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장 47. 왜곡2022년 02월 23일 11시 26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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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카는 식사를 들고 지하실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괴로운 마음을 기분 탓이라며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다.
'내가 짜증 낼 필요는 없어. 그런 녀석...... 마음대로 냅두면 돼.'
요무드이트가 무엇을 하든, 제멋대로 하라지.
나는 라이나스 왕국을 파괴하기 위해 그를 이용하고 있고, 요무드이트는 어둠의 보옥을 되찾기 위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조금 전 자신의 태도는 누가 어떻게 보아도...
'누구한테도 마음을 허락하지 마, 누구도 믿지 마. 나 이외의 모든 걸 믿지 마...... 모두가 날 속이는 거짓이야.'
몇번이나 되뇌는 것처럼 반복했다.
이제 조금만 더하면 전부 잘 될 것이다.
이런 때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비원을 달성하기 위해, 마음을 죽여야만 한다.
'마지막까지 흔들려서는 안 돼.'
심호흡을 반복했다.
이제 곧 소원이 이루어지니까.
'...... 이런 마음은 필요 없어, 필요 없다고.'
넘칠 듯한 마음을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놓았다.
어둡고 습한 지하감옥 속을, 증오가 깃든 눈으로 안젤리카의 앞까지 걸어갔다.
"순백의 성녀님."
"ㅡㅡ!"
"식사를 가져왔어요."
"............ 아."
안젤리카는 감옥 가장자리에 몸을 끌어안으며 앉아있었다.
눈이 새빨갛게 된 안젤리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더 날뛸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도 없는 지하감옥 안에서 날뛰는 것은 쓸데없나고 깨달은 모양이다.
"네 탓이야...!"
"......"
"ㅡㅡ 네가 나타나지만 않았으면, 전부 잘 되었을 텐데!!"
안젤리카의 앙칼진 목소리가 점점 커져나간다.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죄송하지만, 영문을 모르겠네요."
"......"
"저를 붙잡은 사람은 안젤리카 님이었잖아요...?"
"!! 알고 있어...!!"
"의식이 끝나면, 저는 변경의 촌락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
그렇게나 붙잡아두고서 그런 말을 하다니, 모순된 것도 정도가 있다.
그만큼이나 안젤리카의 감정이 혼란스럽다는 증거일 것이다.
"...... 안젤리카 님."
"이런 나라도, 그 남자도 진짜 싫어!! 모두 모두 죽어버려..."
"............"
"뭐, 뭔가 좀 말해봐!!"
"당신께 라이나스 여신의 가호가 있기를..."
"...... 시끄러웟! 시끄러! 사라져... 사라져어!!!"
식사가 놓인 접시를 놓고서, 안젤리카의 앞에서 정중히 인사한 다음 지하실을 나갔다.
'이제 조금 남았어......'
의식까지 앞으로 5일, 이제부터 어떻게 몰아세울까.
그리고 그날 밤, 국왕에게 불려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나르면서 초췌해진 안젤리카에게 말을 걸었다.
"안젤리카 님, 국왕폐하의 전언입니다."
"......"
"안젤리카 칼슨, 4일 후로 다가온 대결계의 의식에 참가하도록 명하나."
".... 앗......!?"
"안젤리카 님의 성녀로서의 힘을 보일 때네요."
"ㅡㅡ! 네가, 네가 대신 결계를 치면 돼!!"
"제가 힘이 약해서 안젤리카 님이 선택되지 않았나요?"
"..."
"그리고 여신님께서 제게 '힘없는 자는 대결계의 희생양이 못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ㅡㅡㅡ!"
"안젤리카 님은, 그 의미를 아시겠나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망가져가는 안젤리카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식사를 날랐다.
도움을 원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내뱉는 폭언을 흘려들으며, 안젤리카를 위해 여신에게 기도하는 척한다.
이것이 사치와 욕심에 찌들었던 '안젤리카'의 말로다.
따스한 식사를 안젤리카에게 주고서, 손대지 않은 식사를 운반한다.
"우후후..."
작은 웃음소리가 어두운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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