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5 벽←우정×격정→생 scene4
    2022년 03월 26일 21시 53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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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33/

     

     

     

     유우가오 미미는 예전부터 숫기 없는 소녀였다. 더 어린 시절에는 커다란 아버지의 등에 숨었고, 친구가 생기자 쥬리아와 린의 등에 숨었다. 자신감이 없고 겁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꿈을 가졌던 소녀였다.

     아버지와 함게 봤던, 어머니의 드라마. 평소에는 푸근한 인상인 어머니가, 티비 저편에서는 요염하고 섹시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어른 여성'이었던 것이다.

     

     『저기, 아빠. 나도 저런 식으로 될 수 있어?』

     『연기자 말이니? 아아, 물론이고말고! 왜냐면 넌 나츠의 딸이니까!』

     

     겁많고.

     낯을 가리고.

     자신감이 없어서.

     벌벌 떨고 만다.

     

     그런 자신을 바꿀 수 있다. 연기의 세계라면, 배우의 세계라면, 진짜 자신과는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어머니처럼 대단한 배우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꿈꾸며 노력을 거듭했다.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아 싫어질 때도, 걸음걸이가 깔끔해지지 않아서 쇼룸 앞에서 울고 있을 때도,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서 내던지고 싶어질 때도, 끝내는 일어나서 노력을 계속해왔다.

     

     

     단지, 그날 아버지와 나란히 보았던 꿈에 도착하기 위해.

     

     

     '괴로워.'

     

     

     그런데도, 지금 이렇게나 괴롭다.

     

     

     '괴로워.'

     

     

     가슴을 부여잡고, 웅크리며 눈가를 닦는다. 계속 흘러나오는 눈물이, 네게 울만한 자격이 있느냐고 혼내는 것 같아서, 미미는 자신의 눈물이 미워졌다.

     

     

     '괴로워, ㅡㅡㅡㅡㅡ'

     

     

     매달릴 자격 따위도 없으면서. 그렇게 미미는 혼자서 자조한다.

     

     '...... 지금, 몇 시였더라.'

     

     얼마나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돌아보아도, 자신을 쫓는 사람은 없다. 분명 그 상냥한 소녀도 정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친구를 거절했던 자신한테는, 그 정도의 취급이 딱 좋다. 미미는 아픈 마음을 무시하고서, 부드럽게 웃는 소녀의 모습을 눈꺼풀 안에서 지워버렸다.

     

     "돌아가자......"

     

     중얼거리고서, 걸어간다. 아직 하늘은 노을빛이다. 시간은 그리 지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발걸음은 무겁고, 움직이기도 괴롭다. 그럼에도 돌아가야만 한다. 안 그럼 가족과 매니저에게 민폐를 끼치니까. 지금도 내 탓에 늦어진 촬영이 더 늦어지겠어.

     ......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이 상처 입힌 소녀가 자신을 경멸해준다면 그것은 미미에게 있어 구원이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와서 멈춰 섰다. 계단 쪽에서다. 미미는 잠시 주저하다가, 그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자신을 찾으러 온 목소리라면 민폐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걸어가서, 다가가서, 이윽고 그 목소리의 방향에 잘 아는 은발을 찾게 되자, 미미는,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츠구미 쨩과...... 여자?'

     

     노을빛이 비치는 학교. 등을 돌린 여성과, 계단 쪽에 선 소녀ㅡㅡ츠구미의 모습. 눈을 돌려서 잘 보니, 여자는 조금 전 이동을 고했던 스탭인 모양이다.

     미미의 눈은 그리 좋지 않지만, 청각이라면 남들보다 뛰어날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귀를 잘 기울여보자.

     

     

     

     "너 따윈, 없었어야 했어!"

     

     

     

     숨이, 멎었다.

     

     '엥...... 어째, 서.'

     

     그것은, 언젠가부터 미미가 원했던 대사다. 언젠가부터, 미미가 생각하고 만 일이었다. 만일 츠구미가 없었다면, 미미는 지금쯤 어떻게 되어있을까.

     여태까지처럼 상냥한 친구들에 둘러싸이고, 여태까지처럼 목표를 향해 노력해서, 여태까지처럼ㅡㅡ

     

     '아, 아냐, 그게 아니라.'

     

     나쁜 망상을 머리에서 털어버린다. 무언가의 착각일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아도 츠구미는 강하다. 분명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오겠지.

     어려운 오디션에서도, 쥬리아의 일에서도, 츠구미는 그랬었다. 자신보다 한 살 아래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대담하고 강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그러니, 괜찮아. 이번에도, 분명ㅡㅡ'

     

     그렇게, 약간 몸을 기울여본다. 비치는 노을빛이 각도를 바꾸자, 역광이 되어서 츠구미의 얼굴이 잘 보였다. 보고, 말았다.

     

     'ㅡㅡ엥?'

     

     창백한 피부.

     떨리는 손.

     경직된 다리.

     두려움에 떠는, 눈.

     

     '어, 째서?'

     

     츠구미의 연기는 가장 가까이에서 자주 봤었다. 그래서 미미는 은연중 깨달았다. 츠구미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겁먹었다는 것을.

     

     '어쩌지, 도움을 불러야겠어.'

