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6 승부=정열×광기-? scene3
    2022년 03월 29일 12시 16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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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39/

     

     

     

     영화와 드라마의 리뷰를 해준다는 츠나기 채널을 모두 시청한 뒤에도, 우리들은 요튜브의 영상을 보고 있다. 츠나기 채널의 과거 영상이나 왕년의 명작의 명장면 등 가지가지다.

     한 명씩 보고 싶은 영상의 종류를 얘기하면, 그것을 린이 재빨리 검색해준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쥬리아의 차례가 되면 공포 영상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였는데.

     

     "심령 영상 보자."

     "무리!"

     "그래, 미미는 진자는 무리구나. 그럼 공포영화의 한 장면으로 하자. 츠구미, 뭐가 좋을까?"

     

     갑자기 떠넘겨도 곤란한걸.

     

     "음, '악과의 연(悪果の淵)' 은?"

     "아, 그거 알아! 어머니가 '이상한 취미에 눈떠도 곤란해' 라면서 보여주지 않았던 거다!"

     

     쥬리아가 그렇게 말하자, 린이 눈을 빛내며 검색한다. 미미는 벌벌 떨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보다 사라쨩, 이상한 취미라니? 평범한, 인간미 넘치는 공포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츠구미, 츠구미, 악과의 연으로 검색하니 백합이라고 나오는데, 무슨 뜻이야?"

     "린쨩이 모르는 거면 나도 전혀 몰라."

     "백합, 백합. 아, GL인가. 좋아 보자."

     

     린이 뭔가를 떠올린 것처럼 희희낙락하며 재생 버튼을 누른다. 악과의 연, 추천 장면 모음집인가. 다시 말해 이런 것으로 본편을 보기 위한 구매의욕을 높이려는 걸까? 하지만 전후의 이야기 없이 보면, 무서울까?

     하지만, 지금부터 재생되는 장면은 무서운 부분이 아니지만. 분명, 여대생인 아야세 이즈미는 어느 날 여고생인 이이즈미 아야와 우연히 연을 맺는다. 아름답고 순진한 마음씨의 아야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대화가 이어져서, 점점 사이좋아지는 거였지. 그래서 이 장면은, 이즈미가 아야와의 금단의 사랑을 자각하는 장면이다.

     이 아야세 이즈미를 연기한 사람이 나. 여고생인 이이즈미 아야를 연기한 사람이, 친구인 우르우였다. 그녀는 나와 같은 나이인데도 동안이고 키도 작았으니까.

     세일러복 차림의 아야가 이즈미의 방에 누워있다. 몇 번이나 했었던 두 사람만의 밀회. 유리잔에 든 오렌지주스를 마시면서 잡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저기, 이즈미는 뭐가 되고 싶어?』

     『나? 난 지금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 중인데』

     

     

     이때, 이즈미는 아야에게 존경받고 싶다는 일념으로 거짓말을 했다. 법학부에 다니며 장래에는 변호사가 된다. 그것은 아버지 대부터 이어지는 의무에 불과했고, 사실 이즈미는 사서가 되고 싶어 했다.

     

     

     『그래, 이즈미는 대단하네』

     『그렇지 않아』

     『아니. 대단해ㅡㅡ내게는 꿈이 없으니까』

     

     가늘어진 눈동자 안에 단지 공허할 뿐인 자신이 비치는 느낌이 들어서, 이즈미는 숨을 삼켰다. 격려하려고 열리던 입술이, 머뭇거림 끝에 닫히고 말았다. 그런 이즈미에게 쓴웃음을 짓고서, 아야는 달래주려는 듯 손을 뻗어 이즈미의 손등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할퀴는 것이다.

     새끼 고양이가 장난치는 듯한 동작. 가늘어지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입가, 어른스러운 걱정의 표정이 순진무구한 미소로 바뀌었던 그때, 이즈미는 아야에 대한 연심을 자각한다. 이룰 수 없는 금단의 사랑을 자각한다.

