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55 <막간> 마리 누나와 어떤 재봉사의 혼잣말 (전편)
    2022년 03월 13일 20시 52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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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56/

     

     ※ 052는 그레암 시점의 1장을 그린 내용이고, 053~054는 주인공이 안 나와서 패스.

     

     ※ 055~057까지는 루레트의 이야기라서, 패스하고 058부터 읽어도 됩니다.


     

     본에 그려진 패턴에 따라서, 루레트라고 하는 톱니가 달린 펜 같은 도구를 써서 옅은 옷감에 표시를 새기던 때의 일.

    루레트

     

       『파혼하게 해주지 않겠어?』

     

     갑자기, 그런 말이 날아왔다.

     

     왜 날아왔냐고 표현하냐면, 대면도 전화도 아닌 앱에 의한 통지로 전달해서다.

     

     내가 이유를 묻기 전에, 그는 그 나름의 이유를 이것저것 전달해줬다.

     

     그의 말마따나,

     

     『넌 나보다 우수해』

     『넌 나보다 강해』

     『너와 있으면 난 비참해져』

     『너와 있으면 난 숨이 막혀』

     『네 탓에 난 괴로워』

     『네 탓에 난 죽고 싶어져』

     .........

     ......

     ...

     

     이런 느낌의 메시지가 100통 가까이.

     

     처음의 두 통은, 그래도 날 좋게 다루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곧장 내가 나빴다는 논조로 바뀌어갔고, 끝내는 단순한 욕설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그와 처음으로 만난 것은, 내가 개인적으로 옷의 브랜드를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직 브랜드명도 침투되지 않았고 옷이 팔리는 것도 한 달에 몇 벌이라는 상황이 이어졌을 때, 인터넷에 올리기 위한 사진 촬영을 위해 모델로 불렀던 자가 그였다.

     

     모델의 후보로 지인들이 몇 명인가 소개해줬지만, 대부분 중성적인 이목구비여서 흥미가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연약한 자신의 약함을 전면에 드러내는 분위기가 신기하게 느껴져서, 그로 정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만만하지 않은 디자인의 옷을 맞춰본 바, 그 갭이 오히려 인상적으로 비쳐서 SNS를 통해 나의 브랜드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옷의 주문이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잘 팔리는 디자인의 특징을 참고해서 난 새로운 옷을 팍팍 디자인해나갔다.

     

     그 옷을 입은 것은 역시 그였다.

     

     어느 사이엔가 2인 3각 같은 상태로 일하는 동안, 우리의 거리도 좁혀졌다.

     

     브랜드가 궤도에 오르고 그와 만나고 나서 1년이 되는 날에 받은 것이, 약혼반지.

     

     명백하게 사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도 20대 후반.

     

     부모한테서도 전화로 넌지시 결혼에 대해 언급하는 일에 진저리가 났던 나는, 이것도 인연인가 생각해서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랬는데, 설마 파혼이라니.

     

     그것도 약혼반지는 받고 나서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솔직히, 어째서라던가 어떻게 해야 좋다던가 하는 일을 생각할 여지는 없었다.

     

     그 정도로, 보내온 대량의 메시지는 내 마음을 상처 주는 말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움켜쥔 스마트폰을 전력으로 바닥에 패대기치고 있었다.

     

     

     그 후, 아틀리에에서 귀가한 나를 맞이한 것은 평소와 다른 썰렁한 공기였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반 동거하고 있던 그는 이미 집을 나간 모양이다.

     

     인기척이 없는 집만의 독특한 조용함 속에서, 거실로 들어가 조명을 켠다.

     

     그러자 그곳에는,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어질러진 상태였는데, 그의 소유물만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널려있는 것은, 선반 안에 넣어두었을 귀중품 상자.

     

     그 안에 넣어두었던 물건의 대부분은 주변에 흩어져 있고, 밟았는지 약간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것과 부서져버린 물건도 있다.

     

     발자국이 남은 것은, 사진.

