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3 서니의 하루
    2022년 01월 21일 03시 22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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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795dx/237/

     

     

     햇빛을 받으면서, 서니는 약간 눈을 떴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반짝거리는 햇빛에, 눈썹 사이에 작은 주름을 지으며 입을 삐죽인다.

     

     "......눈부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태양은 이미 꼭대기 근처에 있다. 완만한 동작으로 이불에서 빠져나오자, 속옷 위에 그대로 하얀 로브를 걸치고는 손에 지팡이를 들었다.

     

     호화로운 장식이 새겨진 오리하르콘 지팡이를 질질 끌면서, 서니는 방에서 복도로 나왔다.

     

     조금 걷다가, 서니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본다.

     

     "......신발......뭐, 됐어."

     

     한마디 말하고서, 다시 걸어간다.

     

     "아, 서니. 어디로 가?"

     

     옅은 분홍색 트윈테일을 휘날리면서, 한 자그마한 소녀가 복도 앞에서 서니에게 말을 걸었다.

     

     경장의 가죽 갑옷을 입은 그 소녀는, 허리춤에 둥글게 만 채찍을 매달고 있다. 귀는 서니와 마찬가지로 길고 뾰족하다.

     

     서니가 고개를 들어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아침 목욕. 리자도 갈래?"

     

     "아침!? 이미 낮이야~!"

     

     리자가 눈을 휘둥그레하며 그렇게 대답하자, 서니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난 이제 일어났어. 다시 말해, 아침."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하이엘프는 왕. 엘프는 부하."

     

     "그거 리자한테는 관계없잖아!? 그리고 부하라니 왜!?"

     

     "목욕할래. 부하인 리자는 내 등을 씻겨줘도 좋아."

     

     "아니, 상관없지만.....좋아, 반짝거리게 만들어줄게~!"

     

     어째선지 리자가 의욕을 불태우며 그렇게 말하더니, 서니의 등을 밀며 노천탕으로 나아갔다.

     

     

     

     

     

     

     욕조에 몸을 담근 서니가 다시마처럼 둥둥 떠 있자, 그걸 쓴웃음 지으며 바라보는 리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서니는 이제부터 뭐할 거니?"

     

     "......개운해졌으니, 밥 먹고 잘래."

     

     "또 자!?"

     

     "잘래."

     

     놀라는 리자를 내버려 두고, 서니는 물 위에서 손발을 저었다.

     

     

     

     

      

     식당으로 가자, 그곳에는 메이드부대인 세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아, 서니 님! 식사하시나요?"

     

     그중에 1명이 그렇게 묻자, 서니는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셰프의 변덕파스타를."

     

     "변덕......내, 내올게요!"

     

     메이드가 다급히 그렇게 대답하자, 안에서 메이드장 프라우디아가 나타났다. 요리를 올린 배식대를 옮기며 나타난 프라우디아가, 서니를 보며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며 우아하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서니 님. 서니 님의 식사는 제가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쉬고 계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배식대 위에 놓인 요리를 자기 부하인 메이드들한테 나눠주었다.

     

     서니는 언짢은 듯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프라우디아 혼자서 나눠줘? 메이드부대가 하면 돼."

     

     "메이드로서의 일은 가능한 한 제가 맡겠습니다. 누구한테도 양보할 수는 없어요."

     

     "......좋아서 하는 거라면 됐어."

     

     서니가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대답하자, 프라우디아는 미소 짓더니 다시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불과 10분 정도 지나자 프라우디아가 돌아왔다. 내놓은 파스타는 어째선지 새카맸지만, 서니는 묵묵히 먹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게 더러워진 입가를 프라우디아가 깨끗이 닦아준 뒤, 왠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을 나선다.

     

     방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서니가 복도 앞을 보니, 두 사람이 복도 모퉁이를 지나는 참이었다.

     

     그걸 본 순간, 서니가 걷는 속도가 반은 빨라졌다. 지금까지 흐느적거렸던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더니 눈을 반짝거리면서 복도를 나아간다.

     

     모퉁이를 지나치자, 그곳에는 엘레노아와 렌렌의 모습이 있었다.

     

     "마스터."

     

     서니가 부르자, 두 사람이 돌아보았다.

     

     "오, 서니? 뭐 하고 있어?"

     

     "심심해, 놀아줘."

     

     "주인님은 놀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서니의 대사에 엘레노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주의를 줬지만, 렌렌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야, 할 일이 없는 거냐."

     

     "마스터를 도와줄래."

     

     "번화가로 갈 생각이었는데, 갈 거야?"

     

     "갈게. 조금만 기다려. 신발 좀 신고."

     

     "왜 맨발인가요......"

     

     "그건 상관없지만, 이는 닦고 와. 이가 새카맣다고."

     

     "......양치질도 하고 올게."

     

     

     

     서니의 하루는 오늘도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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