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56 마리 누나와 어떤 재봉사의 혼잣말 (중편)
    2022년 03월 14일 00시 19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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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57/

     

     

     

     "이건, 게임......?"

     

     서클릿 모양의 장치는, 분명 VR공간으로 풀 다이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Mebius World Online』이라는 타이틀의 소프트웨어.

     

     내가 다시 새롭게 산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공식 사이트에는 베타 테스트 중이라고 쓰여 있었으며 그 경쟁률은 1:50이나 되는 것이었다.

     

     게임에 그리 흥미가 없었던 나였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한 게임이 어느 정도인가, 장르는 다르지만 같은 크리에이터로서 시험해보고 싶어 졌다......라는 것이 변명.

     

     본심은, 공식사이트에 쓰인 슬로건을 보고는 현실을 일시적으로나마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금 기대해서다.

     

     서클릿을 장착하고 소프트웨어를 켜자, 나는 순식간에 Mebius World Online의 세계로 다이빙했다.

     

     

     첫 캐릭터 작성에서 붙인 이름은, 발레리아.

     

     이름의 유래는, 아버지가 어렸던 시절에 좋아했던 라이트노벨에 나왔던 주인공.

     

     하지만 그대로 쓰면 남자 이름이라서 여자의 이름으로 바꿨지만.

     

     직업은 권투사를 골랐다.

     

     어린 시절에 합기도를 배웠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몸매 유지를 겸해서 킥복싱센터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캐릭터 작성이 끝나고 드디어 Mebius World Online의 세계로 전이하자, 그곳에는 현실과 다름없는 감각과 자연을 재현해 놓았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는, 현실 이상의 현실이 분명히 존재했다.

     

     만지는 것 전부가, 신선.

     

     몬스터와 싸워서 쓰러트리는 일은, 유쾌.

     

     점점 강해지는 자신이 수치 및 싸움에서 눈에 띄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에, 나는 점점 빠져들었다.

     

     거기다 Mebius World Online의 세계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소재가 있어서, 그 소재를 써서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옷을 만드는 일은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만든 옷은 다른 플레이어한테도 호평이어서, 그 반응이 나의 창작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현실과는 마치 정비례.

     

     현실에서는 디자인으로 고통받고, 필사적으로 만들어도 반응은 시원치 않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렇게나 뜨거운 반응이다.

     

     같은 생산을 즐기는 동료도 만나서, 점점 Mebius World Online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 꿈만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 꿈만 같던 시간에 금이 간 것은, 어느 몬스터의 존재가 확인된 무렵이다.

     

     그 몬스터의 이름은, 악귀.

     

     필드보스 중에서도 발생빈도와 출현장소가 불규칙해서, 플레이어들은 레어 보스로 취급하고 있다.

     

     여러 파티가 아니면 쓰러트릴 수 없고, 그 반면 크고 귀중한 마석을 확실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하여 보물찾기처럼 일부 플레이어가 마구 찾아다니고 있다.

     

     나도 한번은 참가해봤지만,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악귀가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 정체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혼.

     

     그것이 NPC에 빙의하여 악귀로 변모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여태까지 사냥해왔던 것은......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난 이제 악귀와 싸울 기분이 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주변 플레이어들은 그렇지 않았다.

     

     악귀를 쓰러트리면 드롭템을 남기고 영혼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빠져나간 영혼은 다시 근처의 NPC에 빙의한다.

     

     근처에 NPC가 없으면, 근처를 떠다니며 빙의할 수 있는 NPC를 찾는다.

     

     이것이 발생빈도와 출현장소가 불규칙한 이유지만, 어느 플레이어가 깨닫고 말았다.

     

     빙의 당할 NPC를 미리 근처로 데려오면, 같은 장소에서 계속 악귀를 쓰러트릴 수 있음을.

     

     데리고 온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단순한 납치다.

     

     "이래서는, 오히려 우리들 쪽이 악귀잖아......"

     

     중얼거림은 소란에 휘말려선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았다.

