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 4 과거-격정/현생+절망 scene 5
    2022년 03월 24일 16시 07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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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27/

     

     

     

     어린 시절부터 똑똑한 아이라고 칭찬받았다. 두뇌회전도 좋고 사교적이어서 장래가 유망하다면서.

     

     

     『역시 사츠키쨩이다』

     『사츠키쨩이라면, 분명 배우가 되어도 성공할 거란다』

     

     

     아역배우의 길을 걷자고 생각한 것은, 자주 칭찬해주던 부모의 추천이었다. 첫 오디션에서 쉽게 통과했지만, 맡은 배역은 악역. 악역이라는 이유로, 부모의 추천으로 예명을 사라라고 했다. 다만 적어도 악령의 역할은 회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안심할 일은 아니었다고 깨닫게 되었다.

     데뷔작, '용의 무덤'이 대히트로 끝나게 되자, 나한테는 몇몇 배역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 전부가 악역이기는 했지만, 주인공의 라이벌 같은 중요한 역할이 많아서 조만간 여러 배역을 맡을 거라고 생각하여 흔쾌히 일을 받았다.

     

     

     『대단한 연기다!』

     『이건 일품이네요』

     『훌륭해!』

     

     

     처음에는 그걸로 좋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주변의 시선은 악의와 호기심으로 가득 찼고, 그때에는 이미 여러 부분에서 늦어버렸다. 사무소에 부탁해도 악역 이외의 배역은 획득할 수 없다. 이미지가 안 좋아서, 악역의 인상을 떨쳐낼 수 없다. 들은 것은 그런 말 뿐이었다.

     이윽고 주변의 시선과 목소리는 우리 가족의 관계에도 금을 내기 시작했다. 말다툼이 끊이지 않게 되었고, 밤새 호통 소리가 들리고 물건이 깨지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나에 대한 폭력을 경계해서ㅡㅡ아버지와 헤어졌다.

     그로부터는 회피의 연속이었다. 옛 성으로 바꾸고 사라라는 이름을 버리고,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쳐서...... 도망친 끝에서도,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그 사람과, 단지 날 대등하게 봐줬던 그녀와 다시 한번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을 사고에 의해 빼앗겼을 때, 나의 희망을 다시 한번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름을 바꾸고 인상을 바꾸고 연기 방식을 바꾸자, 주변의 평가도 점점 바뀌어나갔다. 나는 그 사람과는 다라. 그 사람처럼은 될 수 없어. 그 사람의 일 따위, 안중에도 없어. 목구멍을 쥐어 긁는 듯한 무리한 자문자답은, 이윽고 나를 나를 왜곡시켰고, 그 연약함을ㅡㅡ그에게 내던졌다. 내 약한 소리를 듣자, 항상 그랬듯 검지로 눈가를 스윽 닦아주면서 날 지켜주겠다고 맹세해줬다.

     하지만, 그런 그도 끝내는 날 버렸다. 막 태어난 쥬리아가 처음으로 날 보고 웃어준 그날, 우리를 버렸다.

     

     

     

     누구한테도 기댈 수 없어.

     누구도 날 지켜주지 않아.

     누구도 날 대등하게 대해주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면 쥬리아는 누가 지킬 수 있어?

     

     

     

     그래서 그 아이만은 행복하게 되도록, 그 아이만은 나처럼 되지 않도록, 그 아이는 항상 미소 짓고 있을 인생을 보내게 해 주도록ㅡㅡ

     

     

     

     "오지 마!"

     

     

     

     ㅡㅡ내려오는 빗속, 사랑하는 딸이 날 거절한다.

     

     

     "쥬리아.....돌아와, 돌아오렴, 쥬리아!"

     

     나의 목소리는 쥬리아한테는 닿지 않는다. 잘못하지 말라며 계속 불렀지만, 자신이 한참 전에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나의 말은, 악의 구렁텅이의 빠진 여자의 말은, 분명 착하게 자란 쥬리아한테는 닿지 않는다.

     그럼, 그 아이는? 비바람을 맡으면서도 의연하게 선 저 자그마한 소녀의 말이라면, 쥬리아한테 닿을까?

     

     "쥬리아쨩. 왜 그래? 네 어머니도 쥬리아쨩이 돌아오기를 바라는걸!?"

