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 4 과거-격정/현생+절망 scene1
    2022년 03월 23일 14시 29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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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23/

     

     

     

     울창한 삼림의 틈새로 비치는 햇살이 목제 건물에 내리쬔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사립 시키대 부속 소학교의 촬영은, 지방의 소학교를 빌려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현생 첫 지방 야외 촬영이다.

     카메라 리허설을 끝내고, 런스루 (전부 본편처럼 하는 연습)도 끝나자 달궈진 몸과 혼이 연기를 갈구하여 뜨겁게 불타오른다. 역시 다시 태어나도 이 고양감은 잊을 수 없어. 빨리, 빨리라고 외칠 것만 같은 몸을 이성으로 꾹 말린다.

     내 현재 복장은, 더플코트에 깊게 눌러쓴 후드라는 모습이다. 몸의 실루엣을 모르기 때문에, 몸짓과 발성으로 중성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슬슬 본편이네. 잘 부탁할게? 츠구미쨩."

     "네! 잘 부탁드립니다, 미즈호 씨!"

     

     이야기의 주인공, 신임교사 '미즈키 사나'를 연기하는 아이카와 미즈호 씨가 부드럽게 말을 걸어주었다. 이런 분이 주인공으로 있어주면, 아역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져서 도움이 된단 말이야...... 아, 지금은 나도 아역배우였지.

     정장 차림의 미즈호 씨가 학교 부지 안에서 헤매는 첫 장면이다. 소학교의 제복 위에 더플코트를 입고 있지만, 교복을 보이지 않도록 해놓았다. 그럼에도 일부러 입힌 것은, 연출가의 고집이라고나 할까.

     

     "처음에는 세 카메라 부근에서. 타이밍은?"

     "괜찮아요!"

     

     감독이 빠릿빠릿하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곁눈질로 보면서, 조금씩 나는 자기 배역에 몰두해간다. 리리야라는 수수께끼 소녀. 미즈키 사나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때로는 돕고 돕는 정체불명의 인간.

     카메라맨, 음향 담당, 조명 담당, 계시원의 대본을 확인하는 몸짓. 점점 주변 스태프의 모습이 의식 바깥으로 사라지며, 세상에는 감독과 아이카와 씨와 나만 남게 된다.

     

     그리고.

     

     "본편입니다."

     

     안개 저쪽, 깊은 어둠에 떨어지는 것처럼 감독의 모습조차 희미해지고.

     

     

     "좋아, 하자. 씬ㅡㅡ"

     

     

     끝내는, 철컥판 (클래퍼 보드)까지 전부 사라졌다.

     

     

     

     "ㅡㅡ액션!"

     

     

     

     자, 아무래도 누군가가 헤매는 모양이다.

     상냥해 보이는 사람이다. 

     

     

     

     말을 걸어서, 도와주자.

     그 아이가 이 이상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전에.

     

     

     

     

     

     

     

     

     

     

     

     

    ――/――

     

     

     

     숲 속, 내 신호로 본 촬영이 시작된다. 리허설은 꼼꼼히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걸로 스위치가 들어간 그녀의 본질을 전부 이끌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3 카메라 접근."

     "3 카메라 접근합니다."

     

     숲 속에서 스며 나오는 것처럼, 길을 헤매는 아이카와의 앞에 나타나는 츠구미. 아이카와가 소리 없이 나타난 츠구미에 놀라고 있자, 반응의 틈을 파고드는 것처럼 대사를 고한다. 학교의 위치, 직원실의 장소. 정중한 대응. 대본대로다.

     

     

     "저곳은 마굴, 악령의 거처."

     "...... 뭐?"

     "정신을 놓으면, 무서~운 괴물한테ㅡㅡ먹혀버릴걸?"

     "윽."

     

     

     다만 한 가지, 나는 츠구미한테 이렇게 말했었다. '하고 싶은 연출이 있으면 해 봐도 상관없다'. 쿠라모토 프로듀서와 연출가인 우라베 씨와 상담해서 결정한 일이다. 그러자 츠구미는 그 장면에서 되도록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다고 말했었다.

