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 3 우정×정열-발아 opening
    2022년 03월 21일 12시 17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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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6/

     

     

     

     학교라고 들으면 보통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전생에서는 고등학교였다. 야간에 다니면서도 연기 공부를 해서 마침 악령 역할이 자리 잡혔을 무렵에 졸업했다. 중학생 시절에는 어쨌든 살아가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조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공립이나 국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그럼 소학생은? 편지봉투에 담긴 급식비가 술값으로 바뀌지 않도록 떨면서 등교한 기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급식과 우유라는 중요한 영양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열이 나도 등교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이 사람의 안색을 엿보는 것이 장기였던 어린애였으니 괴롭힘 등은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다른 학년에서는 괴롭힘이 있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좋게도 나쁘게도, 집단생활의 시작 지점이다.

     

     "사실은 사립 카모하마 중앙학교여도 괜찮았지만, 사립 린도대 부속 소학교라면 예술인을 위한 반이 있다고 해. 자주 쉬게 되어도 여기라면 안심할 수 있는데, 어때?"

     "물론 따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말해도 된단다, 츠구미."

     

     내 앞에 펼쳐진 것은, 매우 호화롭고 과장된 모습의 학교 전단지다. 사립 소학교는 어디가 좋을까 라는 일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지금은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사립 소학교 중에서도 꽤 고랭크인 곳 같네.......

     

     "천천히 생각해도 된단다?"

     "아니, 괜찮아!"

     

     전생에서의 학교는 살아남기 위한 통과점에 불과했다. 현생에서는, 모처럼이다. 친구 만들기에 힘써도 벌은 안 받겠지. 무엇보다, 예술활동 때문에 내신점이 줄지 않는 것이 훌륭하다.

     

     "나, 린도 소학교로 할래!"

     "후후, 그래, 알았단다."

     "그럼 바로 학교를 견학해볼까. 하루나."

     "예."

     

     대기하던 고용인인 미카도 하루나 씨가, 완벽한 인사를 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츠구미 님은 제가."

     "아, 네. 잘 부탁해요, 코하루 씨."

     

     그런 하루나 씨의 딸이며, 나의 전속 고용인 겸 매니저인 코하루 씨가 내 준비를 도와준다. 슬슬 봄이 다가와서 햇살은 따스해졌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싸늘하다. 그렇게 되면 입을 것이 많아서 힘들겠어.

     그런 의미에서 전생은 편했다. 어린 시절부터 추운 것과 더운 것에 익숙해서, 얇은 옷으로도 별일 생기지 않았으니까.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복장은, 교복인가요?"

     "네."

     "그럼, 바지로 할까나~"

     

     스커트는 싫어도 매일 입게 되니까. 그렇게 고하자, 코하루 씨는 반바지에 하이 삭스, 그리고 멜빵과 셔츠를 샤샤삭 준비. 머리를 묶어 올리고 모자를 쓰면, 보이쉬한 여자아이의 완성이다.

     그 위에 재킷을 걸치면 더욱 소년다움이 늘어난다. 다리도 하이 삭스 덕분에 춥지 않다. 이런 모습은 어린 시절 쪽이 어울리니까, 지금만의 특권이겠네. 

     

     "귀엽네요, 츠구미 님. 귀엽네요."

     "고마, 워?"

     

     왜 두 번 말하는 거야???

     궁금함에 고개를 비틀면서, 출발의 준비를 해나간다. 코하루 씨는 의외로 귀여운 것을 좋아하나 보네.

     

     

     

     

     

     

     

     

     

     마카베 씨가 운전하는 그 리무진에 타서, 오늘은 차내에서 어머니한테 스마트폰의 사용법에 대한 강의를 받는다.

     도심을 향해 달려서 한적한 주택가를 빠져나온다. 아무래도 그 학교는 항구에서도 시로가네타카나와의 비탈길을 올라간 쪽에 있는 모양이라서, 주행 중에는 도쿄 타워도 보인다.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도쿄의 상징이구나~

     

     "보이기 시작했네, 츠구미."

