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6화 025 「계속 너를 좋아했어」①
    2022년 03월 04일 16시 26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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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608567755/841673824

     

     

     

     5년 전인 6월.

     하루카와 사히토는 미국의 대학에서 석사학위의 논문을 제출한 다음, 구직활동을 위해 귀국해 있었다.

     그렇지만 하루카와 사람이라면 miumi나 관련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거의 결정되어있다.

     그들에게는 타인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ㅡㅡ무엇을 배우든, 어디에서 유학을 하든, 결국은 하루카와의 주박에서 벗어날 수 없군.

     

     오늘 miumi의 최종면접을 받았다.

     웬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것은 채용이 약속된 면접이라고 알고 있다.

     사히토 뿐만 아니라, 면접관도 알고 있던 일일 터.

     왜냐면, 사장의 아들이니까.

     

     ㅡㅡ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정해진 레일 위를 달리는 일에 불만이 많은 타입도 아니다.

     하지만, 수조 속에서 사육된다는 사실에 전혀 의문을 품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던 사히토가 선택한 자유가, 일본의 대학을 졸업한 뒤 해외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일이었다.

     

     "뭐, 어디에 있어도 마찬가진가."

     

     면접을 끝내고 돌아간 길에 들렀던 카페에서, 사히토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자리에서는, 조금 전 자신이 최종면접을 받았던 빌딩의 현관이 보였다.

     육교 위에 있는 카페의 창가에 앉아서, 딱히 의식하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들과 자신은 같은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다른 생물이라고 통감했다.

     그것은 가끔씩, 정말 당돌하게 찾아오는 감정이다.

     하루카와 가문 안에서도, 사히토는 이질적인 존재다.

     80년 만의 남자로서 태어난 것.

     모계가족이라 해서 딱히 핍박받은 일도 우대받았던 일도 없다.

     그냥, 다른 것이다.

     여동생인 사기리는, 언젠가 miumi를 짊어지게 될 것이다.

     사촌들은 그걸 도와주기를 꿈꾸고 있으며, 육촌인 마이도 대학을 졸업한 뒤 miumi에서 의류 쪽의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ㅡㅡ그 집안에서, 나만 다르다.

     

     그리고 동시에, 사히토는 바깥 세계의 인간과도 다른 운명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수영장에 들어갈 수 있다.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다.

     온천여행도, 해외의 휴양지에도 자유로이 갈 수 있다.

     사히토는 그럴 수 없다.

     가족과 동행해서 프라이빗 비치를 전세 내어 헤엄칠 수는 있어도, 애인과는 불가능하다.

     과거에 몇몇 여성과 사귀었던 경험은 있고, 그녀들을 소중하다고 생각했었다.

     

     ㅡㅡ하지만, 진정한 자신을 전하는 것은 무리였다.

     

     사히토가 인어임을 밝혀도 되는 자는, 결혼상대가 될 여성뿐이라고 정해져 있다.

     학생 시절의 애인과 부부가 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생을 함께 살고 싶다고 결정할 정도로 애정을 품은 일도 아직 없다.

     

     ㅡㅡ이대로 가면, 평생 혼자일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그 경우는 본가에 뼈를 묻게 될 것이다.

     특별히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한 것도 아니고, 결혼상대한테 부담을 주게 된다면 차라리 독신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아주 조금 말로는 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그것은 가슴속에 뚫린 구멍을, 차가운 바람이 쉬익거리며 지나가는 듯한.

     고독이라는 이름의 자유를 만끽하는 나날이었다.

     

     커피는 한참 전에 식어버렸다.

     슬슬 돌아갈까 생각하면서도, 사히토는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6월의 푸른 하늘은 부드러운 색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서, 투명한 빗방울이 뿌옇게 내려온다.

     miumi의 본사 빌딩에서 나온 여성이, 가방 안에서 접이식 우산을 꺼내 든다.

     블루 지르콘처럼 선명한 색의 우산을 펼친 그녀는, 안개비 속을 걸어갔다.

     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알 수 있는 올바른 자세.

     복장으로 보면, 그녀도 취직 중인 학생일까.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ㅡㅡ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는 걸까.

     

     몇 초. 아마 숨을 마시고 내쉬는 정도의 짧은 시간.

     그 후, 그녀는 갑자기 달려갔다.

     달려간 끝에는, 빌딩가에서는 드물게도 유아를 안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ㅡㅡ그렇군.

     

     예상한 대로, 그녀는 낯선 여성에게 우산을 빌려주었다.

     두 사람은 두세 마디 대화를 한 모양이다.

     정장을 입은 여성은 얼굴 앞에서 가볍게 오른손을 내젓고는, 우산을 상대에게 건네준 다음 다시 달려갔다.

     분명 "저는 괜찮으니 써주세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친절한 사람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상냥함을 우연히 목격하는 일은 드물다.

     

     ㅡㅡ좋은 사람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그녀는 카페 근처로 달려왔다.

     우산을 건넨 모자와 멀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지쳐서 그런지 속도를 줄여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멈춰 섰다.

     한순간, 세상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다.

     빛과 비를 동시에 받고 있는 그녀가, 기분 좋다는 듯 양팔을 벌린다.

     

     사히토는, 그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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