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 2 전생×현생=라이벌 scene1
    2022년 03월 18일 13시 46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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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0/

     

     

     

     린과 스마트폰을 구입한 다음날, 나는 저택의 거실에서 이제부터 신세 질 여성과 대면하고 있다. 은테 안경과 하나로 정리된 흑발. 냉철한 표정과 이쪽을 염려하는 시선. 쿨 뷰티라는 말이 정말 어울릴 듯한 그녀가, 바로 오늘부터 내 매니저 겸 고용인으로서 신변의 돌봄과 일의 보조까지 해주는 분, 미카도 코하루 씨다.

     

     "그럼 코하루 군. 저의 츠구미를 잘 부탁합니다. 츠구미의 말을 잘 들어주시고요."

     "대디? 난 아이인데? 말을 듣는 쪽인걸?"

     "옙, 맡겨만 주세요. 츠구미 님께서 죽으라고 명하신다면, 그대로."

     "엥, 그런 말 안할 건데? 안 말한다니까?"

     

     뭐, 하지만, 음. 의외로 장난기도 있을지도.

     

     "방송국으로 갈때는, 평범한 차가 아니라 이후에도 이용하게 될 영업차로 이동하게 됩니다. 불편하실 거라 생각하지만, 개선점 등이 있으면 주저 않고 말씀해주세요. 곧장 개량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개량한다니...... 차량을? 돈이 엄청나게 들 텐데.

     현관 홀을 나가자, 곧장 분수 앞 로터리에 주차된 차가 보인다. 문 앞에 서 있는 자는 흑발을 단정히 빗은 장년의 신사다. 부자 3대가 당가에서 일하고 있는 운전수로, 마카베 씨라고 한다. 처음에 오디션장까지 갔을 때의 운전수의 아들이다.

     차는 리무진이 아닌 모양이라 조금 안심했다. 평범한 상자형의 검은 승용차다. 하지만 다가가서 타기 전에 타이어의 휠에 각인된 봉황의 마크를 보고 경직했다.

     

     '이거 센츄리다......' 

     

     일본 고급차의 대명사다.

     

     "역시 좁아보이나요?"

     "아니!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위험했다. 아니 하지만, 리부진보다는 낫긴 해. 돋보인다면 연기의 실력으로 돋보이고 싶습니다.

     

     "음악은 뭘로 틀까요?"

     "요즘의 추천곡으로 부탁합니다."

     

     음악, 음악인가~ 최근의 음악은 잘 모른다.

     

     "젊은이들한테 인기 있는 음악이라면, 역시 보컬로이드일까요."

     "보컬로이드.....?"

     "보컬로이드이라고 하는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음성 합성에 의한 음악입니다."

     "음성 합성???"

     

     이, 이상해. 20년 만에 이렇게나 변하는 걸까?

     

     "유행곡을 틀게요."

     "네, 부탁해요. 코하루 씨."

     "맡겨주세요."

     

     코하루 씨의 진지한 대답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녀가 고른 음악을 즐겨보았다. 팝 같은 곡조, 다이쇼 로망, 재즈 아니면 재지, 발라드. 과연, 소프트 하나를 사면 이렇게 여러 곡을 만들 수 있구나~

     

     "코하루 씨, 이 음성 합성 소프트? 는 얼마나 하나요?"

     "2~3만 엔 있으면 구입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구입하실 건가요?"

     "괘! ......괜찮아요. 신경 쓰였던 것뿐이라서...... 아, 아하하하."

     "? 알겠습니다. 하지만 원한다면 부디 사양 마시고."

     "아, 예."

     

     2000년에 30대에 죽은 나는, 10대에 이 업계에 발을 들이고 두각을 드러낸 20대 직전까지는 알바로 돈을 벌었다. 거의 최저요금을 주는 카페였다.

     당시의 내 하루 알바비가 5백엔 조금 밑. 공동화장실에 욕조 없는 9평 아파트가 월세 1만 엔. 다시 말해, 생활비와 저금을 빼면, 수중에 5천엔 남으면 좋은 편이었다. 그걸로 1개월 지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월급 반년만큼의 음악 소프트. 딱히 그 길로 나아가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쉽게 살 수 없어......

     

     "도착했습니다. 멈출게요."

     "네."