     

     빗물에 지지 않고 똑바로 꽂히는 목소리. 마치 밉살스러운 그 여자와 겹치는 모습이다.

     

     "ㅡㅡ어."

     "뭐?"

     "어머니는, 친구가 나쁜 아이가 되면 잘라버린다고 말했어."

     

     숨을 삼킨다.

     

     "그, 그럼, 나를?"

     "아니. 달라. 츠구미는 언제나 좋은 녀석이었어."

     

     아아, 설마.

     

     "그럼, 누구를."

     

     그만해, 부탁이니.

     

     

     

     "나는, 나쁜 아이였어. 그러니ㅡㅡ나는, 나를 잘라버리지 않으면, 어머니가 날 봐주지 않을 거야!!"

     

     

     

     죄를 들이민다.

     나의 제멋대로의 행동이, 무엇보다 참혹한 벌이 되어 날 찌른다.

     

     "미안. 미안하다, 쥬리아. 하지만, 됐어, 이젠 됐어!"

     

     외침이 빗소리에 사라진 것처럼, 쥬리아는 츠구미를 본 채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조금씩 움직이고는 있다. 절망의 계곡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고 있다. 방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날카로운 눈으로.

     어쩌면 좋지? 달려간다? 놀라서 쥬리아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럼 자극하지 않도록 부른다? 안 돼, 내버린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어떻게 해?

     어떡해?

     어쩌지?

     어찌해야?

     

     

     내달리는 사고는, 43년 동안을 꼴사납게 살아왔던 나의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 다만, 무정하게도 시간만이 지나간다.

     

     

     이런 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했어? 가르쳐 줘, 츠구미 씨!!

     

     

     

     "그렇구나."

     

     

     

     ㅡㅡ그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빗소리를 꿰뚫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렸다.

     친구는 걱정하는 목소리와는 다르다. 악역의 목소리와도 다르다. 소년 같은 연기와도 다르다. 전부 다른 그 모습은 마치, 절망으로 채색된 누군가가 씐 듯한.

     

     

     

     "그럼, 쥬리아쨩을 말리지 못하는 나도 나쁜 아이겠네."

     "츠구, 미?"

     "그럼, 나도 잘라버리지 않으면, 쥬리아쨩의 친구라고 할 수 없겠네."

     "무슨, 말을......"

     

     

     

     한걸음. 내딛는 것처럼 보이면서, 미끄러지듯 크게 나아간다.

     한걸음. 마치 한걸음의 거리가 짧아진 듯한, 이상한 감각.

     

     

     

     "그럼, 같이 죽을래? 쥬리아쨩."

     

     

     

     등줄기가 얼어붙을 정도의 싸늘한 목소리로, 그 아이는 부드럽게 고했다.

     

     

     

     

     

     

     

     

     

     

     

     

    ――/――

     

     

     

     ㅡㅡ쥬리아쨩은, 어머니한테 혼나자 죽으려 하고 있다. 쥬리아쨩의 어머니한테도 사정이 있을 뿐이고, 사실은 쥬리아를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게 있어서 기회가 아닐까?

     쥬리아의 주변에는 미미와 린이 있다. 둘 다 나보다 오래 알고 지냈고, 나보다 훨씬 사이좋다.

     

     

     "혼자 죽는 건 쓸쓸한 것. 그럼, 같이 죽으면 쓸쓸하지 않아."

     

     

     

     그럼, 만일 여기서 함께 죽으면? 미미도 린도, 쥬리아한테 달라붙을 수 없다. 나의, 나만의 쥬리아가 된다.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가서, 끌어안고서 함께 하늘을 나는 거다. 그렇게 하면 두 사람은 첫 아픔에 휩싸여서, 천사처럼 하늘로 사라지는 거야. 아아, 이 얼마나 훌륭한 일이람.

     

     

     "츠구미, 나는......"

     "무서워?"

     "윽."

     "그럼."

     

     

     그럼, 음~ 그래~

     쥬리아는 상냥해. 상냥하니까 분명.

     

     

     "내가 먼저, 뛸게."

     

     

     내가 먼저 죽으면, 죄책감으로 따라오겠지?

     

     

     "츠구미? 잠깐, 무슨......"

