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방근무~난민대책과 힐데아 평원의 전투~――38――
    2022년 03월 27일 13시 43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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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38/

     

     

     

     갑작스런 아버지의 대사에 가벼운 당혹감. 뭐가 어쩌다 그리 된 거지.

     

     "저기~ 무슨 뜻?"

     

     솔직히 물어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도 화내지 않았다. 다만 앉으라고 재촉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귀찮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일단 긴 의자에 앉는다.

     아버지가 맞은편에 앉고 홍차를 놓아둔 메이드가 떠나가자, 교대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집사인 노르베르트가 문 앞에 섰다. 어이어이, 꽤나 엄중하구만.

     

     "......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지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뭐 바로 알려지기는 하겠지만......"

     

     꽤나 점잔을 빼면서 에두르는 말이었기 때문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거절하기 어렵다. 아니 이쪽에 각오를 다지게 하려는 수법인가.

     그렇게는 생각했지만 다음 한 마디에는 확실히 놀랐다.

     

     "트라이오트가 마군의 공격으로 멸망했다."

     ".......예?"

     

     트라이오트. 우리 바인 왕국의 옆에 있는 나라다. 아니 나라라고 해도 국력이나 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약하다. 위성국가 같은 느낌이다.

     

     "어떤 상황인데요?"

     "트라이오트의 왕도가 습격당해서 왕족은 물론 나라의 중진과 기사단이 거의 전멸. 주민은 빈손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거의?"

     "생사불명이기는 하지만...... 보고를 들어보면 생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래서, 그것과 병사를 이끄는 일에 무슨 관계가 있죠?"

     "트라이오트의 난민이 우리나라로 향해오고 있다. 그보다는 이제부터 대량 발생할 느낌이라서."

     "그 난민을 받아들일 건가요?"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지만 국경 부근에서 폭도화 되면 수습이 안 된다."

     "맞는 말씀이네요."

     

     확실히 마물한테 먹히는 것을 좌시하고 있을 정도로는 냉철하게 있을 수 없다는 것인가.

     

     "그 난민의 경비와 경계를 포함한 마중이라고 하는 건가요. 하지만 왜 백작가가 그런 일을?"

     

     아버지의 반응은 어떤 의미로 알기 쉬웠다.

     

     "먼저 이유 중 하나. 트라이오트와 인접한 우리나라의 영토는 쿠나프 후작령이다."

     "오우......"

     

     그러고 보니 그랬었다.

     

     "그럼 책임자는 장남이 맡나요?"

     "그럴 수도 없어서 말이다."

     "하아."

     

     듣자 하니 쿠나프 후작의 장남인 맨골드 고스리히 쿠나프 자작은 베리사 요새 철수전 때 백작한테 호통치고 바보취급한 모양이라서 평판이 무진장 낮다고 한다. 나도 바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번만이 아니라 쿠나프 후작 파벌의 사람들도 [정치와 예의는 문제가 있지만 용맹한 인물입니다] 라고 평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근육뇌라는 뜻이겠지. 그런 사람이 나라를 잃은 난민대책을...... 암담한 미래만 보여.

     아니 그래서 책임자에서 제외시킨 거겠지만.

     

     "그럼 누가 하는데요?'

     "쿠나프 후작의 동생이 긴급사태라는 이유로 당주가 될 예정이다."

     "그거, 장남은 납득하고 있나요."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확실하게 단언해버렸구나 아버지. 이런 부분은 역시 귀족인가.

     

     "그래서 맨골드 경은 왕도에 남아야 한다. 쿠나프 경의 동생은 살아남은 기사와 병사, 그리고 부상자를 데리고 영지로 돌아가서 그대로 치안유지의 임무에 나설 것이다."

     

     과연. 병력과 본인을 나눠서 성가신 일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려는. 그보다 장남은 얼마나 불안하게 보고 있는 거냐고. 나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자. 응.

     

     "기사단이 영지에 남는다면 난민을 경비할 병력이 따로 필요하다는 뜻이네요."

     "그런 거다. 물론, 난민보호와 지원은 우리 가문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군요."

     

     쿠나프 후작의 기사단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치안유지로 힘겹다기보다 구 트라이오트 령에서 오는 마군의 방어가 주된 임무가 될 테니까.

     

     "난민 호송의 책임자는 누군데요?"

     "세이퍼트 장작이다."

     

     그 노장군인가.

     

     "그건 이해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 가문은 정말 많이 부려먹히네요."

     "왕태자 전하의 총애를 받는 자식 덕분에 말이다."

     

     쓴웃음 지으면서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왜 이렇게 되었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그나마 공짜로 부려 먹히지 않는 게 다행인가. 왕가를 따르는 것은 의무지만 무조건으로는 못 해 먹는다.

     

     너무 생각하면 불경하니까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보다 그럴 때가 아냐. 바로 손을 써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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