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 2 전생×현생=라이벌 scene 4
    2022년 03월 19일 19시 15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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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3/

     

     

     

     무사히 극본 읽기를 끝낸 우리는, 장래의 스케줄을 확인한 뒤 해산하게 되었다.

     왠지 시간이 남아버렸기 때문에, 적어도 방송국의 지도나 기억할까 싶어서 스탭에게 허가를 받아 탐험하고 있다.

     

     "코하루 씨는 벌써 기억했나요?"

     "네. 길을 외우는 건 잘합니다."

     "탐조 때문에?"

     "네. 때로는 캠핑도 하니까요."

     "그렇구나."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구나~

     그렇게 감탄하고 있자,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렸다. 코하루 씨의 소매를 잡으며 멈춰 서자, 코하루 씨도 그 소리에 고개를 기울인다.

     

     "회의실일까요?"

     "네. 그렇네요."

     

     호기심이랄까. 조금 신경쓰여서 문에 다가가 보았다.

     

     

     ㅡㅡㅡㅡ!

     ㅡㅡㅡㅡ.

     

     

     말다툼? 회의하고 있어?

     아니 달라. 이건 분명, 나에게 친숙한 것이다.

     

     "코하루 씨, 쉬잇~"

     "음."

     

     입술에 손가락을 대면서, 코하루 씨와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그보다, 코하루 씨는 연기 연습한 것도 아닌데 발소리를 내지 않고 걸을 수 있네.

     살짝 복도로 나와서 천천히 손잡이를 돌린 다음, 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본다.

     

     음색의 질로 보아, 내 착각이 아니라면ㅡㅡ

     

     "네, 그럼 다시 한번 내 대사 차례네."

     "응."

     ㅡㅡ빙고. 역시 자기 연습이다. 나도 자주 했었다.

     

     '근데 한쪽은 린쨩이다. ......그럼 또 한 명은?'

     

     선명한 흑발, 눈동자 색까지는 잘 안 보이지만 검은 계통. 골격으로 보면 틀림없이 남자애지만, 두드러지게 수려한 외모는 남녀의 경계를 애매하게 한다. 아름답고 중성적인 미소년이다. 그리고 저 아이가, 전에 린이 말했던 '오빠'일까?

     

     

     "왜, 울지 않는 거야."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함께 보고 있던 코하루 씨가 소년의 한 마디에, 떨었다.

     

     

     "이상한 말이네. 울면 두 사람이 돌아오기라도 해?"

     

     

     린도 역시 연기가 정교하다. 울면서 웃는 듯한 표정. 색이 결여된 눈동자.

     

     

     "울라고. 지금이 아니면 이제, 분명, 평생...... 정말로 울지 못하게 되잖아!"

     "내, 내가 울면, 두 사람은 죽는데도?"

     "사고잖아! 네가 나쁜 게 아냐. 나쁘지, 않다고.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돼! ......울라고. 울어도, 괜찮아."

     

     

     현대의 드라마와 영화를 좀 더 보도록 하자. 분명 이 20년 동안, 정말 많은 명연기가 세상을 진동시켰을 테니까. 그렇게 강하게 빌 정도로 좋은 연기다.

     

     

     "나는ㅡㅡ아."

     "ㅡㅡ음? 왜 그래?"

     "......츠구미!"

     "엥?"

     

     

     앗, 들켰다.

     연기 중의 린과 눈이 마주치고 말자, 그녀는 연기를 내던지고 내게 달려왔다. 강아지 같아서 정말 귀엽지만, 소년한테는 미안한 짓을 했다.

     

     "몰래 봐서, 미안."

     "됐어. 츠구미라면 특등석에서 봐도 돼. 괜찮지? 오빠."

     "뭐? 무슨 말 하는 거야. 당연히 안 되ㅡㅡ"

     

     그렇게 말하려던 소년은, 날 보고 우뚝 멈춰버렸다. 그 모습에 린은 눈을 가늘게 하며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츠구미가 아무리 귀여워도 그렇지, 너무 들여다 본다구, 오빠."

