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 3 우정×정열-발아 ending
    2022년 03월 21일 12시 18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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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21/

     

     

     

     "화장실."

     

     번쩍 눈을 뜬 미미는, 끙끙대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생리현상을 이길 방법이 없다. 어서 일어나지 않으면 큰일 나버린다.

     

     "힝."

     

     하지만 그녀의 뇌리에는, 아직도 악령한테 낚여 올라간 루미코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있다. 만일 셋이서 가로누워 잠든 이 안녕의 자리에서 벗어난다면, 곧장 창백한 팔이 뻗어와서 머리부터 덥석 먹어버릴 것만 같다.

     무서운 상상은 추위라는 현실감을 동반하여 등줄기를 내달렸고, 미미는 몸을 꼭 끌어안았다.

     

     "린쨩, 린쨩."

     

     미미는 무심코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으으음, 나는 하늘의 사자......"

     

     하지만 친구는 바로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츠구미쨩, 츠구미쨩."

     

     미미는 어쩔 수 없이, 뭔가 대단한 새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헐리웃......헐리웃......"

     

     하지만 그녀는 대담하게도, 가끔씩 실실 미소 지으면서 푹 잠들어 있다.

     

     "으으."

     

     지금, 자신은 궁지에 내몰려있다. 두려움을 취할지, 소녀를 취할지. 친구의 집에서 세 명이 함께 휘말리게 되면, 이 엉뚱한 화풀이 같은 울분도 풀리지 않을까. 그렇게 뇌리를 스친다.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망설이던 시간은 짧았다. 그녀는 6살이지만, 소녀인 것이다. 친구의 집에서 존엄성을 해친다는 선택지를 취할 수는 없었다.

     더듬거리며 이불을 빠져나오고, 허둥대며 안경을 쓰고, 자신의 발소리에 두려워하며 걷는다. 쥬리아가 있었다면. 그런 말을 가슴속에서 되뇌는 것은, 이걸로 두 손가락의 수를 넘었다.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은 듯한? 무서워, 으으."

     

     익숙한 친구의 집이다. 화장실의 장소는 안다. 마루가 삐걱거리지도 않는다. 소리는 작고, 두려움도 적다. 그렇게 생각해서 화장실에 들어가자, 하얀 조명에 안심한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여기서부터다. 화장실에서 나가서 전기를 끄면,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는 리셋된다. 이대로 어두운 암흑으로 돌아갈 바에야, 차라리 화장실에서 자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미미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존엄성도 중요하지만, 혼자서 잘 수 있을 리가 없다.

     

     

     "무섭지 않, 다고 생각해. 무섭지 않, 을지도. 무섭, 지는, 않ㅡㅡ"

     『ㅡㅡ』

     "ㅡㅡ으으윽!?"

     

     

     소리. 목소리다. 미미는 목소리를 들었다. 위험했다고, 미미의 안에서 냉정한 부분이 고한다. 만일 화장실로 향하는 도중에 눈치챘다면, 소녀의 존엄성은 붕괴했을 것이다.

     미미는 안도 반 원한 반으로,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향했다. 거실 쪽일까? 잘 보니, 문의 틈새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여자?'

     

     미미는 그것이 린의 부모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되면, 이제 새어 나오는 목소리만으로도 좋으니 믿음직한 어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미미는 휘청거리며, 또는 조마조마해하며 복도를 걸어서, 설원에서 양기를 쫓는 여우처럼 문에 착 달라붙었다.

     

     

    『――어?』

    『에――어?』

    『――아!』

    『둘――나―게』

     

     

     

     역시, 그 목소리는 린의 부모의 것임이 틀림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아이다운 호기심은 집중력을 끌어올려서, 더욱 선명하게 대화를 듣게 해 주었다.