     

     어머니의 목소리에, 차창으로 바깥을 바라본다. 부자 학교라고 하면 성이나 궁전 같은 이미지였지만, 린도 소학교는 어느 쪽이냐고 하면 근대적인 SF틱한 외견이었다.

     

     "자, 붙잡으렴, 나의 천사."

     "응!"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학교 건물에 들어간다. 사무처리는 코하루 씨가 해주는 모양이다. 전부 부드럽게 흘러가네. 그렇지 않으면 부자가 될 수 없을지도.

     슬리퍼로 갈아 신고 응접실 같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자, 품위 있는 여성이 들어온다. 나이는 50대 중반은 될 무렵일까. 쭉 뻗은 등줄기가 기분 좋다.

     

     "먼 곳에서 오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린도대 부속 소학교의 학장을 맡고 있는 린도 아키코입니다."

     

     린도 씨가 이름을 대자, 내 부모님도 이어서 자기소개를 한다. 그러고 나서 학장 선생이 학교의 설명을 해줬다.

     

     "츠구미쨩은 어떤 공부가 하고 싶니?"

     

     설명을 끝낸 학장 선생이 미소 지으며 내게 물어보았다.

     

     "음, 배우의 공부요!"

     "어머나, 제대로 생각하고 있다니 훌륭하네."

     "역시 내 천사다."

     "후후후, 츠구미, 제대로 대답했네. 잘했어."

     "에헤헤헤."

     

     음, 아뿔싸. 부모님이 쓰다듬어주니 이상한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왜 그래 츠구미, 정신 차려. 이래서는 호러 여배우는 꿈에 불과하다고.

     

     "당교는 클럽 활동 외에도 애프터스쿨이라는 형태로 전문분야의 이수도 가능하답니다. 오늘은 여름방학 기간이라 통상수업은 하지 않지만, 희망자한테는 일부 전문강의를 개방하고 있으니 연극 코스의 견학을 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그렇군. 어때, 츠구미?"

     "보고 싶어!"

     "그래, 착한 아이다. 그럼 선생님,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서, 우리는 전용 강당으로 향하게 되었다. 지금 하는 것은 중등부 학생을 위한 기초연기 연습인데, 다이얼로그 (모놀로그의 반대어로서, 대화 장면을 뜻함)을 수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ㅡㅡ오늘은 다른 학생의 가족 분도 계신데, 자녀분은 괜찮은가요?"

     

     따로 사람이 있어도 괜찮냐는 물음일까. 물론 괜찮지만, 참관도 가능하려나? 대답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학장 선생은 미소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아뇨, 봄에 초등부에 입학하는 아동입니다. 중학생 오빠가 당교의 연기 강의에 참가하고 있어서, 우연히 친구와 견학하러 온 모양이더라고요."

     "그런가요......?"

     

     으으음? 왠지 기시감이. 뭐 됐어.

     꽤나 호화로운 복도를 쭈뼛거리며 지나치자, 천장이 높은 2층 강의실로 나왔다. 간이적인 연습무대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명과 음향장치가 2층에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상상했던 것보다 극진한 설비 같아서, 주제에 걸맞지 않게 두근거렸다.

     

     "잠깐, 지금 학생이 연기 중인 모양이네요."

     

     학장 선생이 그렇게 고하자, 아버지는 내가 보기 쉽도록 안아 올려주었다. 난간으로 본 경치는 발밑이 무너질 것만 같아서 정말 무서웠다. 아버지의 커다란 손과 어머니의 미소가 없었다면 무심코 뒤로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리적인 공포는 눈앞의 광경에 사라졌다.

     

     

     

     "전하, 전하! 가서는 안 됩니다."

     "ㅡㅡ놓아라."

     "냉정해지십시오. 가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전하."

     

     

     대본을 손에 든 남학생이, 마찬가지로 대본을 손에 든 남학생의 손을 붙잡는다. 손을 붙잡힌 남자는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동요가 전해지는 것보다 빨리 손을 뿌리쳤다.

     

     

     

     "내 운명이 외치고 있다. 내 육체에 깃든 혈맥이, 사자처럼 용솟음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마 호레이쇼ㅡㅡ손을 놔라. 놓지 않는다면, 널 죽이겠다."

