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2 용국 관광
    2022년 01월 21일 02시 01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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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795dx/236/

     

     

     막 생겨난 용의 나라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엘레노아가 감탄의 목소리를 자아낸다.

     

     "정말 광대한......! 이것이 주인님께서 만드신 용의 나라인 거네요!"

     

     "용국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꽤 넓은 마을이 되었어."

     

     용국 정면의 입구 앞으로 낙하를 시작하자, 이번에는 서니가 입을 열었다.

     

     ".......소재가 가득......"

     

     "아니아니아니, 안 된다고. 절대 사냥하지 마라? 절대 안 된다?"

     

     서니의 혼잣말에 서둘러 그렇게 고하자, 서니는 두 눈을 번쩍 빛냈다.

     

     "알고 있어. 이건 '반어법'이라는 고등기술. 절대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확인하면 사실은 해야만 하는.....!"

     

     "아냐! 진짜 그만두라고. 안 돼. 알았지?"

     

     "......여기선, 고개를 끄덕여 둬야 할 부분?"

     

     "끄덕여 둔다니, 뭐냐고 대체......"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니를 경계하면서, 나는 용국의 지상 부분으로 눈을 향했다.

     

     최강의 생물이라고 하는 드래곤을 공격할만한 몬스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성벽 같은 것이 없고, 거대한 구멍 주변에는 100~200미터 정도의 평지가 있고 그 바깥에 깊은 숲이 펼쳐져 있다.

     

     그 개활지 여러 군데에 커다란 용이 모여들어서는 시뻘건 화염을 입에서 뿜고 있다.

     

     잘 보니,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같은 몬스터가 꼬챙이에 꿰뚫린 채 자리 잡고 있었으며, 용이 그것을 향해 불을 내뿜고 있는 모양이다.

     

     "시험삼아 만든 바베큐장인데, 의외로 호평인 모양이야."

     

     "네? 스스로 조리하고 있는 건가요?"

     

     엘레노아는 놀라서 드래곤이 고기를 굽는 광경을 응시했다. 서니는 담대한 미소를 지으며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약한 불. 나라면 잿더미로 만들 수 있어."

     

     "요리하는 거라고. 잿더미로 만들면 의미가 없잖아."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엘레노아가 "아." 라고 소리 내었다.

     

     "작은 드래곤이 통 같은 것을 들고 펄쩍 뛰어다니고 있어요!"

     

     "소금을 뿌리고 있는 거야. 재주 좋은 드래곤도 일부 있어서, 시험 삼아 소금을 담은 통을 만들어 보았지."

     

     "네!? 그럼 지금 간을 하고 있는 건가요!?"

     

     "방법은 확실히 가르쳤지만, 벌써 활용할 줄이야. 아, 다른 곳에서도 소금을 치는 모양인데?"

     

     바베큐장의 여러 곳에서 작은 드래곤들이 고기에 간을 하는 것을 보고, 엘레노아는 눈을 부릅뜨며 놀랐다.

     

     서니가 구워진 고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와중, 한 마리의 커다란 용이 배 부분을 베어 물었다.

     

     뼈채로 씹어버리는 호쾌한 식사에 잠시 지켜보고 있자, 그 용은 눈을 감으며 숨을 내쉬었다.

     

     "......음, 맛있군. 설마 이 정도로 맛이 변할 줄은......"

     

     그렇게 말한 용은 다시 고기를 물었다. 그 모습에 엘레노아와 서로 웃고는, 용국으로 발을 디뎠다.

     

     나선형으로 아래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엘레노아와 서니는 좌우로 펼쳐진 광경에 열중하였다.

     

     지하를 향해 물이 흐르는 수로에다가, 크리스탈의 안을 지나 각 계층을 비추는 빛. 안쪽에는 용의 크기에 맞춘 거대한 주거지도 있다.

     

     "아름다운 도시네요. 지하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식물까지 있어."

     

     서니는 벽면에 돋아난 잎이 넓은 초목들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아아. 약간의 태양빛으로도 자라는 식물을 모아 왔지. 일부는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어."

     

     그런 대화를 하며 지하로 계속 내려간다. 들리는 것은 바람과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용의 울음소리.

     

     당분간 나아가자, 이제야 나선계단의 중심에 있는 구멍 아래에 성의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이 정말 멀게 느껴진다.

     

     "음? 오오, 인간의 왕이여. 무슨 일인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나의 시야에 검은 그림자가 옆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우르마푸르르."

     

     나는 검은 그림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시선을 내렸다.

     

     벌써 밑에서 2번째 계층까지 온 모양이다. 이 계층에는 각종 컬러드래곤이 살고 있는데, 블랙드래곤인 우르마푸르르도 여기에 주거하고 있다.

     

     "어머, 블랙드래곤이잖아요. 주인님의 새로운 장비에.....으읍읍읍."

     

     살벌한 말을 하려던 엘레노아의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은 나는, 메마른 웃음소리를 내며 우르마푸르르를 보았다.

     

     "마스터가 좋아하는 소재......! 내가 진상할래!"

