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 2 전생×현생=라이벌 scene 3
    2022년 03월 19일 11시 25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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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2/

     

     

     

     밝은 백색의 형광등이 비치는 새하얀 방에서, 소녀와 여성이 책을 손에 들고 마주 선다.

     

     "씬ㅡㅡ스타트."

     

     미즈시로 역의 나츠카와 군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본다. 길을 헤매는 연기지만, 그녀는 슬슬 연기력 20년에 다가가는 만큼 극본 읽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몸짓이다.

     

     

     "곤란한걸."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는 몸짓. 관객에게 전하는, 시간이 그다지 없다는 메시지.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선생님께 어떻게 보고해야 좋담."

     

     

     그리고 헤매는 그녀에게, 한 소녀가 다가간다. 실제로는 성별을 알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중성적인 이미지를 위해 1인칭을 바꾼다는 소녀도, 이 자리에서는 귀엽고 가련한 여자아이로만 보인다.

     그렇게 보일 것이다.

     

     

     "선생님. 길을 헤매고 있어?"

     

     

     침착한 호흡. 평소의 그녀의 목소리보다 한 계단 낮은 보이 소프라노. 어린애 특유의 혀짧음을 느끼기 어렵도록, 음정과 어조로 조절하고 있어?

     그 음색과 몸짓, 그리고 하나로 묶은 머리는, 소녀다움을 경감시키고 있었다.

     

     

     "그, 그래. 너는 여기 학생이니?"

     "건물은 저쪽. 직원실은 1층에 있어."

     "저, 저기?"

     "하지만, 조심해."

     

     

     한걸음. 무릎을 굽히고 머리 위치를 바꾸지 않은 채 사뿐히 걷는다. 체중 이동이 완벽하게 조절된 그 움직임은, 보기에도 '마치 붕 떠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ㅡㅡ'그녀'가 장기로 삼았던, 기법.

     

     

     

     아니, 라면서 고개를 젓는다. 그럴 리가 없다. 애초에 그녀는, 좋게 말해도 재능 3할 노력 7할. 피나는 훈련을 괴물 같은 정신력으로 이겨낸 노력형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 소녀는 초인급 재능을 탁월한 센스로 다루는 타입의, 천재형의 인간일 것이다.

     그런 몸으로 그녀의 기법 정도야,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영화를 본 적이 있고 연습이라도 했던 것인지, 아니면 무도라도 배우고 있는 거겠지.

     

     

     "윽."

     "저곳은 마굴. 악령의 거처."

     "...... 에?"

     "정신을 놓으면, 무서운 귀신한테 먹혀버릴 거야."

     

     

     시선을 돌리는 아이카와 양. 네 시점으로는, 갑자기 돌아온 시야에서 소녀가 갑자기 사라진 걸로 보였을 것이다. 시야를 벗어난 순간을 탐지하고서 소리 없이 사각으로 돌아갔으니까.

     정말 믿기 어렵다. 그녀와 소녀를 겹쳐 보이다니. 적어도 그녀는 재능 넘치는 인간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웠는데.

     

     "...... 놀랍군요."

     

     장면이 끝나고 감독과 강평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츠키시로 군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요즘 아역 배우는 저렇게 잘하는 겁니까?"

     "글쎄. 요루하타 군의 자식은, 미숙함이야 있지만 훌륭한 연기였다네."

     "그는 13살이잖습니까? 그녀가 그 나이 무렵에는 어떻게 될지 무섭군요."

     "글세? 지금은 신동이지만 그 무렵에는 수재 정도일지도 모르지."

     "20세가 지나면 평범한 사람입니까?"

     "하하, 그럴지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츠키시로 군의 눈에서는 정열이 사라지지 않는다.

     

     "카키누마 씨?"

     "...... 아아, 미안. 아무 일도 아니라네."

     

     다음 장면은 나와 소녀인가. 교장인 키누카타 코조가 히이라기 리리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다.

     

     

     "그럼, 갑니다. 씬ㅡㅡ스타트"

     

     

     히라기 감독의 목소리. 그의 잘 들리는 소리가, 우리들의 의식을 전환시킨다. 눈앞에는 세 명의 소녀들이 있다. 그 모습에, 즉시 해야 할 일을 깨닫는다.

     

     

     "너희들, 뭘 하고 있지?"

     "놀고 있었어요. 글치?"

     "히익."

     

     

     괴롭힘의 피해자인 아이가, 어깨를 움찔거리며 작게 소리 낸다. 훌륭한 연기다. 하지만 이 아이의 실력은 아니다. 이질적인 분위기에 삼켜져서, 연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그 중요한 소녀는, 인사하러 온 호시소라 츠구미가 아니다. 히이라기 리리라고 하는, 사고로 인격형성에 문제가 나타난 악의의 인격 그 자체였다.

     

     

     "선생님. 이제 아시겠죠? 놀고 있었어요."

     "그, 그래. 그랬구나. 하지만 이제 오늘은 그만하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거라."

     "네에~ 가자, 카에데쨩."

     "......응."

     

     

     요루하타 군의 여식인 린이 연기하는 아키미 카에데가, 걱정스러운 듯 리리와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인 아이를 그 자리에 남기고 유유히 걸어가는 그 뒷모습이, 빙글 돌아본다.

     

     

     "내일 봐."

     

     

     미소.

     하지만, 허무하다.

     아무것도 즐겁지 않다.

     아무것도 기쁘지 않다.

     

     

     단지, 부숴서 지키기 위해서만.

     단지, 사랑해서 빼앗기 위해서만.

     

     

     강렬한 메시지를 눈동자에 실어 내던졌다.

     

     

     "컷. 좋아, 역시 대단합니다."

     "...... 그럴까?"

     "카키누마 씨?"

     "난 아직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동이 덜 걸린 모양이다. 부끄럽구만. 다음부터는 더 잘해 보이겠네."

     "이 이상, 입니까? 하지만 정말 괜찮았는데요. 그, 당혹감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습니다."

     

     히라기 감독의 말에 눈을 부릅뜬다. 그리고 나온 것은, 잊어가고 있던 화염이었다. 나는 당황한 연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럼에도 주변에 전해졌다고 한다면, 틀림없다.

     

     

     연기를, 강요당한 것이다. 저 작은 소녀에게.

     

     

     "정신이 나갔던 모양이로군. 크크크."

     "카, 카키누마 씨?"

     "아아, 아니, 아무 일도 아니네."

     

     다만, 지금은 감사해두자. 그리고 네 묘 앞에서 사과해야겠다. 나는 아무래도 아직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모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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