     

     하지만, 정말로 도움이 필요할까? 저것도 실은 연기고, 어떻게 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만일 정말로 떨고 있는 거라 해도ㅡㅡ

     

     

     

     "너와 함께 연기하는 애들도, 네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야! 왜냐면, 네가 있는 한 자기들은 평범해지니까!!"

     

     

     

     그래. 츠구미가 있는 한, 미미는 언제까지나 변할 수가 없는, 싫어하는 자신 그대로다. 하지만, 만일 츠구미가 사라진다면? 여기서 내버리게 되면?

     그렇게 하면, 미미는 평소의 미미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츠구미가 없는 일상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래. 나는, 츠구미쨩을ㅡㅡ'

     

     

     『미미쨩은, 상냥하네』

     

     

     목소리가, 갑자기 재생된다. 언제였던가, 린의 장난으로 웅크린 츠구미의 등을 쓸어줬을 때, 츠구미는 미미한테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미미쨩과 친구가 돼서 기쁘다고 생각한 적은, 몇 번이나 있어』

     '나, 는.'

     『친구한테 상냥히 대하는 건, 당연하잖아』

     

     

     츠구미는 언제나 상냥했다. 언제나 츠구미는 미미를 도와주었다. 정말로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주는 듯한 미소로, 지켜주었다.

     그것은 미미가 추한 자신한테서 도망치기 위해 눈을 돌리고 있던, 츠구미의 진실된 표정이다. 진정한, 마음이다.

     

     

     '아.'

     

     

     몸을 너무 기울인 탓에, 츠구미와 눈이 맞았다. 하지만 츠구미는 도움을 부르지 않았다.

     

     

     '도......망......쳐.'

     

     

     겁내면서, 떨면서, 움직이는 입술. 두려워서 견딜 수 없어도, 도움을 부르지 않는다.

     

     

     'ㅡㅡ정말로 상냥한 사람은, 츠구미 쨩이야.'

     

     

     숨을 들이마신다.

     변하고 싶다면서, 누군가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미미는 소원을 실행한다.

     

     

     

     

     

     "누가ㅡㅡ!!!!!!!"

     

     

     

     

     

     소리친 목소리는 공기를 저릿하게 진동시킨다. 달려간 다리는, 단지 놀라서 굳어버린 여성의 다리로 향했다.

     

     "앗, 너."

     "츠구미 쨩한테서, 떨어져!!"

     

     놀라는 여성의 다리에 달라붙으며, 미미는 외친다.

     

     "츠구미쨩은ㅡㅡ츠구미쨩은, 내 친구야! 츠구미쨩은 대단하고, 강하고, 멋있고, 귀엽고, 상냥한, 내 친구란 말이야!!!"

     "젠장, 이것 놔!!"

     "싫어!!"

     "!?"

     "떨어질 수는, 없어어어어어어!!"

     

     내둘리고, 안경이 날아가고, 엉덩방아를 찧고, 그럼에도 일어선다. 그러자 여자는 분노에 맡겨 미미한테 달려들었다. 그래서, 미미는 웃어 보였다. 있는 힘껏 허세를 부리면서. 소중한 것이었다고 깨달았던, 이제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를 친구에게 단 한 마디를 고하기 위해.

     

     "도망쳐."

     

     그냥, 생각나는 바를 고한 미미는 눈을 꾹 감았다. 자신이 어떻게 되어도 친구만은 도와주기 위해.

     

     

     "이 계집이이이이이!!"

     "그렇겐 못 해."

     

     

     그런 미미와 여자 사이에, 자그마한 형체가 끼어든다. 여자는 그 형체를 날려버렸고, 계단을 굴러 떨어져서ㅡㅡ

     

     "그, 그런."

     "히, 히히, 해냈다. 해냈다 해냈어."

     

     

     ㅡㅡ어두운 층계참을 기세 좋게 낙하한다. 선명하고 생생했을 은발이 거미줄처럼 퍼지자, 츠구미는 힘없이 몸을 조금 움직이더니.... 이윽고 경직과 함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노을과 밤의 틈새.

     황혼을 맞이한 학교.

     

     

     "으, 아, 아아, 싫어, 싫다고, 츠구미쨩......츠구미쨩!"

     

     

     만일, 추한 질투를 내보이지 않았다면.

     만일, 츠구미한테 정면으로 마주 보았더라면.

     

     후회가, 미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ㅡㅡ"

     

     그런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시간 속. 갑자기 미미는 어떤 소리를 캐치했다. 쉰 듯한, 삐걱거리는 듯한, 기어가는 듯한, 우는 듯한 소리다.

     

     "히익."

     

     겁먹은 목소리. 츠구미를 밀쳐낸 여자의 표정이, 두려움으로 일그러진다. 서둘러 그녀의 시선 쪽을 쫓아가자ㅡㅡ은발 사이에서 비치는 푸른 눈이, 좌우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자그마한 몸이, 손끝에서 구불거리는 것처럼 들어 올려진다. 그 현실감 없는 광경에, 미미와 여자는 벌벌 떨었다.

     손끝에서 어깨. 꼭두각시 인형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천천히 흔들거리며 움직이는 팔. 역재생이라도 하는 듯한 기상법ㅡㅡ하지만 전부 일어나지 못하고, 브릿지의 자세로 우뚝 멈춘다.

     

     

     "아■■아■아"

     "엥ㅡㅡ?"

     "縺オ縺」縺九?縺、?――!!"

     

     

     그리고ㅡㅡ어둠에서,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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