     리허설에서는 평범하게 걷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발목까지 숨겨진 더플코트와 발목을 숨기는 잔디는 하나의 묘기를 보여주었다. 지면을 말 그대로 미끄러지는 듯한 이동. 아이카와의 놀라는 순간을 메꾸는 듯이 한 마디 고하고서, 정말로 숨에 사라지는 것처럼 사라졌다.

     

     

     "어, 라? ......그 아이는, 도대체?"

     

     

     카메라 워크가 멀어지면서, 드론의 영상으로 바뀐다. 학교 일대를 기분 나쁜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비추는 연출이다.

     영상 체크에 들어가자, 츠구미는 그 카메라 워크의 영상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더플코트를 벗고 머리를 다듬으면, 히이라기 리리의 완성이다. 품위 있게 머리를 땋자, 품위 있고 부자라는 분위기가 더욱 드러난다.

     

     "이것 봐, 린쨩, 무선 헬기가 촬영하고 있어! 그것도 중계로!"

     "응응, 그래. 하지만 이건 드론이라는 거라고."

     "드론????"

     "......츠구미는, 역시 할머니 같아."

     "으윽...... 그그그그, 그렇지 얂은걸?"

     "응응,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이렇게 보면 평범한 아이인데. 하지만 친가가 대단한 자산가라던데, 드론을 모르다니? 양갓집 규수라기에는 연기를 너무 잘하는데......

     

     "히라가 감독, 다음 장면입니다."

     "아, 아아. 그럼, 이동합니다."

     

     직원실에서 신임교사인 미즈키 나나가 인사하고서, 동료인 쿠로세키 미히코가 지도 역할로 선택된다. 교장인 키누카타 코조는 그런 그들을 불안한 듯이 배웅한다는 장면을 촬영한다. 역시 그 명배우인 카키누마 소조 씨다. 극본 읽기 때보다 훨씬 세련된 연기는, 타인을 압도할 정도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그대로 교실 내의 장면으로 이동한다.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히이라기 리리라는 역할의 광기가 그려지게 된다. 이야기 전체로 보자면, 이런 것은 서장에 불과하지만.

     

     "넥타이가 풀어졌다고, 츠구미."

     "이, 이렇게 보니 신혼부부 같아."

     "결혼할까? 츠구미."

     "결혼은 못한다고 생각해, 린쨩......"

     

     이 장면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아사시로 쥬리아가 연기하는 나츠카와 아카리 외의 3명이다. 그녀는 첫날은 감기로 학교를 쉰다는 설정이다. 그 때문에, 다른 장면의 촬영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 외에는 대사가 그다지 없는 반 친구를 연기하는 아역배우다. 교사가 오기 전까지, 학생들은 히이라기 리리의 괴롭힘을 보고도 못 본 척한다.

     

     "좋아, 슬슬 본편이다. 각기 제자리로."

     "예!"

     "네."

     "네, 네엣."

     

     아이들이 시작 위치에 선다. 먼저 반 친구인 아역 배우가 괴롭힘을 받고 있고, 그걸 용기 내어 쥐어짠 아역, 하루카제 미나호가 도와주면서 주목을 받는 장면이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사이좋게 대화하는 3명인데, 괜찮을까. 꽤 즐거워 보이지만...... 뭐, 믿을 수밖에 없나.

     

     "씬ㅡㅡ"

     

     심호흡을 하는 미미, 人이라는 글자를 쓰고 먹는 린, 평소대로인 츠구미.

     

     "ㅡㅡ액션!"

     

     그 츠구미의 평소의 표정이, 단 한 마디로 빠져나간다.

     

     

     "하아. 내가 네게 뭐라 말했었는지 기억하고 있니?"

     

     

     괴롭히던 아이를 놀리는 것처럼, 츠구미는 아무 말도 없는 여자한테 말한다. 나나라는 역할의 여자애다.

