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전후처리~배려와 준비~ ――17――
    2022년 03월 22일 00시 20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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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7/

     

     

     

     벌벌 떤다는 표현이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왕태자 전하의 초대라서 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난 몸의 힘이 풀린 상태로 의자에 앉아있다는 꽤 볼품없는 꼬락서니를 보이고 있다. 마젤은 어떻냐고 하면 이상하게도 자연스럽다. 이것도 주인공 보정일까.

     

     "이번에는 둘한테 도움을 받았구나. 감사한다."

     "아뇨, 우연하게 도와드리게 되어서요."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휴벨 전하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배가 아파오니 그만해. 마젤도 나도 약간 당황하며 대답하게 되었다. 일단 말을 돌리기로 하자.

     

     "왕녀 전하께서......"

     "이 자리에서 궁정의 예절은 불필요해요. 이름으로 불러도 탓하지는 않아요."

     "아, 아뇨,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리고는 친근해지려고 미소와 윙크를 하며 "라우라면 돼요. 부르는 거 힘들지 않나요." 라고 말했지만 그건 용사가 들을 대사.

     일단 나도 휴벨 전하 쪽을 보고 고개를 숙인 뒤에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남매일 터인데 나이로 보면 부녀로만 보이네 이 두 사람.

     

     "라우라 전하가 왕궁에 계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대뜸 피노이의 대신전에 계신 줄 알았습니다만."

     "잘 알고 있군."

     "아버지한테서 들었습니다."

     "전례대신이었지? 그렇다면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은가."

     

     라우라보다 먼저 휴벨 전하가 응답한다. 실제로는 게임으로 알았지만.

     

     "라우라는 신탁을 받고 그 일을 전하러 돌아온 거다."

     "신탁인가요."

     "마왕이 부활했다고 해."

     

     차를 내뿜지 않았던 나를 칭찬해 줘. 그보다 그거 중요정보잖아?

     

     "사실입니까."

     

     마젤이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한다.

     

     "신탁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부활이 사실인지는 정보가 부족해."

     

     반신반의가 아닌 7할은 믿는다는 느낌인가. 라우라가 끼어든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탁에도 단계가 있답니다. 그렇게는 말해도 신탁을 받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일이지만요."

     

     역대 최고 클래스의 성녀로 설정되었던 라우라. 그래서 마족의 습격 대상이 되어버린 건가. 그보다 그런 VIP라면 제대로 경비하라고 따지고 싶다. 게임에서는 자주 있는 이야기지만.

     

     "이번 신탁은 매우 중용성이 높은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직접 폐하께 전달해드리러 돌아온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 신탁 안에서 용사가 이후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이는 것도 있어서, 한번 봐 두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아~ 그런 거구나. 게임에서도 이 신탁 자체는 왕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용사 마셀을 심부름...... 아니 마왕 정벌의 여행을 떠나게 되는 거다.

     

     "용사......마젤의 일은 이해했지만, 제가 여기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단적으로 말하자면, 베르너 경은 창구 및 방패가 되어줬으면 한다."

     "창구 및 방패?"

     

     더욱더 모르...... 아아, 창구는 그런 일인가.

     

     "아직 공표는 하지 않았고, 서민인 마젤을 왕가가 자주 부를 수도 없다는 뜻입니까."

     "눈치가 빨라서 좋군."

     

     서민인 용사와 달리, 자작 취급인 나라면 성내에 들어가는 것도 문제는 없다는 거다. 창구라기보다 메신저잖아.

     

     "방패라 하심은?"

     

     마젤이 이상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대답해야겠지.

     

     "방금처럼 마젤을 끌어들이려는 다른 귀족한테서 지키는 게 일이라는 거야."

     

     귀족한테 빼앗기면 왕가로서는 귀찮아질 거다.

     

     "뭣하면 마젤 군을 베르너 경의 부하라고 말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만."

     "좀 봐주십쇼."

     

     휴벨 전하의 발언을 냉큼 거절한다.

     

     "저와 마젤은 친구입니다. 상하관계는 없습니다."

     

     난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위험해.

     

     "왕가의 지시에는 당연히 따를 것이고 마젤의 협력도 아끼지 않겠지만, 상사와 부하라는 관계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형식만의 상하관계라는 선택지도 있을 텐데. 내게도 친구가 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그렇습니다."

     

     분명 형태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고. 왕태자 전하는 내가 여동생의 애인의 주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다룰지.

     그보다 묘하게 끈질긴데...... 아아, 그런 일인가. 무서우니까 쓸데없는 소동의 씨앗은 싹트기 전에 갈아버려서 하수도에 버려둔다.

     

     "알겠다. 하지만 마젤 군의 왕도에서의 활동 지원은 네게 부탁하고 싶다만."

     "그건 당연히 따르겠습니다."

     

     본심으로는 그것도 피하고 싶었지만 그것까지 거절하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그건 그렇고 예상외의 상황인데. 실제로는 게임에서도 나라에서 용사를 지원하는 일이...... 없네.

     마왕을 정벌하러 가는데도 가게에서 파는 최고급 갑옷 하나 사지 못할 정도의 푼돈으로 여행 보내는 게임 속 왕은 새디스트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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