     

     

     

     『자, 여기. 카즈마가 고개를 숙였을 때』

     『과연, 여기서 이미 스위치가 들어간 건가』

     『이건 어린애가 지을 미소는 아니고, 어른의 계산 치고는 서투르네』

     『그야말로 어른과 아이의 사이, 15살 소녀를 연기하고 있었던 건가』

     『그래서, 다섯 살 아이한테 이런 야한 역할을 시킨 어른의 감상은?』

     『아니, 왜 화제가 '15살의 여자아이'에서 '15살, 금단의 사랑'이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미안합니다!』

     『풋...... 아하하하, 알고 있어. 풉, 크크크큭』

     

     

     

     이것이 비평이라는 것을, 미미는 곧장 눈치챘다. 그때, 미미는 린과 나란히 서서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귀여운 츠구미가, 어른 같은 분위기로 카즈마에게 다가가서, 미미의 리퀘스트였던 '금단의 사랑'을 해내었다.

     미미는 그때의 츠구미의 모습에 대해 자문자답했다. 자신도 그런 식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마음은 반발하는 듯한 말을 돌려주었다.

     

     '그런 거. 못해.'

     

     유우가오 나츠ㅡㅡ미미의 어머니는 낮 멜로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배우다. 본인은 '그것밖에 못하거든' 등의 말을 하며 웃고 있지만, 조마조마해하는 아버지와 함께 보던 어머니의 드라마에는, 전부 다른 섹시함을 드러내는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다.

     자신도 그런 식으로 연기하고 싶다. 그렇다, 미미는 어린 시절부터 연기의 공부를 하여, 발성과 행동거지의 어려움에 울먹이면서도 노력을 계속하는 소녀였다.

     

     

     

     『연기 경험은 없다고 해』

     『어라, 그랬어?』

     『그래. 그 아이는 틀림없는ㅡㅡ천재다』

     

     

     

     천재. 그 소질을 갖고 태어나면, 보통 사람의 노력 따윈 손가락 하나로 무너뜨리고 만다. 왜 미미한테는 그 재능이 없을까. 왜 츠구미한테는 그 재능이 있을까.

     아니. 미미는 고개를 젓는다. 쥬리아도 대단한 연기를 할 수 있다. 가까이 있으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린의 재능도 대단하다. 자신만, 보통 사람이다.

     

     

     '좋겠다~'

     

     

     그 재능이 미미한테도 있다면.

     

     

     '좋겠다~'

     

     

     그 힘이, 미미한테 있다면.

     

     

     '좋겠다~'

     

     

     그 연기를, 미미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어린 가슴에 깃든 감정은, 사라져 없어졌을 것인가.

     

     

     

     

     

     

     

     

     

     정신을 차리자, 미미는 셋이 자던 침대로 돌아와 있었다. 안경을 벗고, 행복한 듯이 잠든 츠구미를 가까이에 본다. 보면 볼수록 예쁜 이목구비여서, 시험 삼아 볼을 만져보니 탱탱할 정도로 부드럽다. 지금은 닫힌 눈동자가 보석처럼 눈부신 청색이라는 것도, 미미는 알고 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어떨까? 평범한 갈색머리와 어디에나 있을만한 다갈색 눈. 거기다 티비를 좋아했던 영향으로 눈이 좋다고 할 수가 없어서, 촌스런 안경까지 쓰고 있다.

     

     '좋겠다~'

     

     태어나면서 천재고.

     공부하지 않아도 연기를 할 수 있고.

     요정으로 보일 정도의 아름다운 이목구비고.

     싫은 역할도 완벽하게 해내고, 떠맡겨져도 싫다고 말하지 않을 정도의 선량함.

     

     '좋겠다~'

     

     

     그래서.

     

     

     

     

     "치사해."

     

     

     

     

     흘러나온 말은, 찌를 듯한 아픔을 동반한다.

     미미한테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여, 두려움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모포를 깊게 뒤집어썼다.

     

     '뭐지, 이거. 모르겠어. 하지만ㅡㅡㅡㅡ괴로워.'

     

     욱신욱신, 욱신욱신하며.

     고통의 새싹이 마음속에서 돋아나는 것처럼, 검은 덩굴을 뻗은ㅡㅡ느낌이 들었다.

     

     

     

     

     

    ――Let's Move on to the Next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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