그 뒤에서, 때때로 정말 괴로운 듯한 눈동자로 모두를 본다.
그 옆에서, 때때로 츠구미가 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럼, 시작한다."
"응. 린쨩, 부탁해."
"알았어. 씬ㅡㅡ"
자신에게 가능한 일은 잘 모르겠다. 몰라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그냥 오빠에게 부탁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지만, 츠구미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지고 싶지는 않다.
"ㅡㅡ액션!"
그래서 하다 못해, 린은 기도한다.
'부탁해, 츠구미를 구해줘.'
친구를, 구하고 싶다며.
――/――
린의 신호와 함께 연기를 시작한다. 즉흥적이라서 계획도 뭣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불타오른다. 연기로 누군가를 돕는다니 처음 있는 경험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그게 무서워할 이유라도 돼? 하, 좋아.
미지를 연기하는 것이, 배우잖아!?
"어디 가는 거야."
내딛는다. 목소리는 평범하게. 그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분노도 슬픔도 그 음란 교사에 대한 미움도, 전부 눌러 담아서. 그래서 츠구미는, 추궁하는 날 보고 교실의 문에 대었던 손을 멈췄다.
ㅡㅡ저녁노을, 방과 후. 학교 종소리. 츠구미를 중심으로 생겨나는 비전. 추위로 떨리는 어깨, 거기에 있는 것처럼 대려던 손. 숨소리가 하얗게 흩어지는, 착각.
"너랑은 관계없어."
어른스러운 목소리다. 그, 아버지와 했던 연기의 설정에 있었던 15살 소녀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같은 반 녀석이 불순 교제를 하고 있는데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냐고."
"뭐야 그게? 사춘기? 난 그냥, 수업의 질문 땜에ㅡㅡ"
"역시 선생님한테 가는 거잖아. 숨길 필요도 없다는 거냐."
소리 내며 복도를 걷는다. /린의 복도의 융단 따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돌아보자, 츠구미와 시선이 얽힌다. /같은 시선? 키가 비슷한 듯한.
쫓아가서 츠구미의 옆까지 다가간다. /두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췄을 터인데, 달려간 것처럼.
"관계없어, 너랑은 관계없어."
"웃기지 마. 선생님한테는 애인이 있는 거 몰라? 부르지 말라고."
"관계없어, 관계없어, 관계없어!!"
뻗은 손을 쳐내는 츠구미. 하지만, 그게 어쨌다고? 지금 여기서 포기한다면, 이제 두 번 다시 이 녀석의 본심은 알 수 없다.
더 깊이다. 더더욱 깊이 들어가야만 한다. 표면만의 연기로, 이 녀석의 마음을 들춰낼 거라고 생각하지 마. 표면만의 말로, 이 녀석의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마음이 없는 대사로는, 이 녀석을 이기는 일은 허망한 꿈이라고 명심해, 요루하타 코우!
'그래서, 여동생의 부탁으로 여동생의 친구를 구해주는 오빠는, 이걸로 끝이다.'
숨을 들이마신다.
ㅡㅡ나는 그냥, 저 녀석을 도와주고 싶다.
숨을 내쉰다.
ㅡㅡ나는 그냥, 그 녀석이 그 교사 탓에 상처 입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이유? 그딴 거, 뻔하지.
"관계없을 리가 있겠냐."
"왜? 내가 어떻게 하든, 너랑은 관계없어!!"
관계없을 리가 있겠냐.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순수하니까 고민하고, 상처 입고 싶지 않으니까 상처 입히려고 해서.
그냥,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것에 탐닉하고 있을 뿐이라면 다행이겠다, 싶어서.
"그럼, 왜 울고 있어."
"뭐?"
츠구미는 당황해서, 자기 볼에 손을 갖다 댄다. 그곳에 눈물이 흐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떨리는 손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잡아끌 틈은 되었다.
"앗."
"허세 부리지 마.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잖아!"
"나, 난, 이것 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해버린 거라면 그냥 울어!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외치라고! 자기 몸 하나도 간수 못하면서, 네 마음을 누가 소중히 할 수 있겠어!? 네 사랑을 더럽히는 건 자기자신이라는 걸, 깨달으라고!!"
자그마한 어깨다. 이런 자그마한 몸으로, 고민했던 건가. 이런 가느다란 몸으로, 괴로워했던 건가.
"시끄러, 시끄러시끄러시끄러! 선생님이 내 전부야! 선생님만 있으면 돼! 그런데도 선생님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만 나한테 보여주잖아!"
외친다. 비통한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ㅡㅡ갑자기, 가라앉는다.
"그래서! ㅡㅡ저기, 그럼, 내가 가져도 되지 않겠어? 옭아매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후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버리는 거야. 멋지지?"
갑자기, '여기다' 라고 생각했다.
빛을 비추지 않고, 흔들리는 일도 없이, 단지 부릅뜨인 눈동자. 눈 안쪽에서 휘몰아치는 콜타르처럼 끈적한 광기.
