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 4 과거-격정/현생+절망 scene 42022년 03월 24일 08시 34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26/
산속의 저택. 썬룸을 벗어나서 커다란 벽난로가 있는 응접실로 장소를 바꾼다. 빗줄기는 점점 강해졌지만, 어떻게든 모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도착하였다.
"진정해, 사츠키 씨. 쥬리아의 상태가 보통이 아니었다고."
"유우가오 씨하고는 관계없어요. 저희 집안 사정입니다."
막 도착해서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오 씨(린의 어머니)와, 아무 말 없이 내게 다가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코하루 씨의 보고를 듣고 있는 내 어머니.
사라ㅡ사츠키 씨를 달래고 있는 수염 얼굴의 듬직한 남자가, 미미의 아버지인 테츠 씨라고 한다. 부딪힌 일을 사과했더니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며 명랑하게 웃어주었다. 부드러운 남자다. 미미가 착한 아이로 큰 이유를 알겠다.
긴박한 공기. 누구도 할 말을 찾지 못해 입을 닫는다. 내 어머니는 일단 방관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하아, 정말이지."
그런 와중, 어머니와 함께 코하루 씨한테서 사정을 들은 마오 씨가, 소리 내며 한숨을 지었다.
"사츠키."
"왜."
"우리 애도 츠구미쨩도 미미쨩도, 갑자기 친구가 울면서 달려가는 바람에 상처 입고 당황하고 걱정하고 있어."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 미안하다고는 생각해. 그래도."
"그래도, 또 뭐? ㅡㅡ잘 들어, 사츠키. 쥬리아쨩이 아냐. 이 아이들의 아픔은 네가 일으킨 일이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
"쳇."
왠지, 멋져...... 확 내뱉는 마오 씨는, 시비를 확실히 따지는 성격일 것이다.
의기소침해있던 린도 미미도 함께 약간 고개를 든다. 그 시선 끝에는, 등을 펴고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마오 씨의 모습이 있었다.
"자, 사츠키도한테묻고 싶은 일은 있니? 지금이라면 뭐든 대답해줄 거란다."
"잠깐, 마오, 나는."
"뭐야, 달라?"
"다르지, 않아, 요."
강하다. 마오 씨가 우리들을 척하고 바라본다. 린과 미미는 뭔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답답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겨진 내가, 대표로서 소리 내었다.
"쥬리아쨩은."
"뭔데?'
"항상 모두를 이끌어줬고 정리정돈도 누구보다도 잘하고 연기도 항상 열심히 했던 상냥한 아이예요. 왜 쥬리아쨩이 '나쁜 아이'인가요? 쥬리아쨩은 나쁜 아이가 아닌데요?"
내 안에 있던 것은, 분노도 동정도 아니다. 둘 다 0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이상으로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면서 쓸쓸하게 웃던 상냥한 아이에요. 어째서, 어째서 쥬리아쨩은, 나쁜 아이인가요?"
부탁해, 가르쳐 줘, 사라쨩. 당신의 인생에. 전생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뒤 30년이나 지났는데, 그 사이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
"악역 따윈, 할만한 게 못 돼."
'...... 악역?'
"쥬리아한테는 예전부터 들려줬었어. 악역을 연기하지 말라고. 악역 따윌 하니까, 그 다음에도 다음에도 계속 악역만 하게 돼. 끝내는 성격 자체가 악인인 것처럼 단정 짓고는 험담도 듣게 되었지 뭐야."
"사츠키......"
"나도 그랬어. 나도 그랬었다고. 믿고 있던 사람은 멀어져 가. 애 아빠도 악역인 나한테서 도망치고 말았지. 그 사람도. 악역을 연기하는 내가 강한 사람이라면서, 나와 쥬리아를 두고 다른 여자의 곁으로 가버렸어. 알겠어? 응? 알겠냐고? ㅡㅡ그래서 악역을, 나쁜 아이의 역할을 즐겁다고 말하게 둘 수는 없단 말이야!!"
외치는 듯한 말이었다. 호소하는 듯한 말이었다. 울고 있는 듯한, 말이었다. 그날의 자그마한 사라의 모습이, 소리치는 그녀와 겹친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듯한 비통한 외침이었다.