     

     

     

     싸늘한 눈이다. 하지만 눈 안에는 끓어오르는 듯한 분노와 격정이 있다. 그에 대해 상대 역은 두말 않고, 겁먹은 듯 물러섰다.

     

     "[햄릿]인가. 어린 시절에 극장에 보러 갔었는데, 기억나니? 츠구미."

     "ㅡㅡ이다음 왕의 복수를 이루는 거였어."

     "대단해, 츠구미. 잘 기억하고 있네."

     "으, 응."

     

     아니, 다르다. 현생에서 봤던 것은 솔직히 어렴풋하게만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전생에서의 일이다. 명작은 봐 두고 싶다면서 허리띠를 졸라 겨우 갔던 극장에서, 그냥 압도되었던 어린 시절의 내 초라한 뒷모습을, 관객석에 보여준 듯한 기분도 들었다.

     드레스코드를 알고 싶어서 의상 담당자에게 부탁하여 입어본 품위 있는 정장. 내일 먹을 것도 곤란한 생활이었는데, 그 당시의 나는 정열을 이슬 삼아 먹으며 살아갔다. 너덜너덜한 VHS를 닳아 떨어질 대까지 고쳐서는, 영상에, 연기에 전부를 걸었었다.

     

     

     그럼.

     지금의, 나는?

     

     

     "츠구미?"

     "에...... 아."

     

     옆에서 들리는 어린 목소리.

     

     "역시 츠구미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줌마, 츠구미!"

     "어ㅡㅡ린쨩?"

     "오늘은 왠지 멋있는 옷이잖아. 오빠보다 멋있는걸!"

     

     영상의 배경이 뒤바뀌는 것처럼, 부상했던 기억이 되돌아간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것이리라. 린이 아버지의 발치에서 날 올려다보고 있다.

     

     "정중한 인사 고맙구나. 안녕, 린쨩."

     "혼자 왔니?"

     "아뇨! 쥬리아랑 미미랑, 그리고 밑에 오빠!"

     

     밑에 오빠? 듣고 나서야 눈치챘다. 연기의 피드백을 끝내고 우리를 올려다보는 학생들. 그중에 제일 돋보이는, 천사의 고리 같은 피부를 자랑하는 소년의 모습.

     바로 전날, 나와 연기대결 같은 짓을 했던 남자아이. 린의 오빠이며, 이름은 분명 요루하타 코우 군이다.

     

     "츠구미도 견학 왔어?"

     "아, 안녕하세요......"

     "쥬리아쨩, 미미쨩."

     

     린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온 사람은, 아역배우 동료 중 2명인 아사시로 쥬리아와 유우가오 미미다. 미미는 쥬리아의 뒤에 숨어서 내 부모님을 훔쳐보고 있지만, 쥬리아는 당당하고 낯가림 없이 내게 물었다.

     

     "응. 그래."

     "그렇구나. 나도 미미도 린도, 봄부터 여기에 다녀."

     "그렇구나!"

     

     중등부에는 그 오빠가 있고, 한 학년 위에는 얘네들이 있다. 이거 사실 꽤 좋은 일 아닐까?

     

     "아, 그래. 끝나면 우리 집에 올래?"

     

     린이 당돌하게 제안했다. 그리고 내가 뭔가 반응을 나타내기 전에, 쥬리아가 기쁘다는 듯 웃었다.

     

     "오, 괜찮네! 오늘 린의 집에서 게임할 거다!"

     "츠, 츠구미쨩도 온다면, 버틸 수 있을지도."

     

     쭈뼛거리며 아버지를 올려다보자, 부모님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럼, 견학이 끝나면 차를 돌려주마."

     "괜찮아? 앗싸! 고마워, 대디, 마미!"

     "후후, 돌아갈 때 마중 나올 테니, 연락하렴."

     "응!"

     

     아무래도, 전날의 약속을 지켜지는 모양이다. 라고, 나는 주제에 안 맞게 호러 게임의 도래를 기대하였다.

     

     

     

     

     그 무렵에는 이미...... 그 가슴을 조이는 듯한 감정은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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