     

     "진상하지 않아도 돼! 아직 재고는 많이......앗!?"

     

     서니의 말에 나도 무심코 내뱉고 말아서, 그만 경직되었다.

     

     모처럼 좋은 관계를 구축했는데, 이제 용국과는 적대관계로.....

     

     그런 생각을 하며 우르마푸르르를 돌아보자, 그는 실눈을 뜨고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의 왕이여. 그만한 수의 동포를 쓰러트렸다는 건가."

     

     "그, 그래. 뭐......미안했어."

     

     "후......하하하! 설마, 그 자그마한 몸으로 우리 동포를 압도해왔다니! 확실히 그 몸에 입은 것은 우리 동료들의 것! 성룡왕님과 제대로 싸울 때에도 생각했지만, 평범하지 않은 힘이로다!"

     

     "......화내지 않아?"

     

     내가 그렇게 묻자, 우르마푸르르는 콧김을 뿜었다.

     

     "싸워서 졌다면 이긴 상대를 따른다. 생도 사도 승자에게 맡긴다......나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그, 그래. 다음에 맛난 술과 고기를 가져올까?"

     

     "뭐? 그거 좋지!"

     

     "그래, 기대해."

     

     "음, 벌써부터 기대되는군."

     

     기분이 좋아진 우르마푸르르한테 작별을 고한 우리들은, 다시 밑으로 향했다.

     

     비탈길을 모두 내려가서, 최하층에 우뚝 선 아름다운 성을 올려다본다.

     

     "여기가 용왕의 성인가요."

     

     "역시 디그니티와 미라, 카무리야. 멋진 성이다."

     

     나와 엘레노아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서니는 초목이 돋아난 지면과 개울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며 기지개를 켰다.

     

     "......깊은 숲에 있는 호수 부근 같아서 진정돼."

     

     "흐음......확실히, 식물은 이 정도만 있는데도 공기가 진한 느낌이 드네."

     

     서니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성문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양문이다. 그랜드드래곤이 지나갈 가능성을 고려해서, 문의 높이는 대략 50미터다.

     

     그 거대한 문에 다가가서 손바닥을 대며 힘을 주입한다. 벽의 표면에 창백한 빛의 선이 무수히 달리더니, 소리 없이 좌우로 열리는 문이었다.

     

     이쪽을 향해 열리는 문의 건너편은, 지상보다도 밝게 느껴지는 흰 빛으로 넘치고 있다. 단순히, 지하에 내려갈수록 조금씩 어두워져서 그 차이 때문에 밝게 보일 뿐이지만.

     

     그리고 그 빛의 중심에는 빛을 반사시키는 멋들어진 비늘을 가진 하얀 용이 있었다.

     

     성룡왕 알드가르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이쪽을 바라보았다.

     

     "오오, 인간의 왕이여. 이 성은 정말 훌륭하구나. 그만 이삼일은 자게 되어버려. 술과 고기가 맛있으니 모두 만족하는 모양이다. 대표로서 감사를 전하마."

     

     알드가르즈가 감사를 표하자, 엘레노아가 눈썹을 치켜들며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당연하죠. 주인님께서 관여한 성이잖아요? 그보다도 여기로 내려와서 같은 시선으로 대화하세요. 주인님은 상냥하시니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저는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엘레노아가 그리 말하자, 알드가르즈는 눈을 잠깐 부릅뜨며 엘레노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이쪽으로 내려왔다.

     

     "담이 큰 인간 암컷이군. 부인인가?"

     

     "부, 부......!?"

     

     알드가르즈의 말에, 엘레노아가 귀까지 빨개져서는 당황한다.

     

     "그래, 부인이다. 이 엘레노아와, 여기 있는 서니도."

     

     "히익!?"

     

     "흐흥."

     

     엘레노아와 서니가 제각각 반응하자, 알드가르즈는 흥미롭다는 듯 두 사람을 비교했다.

     

     "그전에 보았던 수인 암컷도 그렇지 않았나? 인간이 수가 많을 법도 하군. 우리도 배워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알드가르즈한테, 서니가 가슴을 편 자세 그대로 입을 열었다.

     

     "본 적이 없는 드래곤. 무슨 이름의 종족? 소재를 원해."

     

     "나는 영원에 가까운 긴 시간을 살아온 화이트드래곤......아니, 에인션트드래곤이라고 불러야 할까. 나와 동종을 만나본 일이 없으니. 비늘 정도의 소재라면 줘도 되지만, 어금니나 뿔은 다시 돋아날 때까지 봐주지 않겠나."

     

     "어쩔 수 없지. 비늘만으로 해줄게."

     

     "후, 와하하! 그거 고맙군. 감사한다."

     

     서니와 알드가르즈는 그런 대화를 하며 서로 웃었다.

     

     사이가 좋네, 너희들.

     

     난 입가를 들어 올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용국과의 관계도 괜찮아 보인다.

     

     슬슬 새로운 장소로 발을 넓혀도 좋을지도 몰라.

     

     나는 새로운 여행을 떠올리며, 더욱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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