     "바보ㅡㅡ아니, 달라."

     "귀엽지 않다는 뜻이구나."

     "그런 말은 안 했어! 그게 아니다! 어이 너!"

     

     소년은 그렇게 기세를 내게 돌린다.

     

     "너지, 린이 말했던 '연기의 천재'는."

     "그랬어? 린쨩."

     "응. 했어. 오빠는 잘도 알았네."

     "넌 너무 알기 쉽다고, 린."

     

     뭐, 그건 알겠다.

     

     "그보다 너. 몰래 봐서 미안하다고 생각했다면, 내 극본 읽기에 어울리라고."

     "어울리라니...... 음흉해, 오빠."

     "그런 의미가 아닌데도 일부러 그것만 콕 집어 말하기냐!?"

     

     사이좋네~ 아, 감탄할 때가 아니지.

     

     "저기, 훔쳐보고 말아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요루하타 님. 이 책임은 매니저인 제가."

     "아니, 책임 같은 건 됐고요. 전 그냥 이 아이의 실력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저의?"

     

     꽤나 돌직구를 날리는 아이다. 솔직히 호감이다. 그리고 하나의 배우로서 받은 이번 생의 첫 '도전'에, 피가 끓었다.

     

     "부디, 부탁드릴게요."

     "헐. 배짱 좀 있잖아. 린."

     "네네~ 츠구미, 업은 하지 않겠지만, 반성용으로 촬영할게."

     "그럼 린 님. 불초, 미카도 코하루가 그 대임을 맡아도 괜찮을까요?"

     "응."

     

     업? 업이란 뭘까. 뭐, 코하루 씨가 말리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어느 장면인가요??"

     "이 대본. 방금 린이 했던 곳이 아니라, 여기."

     

     과연. 자신의 고집으로 부모가 사고를 당한 뒤 마음을 닫은 소녀. 소녀와 만나서 그녀를 구하고 싶은 소년이, 그런 소녀의 마음에 들어가려는 것이 방금 전 린이 연기했던 장면이다. 이 대본은, 시간대로 보면 그다음.

     소녀 레나는 소년 쇼우의 말에 의해 얼음장처럼 굳게 닫아놓았던 마음을 조금씩 녹여간다. 하지만 부모를 흠모하던 숙모, 아사코의 "네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는데." 는 말에 의해, 최악의 형태로 붕괴되고 말았다.

     맨션의 옥상. 뛰어내리려 하는 레나. 쇼우는 결사적인 각오로 레나를 말리나.

     

     "그럼 린. 신호 좀 부탁해."

     "명감독의 실력을 보거라."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죄책감.

     부모에 대한 생각.

     숙모에 대한 두려움.

     소년에 대한 덧없는 감정.

     

     

     

     자기 자신에 대한, 들끓는 증오.

     

     

     

     "씬ㅡㅡ액션!"

     

     

     

     격정은 둑을 뚫어버리고, 마음을 불태우는 것처럼 흘러넘친다.

     

     

     

     "어이, 그런 곳에서 뭘ㅡㅡ"

     "오지 마!!"

     "ㅡㅡ"

     

     

     

     그러니, 부탁해.

     부디 나를, 내버려 줘.

     

     

     

     

     

     

     

     

     

     

     

    ――/――

     

     

     

     눈물 젖은 목소리. 대기가 진동하고, 그녀의 진심에 몸이 굳는다.

     

     

     

     "뭐하러 온 거야? 내버려 둬!"

     "싫어! 돌아가자, 레나! 이런 짓을 해도 네 부모님들이 기뻐하"

     "아사코 숙모님은 기뻐할 거야."

     "윽."

     

     

     너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언어의 칼날이 레나를 도려내는 순간을, 나는 확실히 봤었다. 보고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못했다.

     레나가 지은 미소는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리라. 그런데도 어째선지 그것은 내게도 향한 것처럼 닥쳐온다.

