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 3 우정×정열-발아 scene 4
    2022년 03월 21일 12시 18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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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20/

     

     

     

     ㅡㅡ총성이 울린다. 날아간 탄환은 남자의 배를 파고들었고, 그는 웅크리는 것처럼 쓰러졌다. 점점 발밑을 적셔가는 붉은 물이, 존경하던 형님의 피라고 깨달았을 때, 타츠는 떨리는 손으로 총연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타츠, 너, 미쳤냐!?』

     『형님! 형님! 어이, 구급차다, 빨리ㅡㅡ크악!?』

     『앗, 네놈ㅡㅡ칵!!?』

     

     세 발의 총성이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던 동료를 쏴 죽였을 때, 타츠는 처음으로 그것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깨달았다.

     권총을 호신용 칼처럼 움켜쥐고서 넘어지면서도 도주하는 타츠. 그 등을 다라 걸어오는 것처럼, 맨발의 여자의 핏자국이 철퍽철퍽하며 땅을 적셨다.

     

     화면에 표시되는 '용의 묘'라는 피문자. 자막으로 서두보다 과거로 거슬러감을 알리고서, 오늘까지의 회상이 이야기된다.

     선대 구미장이 병사한 뒤,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을 무렵. 부두목 카부라 소자부로의 부인이었던 이토코의 죽음을 계기로 일어나게 된 괴기 현상. 수도꼭지에서 머리카락이 흘러나오고, 소자부로의 애인인 미노리는 꿈속에서 비명을 계속 들어 쇠약해졌으며, 거기다 그녀의 딸 루미코한테도 그 마의 손길이 다가가고 있었다.

     예전에 이토코가 상대의 나이를 모르는 채 타자기로 쳤던 편지로 교류했었던 소녀, 아이. 그녀를 괴롭히던 루미코는, 어느 날 계단을 올라가던 아이를 발견했다.

     

     『누군가 했더니, 쓰레기잖아』

     『...... 나, 그런 이름이 아냐』

     『너 따위가 말대답을? 참 잘나셨어』

     

     루미코는 아이를 비하하면서, 조소와 함께 다가왔다. 기껏해야 오만한 소녀에 불과하다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겁먹지 않고 노려보자, 루미코는 눈에 띄게 태도를 변화시켰다.

     

     『니 따위가 왜 무라오카 군하고 친해진 거야 혹시 지가특별한거라고착각한거니진짜웃겨너따윈누구도상대안할쓰레기년인주제에뭘믿고우쭐대는거야울어울어울어울어울어울어울어!!』

     

     광기. 일상에서 스며 나오는 악의의 표정. 그녀를 매료시킨, 강렬한 연기. 그걸 본 아이는, 놀라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왜곡된 미소의 루미코에게 보여주었다.

     

     『그래. 너 따위는 태어나지 않으면 좋았던 거야』

     『뭐?』

     

     계단에서 공중을 나는 아이. 이윽고 계단 밑에서 붉은 물웅덩이를 만드는 아이. 그걸 본 루미코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고는, 질렸다는 듯 발걸음을 돌려 떠나갔다.

     ㅡㅡ계단의 밑. 물웅덩이 속에서, 아이는 움찔하고 움직였다. 팔을 들어서 손수건으로 머리의 지혈을 하고서, 몽롱한 눈동자로 걸어가서 교직원의 앞에서 쓰러졌다. 소란이 일어났고 아이가 병원으로 실려가는 중, 아이의 피로 된 물웅덩이에서 철퍽, 철퍽 하고 발자국이 멀어져 갔다.

     

     

    『■■■우■』

    『■아■아■■』

    『이■우우우■』

     

     

     쉬어버린 목소리. 뭔가를 질질 끌고, 주물럭거리고. 부수는 소리.

     

     화면이 전환된다. 카부라 소자부로의 출소 축하연에 나간 타츠와 동료들. 타츠는 형님의 출소를 기뻐하는 것처럼 검지로 눈물을 닦았고, 카부라의 애인인 미노리한테만 알 수 있도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미노리는 추파를 던지면서 타츠를 배웅했다. 딸랑거리며 문이 닫히기 직전에, 피의 발자국이 찍힌다. 집안에 그것이 침입했음을, 미노리는 눈치채지 못했다.

     

     『루미코, 돌아왔니?』

     

     긴 복도의 안. 조명이 꺼졌다 켜졌다 하며 깜빡거린다. 그 안쪽에 서 있는 사람의 형체에게 말을 건 미노리는, 그때 되어서야 겨우 그것의 정체를 깨닫는다.

     

     『■■■리』

     『이, 이토코? 어, 어떻게』

     

     

     조명이 꺼진다. /깜빡임/ 한걸음 다가온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조명이 꺼진다. /깜빡임/ 하얀 기모노. 독을 토했던 핏자국이, 소매를 더럽히고 있다.

