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 4 과거-격정/현생+절망 scene 22022년 03월 23일 18시 22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24/
"ㅡㅡ컷!"
신호와 함께 역할이 빠져나간다. 그 자리에서 허물어진 나나 역의 여자애한테 손을 내밀자, 그녀는 눈물 젖은 얼굴을 닦으려 하지도 않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다음은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는 장면이다. 화면 히이라기 리리에서 미즈키 사나로 바뀌니까.
오늘은, 일단 아역 배우들의 체력을 배려하면서 학교 건물에서 촬영하는 장면을 많이 촬영해두는 느낌이라고 한다. 왜냐면 오늘은 첫 촬영이라서 평소에 바쁜 분들도 모두 계시니까.
"안녕, 츠구미 양. 그리고 린 양, 미미 양, 쥬리아 양?"
"아, 카키누마 씨? 안녕하세요!"
나를 따라서, 내게 '드론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해주던 린과, 옆에서 평소처럼 쓴웃음지으며 지켜보고 있던 미미, 그리고 쥬리아가 카키누마 씨한테 고개를 숙인다.
...... 희끗한 머리와 상냥하게 웃는 주름. 안경은 이제 쓰지 않는걸가? 전보다 훨씬 온화하게 보인다.
"날씨가 따스해졌지만, 아직 쌀쌀함이 남아있다. 몸상태가 안 좋아지면 어른한테 말해야 한다? 몸 관리도 배우의 일이니까."
『찬 공기 아래서 바닷물에 젖으면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몸 관리도 배우의 일이다. 괴로우면 말해』
갑자기, 예전의 카키누마 씨의 모습이 플래쉬백 된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걱정이 많은 분이었다. 추억을 떠올리고서, 얼굴은 진정된 마음을 미소 밑에 억눌렀다.
"감사합니다, 신경 쓸게요. 카키누마 씨."
"그래, 착한 아이구나."
턱, 하고 머리에 놓이는 손. 키리오 츠구미가 아닌 내게 느낄 자격이 없는 그리운 감각이,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카키누마 씨, 나는? 나는?"
"하하, 기운차니 좋구만. 쥬리아쨩도 착한 아이란다."
"앗싸! 미미, 나도 착한 아이래!"
"자, 잘 됐네, 쥬리아쨩."
...... 그보다 카키누마 씨, 예전에 '어린애는 껄끄러워'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뭐, 20년이나 지나면 바뀌려나.
"츠구미, 이동인데 뭐해?"
"엥, 아. 미안 린쨩. 가자."
"카키누마 씨가 쓰다듬은 뒤로 이상해."
"음, 저, 저기~"
"나데포야?"[각주:1]
"응에??"
나, 나데포? 무, 무슨 말이야? 이 20년 사이 그런 단어의 붐이라도 온 걸까?
생각에 잠긴 내 머리를, 어째선지 옆의 린이 계속 탁탁 두들기고 있다.
"슬슬 멍해질 텐데."
"그건 무슨......?"
"그럼, 카키누마 씨의 힘인가? 쥬리아, 나데포 당했어?"
"되겠냐! 츠구미가 오지콘[[각주:2]일 뿐이라고."
"여, 역시 그건 좀 그래, 쥬리아쨩."
어쩌지, 우주인의 말을 듣는 기분이다.
"츠구미는 어떤 사람이 취향이야?"
"음......"
린이 물어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한다. 키리오 츠구미의 관점에서 보아도, 소라호시 츠구미의 관점에서 생각해도 처음으로 나오는 것은 역시 상냥하고 커다란 손이었다.
"대디!"
"고, 고수입, 고학력의 미남!?"
"미, 미미쨩?"
"난 좀 더 평범한 사람이면 돼......"
나의 대답에 눈을 부릅뜨며 외치는 미미. 지친 표정의 쥬리아. 린은 뭔가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상냥한 사람이 좋은 건가?"
"응. 뭐, 그래."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음~ 대화가 통하는 편이 좋겠지?"
"그렇구나."
다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린을 보며, 쥬리아와 미미는 쓴웃음을 짓고 있다.
"린 녀석,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저래."
"으, 응. 집중하면 돌아오지 않는걸."
"그럼 뭘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되잖아."
그런 이유로, 턱에 손을 대며 생각하는 린의 앞에 다가선다. 뒤를 돌아보니, 주먹을 들면서 내 행동을 응원해주는 두 명의 모습.
"상냥한......어른......포용력......같은 생각......연상."
"린쨩......에잇."
옆구리에 살짝 내민 손가락을, 스으윽 하고 미끄러지게 한다.
"으으으윽!?!?!!"
"옆이 허술해, 린쨩."
새우처럼 등을 크게 굽힌 린이, 날아간 의식을 되돌리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눈물지으며 날 보았다. 그런, 그 햄스터 같은 눈으로 보면, 역시 죄책감이 대단한데요...... 으음.
말없이 내 어깨를 가볍게 치는 린을 다독인다. 그렇게 하자, 진정된 린쨩이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마성의 여자."
"그건 좀 다르지 않을까~ 근데 뭘 생각하고 있었어?"
"그건ㅡㅡ어라?"
아무래도 충격으로 잊고 만 모양이다. 역시 나쁜 짓을 한 걸지도.
"자ㅡㅡ둘 다, 가자~"
"으, 응ㅡㅡ그래, 가자."
