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화 015 Fall in love 100 ~ 욕실에서 사랑을 하는 100가지 방법⑤2022년 03월 02일 22시 47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608567755/487084331
넓은 거실에 드라이기 소리가 울리고 있다.
미용실 이외에서 다른 사람이 머리를 말려주다니, 어린 시절 이래로 처음이다.
"뜨겁지는 않아?"
"괜찮아요."
"다행이다."
그 후로 욕실에서 어른의 사정에 의한 이것저것이 전개되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샤워기의 냉수가 둘을 덮쳤다.
흠뻑 젖어서는 서로 웃는다는 정말 이상한 상황에서, 나나코는 샤워기를 빌렸다.
입고 온 옷은 지금 사히토의 집에 있는 드럼세탁기에서 세탁 후 건조 중이다.
"목욕 가운, 너무 컸나 보네."
"헐렁거려요."
빌린 목욕 가운의 색은, 그답게 차분한 펄 블루.
손을 정면으로 뻗자, 손끝만 조금 보인다.
갑자기 드라이기 소리가 끊겼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보자, 사히토가 소파의 뒤에서 쪼그려 앉아있지 않은가.
"어, 하루카와 씨, 왜 그래요?"
".......... 생각보다 아키노 씨가 귀여워서, 현기증이 나버렸어."
ㅡㅡ예?
"나의 목욕 가운을 입고 헐렁거려요라니......"
"헐렁거리니까 그렇게 말한 건데요!"
"응, 그래. 맞아. 헐렁거려."
그는 혼자서 뭔가를 납득하고서, 일어난 뒤에 크게 한숨을 지었다.
"저기."
"응?"
"머리카락, 고마웠어요. 그리고 목욕 가운도 빌리고 말아서 미안해요."
"신경 쓰지 마. 내 부주의로 흠뻑 젖어버린 거니까."
"서로한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카와 씨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서로 뒤엉켜서 자세가 무너졌을 때, 샤워기의 손잡이를 당기고 말았던 것이다.
부주의했다고 한다면, 둘의 공동책임이라고 나나코는 생각했다.
후, 하고 사히토가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친밀해서, 자신이 그의 특별한 존재임을 착각해버릴 것만 같다.
"아키노 씨는 성실하네."
"평범해요."
"아직도 존댓말이고."
"그야, 동기라고 해도 하루카와 씨가 연상이니까요."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을래?"
"으윽...... 피차일반이에요!"
아키노 씨, 하루카와 씨.
그렇게 서로 부르는 거리감이, 지금은 딱 좋다.
이 이상 가까워지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ㅡㅡ연애에서 먼 곳에서 살아온 탓이려나.
"그러고 보니,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데요."
"뭔데."
"전에, 거의 6할이 액체에 잠기면 인어가 된다고 했던 일말인데요."
"응."
"반대로, 몇할까지라면 인간으로 있는지 시험해본 일은 있나요?"
예쁜 속눈썹이 두세 번 깜빡임을 되풀이한다.
사히토한테는 조금 어리둥절할만한 질문이었을까.
"일단 4할에서 5할까지는 괜찮았지만, 예를 들어 손발과 머리만 담그는 듯한 방식은 시도해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는데."
"구체적으로는요?"
"대퇴부에서 아래가 잠긴 상태에서는 인간형 그대로였어. 허리까지는 아슬하게 세이프. 배에서 가슴까지 잠기면 아웃."
"그렇구나. 그럼, 예를 들어 무릎 밑이 잠기고 양손ㅡㅡ팔꿈치에서 손끝까지 잠긴 상태는요?"
"글쎄. 아마 사람일 거라는 느낌이 드는데."
"참고할게요."
이 결혼에 진지하게 맞서자.
적어도 도망치는 건 그만두자고, 나나코는 생각했다.
이미 서로의 가족도 소개했고, 약혼반지의 크기를 고치게 해 놓은 단계다.
이렇게 되었으니, 가능한 한 사히토한테 부담이 적은 결혼상대가 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ㅡㅡ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기회가 있다면 조금 정도는 '아키노 씨와 결혼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되게 만들고 싶다. 아아, 나도 참 한심해.
그가 원하지 않는 결혼일지도 모르는데, 이 상황에서 사히토한테 마음이 끌리고 있다.
몸의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연애감정과는 관계없는 남자들의 본능이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다.
물론 그것은 여자한테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ㅡㅡ그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노력한다니, 가능하다면 알려지고 싶지 않아. 알려지지 않는 편이 나아.
"어떤 참고가 된다는 건지. 정말 아키노 씨는 불가사의해."
"...... 아직, 비밀이에요."
"아직이라는 말은, 언젠가 가르쳐준다는 뜻이려나."
옆에 앉은 그가, 등받이에 팔꿈치를 걸친다.
편안한 표정도, 실내복 모습도 신선하다.
"그렇네요, 언젠가는 꼭!"
확 일어서면서, 나나코는 "세탁기 좀 보고 올게요." 라면서 화장실로 향했다.
ㅡㅡ내게 가능한 일. 하루카와 씨를 기쁘게 해주는 것. 그게 성공한다면, 조금은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 그러니 그때가 되면 진짜 마음을 말해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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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거실에 혼자 남은 사히토는ㅡㅡ
"조금 거리가 좁혀졌다 생각하면, 멀어져 가네."
소파에 깊이 파묻은 몸을 들고서, 으음~ 하며 작게 기지개를 켠다.
천장을 우러러본 그는 화장실 내부에 들리지 않도록, 입안에서 음미하는 것처럼 말을 자아내었다.
"...... 역시, 내 짝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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