     

     코하루 씨는 예의 바르게 그리 말해줬지만,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아니어서 흔들림을 느끼지 않고 멈출 수 있었다. 운전수의 실력과 안전운전도 있지만, 역시 차의 성능이 좋아진 거구나.....

     마카베 씨가 문을 열어줘서, 코하루 씨와 둘이서 아무 일 없이 지정된 장소로 향했다. 아무래도 방송국 내의 회의실이 약속의 장소인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왠지 짓밟힐 것 같아서 불안해.'

     

     어린애의 시선으로 보니, 뭐든 다 크게 보인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갑자기 한 포스터가 신경 쓰였다. 내용은 서스펜스일까? 크게 붙어있는 포스터에, 백의의 여성과 경찰복의 남성. 그리고 여러 배우의 이름과 선전문구. 그중에서 주연의 여성한테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둥실 부풀린 보브컷의 검은 머리와, 온화한 눈매. 상냥함과 가열찬 느낌을 동시에 가진 강한 눈동자.

     

     "키리타니, 오우카......?"

     

     키리타니 오우카.

     어딘가ㅡㅡ멀고 가까운 과거의 '누군가'의 모습이 남은 여성.

     

     "츠구미 님?"

     "아......죄송해요, 코하루 씨. 가요."

     

     서둘러 코하루 씨의 뒤를 쫓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코하루 씨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대답한 나는, 조금 전의 포스터를 머릿속으로 생각하였다.

     

     

     

     

     

     

     

     

     

     회의실은 긴 책상이 놓인 널찍한 방이었는데, 안에는 이미 다른 아역배우들이 모여있었다. 집합시간까지 아직 30분이나 있는데, 모두들 빠르네. 내가 제일 신입이니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걸.

     붉은머리의 기운찬 소녀, 아사시로 쥬리아. 갈색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안경소녀, 유우가오 미미. 그리고 아침까지 레인인가 하는 메신저로 대화를 했던 검은머리 소녀, 요루하타 린. 제각각 정장 차림의 여성을 옆에 대동하고 있다. 아마 메니저겠지.

     

     "츠구미, 여기."

     "아, 츠구미다. 악역 해준다며? 여기야."

     "저, 정말, 그럼 안 돼, 쥬리아쨩. 안녕, 츠구미쨩."

     "응, 안녕."

     

    코하루 씨한테 눈짓한 뒤에 아이들의 무리에 들어가자, 그녀는 명함을 꺼내며 매니저들끼리 인사하러 갔다.

     

     "매니저인 미카도 코하루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이거 이거 정중하시군요. 저는ㅡㅡ"

     

     그런 코하루 씨를 곁눈질함, 나는 나대로 교류를 도모한다. 자리는 뭐, 린이 손을 이끌어서 그녀의 옆자리가 되었지만.

     

     "쥬리아쨩은 게임이라던가 해?"

     "응. 어머니는 집에 늦게 돌아와서, '霊' 이라던가 'SULLEN'이라던가, 그리고......역시 '바이오 판데믹'이라던가."

     "으으, 쥬리아쨩의 게임, 무서워서 같이 못하겠어."

     "미미가 너무 무서워하는 것뿐이야!"

     "츠구미는 전혀 게임 안 해."

     "리, 린쨩, 친화력 강하네. 벌써 그렇게나 친해졌구나."

     "? 응."

     "흐음. 그럼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와. 협력 플레이하자."

     "그래도 돼? 고마워! 쥬리아쨩."

     "아와와와, 그, 그만두는 편이."

     "그럼, 나도 갈게. 미미도 갈 거지?"

     "에엑."

     

     왠지 생각보다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 보여서 안심했다.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했습니다."

     

     

     담소를 나누고 있자, 오디션 날에 봤던 젊은 스탭이 문을 열고 입실했다. 그 뒤를 따르는 자는 히라가 감독과 프로듀서 같은 사람. 그보다 저거, 쿠라모토 군? 나이 먹었네...... 엥, 그럼 각본의 아카사카 군은 옆에 있는 사람? 그렇구나, 20년이 지났으니까.

     ...... 전생에 친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이번 드라마의 프로듀서, 히라가 타카시라고 합니다. 현장의 일은 히라가 감독에게 맡기고 턱 버티고 있을 뿐이니, 편히 대해주십시오. 하하핫."

     

     "저는 각본가인 아카사카 미츠노리입니다. 대사를 말하는 법이나 의미를 모르면 물어봐주세요."