     

     

     쥬리아를 지나치는 듯한 걸음걸이로, 옥상에서 뛰어들려고 한다. 아아, 정말 기분 좋아. 분명 이걸로 쥬리아가 죽지 않아도, 난 계~속 쥬리아의 마음속에서 살아갈 수 있어. 만일 그리 된다면 얼마나 만족스러울지.

     

     

     "...... 안돼, 안된다고, 츠구미가 죽으면 안 된단 말이야!!"

     

     

     내 손을 붙잡아주는 상냥한 쥬리아한테, 사랑의 입맞춤을, /아니, 달라. 연기는 여기까지. 씬 컷의 주문을 자문자답 후의 자신에게 해주고서, 내 쪽에서도 손을 붙잡고 끌어당긴다. 중심이동. 서 있는 위치의 전환. 이제, 놓치지 않아.

     

     "잡았다. 쥬리아쨩."

     "에, 아, 엥, 어라? 앗, 어째서!?"

     

     저항은 용서 못해. 몸을 붙잡고 중심을 내리면, 인간은 의외로 움직이지 못한다. 발버둥 치는 쥬리아는 차가운 비 때문에 체력을 빼앗긴 일도 있어서, 저항하지만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도망칠 걱정도 없다.

     

     

     "쥬리아!!"

     

     

     내가 손을 놓음과 동시에, 사츠키가 쥬리아한테 달려온다. 빨리 달려오기 위해 신발을 벗어버린 사츠키는, 비에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쥬리아를 끌어안았다.

     

     "쥬리아, 쥬리아, 쥬리아!!"

     "어, 머, 니."

     

     꽉 안겨진 쥬리아는, 사츠키에게 이끌리는 것처럼 까치발이 되었다. 여기서 자기 손을 사츠키의 뒤로 돌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갈등 끝에 여기로 온 쥬리아로서는 그런 일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허공을 바라보던 시선이, 어찌할 바를 몰라 젖어든다. 바라보는 곳에 있던 나는, 쥬리아한테 한 마디, "괜찮아."라고 입을 움직여서 전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어머니, 울고 있어?"

     

     쥬리아는 사츠키의 볼에 손을 갖다 대고는, 슬며시 눈물을 닦았다. 그때 이제야 자기도 울고 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자기 볼에 손을 갖다 대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울고 있어?"

     "널 잃어버릴 뻔했잖니."

     

     쥬리아의 표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얼어붙은 것처럼, 단지 방황한다.

     

     "왜, 내가 없으면, 울어?"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얼어붙은 표정에, 금이 간다.

     

     "하지만, 나, 착한 아이가 아닌데도?"

     "관계없어. 관계없어! 미안, 미안, 미안해."

     "어째, 서, 사과해? 나, 나, 나쁜 사람은, 나, 인데......"

     

     

     이윽고 그 금은 커지고ㅡㅡ

     

     

     "안 된다고, 어머니, 나, 나쁜 아이인데."

     "네가 착한 아이든 나쁜 아이든 상관없어! 이 엄마한테 너는, 단 한 명의 가족이야. 제대로 지켜봐 주지 못해서 미안, 다치게 해서 미안. 그러니, 그러니, 죽는다고, 사라진다고 말하지 마......흐흐흑."

     

     

     ㅡㅡ흐르는 눈물과 함께 부서졌다.

     

     

     "아ㅡㅡ죄, 송, 합, 아, 죄송해요, 아악, 죄송해요, 어머니, 죄송해요! 우와, 아악, 아아악, 흐흑,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앙."

     "미안, 쥬리아, 미안해, 미안해, 흐흑, 미안해, 나의 귀여운, 쥬리아, 미안. 아아, 미안해......"

     

     

     두 사람을 지켜보는 내게, 누가 우산을 씌워진다. 마미는 내게 타월을 걸쳐주고는 미소 지으며 안아 올렸다.

     

     "자, 돌아가면 설교 타임이란다, 츠구미."

     "으. 미, 미안, 마미."

     "아니. 위험한 짓을 해서 걱정했단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ㅡㅡ잘했어, 츠구미."

     "......고마워, 마미."

     

     비가 멎을 기색은 없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싸늘했던 비는 그곳에 없었고, 마치 뭉친 것을 씻어버리는 듯한 구원의 비가 하늘에서 내리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엣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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