아무래도 두 사람은 아무래도 익숙한 모양이다. 재빨리 다시 이도아여 걸어가고 말았다. 아직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난 처음 보았지만, 둘의 이런 느낌으로 보면 자주 있던 일로 보인다. 린의 손을 잡아끌면서 둘의 뒤를 쫓는다.
목제 건물은 어른이 걸으면 끼익 거리는 발소리를 내지만, 부패나 튀어 오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잘 정비된 학교다. 이런 곳을 넷이서 걷고 있으면, 아무래도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고 만다.
학년은 다르지만, 이렇게 언젠가의 미래를 함께 걷는다면......
――/――
"저, 괴롭힘 당하지 않았어요!"
"윽."
증오의 눈. 짜증과 격정, 불안과 공포가 한데 섞인 표정에 당황한다. 내가 연기하는 미즈키 사나가 동료인 쿠로세키 미히코의 조언을 듣고, 괴롭힘 당하는 학생을 학생지도실이라는 작은 방에서 물어보는 장면이지만......
상대인 나나 역의 오가와 에린은 아직 발전 도중이라는 느낌이며, 결코 연기를 잘하는 애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다시 괴롭힘 당할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이를 바들거리는 소녀의 모습은, 솔직히 '정말 내몰린' 것처럼 보였다.
"하, 하지만, 본 사람이ㅡㅡ"
"놀고 있었어요. 전 그 애랑 놀고 있었어요!"
"ㅡㅡ그 아이?"
나의 질문에, 고개를 새파랗게 하더니 떨면서 입가를 가린다.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건 정말로 연기일까? 배우가 배우의 기술에 의해 진심으로 떨고 있는 것으로만 생각된다.
"저기, 부탁이야, 가르쳐 줘? 어쩌면 너 같은 아이를 줄일 수 있을지도....."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난 이제, 이제, '벌레'가 아니야!!"
"앗, 잠깐."
진심의 연기, 진심의 외침. 내동댕이치는 것처럼 지도실의 문을 열어젖히고 달려가는 나나.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쫓아가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이미 나나의 모습은 없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만이 울렸다.
그리고 난 모퉁이를 돌았는데, 거기서 한 소녀와 마주하게 되었다.
"선생님?"
"히, 히이라기 씨?"
히이라기 리리. 이때의 미즈키 나나는 아직 히이라기 리리의 본성을 모른다. 혼혈의 귀여운 아이도 있구나~ 하는 정도다. 그래서 여기서 만난 것에 놀랐음에도, 그것뿐.
"방금, 나나쨩이 달려갔는데요......?"
"그, 그래. 미안, 조금 묻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묻고 싶은 일이요? 제가 나나한테 말해줄까요?"
"아니, 괜찮아. 이 선생님이 물어볼 테니까."
"흐음. 그럼 그 아이, 말하지 않았구나."
한 단계 낮아진 목소리.
입술에 닿는 손가락.
유쾌한 듯한 눈.
"뭐?"
"그러니까, 선생님한테 고민거리를 말하지 않은 거죠?"
"그, 래."
바로 뒤바뀌는 표정. 아주 잠깐 보였던 유열의 표정은, 각본의 지시가 아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납득할만한 타이밍에서 각본의 표정을 상회했다.
이건 혹시, 나 대단한 드라마에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거, 방송되면 대단한 일이 될 거라는 자신이 있는걸. 쿠라모토 프로듀서는 재주도 좋아. 어디서 이런 애를 데려온 건지.
"그 아이, 섬세하니까 그다지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그, 그래, 물론이란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ㅡㅡ힘내세요? 선생님."
"고, 맙구나. 그래, 안녕."
희미하게 들려오는 콧노래. 기분 좋게 계단을 내려가는 히이라기 리리는, 층계참에서 돌아보며 미소 짓는다. 마치 그ㅡㅡ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기쁜 표정으로.
"ㅡㅡ컷!"
히라가 감독의 말과 동시에, 가슴에 손을 대며 한 박자 쉰다. 신입이라고 불리는 시절을 끝내고 나서 계속하고 있는, 역할에서 벗어나는 의식. 순식간에 그걸 끝내자, 츠구미는 계단을 올라오던 참이었다.
배역에서 벗어나는 게 빠르네...... 평소의 귀여운 얼구롤, 내 눈을 보며 미소 짓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귀여워~ 이런 여자애가 집에 있으면, 매일이 즐거울 텐데~ 아침에 깨워주러 오지 않으려나~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좋은 연기였네."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수줍은 듯한 미소다. 그 미소를 보고ㅡㅡ시야 한켠에서, 누구보다도 안심하는 나나 역의 에린의 모습이 보였다. 에린의 안도하는 표정을 보고, 갑자기 내 안에서 하나의 퍼즐이 맞춰졌다.
갑자기 연기를 잘하게 된 에린.
혼이 뒤바뀐 듯한 연기를 하는 츠구미.
츠구미와의 첫 촬영부터 연기가 뒤바뀐 에린.
츠구미가 나이에 걸맞는 미소를 보여준 것에 안도하는 에린.
'앗차......'과몰입'인가, 이거.'
베테랑이라면 모르지만, 같은 아역 배우라면 받는 영향은 강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직 괜찮겠지만 촬영이 진행되면 어찌 될지 모른다.
'쿠라모토 프로듀서와 카키누마 씨와 아사다 씨한테는 말해두자.'
아니 그래도 이거, 난 어쩌면 엄청난 드라마에 출현하는 걸지도. 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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