그 검막에, 마오 씨는 눈을 부릅떴다. 분명 사츠키 씨가 이런 식으로 폭로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스스로도 올바른 말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츠구미."
"마미?"
말을 걸려던 나를, 어머니가 가만히 저지한다. 부드럽게 미소 짓고 내 어깨는 감싸 안더니, 우아하게 등을 펴면서 사츠키 씨를 보았다.
"츠구미는, 개구리랑 뱀이랑 새를 좋아해서."
"엥? 마, 마미?"
"수프는 진한 것보다 산뜻한 것을 좋아하고, 고기보다 생선 쪽을 좋아하고, 오래된 연극과 희곡을 좋아하고, 호기심은 왕성하지만 기계의 조작은 서툴러."
내가 볼품없이 손을 내저어 저지하려는 것을, 어머니가 부드럽게 흘려보낸다. 뭐지, 전혀 이길 수 없어 보여.
"마오 님, 린짱은 어때요?"
"에, 아, 으음. 동물에 취향은 없지만, 요즘은 그쪽 아이한테 영향받아서 새를 좋아하게 되었네요. 먹을 것은 생야채나 회처럼 날 것을 좋아했었나. 새로운 걸 좋아해서, 아역배우의 첫 임금으로 과금을 한다나 만다나."
"테츠 님, 미미쨩은요?"
"님이라니, 부끄럽구만...... 미미는 곰, 팬더, 북극곰 같은 곰을 좋아하지. 그리고 생크림이나 크림 스튜처럼 크림이 들어가면 뭐든 좋아해. 체력은 없지만, 좋아하는 걸 위해서라면 의외로 적극적이다."
"그럼."
한 호흡.
"사츠키 님, 쥬리아쨩이 좋아하는 것은 뭔가요?'
"뭐냐, 니ㅡㅡㅡㅡ아."
말문이 막힌 사츠키 씨한테, 어머니는 그 이상을 추궁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날 포함한 어린애 3명을 보았다.
"미미쨩, 쥬리아쨩이 좋아하는 동물은 뭐니?"
"아, 음, 개를 좋아해요. 도베르만이 멋지다면서요."
"그래. 고맙구나 미미쨩."
미미는 "아뇨, 그런." 이라며 이유도 모른 채 손을 저었다.
"린쨩, 쥬리아쨩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알고 있니?"
"......쥬리아는 호러 게임이나 호러 영화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사실 졸리기 땜에 무리래요. 먹을 수 있는 건 뭐든 먹을 수 있다고 말했었지만, 브로콜리는 미미의 접시에 양보했습니다."
"어머, 그랬었니. 고맙구나."
"아뇨, 그, 예."
역시 린도 아직 혼란에서 회복되지 못하여, 단지 고개를 끄덕였다.
"츠구미, 쥬리아쨩이 하고 싶은 일이나 원하는 건 뭐가 있을까?"
"음...... 쥬리아쨩은 연기를 정말 좋아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어머니의 연기를 좋아해."
"나, 의?"
"어머니의 데뷔작도 정말 좋아해 줬다고 말했었고, 음, 그ㅡㅡ어머니를 정말 좋아한대. 비싼 가게에 안 가도 좋으니까, 어머니의 요리를 먹고 싶대."
그렇게 내뱉었을 때 쥬리아의 옆얼굴을 떠올린다. 지금이라면 쥬리아의 일을 더욱 알 수 있을 느낌이 든다. 쥬리아는 쓸쓸했으며,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여러 가지를 참으며, 참는 일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사츠키 님. 저도 이 아이한테는 아직 미흡한 부모겠죠. 그럼에도, 마주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한답니다."
"......"
"다시 한번, 쥬리아쨩과 마주 하면 어떨까요?"
"...... 난, 막돼먹은 어미네."
"아니요. 선과 악은 아직 판단하기 어려워요. 누구도 부모로 있음을 끝내지는 않았으니까요."
사츠키 씨는, 어머니의 말에 눈가를 덮었다. 마오 씨가 그런 사츠키 씨한테 다가가서,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주었다.
"안주인님."
"어땠나요, 코하루."
"쥬리아 님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바로 매트리스의 준비를ㅡㅡ"
무전기에서 새어드는 소리.