     

     

     "저기, 이젠 됐잖아? 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데려가게 해 줘."

     "자살을 하면 두 분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고!"

     "앗, 하하하, 알고 있어. 자기가 죽인 사람하고 만나고 싶을 리가 없긴 해!"

     

     

     한걸음 내디딘다.

     

     

     "만나고 싶지 않아? 웃기지 마! 그렇게나 사랑했으니까 레나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 거라고? 그걸 부정하면 그 두 분의 마음까지 부정하게 되는 거잖아......"

     "그, 그건."

     "돌아가자. 자. 감기 걸리겠어. 돌아가자, 레나ㅡㅡ!"

     "시, 싫어, 오지 마!"

     

     

     싫다며 고개를 젓는 레나의 발이, 맨션의 옥상에서 한걸음 바깥으로 나간다. 죽기 위한 고의의 동작이 아니다. 동요가 낳은 우연의 사고. 어린 몸이 공중에 내던져지고 자연 낙하를 시작하려는 순간, 레나는 안심한 듯 미소 지었다.

     그래서 나는 달린다. 안심시켜줄 수 없다. 하지만 아저씨와 아줌마의 사랑을, 내 마음을 수포로 만들 수는 없다. 때에 맞게 붙잡은 손은, 차갑게 떨리고 있다.

     

     

     "어, 째서."

     "죽는다고 말하지 마. 죽으려고 하지 말라고! 나는ㅡㅡ레나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 왜야......으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작은 머리를 감싸 안는다. 지금은 단지 그 온기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실감만이, 울고 싶어지는 듯한 자신을 억누른다.

     

     

     "컷!"

     

     

     목소리에.

     소리에.

     색에.

     

     

     교차하는 시선에, 자아를 되찾는다.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거야? 오빠."

     "아, 미안."

     "아뇨, 신경 쓰지 않으셔도."

     

     이런 것, 처음이다. 처음으로 세계가 바뀌었다. 그 순간, 분명 나는 '쇼우'였다. 그것을...... 이런 뒤죽박죽인 녀석에 의해 이끌린 자신이 묘하게 분했다.

     

     "쳇...... 오늘은 무승부다."

     "저기, 네."

     "뭐야. 왜 이렇게 순순해. 그렇게나 쉽게 도전을 받아놓고서."

     "저기, 응."

     "미적지근하기는.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보던가?"

     

     그렇게 묻자, 왜인지 옆의 린이 한숨을 지었다.

     

     "놓으라는 뜻이잖아, 오빠."

     "놓으라...... 놓아? 앗, 미안!"

     

     사과했는데도 품고 있는 채라서, 여동생이 지적하고 나서야 놓아주다니, 콩트냐! 서둘러 놓아주자, 호시소라 츠구미는 볼을 긁적이며 태연한 모습이었다.

     큭...... 왠지 분해.

     

     "오, 오늘은 이 정도만 해준다. 가자, 린!"

     "아, 응. 그럼 츠구미, 내일 보자."

     "으, 응. 내일 보자!"

     

     느긋하게 손을 흔드는 린을 붙잡고 회의실을 나온다. 어깨를 들썩이며 걷고 있자, 린이 종종걸음으로 옆에 나란히 서자, 어머니의 교육을 떠올리고 보폭을 맞춰주었다.

     

     "어땠어?"

     "흥. 저거라면 내 낙승이라고."

     "저거라면?"

     "저 정도라면 말이야."

     

     뭐라고나 할까, 진심으로 연기해보고서 조금 알았다. 뭔가 어긋났다고나 할까, 뒤죽박죽이다. 제대로 말할 수 없지만.

     

     "그 정도가 사라진다면?"

     "사라져? 흥, 그야."

     

     

     

     괴물이 태어날 것이, 당연하잖아.

     

     

     

     자연스레 나오려던 그 대사를, 무심코 삼킨다. 다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동생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투덜거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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