     

     부서진 것은, 조개.

     

     사진은 그와 함께 찍었던 것.

     

     조개는 그와 처음으로 바다에 갔을 때, 모래사장에서 제일 예쁜 것을 찾아서 선물 받았던 물건이다.

     

     그런 추억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 무참한 상태를 드러내고 있는데, 같이 넣어두었던 약혼반지만이 사라져 있었다.

     

     "이왕이면 깨끗이 치우고 가지......"

     

     나는 널린 사진과 부서진 조개를 모으고서, 유리로 된 쟁반의 위에 올렸다.

     

     그리고 라이터로 사진에 불을 붙였다.

     

     벌레가 파먹는 것처럼 가장자리부터 재가 되어가는 사진.

     

     그리고 붉게, 붉게 타오르는 화염......

     

     그런 모습은, 양쪽 모두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파혼당하고 나서, 일에 더욱 몰두한 지 몇 주가 지났다.

     

     생활하려면 일을 해야만 하고, 그를 전제로 했던 디자인의 대부분을 변경할 필요도 있어서 몰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기분상으로는 정리가 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가 잊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이리저리 해도 1년을 함께 걸어왔던 시간이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었나 하는 서글픈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품은 나에게, 그다지 관여하고 싶은 상대의 알림이 왔다.

     

     그것은 나를 눈엣가시로 보던, 의류전문학교의 동기.

     

     이름은 니카이도 루미.

     

     패스트 패션으로 성공을 거머쥐며, 점포를 급속히 확대시킨 대기업의 사장영애.

     

     외모도 축복받아서, 그녀의 주변에는 항상 추종자들이 뒤따르고 있다.

     

     나는 되도록 관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어째선지 저쪽에서 먼저 들이대니까 그만 전력으로 굴복시켰다.

     

     디자인을 할 때, 나는 지는 일이라면 몰라도 대충 하는 짓은 절대로 안 한다.

     

     그 결과 디자인의 성적으로 그녀가 내 위로 올라가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연락을 해왔다.

     

     입학 시 동기끼리의 모임에서 연락처를 모두가 교환한 이후로,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는데......

     

     나는 새로 산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하고 그녀의 알림을 열었다.

     

     그곳에는 그, 아니 나의 전 약혼남에게 안겨서 득의양양하게 조소하는 니카이도 루미의 모습이 있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한 마디.

     

     『저희들 결혼해요♪』

     

     나는 산지 얼마 안 된 스마트폰을 다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후로 나는 전보다 많이 일에 몰두했지만, 중요한 매상은 계속 낙하하였다.

     

     분노가 디자인을 해치고 있던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니카이도 루미가 나와 비슷한 컨셉의 옷을 그를 모델로 써서 싸게 판 영향이 컸다.

     

     대기업이라는 강력한 뒷배를 가진 그녀의 앞에서, 지명도는 높아졌지만 결국 개인 브랜드에 불과했던 나로서는 격차가 너무 커서 승부가 안 되었던 것이다.

     

     여태까지와 다른 디자인을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중요한 디자인은 흔들리고 매상의 하락 속도도 빨라졌다.

     

     그리고 드디어 적자에 빠져 저금을 쓰기 시작하자 초조함과 스트레스로 잠들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졌고, 그것이 더욱 디자인을 나쁘게 만든다는 악순환이 생겨났다.

     

     

     그런 생활이 3개월 이어져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내몰려있던 내게, 모르는 상대의 화물이 도착했다.

     

     그것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그에게 보냈던 물건이었다.

     

     순간 수령을 거부할까 생각했지만, 만일 중요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내가 당했던 지을 해주자고 마음을 고쳐먹고서 받기로 했다.

     

     심플한 상자에는 상표도 뭣도 그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는 완충제가 채워져 있었고, 서클릿 같은 장비? 와 1개의 소프트웨어가 들어있었다.

     

     그 소프트웨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Mebius World Online』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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