     조명이 꺼진다. /깜빡임/ 풀어헤친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쉬어버린 목소리는, 이제 구별이 되지 않는다.

     

     

     조명이 꺼진다.

     그곳에는 이미, 이토코의 모습은 없었다.

     

     

     『꿈......?』

     『縺、縺九∪縺医◆』

     『히익』

     

     

     조명이 꺼진다. / 미노리의 얼굴을 움켜쥔 기모노의 여자.

     조명이 꺼진다. / 다리를 버둥거리고, 발버둥 치며 소리 지를 수도 없이.

     조명이 꺼진다. / 앙상한 손톱이 미노리의 볼을 파고들자, 피가 배어 나와서 눈물처럼 흘러.

     

     

     

     조명이 꺼진다. /깜빡임/천장에 흩뿌려진 피/비틀어버리는 소리/들이키는 소리.

     

     

     

     조명이 꺼진다. / 질질. 

     조명이 꺼진다. /주물럭 주물럭.

     조명이 꺼진다. / 우적우적.

     

     

     

     조명이 꺼진다. /깜빡임/ 전구가 깨져서, 불빛이 꺼졌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질질.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질질, 탁탁탁.

     

     

     

     방에서 무릎을 감싼 루미코에게 카메라가 전환된다. 루미코는 구급차의 도착을 바라보고 있다. 대뜸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루미코는 그것이 무엇보다 싫었다.

     

     

    『――』/끼익, 끼익, 끼익.

     

     

     그러자, 갑자기 나무문이 열렸다.

     

     『어머니? 타츠? 아버지가 돌아온 거야?』

     

     대답은 없다.

     다만, 문을 긁는 소리만이 헛되이 울린다.

     

    『어머니? 뭐야, 대답 정도는 해줘도 되잖아』

     『ㅡㅡ』

     『어머니? 혹시, 화났어?』

     『ㅡㅡ』

     『정말 그래서 그런 거ㅡㅡ히익』

     

     손잡이를 움켜쥐고 기세 좋게 연 루미코는, 커다란 피웅덩이를 보고 겁먹은 목소리를 내었다. 벽, 천장, 바닥. 혈흔이 듬뿍 묻어있어서, 어디를 가도 도망칠 곳이 없다. 무심코 뒤로 물러난 루미코는, 등이 '벽'에 부딪히는 감각을 느꼈다. 서둘러 손잡이는 찾으려 하다가, 아직도 자신이 손잡이를 붙잡고 열어놓은 채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 그럼, 이것, 은?』

     

     

     올려다보니.

     

     

     『아』

     

     

     싱긋 웃는 백탁의 눈자위와, 눈이 맞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ㅡ힉!?

     

     

     카메라는, 루미코의 목부터 밑으로 이동한다.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루미코의 몸. 꽉 막힌 목소리. 폭포 같은 피가 발치에서 복도로 흘러간다.

     

     

     『莠コ繧貞す縺、縺代k縺ョ縺ッ讌ス縺励°縺」縺滂シ』

     『隱ー縺九r繧ゅ※縺ゅ◎縺カ縺ョ縺ッ讌ス縺励°縺」縺滂シ』

     『谺。縺ッ縲√♀縺セ縺医?逡ェ縺?』

     

     

     뜻을 모를 목소리.

     음성 가공으로는 낼 수 없는, 인간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불협화음.

     이윽고 발버둥 치던 루미코의 다리는 힘없이 축 늘어졌고, 가끔씩 움찔거리며 경련했다.

     

     

     

     암전.

     장면은 타츠에게 돌아간다.

     

     

     

     『용서해줘, 용서 해줘, 이토코오』

     

     

     이토코의 묘에 달라붙는 타츠. 타츠는 이토코와 애인관계였지만 그녀를 버리고 미노리로 옮겨 타서, 형님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밀회를 했던 일이 회상으로 흘러나온다. 그리고 지금 와서야 저주를 두려워하여 이토코의 묘에 달라붙고 있는 것이다.

     그런 타츠의 앞에, 갑자기 이토코가 나타난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단지 서 있는 이토코.

     

      『히, 히이익』

     

     겁먹은 타츠가 총을 쏘자, 그곳에는 가슴을 맞은 미노리가 누워있었다.

     

     『으, 아아아아아!!』

     

     서둘러 고개를 돌려 이번에야말로 이토코를 향해 쏘자, 그곳에는 볼에 총을 맞은 루미코가 누워있었다.

     

     『왜, 왜, 왜왜왜!!』

     

     이토코가 나타난다.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총의 모양을 만들고 입에 물자, 타츠 또한 같은 몸짓으로 총을 물었다.

     

     『우우~ 우~!! 요, 용서ㅡㅡ』

     

     총성.