드물게도 초조함이 엿보이는 코하루 씨.
시급히 매트릭스를 필요로 하는 장소.
"옥상......"
어머니의 손에서 빠져나와 달린다. 의식을 집중하자, 고용인들이 어디로 향하며 어디에서 돌아오는지 바로 알았다.
"츠구미! 큰일 났네. 사츠키 님, 당신도!"
뒤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 전부 떨쳐내며 계단을 뛰어오른다. 3층 저택의 안쪽 통로. 별관으로 향하는 복도를 달리면서 창밖을 보니, 빗속. 옥상 부분의 테라스 일까. 손잡이 앞에 서 있는 작은 형체가 보였다.
"이제, 잃어버리지 않아!"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고용인들의 틈을 누비듯이 달려 나간다.
"기다리십시오, 츠구미 님!"
고용인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훈련된 사람이다. 그래서 어린애 1명 정도는 별 것 아닐 것이다. 내가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벽처럼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ㅡㅡ그래도, 죄송해요. 지나갈 수 없다면, 틈을 만들면 될 뿐. 전생에서 길거리 공연자가 했던 것을 근성으로 습득한 기술 중 하나.
"아웃."
"츠구미 님!?"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벽에 부딪힌 것처럼 멈춰 서자, 고용인들은 놀라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틈에 비어버린 공간에 뛰어들어 달려서 고용인들을 뿌리쳤다.
키리오 츠구미 일곱 가지 비술 중 하나, 팬터마임이다. (아마도)
"죄송합니다!"
"앗, 엇, 어레!?"
달린다. 달리면서, 기억을 되새긴다.
방금, 사츠키 씨의 생각을 들었을 때 하나 생각나는 바가 있었다.
배우에 의해 잃어버린 사츠키 씨의 마음. 배우에 의해 왜곡된 쥬리아의 소망. 하지만, 정말로 잃어버린 것뿐이었을까?
적어도 나는, 배우를 지향했기 때문에 쥬리아를 만났다. 배우가 되어 좋았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 이렇게 여기 있다.
그래.
연기는, 배우는, 마음을 움직인다.
전생의 나는 좋게 말해도 행복한 가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술 마시고 날뛰는 아버지, 점점 가족을 멀리하게 된 어머니. 빈곤했고, 항상 방구석에서 움츠려있었다.
그런 내게도, 딱 한번, 부모의 사냥한 손길을 느낀 적이 있었다. 브라운관의 자그마한 티비. 채널을 돌리면 가끔씩 방영해주던 오래된 공포영화. 어째선지 시간이 맞아서, 셋이서 어깨를 맞대며 티비화면을 바라보았다. 전부 오래된 영화였지만, 예를 들어 깜빡이는 전구의 빛과, 끼익 거리며 삐걱거리는 다다미와, 틈새에 점착테이프가 붙은 창문의 흔들림과, 닿을 때마다 떨리는 부모님의, 땀에 젖은 팔이.
『우왓』
『히익, 비명 지르지 마』
『너, 너도 마찬가지잖아』
『당신도......히이익』
『......크, 크크』
『후, 후후후후』
내 양옆에서 떨던 부모가, 뿔뿔이 흩어졌던 하나의 가족이, 단 하나의 영화에 겁먹고 달라붙던 그날의 보물 같은 2시간을,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
그날의 난 생각했다. 공포라 해도,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 강한 감정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인연을 낳을 수 있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나는, 호러 여배우가 되고 싶었던 게 아냐.
연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인연을 만들어내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
'설령 공포라 해도, 설령 악이라 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
그래서, 호러는 나의 첫 연기다.
그래서, 호러로 내 친구를 잃거나 하지는 않는다.
"쥬리아쨩!"
계단을 뛰어오른 끝, 옥상으로 뛰쳐나온다.
"...... 츠구미?"
내려오는 빗속, 표정 없이 서 있는 쥬리아의 모습. 그녀는 강한 비 때문에 흐려진 옥상의 가장자리에서, 마치 안개와 사라질 것처럼 덧없는 모습이었다.
"돌아가자? 쥬리아쨩."
손을 내민다.
그냥, 이 손을 내릴 일은 없을 거라고 강하게 맹세하며ㅡㅡ쥬리아와,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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