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방근무~난민대책과 힐데아 평원의 전투~――52(●)――
    2022년 03월 28일 16시 53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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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52/

     

     

     

     이건 도대체 뭐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마도사 베리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왕태자 휴벨투스가 초짜라고 평가받는 것처럼, 베리스한테는 지휘관의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문제는 없을 터였다. 기본적으로 정면과 정면에서 부딪히는 것이 주류인 마족의 싸움으로는 순수하게 힘이 강한 쪽이 이긴다.

     개별 전투력으로는 리빙데드와 스켈톤 워리어가 인간 병사에 비해 완력과 내구력에서 앞서며, 지구력은 비교도 안 된다. 거기다 물량에서 앞서는 사령군이 지는 일 따윈 없을 터였다.

     

     그런데 왕국군 기병이 좌우양익을 떼어내더니 그대로 측면을 역주해서 후방으로 돌아들어간 즈음부터, 베리스의 상황판단력을 넘어간 바람에 이해할 틈도 없이 상황이 계속 변화해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수가 많았을 사령군은 오히려 적에 포위되었고, 주위에서 밀어닥치는 형태가 된 결과, 베리스는 뭘 어떻게 지휘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었다.

     지시를 듣지 못한 채 일단 부근의 산자를 공격하려던 사령병들은, 여러 병사의 공격을 피할 공간도 확보하지 못하여 계속해서 쓰러져나갔다.

     

     "이, 이노옴......! <플레임 스톰>!"

     

     베리스는 주변의 사령병을 처음으로 방해라고 느끼면서도 주문을 외웠고, 정면의 왕국군에게 범위 마법을 때려 박았다. 마법이 폭발한 지점에서 비명과 고토의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술사 발견!"

     "저기 있다!

     "궁시병 앞으로, 쏴라!"

     

     베리사 요새에서의 정보는 이미 전군에 전달되어 있어서 범위마법에 관한 위험성이 파악되었기 때문에, 적어도 범위마법을 본 것만으로 도망치려는 병사는 없다. 손해를 줄일 수 없는 것은 왕국군에게 뼈아픈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 장소에서는 마술사를 쓰러트리는 일이 우선이다. 왕국군 전선지휘관들은 그 점을 이해하고 있다.

     중앙대의 쿠페르나겔 남작이 병사의 목소리를 듣고 마술사가 있는 부근에 여러 화살을 쏘게 했다. 한두 발 맞아도 베리스한테는 치명상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날아오는 화살을 무시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화살이 날아와서 주위의 리빙데드가 쓰러진다 한들, 다른 사령병이 그곳에 파고들어도 전열이 흐트러지기고 베리스 자신에게도 움직임의 방해가 된다.

     애초에 지휘를 한다는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던 베리스였지만, 날아오는 화살 소리와 물리적인 대미지도 있어서 자기 주변만 파악하게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좌우 양익 후방에서 돌입한 용병과 모험가 집단. 그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집단의 존재는 바로 주변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흡!"

     

     마젤이 검을 한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리빙데드의 목이 날아간다. 마젤은 그대로 다음 스켈톤 워리어로 향한다. 그 옆에서는 루겐츠 또한 일격으로, 거대한 검을 내리쳐서 리빙데드를 양단했다.

     

     "이 검 잘 베이잖아."

     "그렇네요."

     

     루겐츠가 싸우면서 감탄한 듯 입을 열자, 마젤이 적을 쓰러트리며 그 발언에 대답한다. 베르너가 빌려가라고 말했던 이유를 지금은 잘 알겠고, 오히려 잘도 빌려줬다는 감사 반 어이없음 반이라는 느낌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페리도 스켈톤 워리어의 두개골을 절단하고 있다. 주변의 어른들이 그 모습에 놀라 눈을 부릅뜬다. 놀라지 않은 자는 마젤 일행 정도일까.

     

     "과연, 꽤 잘하는군요."

     "아재도."

     

     페리한테 아재라고 불려서 쓴웃음을 짓던 에리히였지만, 반론은 하지 않고 리빙데드를 걷어차서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수도승으로서의 에리히는 충분한 실력이 있으며, 네 명 중에서는 유일하게 체아펠트 가문에서 무기를 빌리지는 않았지만 전과가 결코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먹과 발차기만으로도 계속해서 사령병을 다시 못 움직이는 시체로 바꿔버린다.