     

     "ㅡㅡ마지막으로, 내가 감독인 히라가 다이스케다. 오늘부터는 모두를 가족이라 생각하며 가차 없이 갈 테니까, 잘 부탁한다."

     

     히라가 감독은 오디션 때보다도 스스럼없는 태도로 그렇게 고했다.

     

     "먼저 아카사카 선생께서 이번 드라마의 줄거리와 배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 겁니다. 선생, 부탁드립니다."

     "예."

     

     아카사카 군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로, 회의실의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아직 가제이지만, 이번 드라마는 괴롭힘과 미스터리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주인공은 여배우인 아이카와 미즈호 씨가 연기하는 신입교사 '미즈시로 사나'. 부담임으로서 부임해온 그녀를 지탱하는 담임교사로, 배우인 츠키죠 오고 씨가 연기하는 '쿠로세키 미히코'가 어른 그룹의 중심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그들이 담당하는 반의 구성원으로서 출연하면 됩니다."

     

     그렇구나. 괴롭힘이 주목된다면, 우리들의 역할도 중심이 되겠어. 당사자가 아이. 해결에 나서는 것은 어른일까.

     

    "먼저, 정의감이 강한 반의 리더, 나츠카와 아카리 역할에는 아사시로 쥬리아 씨."

    "네! 앗싸, 착한 애다......"

    "다음으로, 상냥하고 조용한 소녀지만 어째선지 억압받고 괴롭힘 당하는 아이, 하루카제 미나호 역할에는 유우가오 미미 씨."

    "네, 네에. 열심히 할게요!"

     

     아카사카 군은 화이트보드에 관계도를 그리면서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그보다 이 관계도는, 혹시 내가 오디션에서 했던 즉흥극 아냐?

     

     "이어서, 학생 중에서는 악의 리더, 혼혈 소녀이며 반을 물밑에서 거머쥐고 있는 이번 테마의 중심인물, 히이라기 리리 역할에 소라호시 츠구미 씨를 부탁합니다."

     "네. 있는 힘껏 할게요."

     "응. 고맙다. 그 리리가 유일하게 마음을 허락하는 친구, 아키미 카에데 역할로 요루하타 린 씨, 잘 부탁합니다."

     "네."

     "아키미 카에데한테는 아즈사라는 고등학생 언니가 있습니다. 아즈사 역에는 모두가 오디션을 볼 때 함께 했던 미나우치 란 씨를 기용해놓았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란은 그렇게 대답한 뒤, 내 귓가에서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야."라고 속삭였다. 란은 친구를 잘 만드니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리고 연기자 여러분께도 아슬아슬할 때까지 정체를 전하지 않은 수수께끼의 소녀가 있습니다. 괴롭힘과 학교 내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과 문제에 힌트를 주는 소녀입니다. 그녀는, 소라호시 츠구미 씨, 당신이 해주세요."

     "! 1인2역인가요?"

     

     신입의 아역배우한테 주는 일로서는 상당한 난이도다.

     

     "그건 너무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고한 사람은, 코하루 씨다.

     

     "물론 그에 따른 부담은 있겠죠. 그러니 만일, 호시소라 씨가 사퇴ㅡㅡ"

     

     

     사퇴?

     역할에서 포기해?

     

     

     뇌리에 떠오른 것은, 언젠가의 회의실. 누구를 연기할지 다투는 연기자를 밀쳐내고, 나는 혼자서 운명의 도화선에 불을 지켰다. 그 순간의, 마음에 화염이 점화되는 찰나의 격정을 잊은 적은 없다.

     키리오 츠구미는 주어질 일을 고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라호시 츠구미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하겠어요."

     "ㅡㅡ츠구미 님, 괜찮으신가요?"

     "네. 왜냐면."

     

     그래, 포기한다니, 그런 짓은 있을 수 없어.

     

     

     "그런 재미있는 배역, 하지 않으면 아깝잖아요."

     

     

     이런 도전, 받아주지 않으면 여배우의 혼이 아깝잖아.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고했더니, 어째서나 제작진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부릅뜨는 것이다.

     

     "ㅡㅡ여, 러분?"

     "하, 하하, 기절은 이제 사절이라구요."

     "윽."

     

     으음, 어떻게 해야 좋지?

     영문도 모른 채, 계속 대답을 기다린다. 미묘한 공기 때문에 피부가 따가웠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 채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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