     

     

     『오늘은 돌아갈게』

     『아』

     

     

     학생용 가방을 손에 들고, 세일러복을 휘날리며 방을 뛰쳐나가는 아야. 쫓아가려고 허리를 들던 이즈미에게, 아야는 빙글 돌더니 해바라기 같은 미소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일 보자!』

     

     

     평소의 인사. 평소의 미소. 평소의, 그녀. 그럴 터인데도, 이즈미의 가슴에 남는 것은 괴롭고 쑤시는 아픔이었다.

     

     

     『바보 같아 ㅡㅡ왜 아야일까. 우리들, 둘 다 여자인데.』

     

     

     자조하면서, 가슴을 부여잡으며 웅크린다. 테이블 위에 내던진 삐삐에다 1, 4, 1을 치다가, 다시 삐삐를 내팽개쳤다. [각주:1]

     

     

     『정말, 바보 같아』

     

     

     허락받지 못할 사랑이다. 분명, 아야도 기분 나쁘다고 할 것이다. 이 영화의 공개는 1989년. 영화의 시대설정은 1980년대. 이 시대의 동성연애란, 정말 심한 취급을 받을 때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병에 걸린 것처럼 다루던 것이었다.

     만일 그 박해를 아야도 받게 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떨린다. 그래서 이즈미는, 자기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다. 도저히 억누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다만, 둘이서 찍은 사진에 입을 맞춘다. 이제 단순한 아야세 이즈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떨리는 눈꺼풀과 흐르는 눈물이 고하고 있다.

     

     

     

     "......"

     "......"

     "......"

     

     

     멍하니 장면의 끝을 바라보는 3명. 공포물이라고 하지만, 공포 영화의 그 공포가 아니잖아, 이거.

     ...... 아아, 그래도, 역시 이렇게 생각한다. 아직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면, 지금 것으로 사실은 전부를 전할 수 있었다. 함께 있는 장면에서, 멈춰 세우려는 것처럼 목소리를 떨었다면. 멀어져 가는 그녀의 향기에 조바심을 보였더라면. 마주친 손가락에 입맞춤 하나라도 했었더라면.

     

     

     지금이라면, 더 잘했는데.

     

     

     "엥, 어이 츠구미, 이거 맺어지는 거지? 글치?"

     

     

     쥬리아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다. 이런이런, 꽤 깊게 스위치가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자중하지 않으면, 또 전생처럼 누군가를 입원시키겠어. 나중에 제대로 기분 전환해두자. 오늘은 이제 촬영이 없으니 다행이다.

     

     "음~"

     

     내 팔에 달라붙어서 흔드는 쥬리아한테서 시선을 돌린다. 사실은 이것이, 이즈미가 아야와 만나는 마지막 장면인 것이다.

     

     "다, 다음, 어, 어이 린쨩, 다음은?"

     "없어...... 으으으, 어디에도 없어."

     

     달라붙는 미미한테 고개를 젓는 린. 뒷이야기는 그, 저기, 참혹한 복수극이니 보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츠구미는 본 적 있지?"

     "저기~ 으, 응."

     

     아니, 어딘가에서 봤던 걸로 치자.

     

     "그럼, 츠구미의 집에서는 볼 수 있어?"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린.

     

     "대디와 마미, 오늘 없으니 무리일지도~"

     "그래......"

     

     무리한 느낌도 들지만, 어떻게든 회피했다. 용의 무덤 이상으로 내용이 참혹하니까. 고개를 숙이며 낙담하는 린한테는 미안하지만, 부모의 허가 없이 그런 걸 보여줄 수는 없답니다.

     물론 그 영화에도 자부심은 있지만, 소학교 1학년의 여자아이한테 보일 수 있냐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

     

     "그럼, 역시 아버지인가."

     "오늘 계셔?"

     "없어. 하지만 아버지의 방에는 분명 있을 거야."

     "앗ㅡㅡ"

     

     그렇게 말한 린은, 이쪽의 제지보다 빠르게 방에서 뛰쳐나가고 말았다. 남겨진 나와 쥬리아와 미미는, 단지 쓴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마주 볼 수밖에 없었다.

     

     "쥬리아쨩은, 요즘 어때?"