     이토코의 묘에 뿌려지는 피가, 슬금슬금 움직여서 코우의 글자로 바뀐다. 그리고 이토코의 일그러진 웃음소리가 들린 뒤, 암전하였다.

     

     

     

     

     

     

     

     

     

     

     

     "윽, 윽, 윽."

     "하와, 하와와, 하와와와, 하와와와와, 하와와와와와."

     

     화면 저편에서는, 후일담이 나오고 있다. 아이가 같은 반 남자와 타자기로 친 편지를, 평소에 보내던 펜팔한테 보내는 장면이다. 우체통에 투입하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약간의 아픔을 품고 내일부터 일상을 보내는 아이. 그리고 나서 심야. 그녀의 집의 우체통에, 허공에서 편지의 답신이 투입되는 것을 끝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어때?"

     "왜왜왜, 왜 츠구미는 무서워하지 않는 거야?????"

     "무리......무리......"

     

     내 오른손을 꾹 붙잡고 놓지 않는 린.

     내 왼손에 꾹 달라붙어서 놓지 않는 미미.

     

     응응, 호러 영화를 보면 이렇게 되어야지.

     

     "오랜만에 봤지만, 이게 키리오 츠구미의 첫 악령 역할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츠, 츠구미? 아버지, 여기에 츠구미는 나오지 않았다고."

     "아아, 그게 아냐. 옛날의 호러 여배우였단다. 린의 나이로 볼 수 있는 영화는 없었으니 몰랐겠지."

     "??"

     

     그랬었네. 15금 지정이었다니 맹점이었다. 그럼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아, 하지만 그 장면은 더욱 무섭게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이라면 관절이 사후경직된 것처럼 움직일 수도 있는데. 그리고 목소리도 더 뿌옇게 하면 좋았어. 영상가공되지 않은 장면에서도 현장감이 나올 수 있도록.

     그랬다면 사라도 분명 더 무서워해줬겠지ㅡㅡ그래, 루미코 역의, 카사바 사라. 이렇게 영상으로 보면 잘 알 수 있어. 나이를 먹고 화장을 해서 표정을 알기 어렵게 되었지만, 저것은, 분명 사라다. 아사시로 사츠키 씨가, 사라였어.

     

     "으으, 그, 그 목소리는, 가공?"

     "아니. 다르ㅡㅡ다고 해."

     "오, 츠구미쨩 잘 아네. 놀랍게도, 단순한 발성기술이라고 하더라."

     

     맞아. 1983년에 전파사의 티비에서 처음으로 보이스 퍼커션을 보았을 때는, 이거다! 라고 생각했었어. 연기의 폭이 넓어지겠다! 라면서. 그래서 길거리 공연자의 입을 움직이는 방식 등을 보고, 구강이 찢어져서 리얼 피 토하면서 연습했었지. 목이 상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 덕분에 자연스레 발성기술의 폭이 넓어졌다. 말년의 발성법은 내가 들어도 꽤 무서워서, 내가 생전 마지막에 출연했던 영화 '심음'에서는 상당한 완성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츠구미, 미미."

     "?"

     "왜, 왜?"

     "오늘은, 자고 가."

     

     떨리는 손.

     그렁그렁한 눈가.

     핏기가 가신, 입술.

     

     "저기, 린쨩의 아버지."

     "하하, 난 상관없단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며, 얼굴 인증으로 오픈. 오픈, 어, 어어.

     

     "츠구미, 여기를 드래그."

     

     드래그하고, 클릭하자, 오오, 나왔다.

     

     "여보세요, 마미?"

     『어머, 왜 그러니? 츠구미』

     "오늘, 린쨩의 집에서 자고 가도 돼?"

     『후후후, 그래, 상관없어. 요루하타 씨를 바꿔줄래?』

     "고마워, 마미! 저기,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며 카즈마 씨한테 스마트폰을 건네자, 그는 흔쾌히 받아주었다. 허리에 손을 대며 경쾌하게 대화하는 카즈마 씨는 멋지다. 그보다, 린을 포함해서 정력적인 사람이란 참 멋지다.

     

     "네, 예, 아, 괜찮습니다."

     『――』

     "예. 예, 물론이죠."

     『――』

     "예. 그럼, 내일 아침에 연락하겠습니다."

     『――』

     

     어머니와 어른 사이의 대화를 한 카즈마 씨가,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그대로 달라붙은 채인 린과 미미에게 미소 짓자, 두 사람은 꽃이 만개한 것처럼 미소 지어 주었다.

     음, 가끔은 이런 것도 신선해서 좋을지도 모르겠어~

     

     

     

     

     

     

     

     

     

     어째서 사라가 배우를 싫어하게 되어버렸는가.

     공백의 20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 지금만은.

     

     

     "츠구미, 거기 있어?"

     "하와와와, 하와와와와."

     

     

     이 자그마한 친구들을 위해, 내 팔을 빌려주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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