     

     그것에 분노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 나는 NPC를 데리고 온 플레이어를 걷어차고는 NPC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만든 장비의 보정과 현실의 경험도 있어서, 1대1로 날 쓰러트릴 수 있는 플레이어는 손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중과부적이기 때문에, 일단은 NPC를 지키면서 도주.

     

     이윽고 부상입고 내몰리고 주술사의 디버프로 움직이지 못할 즈음에, 나는 강에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일어났나......"

     

     옆에서 이쪽으로 눈길을 향한 자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회색의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안경을 쓴 조금 어두운 느낌의 남자였다.

     

     그 손에는 두꺼운 책과 어깨에 올라간 흰 고양이가 1마리.

     

     "사역마다. 이 녀석이 강에서 널 발견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난 발레리아. 여긴 어디?"

     

     "세상을 등진 사람이 모이는, 이름 없는 촌락이다."

     

     그것을 끝으로, 남자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내가 맵을 보자, 제2구역에서 꽤 벗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승용물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금, 마을로 돌아가려면 꽤나 걸어가야만 한다.

     

     아니, 차라리 죽어서 돌아가는 게 더 빠를지도.

     

     그렇게 생각한 때였다.

     

     "꼬르르르륵."

     

     내 배가 성대하게 울렸다.

     

     플레이어 상대로 날뛴 지 꽤 지난 모양이라서, 만복도가 상당히 줄어있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만든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배고픈 소리까지 재현하지 않아도 되잖아!

     

     내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고 있자, 남자는 책을 탁 닫더니 어디론가 가서는, 내 앞에다가 나무 그릇에 들어간 수프와 나무 숟갈을 놓았다.

     

     그리고 다시 책의 세계로 돌아갔다.

     

     먹으라는 뜻인가?

     

     흘끗 바라보아도, 이제 남자는 반응을 드러내지 않는다.

     

     "...... 잘 먹겠습니다."

     

     나는 합장을 하여 감사를 표하고 나서, 놓여있는 수프를 입에 머금었다.

     

     그것은 차가웠고, 야채를 대충 썰어서 넣었을 뿐인 수프였다.

     

     좋은 말로도 맛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와 그의 사역마가 있는 이 조용한 공간에서 먹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이 이상 지금에 어우리는 수프는 없다고 생각된다.

     

     공복이 채워져 움직일 수 있게 된 나는, 촌락을 산책해보기로 했다.

     

     촌락은 나무들 사이의 넓은 장소에 살그머니 만들어져 있다.

     

     살고 있는 촌민은 20명 정도고, 대부분이 노인.

     

     남자는 이 촌락에서 제일 어린 모양이었다.

     

     자연에 녹아드는 것처럼, 달라붙는 것처럼 만들어진 이 마을에는 사람이 내는 소리가 거의 없었다.

     

     나뭇잎이 서로 비벼대는 소리, 근처에서 흐르는 강물 소리, 때때로 들리는 새의 소리.

     

     그런 소리에 휩싸이면서, 조용한 시간이, 멈춘 듯한 시간이 흘러간다.

     

     사람이 생활하는, 원시 풍경.

     

     친가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향수.

     

     그것은 가짜 고양감으로 도피하던 나를, 현실에서 괴로워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하게 자라는 대지처럼.

     

     깊게 사랑하는 바다처럼.

     

     넓고 자유로는 하늘처럼.

     

     어느 사이엔가, 따스한 물방울이 볼을 타고 있었다......

     

     

     그로부터 어느 정도, 나는 그 이름 없는 촌락에서 지냈다.

     

     침상은 남자가 마음대로 쓰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그대로 쓰기로 했다.

     

     대신에 밭일을 돕고 사냥을 하고 요리를 했다.

     

     요리를 잘 못하는 내가 만든 식사를, 남자는 조용히 먹었다.

     

     여전히 말수가 적어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 말해주지 않지만, 남기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이 없어도, 약간의 몸짓이면 어떻게 읽어 들일 수는 있다.

     

     오른쪽 눈썹을 조금 들어 올릴 때는 만족할 때.

     

     왼쪽 입가가 내려갈 때는 참고 있을 때.

     

     그런 말없는 대화가, 지금의 나로선 기분 좋았다.

     

     이런 시간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빌었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미래는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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