     "어떠냐니, 아~"

     

     내가 묻고 싶은 뜻을 알아차렸나 보다. 쥬리아는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하고 치고서, 조용히 바라보는 나와 미미한테 부끄러운 웃음을 보여주었다.

     

     "요전에, 함께 나갔어."

     "그, 그랬구나~ 잘 됐네, 쥬리아쨩."

     "어디로 갔는데?"

     "영화관. 인기 영화라면서 공포영화 보게 해 줬어!"

     

     그래......그래. 떨쳐냈구나, 사라쨩. 아니. 이제 어엿한 '어머니'인 사츠키 씨로구나. 영화가 어떻고 연출이 어떻다면서 말하는 쥬리아는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상영 중에 영화가 15금이라고 깨닫고 놀라서 말이야."

     "응?"

     "후후후ㅡㅡ허둥대는 어머니, 귀여웠지이~"

     "으응?"

     

     이거 왠지, 낌새가 이상한데?

     

     

     

     "만일 장래에, 어머니가 일하기 싫어지면...... 내가 부양할 거다."

     "그, 래?"

     

     

     

     쥬리아가, 나이에 맞지 않는 요사한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에, 미미가 슬쩍 내 옷깃을 붙잡았다. 저기, 그, 사츠키 씨? 마오 씨하고 제대로 대화했지? 괜찮지? 그렇게 묻고 싶어도 묻지 못하는 자신의 입장이 원망스럽다.

     

     "그래서, 내 꿈은 어머니보다 대단한 배우가 되는 것! 그렇게 되면ㅡㅡ츠구미도 부양해줄게?"

     "아, 아하하......괜찮아. 나도 대단한 배우가 될 거니까."

     "츠, 츠구미쨩은 이미 대단한걸~"

     

     미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 눈을 깔았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말하는 것보다 빠르게, 정말 의지가 깃든 눈으로 날 다시 바라보았다.

     

     "그, 그래도ㅡㅡ그래도 나도 지지 않아. 대배우가 되어서, 츠구미쨩한테, '미미쨩 이상의 배우는 없습니다!' 라고 말하게 할 거니까!"

     "후, 후후, 그거 나한테 말하게 하는 거야? 응......응. 기다릴게."

     

     주먹을 쥐며 다짐하는 미미의 눈에는, 강인함이 엿보였다. 그때 뿌리치던 손과 비통한 대사는 지금도 가슴속에 남아있다. 그 무력감이, 마치 지워지고 만 듯한 감각이다.

     기쁘다. 잘 됐다. 기쁘다, 정말로 기쁘다. 그래, 울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떨리는 마음에, 나 자신이 당황할 정도로.

     

     "아으......그, 그러고 보니 린쨩 늦네!"

     

     그러고 보니 그렇다. 혹시 아직도 찾고 있나?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했는지 걱정인데. 음~ 찾으러 가는 편이 좋으려나~?

     망설임은 잠깐. 좋아, 하면서 일어선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의 구조는 모르기 때문에, 미미와 쥬리아의 도움을 받아서ㅡㅡ

     

     

     

     "거기까지다, 개구쟁이들."

     "미안, 츠구미, 붙잡혔다."

     

     

     ㅡㅡ기세 좋게 소리 내며 열리는 문. 새끼 고양이처럼 안깃을 잡혀서 들어 올려진 린. 하지만 덩치 때문에 그렇게까지 쉽지는 않은지, 린을 든 손이 떨리고 있다고, 소년.

     검은 머리에는 선명한 큐티클. 천사의 고리가 보이는 듯한 단정한 이목구비를 채색하는 것은, 어이없음인가.

     

     "코우 군?"

     "아~ 린의 오빠다."

     "오바, 안녕하세요, 실례하고 있습니다."

     "하아......진짜."

     

     요루하타 코우. 린의 오빠가 내던지는 것처럼 린을 풀어주고서, 성가시다는 듯이 이마에 손을 짚는 것이었다.


     

    1. 놀랍게도 이 상황과 숫자의 의미를 야후 재팬에 질문한 사람이 있었다. 이즈미는 14106 (아이시떼루=사랑합니다)를 뜻하는 일본의 삐삐 암호를 치려던 것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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