     

     

     "그, 그건."

     

     

     동요. 안색을 엿보는 것처럼 히이라기 리리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어쩔 수 없네~ 그럼, 다시 한번 말해준다?"

     

     

     부드러운 미소. 귀여운 목소리. 아름다운 몸짓.

     

     

     "칠판에, '죽어'라고 쓰라고 말했거든."

     

     

     그것들 전부가 반전된다.

     

     

     "히익."

     

     

     눈을 돌리는 나나.

     

     

     "왜 안 지켜?"

     "그런, 짓, 못해."

     "아니, 하지만 쓰는 것뿐인걸. 흰 분필로 옷자락을 더럽히는 게 무서워? 선생님한테 혼나는 게 무서워? 아아, 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아버지한테 혼나는 게 싫어?"

     

     

     마무리의 대사. 하나하나 반응을 못하게 파도처럼 몰아치는 대사는, 점점 나나의 기개를 무너뜨린다.

     ...... 마치 하나하나 조심스레, 거미의 다리를 떼어내듯이.

     

     

     "그건."

     

     

     볼에 손이 닿는다.

     ㅡㅡ나나의 떨림을 느끼자,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톱을 피고 들게 하며.

     ㅡㅡ아픔보다 두려움 쪽이 이겨서, 떨림이 다리에 전해졌다.

     

     

     "날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 무서운 일?"

     

     

     공허한 눈. 색이 빠져나간 유리구슬 같은 눈이, 나나를 바라본다.

     

     

     "딱하게도."

     "뭐?"

     "네가 좋아하는 아버지도, 너랑 함께 있을 수 없게 되겠네?"

     

     

     아버지라는 키워드. 학급에서 권력을 가졌다는 히이라기 리리의 구현. 상상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소중한 아버지가 절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그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알게 된다면?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에, 나나는 이를 덜덜 떨며 소리 낸다. 아아, 이 자리에서 따르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린이 연기하는 아키미 카에데가, 옆에서 보고 있다가 손을 뻗으려 하다 그 손을 스스로 억누른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 그녀의 소극적 찬동자뿐이다. 그럼 누가, 누군가가 도와주러 오지 않으면.

     

     

     

     "ㅡㅡ이, 이제, 그만해, 히이라기 씨."

     

     

     말. 용기 있는 한 마디. 떨리는 다리를 달래면서, 하루카제 미나호가 일어선다. 그러자 히이라기 리리는 나나를 풀어줬고, 나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나호를 돌아보았다.

     

     

     "......저기, 나나쨩."

     "히, 익......?"

     "미나호쨩을 때려. 그럼 이제 널 괴롭히지 않을게."

     "윽."

     

     

     나나의 떨리던 다리가, 머뭇거린다. 나나호는 자신을 도와줬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버지가 피해받는 것이 괴로웠을 것이다.

     

     

     "미, 미안, 미안해요, 미안해."

     

     

     눈물은 그치지 않고, 들어 올린 손은 창백하다. 그럼에도, 꾹 눈을 감은 미나호에게 응해주는 것처럼, 나나의 자그마한 손이 미나호의 볼을 친다.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소리 또한, 모기를 짓누르는 듯한 정도다.

     그럼에도 그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무겁다.

     

     

     "후, 후후후."

     

     

     그 지옥의 광경을 만들어 낸 본인은,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다. 진심으로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는 것처럼.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ㅡㅡ컷!"

     

     

     끝내면서 생각한다. 확실히 지금, 신인 아역배우에 불과했던 나나는,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괴롭힘 받는 소녀였다. 박진감 있는 연기다.

     본인이라 해도 끌어내지 못할 듯한 진심의 연기. 어쩌면, 그때의 나나라는 역할의 소녀에게 있어, 그 세계는 진짜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 또한, 명배우로 끌어올릴 수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하면, 그것은...... 우리들한테 버겁지는 않을까? 그런 감정이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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