분명, 이대로 간다면 이 이야기의 종착점은 내가 무력감에 부딪히고, 그녀는 날 내치며 광기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갑자기 그런 미래의 엔딩 자막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어둠에 내맡기면, 최고의 무대가 가능하다.
"ㅡㅡㅡㅡ어이."
그래서, 이 녀석을 추구하는 거냐?
웃기지 마. 나는, 이 녀석을 구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거다.
"웃기지 마."
"뭐ㅡㅡ?"
당혹감.
아니면, 진심의 동요.
"가게 놔둘 수 없어."
"어째, 서."
"어째서? 흥, 모르겠다면, 가르쳐줄게."
안고 있던 어깨를 밀어낸다. 멱살을 붙잡으면서 당기고는, 떨리는 눈동자를 정면에서 바라본다.
"내가, 널 좋아해서다."
"윽."
"사랑하는 여자가 파멸하는 걸 손가락만 빨며 보고 있을 정도로, 착하지는 않아서 말야."
"결국, 코우 군은 날 원하니까 말릴 뿐이었네. 안아줄까? 그럼 만족하지?"
떨리는 입술을 속이려는 것처럼, 츠구미는 몸을 비틀며 눈을 돌렸다. 하지만 볼을 붙잡아 다시 한번 눈을 마주치게 하자, 밉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아아, 그거면 됐어. 그 녀석을 보이지 마. 어둠을 보이지 마. 쓸데없는 걸 보이지 마. 나를 봐.
"아니."
"맞잖아."
"아니."
"어떻게 아닌데!?"
"전부 아닌데."
"의미를 모르겠어."
"의미를 모르니까 안 되는 거라고."
볼에 손을 기댄다. 가느다란 목덜미에 가슴을 파묻는 것처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내 것이 되지 않아도 돼. 이전처럼, 하고 싶은 일을 전부 즐겨주기만 하면 돼. 기쁘면 웃고, 분하면 화내고, 슬프면 울어주면 돼."
"코우, 군."
"있는 그대로의 츠구미가 행복하다면, 충분해."
올려다본 앞에는, 대량의 눈물을 흘리는 츠구미의 모습이 있었다. 15세나 되는데도 어린 시절보다 더 많이 우는구나,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무리하게 어른이 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아직 어린이라고? 어른이 될 때까지 앞으로 5년이나 남았어."
"으, 응."
"초조하지 않아도 돼. 분명, 세상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냥할 테니까."
"나, 나, 난."
손바닥으로, 그녀의 눈물을 받아들인다.
그랬더니, 눈물로 젖은 푸른 눈동자 안에서, 츠구미를 바라보는 내가 꽤 사랑스럽다는 듯 웃고 있었다. 어둠에 빠지면 편해져. 하지만 그 이면의 순진함은, 분명 괴롭고 힘든 길일 것이다.
그런데도, 괴롭고 힘들다면ㅡㅡ그럼에도, 두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혼자서만 싸우지 않는 길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믿는 일은 어렵고 무섭겠지만, 그렇다 해도, 두 사람이라면.
그래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을 감고서.
"잠깐 린, 코우가 어디 있는지 혹시 아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실례했습니다~"
번쩍, 하고 눈을 떴다.
"......."
"......."
츠구미는 살짝 한걸음 멀어져서, 크흠, 하고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 나서 정중히 옷깃을 가다듬고, 린 쪽을 보았다.
"아ㅡㅡ컷."
"으음....... 변변치 못했습니다."
건방지게도 볼에 난 약간의 홍조를 가리키고서, 아무 일 없이 멀어져 갔다.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않는 미미와 쥬리아를 깨우러 간 모양이다.
나는 어땠냐면, 아직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끼이익 거리는 효과음이 날 것처럼 뻣뻣하게 몸을 움직여서는,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만졌다.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멋없는 패배 대사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일어나서 문을 열어젖히고는 복도를 달린다.
"어머니, 먼저 내 말 좀 들어줘ㅡㅡㅡㅡ!!"
얼빠진 외침을 내는 것으로, 자기 안의 번민하는 마음을 떨쳐낸다. 아직 다섯 살 여자애다. 그런 일은 이미 알고 있고, 쥬리아와 미미에 대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츠구미한테도 그랬었다.
하지만, 다시 머리에 새겨지는 것은 15살의 그 녀석이다. 마치 그것이, 내 안의 무언가를 바꾸고 만 것 같아서, 짜증 난다.
'아아, 진짜, 왜냐고!'
짜증 나. 열 받아. 하지만, 동시에 생각한다.
'이끌어냈다. 그러니 이제는, 네게 달렸다, 린.'
맡기면서도, 답답함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래서 적어도 눈앞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희희낙락해서는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려는 어머니한테 뛰어들었다.
※ 연말 베스트 후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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