     

     베르너가 만일 여기에 있었다면 뭐 이 정도겠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본래 마젤 일행이 장비한 무기는 게임 중반 즈음에서 손에 넣는 장비다. 시작 지점과 초반 던전에서 장비하기에는 과도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한번 휘두를 때마다 하나의 적을 반드시 쓰러트리는 이 집단은 부정할 수 없이 돋보이는 존재였다.

     

     이 4명을 선봉으로 하여 적이 크게 허물자, 겟케가 이끄는 용병단이 교묘한 움직임으로 사령군의 균열을 확대시킨다. 후방에서 돌입한 기사단은 집단전을 전개하여 순식간에 사령군의 수를 줄여서 피해를 증대시켜간다. 협공을 받게 된 사령병들의 대열이 순식간에 붕괴된다.

     사령에 두려움이라는 관념은 없을 터인데, 후방의 일각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사령군 전체가 크게 혼란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 직후, 마젤 일행이 있는 곳에서 멀리 폭발음이 들린다 싶더니, 본대에서 무수한 화살이 적의 한 곳을 집중해서 쏟아붓는 모습이 보인다.

     

     "화살이 모인 부근에 적의 지휘관이 있다! 노려!"

     "오우!"

     "공적을 놓치지 마!"

     

     몇 명의 목소리에 응해서 모두가 방향을 바꾸자, 그 앞에 있던 사령들이 날아가 버리며 소멸한다. 기세라는 것은 확실히 존재하는지, 사령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병사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런 기색을 보이는 자가 없다.

     질풍노도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왕국군의 병사건 용병이건 모험가건 실력에 자신 있는 자들은 화살이 쏟아진 지점으로 무기와 발걸음을 향했다.

     

     

     "이......이노옴.......왜 이렇게......"

     "저게 보스인 모양인데."

     "그런가 봐."

     

     사령병의 튼튼함이 되려 화를 불렀다고도 말할 수 있다. 화살이 꽂힌 채로 움직이는 사령병은 표시를 매달고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서 로브 차림의 베리스는 너무나도 돋보였다.

     다른 왕국군 병사도 베리스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와중, 한 발 앞서 달려 나온 마젤과 루겐츠가 앞을 가로막는 사령들을 베면서 10을 셀 정도의 짧은 시간만에 베리스의 바로 옆까지 도달한다.

     

     "어째서냐! 어째서 이렇게 된 거냐! 어......"

     

     도망치려 해도 주위에 그의 사령병이 모여있어서 도망칠 수 없다. 적어도 저항을 해보려 해도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했고, 상황을 이해할 수도 없다.

     베리스의 마지막 비명은 마젤의 일섬에 의해 쉽게 가로막혔다.

     

     "적 지휘관이 죽었다!"

     "모험가가 마도사를 물리쳤다!"

     

     "사령병 따윈 한 놈도 남길 필요 없다. 반드시 괴멸시켜라."

     "예."

     

     적 마술사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왕태자가 주저 없이 공세 강화를 지시하자,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괴멸전으로 이행했다. 그 후, 모든 사령이 움직임을 멈출 즈음에는 전장이 아름다운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고전도 우려했던 힐데아 평원의 전투는 왕국군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승리를 축하하고 왕태자 휴베르투스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석양을 압도하는 것처럼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즈음, 이세계의 전설적 포위전이었던 칸나에 전투를 재현시킨 주원인인 베르너는 어땠냐면.

     

     "아아, 아무래도 무사히 귀환했나."

     "예. 백작께서도 상단이 옮겨온 무기를 보고 놀라셨습니다."

     

     친가에 보낸 사자가 왕도에서 갖고 온, 상단 무사귀환의 보고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사자한테서 부상자 정도는 나왔지만 사망자는 없다는 정보를 듣고, 성공 보수가 지급되었는지를 확인했다. 동시에 왕도의 정보를 들은 베르너는 필요한 질문에 대답을 얻자, 일단  상단의 보고서를 제쳐두고 난민대책의 업무로 돌아가 척후들의 정보를 들으며 오늘 밤을 대비한 주변 경계의 지시를 내렸다.

     힐데아 평원의 전투를 알 길도 없이, 베르너는 자기 일에 임하고 있었다. 상단의 보고서에 눈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심야가 되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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